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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년의 총기난사 폭력

지난달 설날 전날 밤에 중국계 미국인들이 모여 사는 몬터레이 파크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캔 트랜은 72세였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 총기 난사범이 됐다.  
 
이틀 후 북가주의 해프문 베이에서 역시 반자동 소총으로 7명을 살해한 춘리 자오는 66세다. 이들이 아시아계라는 사실 보다 노년의 분노를 총격 살인으로 표출한 것이 더 섬찟하다.
 
두 사람은 중국계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여러가지다. 외국 태생이지만 미국 거주 기간이 길다. 즉, 총기에 대한 미국적 관념에 동화됐다. 또 풍요로운 도시에서 고립된 경계인으로 살았다. 편집증과 피해망상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있었다. 전에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블루칼라 일을 했고 트레일러에서 살았다. 총기난사 후 멈추지 않고 두 번째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 쌓인 울분이 많았고 평소 총을 가까이했다. 희생자 대부분 역시 아시아계 시니어다.  
 
나이 들면 가족을 잃거나 퇴직으로 사회와의 연결 고리가 없어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트랜이 총을 쏜 댄스홀은 이민 1세들이 사회적 연결 고리를 찾고 춤을 통해 치유 받는 곳이다.  
 


자오는 평소 버섯 농장의 열악한 작업 환경, 그리고 따돌림과 무시로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 상관의 100달러 배상 명령에 분노가 폭발해 현재와 예전의 일터를 공격했다.  
 
이들의 삶은 노년의 이상 행동 방지 동력인 ‘사회적 고리 강화와 자존감 있게 나이 듦’과 거리가 멀었다.
 
미국서 매일 1만 명 정도가 65세가 된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1년에 총인구의 16% 정도인 5300만명이었다. 올해 56세에서 77세가 된 베이비부머는 7200만명을 넘는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쌓은 세대지만 팬데믹으로 은퇴를 가속화한 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수명연장으로 인해 더 많은 생활비 조달 걱정과 더불어 성인 자녀 재정 지원 부담도 갖는다.  
 
노인이 분노, 불만, 우울증을 갖고 있거나 외롭고 소외되면 정신 건강이 취약해져서 돌발적으로 총기난사와 같은 폭력성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시니어들의 총기 오용이 빈번한 이유다. 2019년의 퓨 리서치 보고서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총기 소유율은 43%로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높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받은 총기도 20%나 된다.
 
총기상들은 팬데믹을 기화로 공포감 조성, 자기 보호 본능, 기본권을 부추기며 인종과 나이에 따른 맞춤 광고로 많은 사람이 처음 총기 소유주가 되는 데 역할을 했다. 총기 구입의 최소 연령 제한은 있지만 언제까지라는 최대 제한은 없다. 고령일수록 치매, 우울증, 자살이 많으므로 총기를 소유한 시니어들의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 범죄에 사용된 총기의 대부분은 제 3자에게서 구입했거나 훔친 것이다. 특히 관리가 소홀한 개인 것을 훔친 경우가 96%나 된다.
 
86세인 스웨덴 작가 마가레타 메그너슨이 쓴 ‘스웨덴 사람 식의 활기차게 나이 들기(The Swedish Art of Aging Exuberantly)’는 시니어들의 정신 건강을 보듬는다. 저자는 나이 듦은 어쩔 수 없으니 살 만한 인생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불편한 상황에도 낙심과 불평 대신 감사함을 찾는 포용심(embrace), 젊은 세대와 자주 접촉하기, 무조건 “Yes” 대답하기 등이다. 저자가 젊은 세대와의 교류 방법으로 추천한 ‘손주에게 질문하고 답 듣기와 먹을 것 주기’는 참 신선하다.
 
전국 사격스포츠협회에 따르면 시니어의 총기 구입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소유하면 언젠가 사용하게 될 총기의 총구가 어디를 향할지, 누구를 향할지 몰라 공포스럽다.  
 
구입부터 사망까지 개인 소유자의 총기 보관 상태와 정신 건강을 감시 내지 확인해 주는 AI(인공지능)라도 있으면 좋겠다.

정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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