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음모의 시대 어두운 내면을 엿듣는 예리한 귀

현대 영화사의 걸작들인 ‘대부’, ‘대부2’, ‘지옥의 묵시록’ 등을 감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1974년 ‘대부’의 차기작으로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발표했다. 영화는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상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코폴라의 다른 대작들에 비해 비교적 생소한 이 영화는 ‘대부 1’(1972)과 ‘대부 2’(1974) 사이에 발표됐다. ‘대부’ 시리즈에 비하면 캐스팅, 제작비 면에서 규모가 작은 영화로 보일지 모르지만 무너지는 미국의 도덕에 들이대는 코폴라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코폴라와 주연 배우 진 해크먼은 추후 이 영화를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재편집하는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다. 오늘날 여러 버전의 ‘대부’ 시리즈와 ‘지옥의 묵시록’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코폴라는 1974년 개봉한 이래 50주년이 되는 오늘까지 이 영화만큼은 손을 대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완벽한 영화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멀리 떨어진 곳, 방해 전파와 소음 속 낯선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 직업인 도청 전문가 해리 콜(진 해크먼).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며 고립된 ‘감시자’의 삶을 살고 있다. 수줍은 성격의 해리는 필연적으로 외롭고  우울하다. 뉴욕에서 있었던 불행한 일이 아직도 그의 잠재 심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혼자 아파트에 있을 때만 색소폰을 연주하는 해리의 연락처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는 여성과의 만남조차도 거리를 유지한 채 절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해리는 거금의 착수금을 받고 젊은 커플의 일상을 도청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샌프란시스코 공원에서 도청한 커플의 대화에는 이들이 불륜 관계이고 ‘그’가 그들을 죽일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해리는 이들의 일상의 대화를 음모로 오인한다. 무고한 사람이 죽어야 했던 뉴욕에서의 일이 되풀이될 것 같은 불안이 그의 심리를 파고든다. (당대의 조연 배우이며 코폴라가 최애했던 로버트 듀발이 크레딧 없이 의뢰인 ‘그’를 연기한다.)   남의 대화를 엿들어야 하는 해리의 심리는 늘 양심과 충돌한다. 비극이 임박해 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그는 의뢰인에게 테이프를 넘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그의 ‘음모론’은 더욱 그를 고립시키고 동료,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고통의 당사자는 도청을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청 전문가로 자부해왔던 해리 자신이다.     해리는 결국 도청 테이프를 빼앗기게 되고 젊은 커플이 암살당하기 전 테이프 속에 담긴 그 누군가와 증거를 찾기 위해 호텔로 향한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반대의 상황에 부딪힌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로 알았던 의뢰인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기막힌 상황에 이르자 해리는 이제껏 자신을 지탱해주던 정체성에서 이탈해버린다.     극도의 불안 증세, 무력감과 절망감, 죄의식이 그를 조여온다. 그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 편집광적 의심은 마침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광기를 유발하기에 이른다.     해리의 광기는 고독과 단절의 다른 모습이다. 영화는 해리가 누군가 자신을 도청하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아파트 전체의 바닥을 뜯어내고 허탈감에 빠져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는 색소폰을 연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컨버세이션’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수사 직전에 발표되었다. 영화가 발표된 1970년대는 베트남 전쟁과 반전운동, 흑인들의 민권운동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차이나타운’(1974),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 ‘마라톤 맨’(1976), ‘블랙 선데이’(1977), ‘브라질에서 온 소년’(1978) 등 음모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이 시기에 쏟아져 나왔다.     코폴라 감독은 해리의 도청과 감시를 관음증의 한 형태로 표현한다. 철저히 단절된 상태에서 남을 엿보는 감시와 도청이 지속되는 동안 해리의 죄의식은 쌓여만 간다. 그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다. 혼자만의 처절한 사투 끝에 반전의 결말은 충격과 고통 그 자체이다.   감독의 예리하고 냉소적인 관찰은 진 해크먼이라는 대배우의 대체불가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크먼은 관음에 대한 죄의식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가운데 나락으로 빠져가는 해리의 어두운 심리를 스릴과 서스펜스로 묘사해낸다.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내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해크먼은 자신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이전 작품 ‘프렌치 커넥션’(1971)을 통해 각인시켰던 냉정하고 강직한 캐릭터를 이 영화에 그대로 가져온다. 두 인물 모두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 조용히 무너져 내리는 안티 히어로들이다. 당시 44세의 해크먼은 노년에 접어들어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로 더욱 그의 진가를 발휘했다. ‘수퍼맨’ 시리즈의 렉스 루터 역은 그가 연기한 대표적 악역이었다.   레인코트를 걸치고 철 지난 뿔테 안경 차림의 내성적인 해리는 사실 외향적인 성격의 해크먼과는 반대되는 인물이어서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엔딩의 색소폰 연주 장면을 위해 해크먼이 색소폰을 배웠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에는 메릴 스트립의 연인이었으며 고작 5편의 영화에 출연, 영화 5편이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그중 3편이 작품상을 수상했던 존 카제일(‘대부’에서 마이클의 둘째 형 프레도 역), 젊은 시절의 해리슨 포드, 해크먼에 버금가는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듀발 등이 모습을 보인다. 김정 영화평론가내면 음모 그해 칸영화제 현대 영화사 코폴라 감독

2024-09-11

[삶의 뜨락에서] 마중물

얼마 전에 한 지인과 대화 중에 ‘마중물’이란 단어를 배웠다.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지 눈이 번쩍 떠졌다. 아주 어렸을 적 우리 집 뜰에 펌프가 있었다. 물이 필요할 때 물을 한 바가지 붓고 펌프를 시작하면 물은 한없이 올라왔다. 그 한 바가지 물이 물을 마중 나간다는 뜻에서 마중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물은 지하수여서 엄청 시원했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 큰 함지박에 수박과 참외를 둥둥 띄워 먹으며 더운 여름을 나곤 했던 시절이었다.     그동안 소원했던 시 쓰기에 맥이 끊겨 그 맥을 찾고 끌어올리는 데 힘이 들었다. 나에게 마중물이란 시심을 일으키기 위해 시집을 읽는 일이다. 몇 번이고 같은 시를 읽고 또 읽다 보면 나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어떤 단어가 낚싯바늘에 걸린 듯 올라온다. 나의 그다음 작업은 그 단어와 관련된 의미를 유추하고 연구하며 키워나가는 일이다. 한 예로 ‘절실하게 되면 날개가 돋는다’라는 표현에 나는 완전 감동이다. 무엇인가 절실하게 갈구하는 순간 바로 그 절박함과 간절함은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희망을 보여준다.     언젠가 박완서 평전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가 글을 쓸 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그물을 던져 필요한 것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라고 쓰셨다. 그처럼 우리는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얻은 경험을 우리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두게 된다. 이 모든 경험 중 하나둘씩 필요할 때마다 건져 올려 삶을 재창조할 수 있지만 찾지 않으면 영원히 사장될 수도 있다.     옛 어른들은 화로에 불씨가 꺼지면 안 된다고 하셨다. 불씨가 남아 있어야만 쉽게 불을 지필 수가 있고 사람 사이의 인정이 훈훈하게 피어오른다고 하셨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중환자실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이 환자들은 모두 무슨 연유에서든지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경우이다. 이 인공호흡기는 폐의 기본 세포인 허파꽈리에 공기를 약 25% 정도 항상 채워 놓는다. 그래야만 호흡이 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람이 완전히 빠진 고무풍선보다 공기가 조금 남아 있는 풍선이 불기가 훨씬 쉬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 비록 일시적인 순간에 불과하다 해도/ 누구나 자신만의 무수한 과거를 지니고 있으니/ 토요일이 오기 전에는 자신만의 금요일이 있으며/ 유월이 오기 전에는 자신만의 오월이 있게 마련//…’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의 ‘제목이 없을 수도’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비록 일시적인 순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이 있기까지 누구에게나 무수한 과거가 있고 토요일 전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금요일이 있고 유월이 오기 전에는 자신만의 오월이 있다는 인간 고유의 경험을 강조한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시다. 1996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그녀는 시단의 모차르트로 불린다. 그녀는 세상과 삶에 대해 경이로운 눈빛과 호기심, 슬픔을 갖고 ‘영원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재능을 가진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끝과 시작’이란 시집 제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시작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끝에서 시작한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 보고 받아들이지만, 그녀는 그 현상이 있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배후까지 살펴보는 예리한 통찰이 있다.     세상은 곳곳에서 또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당신의 마중물을 기다리고 있다. 물의 씨, 불의 씨, 또 호흡의 씨가 발아되지 않은 채 그대로 소실되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모든 것의 끝은 새로운 것의 시작점이다. 니체의 영원회귀설과 통한다. 주어진 운명을 탓하지 않고 힘에의 의지를 믿고 모든 순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사는 부단한 노력이 바로 니체가 말하는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다. 용기와 결단으로 부정적인 삶도 받아들이고 그 순간의 영원회귀를 바랄 만큼 삶을 사랑하라는 자세가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마중물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호기심 슬픔 우리 내면

2024-07-15

[열린광장] 내면의 평화와 행복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습니다.”     법정 스님이 1998년 2월 24일 명동성당 강론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을 묵상할 때면, 오래전에 읽었던 존 스타인벡의 ‘진주’를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은 스타인벡이 바하 캘리포니아의 라파즈에서 전해 들은 진주 잡이 어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한 폭의 그림같이 묘사한 훌륭한 작품이다.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물질적 부와 소유에 대한 집착이 결국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파즈 항구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원주민 청년 키노가 그의 아내 주애너와 갓난아기 코요티토를 데리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기가 전갈의 독침에 쏘이게 된다. 키노는 읍내의 백인 의사를 찾아갔으나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모욕을 당한다. 그날 키노는 아기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진주를 채취하러 갔다가 은백색 광채를 내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진주를 발견하게 된다.     소문이 퍼지자 신부가 찾아와 교회에 헌금하기를 권하고, 의사와 온 마을 사람들이 그 진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날 밤 도둑이 들어 칼부림이 일어나자 아내 주애너는 진주를 버리자고 주장한다. 다음 날 키노는 진주를 팔러 읍내 진주상인에게 갔으나 상인들이 서로 짜고서 헐값을 부르는 바람에 분개하여 수도로 가지고 가서 팔겠다고 말한다. 그날 밤 도둑의 습격을 받고 키노가 상처를 입자 주애너는 몰래 진주를 바다로 가지고 가서 던지려다가 키노에게 들켜 매를 맞는다.     그 후 다른 도둑과의 싸움에서 결국 살인을 하게 된 키노는 어둠을 틈타 가족을 데리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추적자 세 명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키노는 밤에 추적자들에게 덤벼들어 칼로 찌르고 총을 빼앗아 그들을 살해한다. 그러나 잠시 후 키노는 아기가 추적자가 쏜 총에 맞아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후 키노와 주애너는 라파즈로 돌아와 그 진주를 바닷속에 던져버린다.     이 소설은 물질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삶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엔 가장 귀한 생명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래서 우리는 물질을 지혜롭게 다스리기 위해 항상 영혼의 맑음과 밝음을 유지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나 피로는 영혼의 맑음을  흐리게 할 수 있다.     키노와 그의 아내 주애너가 세상에서 가장 큰 진주를 바닷속에 던졌듯이 우리도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물질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고 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꽃을 버리지 못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고, 강을 버리지 못하면 바다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내면 평화 읍내 진주상인 진주 잡이 라파즈 항구

2024-06-17

[삶의 뜨락에서]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미국에서 2월은 Black History Month이다. 학교와 커뮤니티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와 추도식이 열린다. 이때 꼭 거론되는 인물이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박사다. 그의 아버지 킹 시니어는 애틀랜타에서 크게 번창하던 교회의 목사였고 철저한 흑인 중산층 지역에서 비교적 잘 사는 편이었다. 아버지는 규율을 강조했고 세 아이에게 확고한 행동 범위를 정해주었다. 마틴은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했지만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신념은 강하면서도 단순한 근본주의자로 성경을 문언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마틴은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에 독서광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의학, 사회학, 법학 등을 차례로 공부하고 칼 막스를 탐독했으며 마하트마 간디의 삶에 매료되었다.     공부를 마친 후 마틴은 그동안 비교적 잘 보호받으며 살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악질적인 인종차별이 극심한 지역의 목사로 부임을 초청받는다. 그는 깊은 갈등에 빠진다. 아내와 아버지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의 설교에는 무시무시한 열정이 담겨있었고 그가 읽은 수많은 책에서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신도들의 일상생활에 접목했다. 그의 설교 핵심 테마는 ‘사랑의 힘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랑의 힘은 아직 세상에 너무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흑인들과 백인 압제자들에게도 사랑의 힘을 사용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설파했다.     하지만 그는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던 중 가장 위험한 순간이 오면 자신이 하는 일에 의심과 공포로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 “네가 할 일은 너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정의를 위해 하는 일이다”를 들었다.     그는 수많은 명연설을 남겼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음을 자명한 진리로 삼는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사람이 그의 피부색으로 판단되지 않고 인품에 의해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되려면 이 꿈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힘과 사랑은 양극단에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서로를 채워줍니다. 사랑이 없는 힘은 무모하고 힘이 없는 사랑은 감상적입니다. 비폭력이라는 수단을 절대로 버리지 않겠지만 이 비폭력은 새로운 차원으로 성숙해야 합니다.”     킹 박사는 39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의 삶은 극적이었다. 그가 여러 지위를 감당하면서 그 지위에 수반되는 긴장감은 커져만 갔고 끝없는 장애물과 내부 갈등에 좌절하며 내면의 위기는 점점 커져만 갔다. 확신을 잃고 두려워 떨 때마다 그는 내면세계로 침잠해서 마음의 고요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모두 사람들한테 일관성이 있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수많은 기분에 좌우되고 주어진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얼굴을 갖고 산다. 그렇게 늘 표류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인간의 근원적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누구나 각자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자기성찰과 노력, 연습이 필요하다. 그 목소리를 따라가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생긴다. 세상은 아직도 숭고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들이 훨씬 많다. 지금의 선택이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진다. 자신의 소명을 찾고 개성과 독창성을 최대한 개발하여 세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 세상에 단 하난 뿐인 당신이 되어보자. 이것만이 우리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목소리 내면 자기 내면 인종차별 철폐 흑인 중산층

2023-03-10

[삶의 뜨락에서]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라!

엊그제 80 언덕에 올랐다고 자랑, 광고했었습니다. 다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는 나의 나머지 길이지만 제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어쩌자는 것인지요? 저 희미한 내 앞길인즉 이왕이면 더 힘차게 재미있게 또는 보람차게 가야 한다고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차 자리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감정만은 변함이 없는데 무슨 변덕이냐? 예? 열심히 살려고 애는 쓰고 있노라 대답은 했습니다.     실은 제 몸이 돌연 여기저기를 쿡쿡 찌릅니다. 조금은 이미 고장 나 있던 팔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지금은 내가 몸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지 아니면 결심하고 벌려놓은 일들에 항복해야 하는지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며 팔과 조용히 상의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이기주의가 되라는 가르침이 그럴듯해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그림은 조용히 앉아 골똘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합창!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노인들 합창단에 제 목소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 자리에서 고해 보겠습니다. 이 나이에 전공 공부를 다시 계속해볼까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라네요! 기다리던 다음 차례가 꽃놀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지어 놓았던 ‘생활 꽃꽂이!’ 저에게는 내 주위에 무엇이든 싹트고 뿌리가 내려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랑스럽고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꽃 몇 송이를 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꽃꽂이, 즉 자연을 방에서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목소리를 꽃과 맞바꿈 했습니다. ‘이케바나’, 일본어로 Fresh Flower가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제 자존심으로 ‘동양 꽃꽂이’라 이름을 바꾸고 수업은 ‘생활 꽃꽂이(Life in Flower)’라 지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재료 장만에 가르침까지 하려니 힘 부족이 팔에 고장을 불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80이란 숫자가 돌연 제 머리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우선 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따라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봉사를 좋아하는 혹은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지? 아! 예!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습니다. 새삼 내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에 친지들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쉽사리 잊힙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짧아지니 지나간 것은 곧 잊어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안 잊으려 해도 잊힙니다. 대신 차곡차곡 싸인 밑바닥의 잔재 추억거리들이 무게 압력에 숨이 막힌다고 헤집고 올라와 옛 놀이를 하자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적응을 무시하고 꿈꾸던 꽃놀이가 저의 큰 기쁨으로 찾아와 줌에 또 감사했습니다. 저의 팔도 곧 훈련되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날까지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내면 소리 생활 꽃꽂이 동양 꽃꽂이 노인들 합창단

2022-12-14

[삶의 뜨락에서]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라!

엊그제 80 언덕에 올랐다고 자랑, 광고했었습니다. 그 후에도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몇 바퀴나 돌아보았습니다. 다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는 나의 나머지 길이지만 제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어쩌자는 것인지요? 저 희미한 내 앞길인즉 이왕이면 더 힘차게 재미있게 또는 보람차게 가야 한다고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차 자리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감정만은 변함이 없는데 무슨 변덕이냐? 예? 열심히 살려고 애는 쓰고 있노라 대답은 했습니다.     실은 제 몸이 돌연 여기저기를 쿡쿡 찌릅니다. 조금은 이미 고장 나 있던 팔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지금은 내가 몸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지 아니면 결심하고 벌려놓은 일들에 항복을 해야 하는지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며 팔과 조용히 상의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이기주의가 되라는 가르침이 그럴듯해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무엇인가 서투름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림은 조용히 앉아 골똘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합창!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노인들 합창단에 제 목소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 자리에 고해 보겠습니다. 이 나이에 전공 공부를 다시 계속해볼까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자신을 잃게 했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라네요! 노래는 합창으로 낙찰이 됐습니다. 기다리던 다음 차례가 꽃놀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지어 놓았던 ‘생활 꽃꽂이!’ 저에게는 내 주위에 무엇이든 싹트고 뿌리가 내려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랑스럽고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꽃 몇 송이를 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꽃꽂이, 즉 자연을 방에서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목소리를 꽃과 맞바꿈 했습니다. ‘이케바나’, 일본어로 Fresh Flower가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제 쫀심으로 ‘동양 꽃꽂이’라 이름을 바꾸고 수업은 ‘생활 꽃꽂이’(Life in Flower)라 지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재료 장만에 가르침까지 하려니 힘 부족이 팔에 고장을 불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80이란 숫자가 돌연 제 머리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우선 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따라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봉사를 좋아하는 혹은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지? 아! 예!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습니다. 새삼 내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에 친지들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쉽사리 잊힙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짧아지니 지나간 것은 곧 잊어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안 잊으려 해도 잊힙니다. 대신 차곡차곡 싸인 밑바닥의 잔재 추억거리들이 무게 압력에 숨이 막힌다고 헤집고 올라와 옛 놀이를 하자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적응을 무시하고 꿈꾸던 꽃놀이가 저의 큰 기쁨으로 찾아와 줌에 또 감사했습니다. 힘은 들지만 노인 학생들의 즐거움이 보람과 힘이 됩니다. 저의 팔도 곧 훈련되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날까지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내면 소리 생활 꽃꽂이 동양 꽃꽂이 노인들 합창단

2022-12-09

융자액 대납 모기지 낮추는 ‘바이다운’ 부활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주택 판매가 힘들어지면서 ‘바이다운’ 옵션이 시장에 다시 나타났다.     한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개념인 ‘바이다운(Buydown)’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던 시기에 유행했던 방식이다. 주로 주택 건설업체들이 판매 촉진 목적으로 사용하던 게 일부 셀러들이 모기지 금액의 일정액을 대신 납부하고 모기지 이자율을 낮춰 주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바이다운은 2가지로 나뉜다. 통상 셀러가 융자금액의 1%의 금액을 바이어에게 지원해서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식과 일정 기간 셀러가 지원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흔히 말하는 포인트를 구매하는 것이다. 통상 융자금액의 1%를 미리 내면 모기지 이자율을 0.25%포인트 깎아준다. 디스카운트 포인트는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바이어가 30만 달러를 7%로 융자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셀러가 30만 달러의 1%인 3000달러를 보조해서 모기지 이자율을 6.75%로 낮췄다면 바이어의 월페이먼트는 월 197달러, 연간 2367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모기지 상환 만기로 보면 6만~7만 달러의 페이먼트를 줄일 수 있고 셀러는 집값을 대폭 깎아서 팔지 않아도 되니 둘다 윈윈(win-win)이라고 할 수 있다.   임시로 일정 기간 모기지 이자율을 낮춰주는 바이다운도 있는데 통상 셀러가 기업이나 주택개발 업체나 자체 융자 부분이 있을 경우가 많다. ‘2-1 바이다운’이 가장 보편적이다. 주택 구입 후 첫해에 2%, 1년 후에 1% 낮게 모기지 이자를 내고 2년 후부터는 원래 이자율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즉, 현재 모기지 이자가 7%라고 하면 첫해는 5%로 하고 다음 해에는 6%, 그리고 3년 차부터는 7%로 다시 돌아가 나머지 28년의 모기지를 낸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7%일 때 30만 달러를 빌렸다고 가정하면, ‘2-1 바이다운’으로 구입한 바이어는 첫 2년 동안 매달 291달러, 총 6992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2년간 291달러의 월 페이먼트를 절약할 수 있어 좋다. 다시 말해, 소득 대비 부채 비율(DTI)을 낮출 수 있다. 당장은 소득이 부족하지만 2년 후에는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어들이 많이 이용한다. 셀러 입장에서도 집 가격을 대폭 내리는 것보다 더 좋은 판매 옵션이 될 수 있다. 바이다운을 통해 셀러는 집을 빨리 그리고 좋은 가격에 팔 기회를 갖게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바이다운은 대다수의 에어전트들이 모르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자율이 높은 현시점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 한인부동산 에이전트는 “이런 옵션을 고려하는 한인 셀러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신규 주택을 분양하는 개발업체 중 이런 형태로 집을 판매하고 있어서 알아두면 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양재영 기자융자액 대납 모기지 금액 내면 모기지 현재 모기지

2022-11-07

"돈 내면 별 다섯 개 리뷰"…아마존, 댓글 장사 고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자사에 입점한 소매상에게 돈을 받고 별 다섯개짜리 가짜 리뷰를 달아준 업체를 고소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이 워싱턴주 시애틀 킹카운티 고등법원에 트레이 킹이라는 남성과 그의 온라인 사업체인 ‘옥션센티넬(AuctionSentinel.com)'을 고소했다.     업체는 소장에서 이 업체가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소매업자들에게 ‘가짜로 검증된 피드백’을 판매하고, ‘판매자의 평판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리뷰’를 게시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부정한 판매자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아마존의 브랜드를 더럽히고 고객의 적극적으로 기만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소송은 아마존이 제품 리뷰를 조작하는 ‘가짜 리뷰 브로커’에 대응해 제기한 첫 번째 소송이다.   아마존은 킹과 옥션센티넬이 향후 리뷰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앞서 판매한 리뷰와 그로부터 벌어들인 수익도 파악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옥션센티넬이 9일 오전까지 판매하고 있던 서비스 목록에는 아마존 계정에서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고 별점 5점을 주는 ‘아마존 피드백’ 패키지가 있었다.   서비스는 1개의 온라인 매장에 10개의 리뷰를 제공하는 300달러짜리 ‘기본 패키지’부터 6개의 매장에 100개의 리뷰를 올려주는 800달러짜리 ‘엔터프라이즈’ 패키지까지 다양했다. 킹은 회사 홈페이지 프로필에서 자신이 이베이와 아마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21년 경력의 이커머스 비즈니스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는 당신이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권위자처럼 현란하거나 특별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당신처럼 평범하지만, 우연히 이커머스 분야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적었지만, 아마존이 소송을 제기한 후 이 내용을 삭제했다.   킹과 그의 회사는 소송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아마존은 자사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기·위조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위조품을 판매한 혐의로 개인 170명과 기업들을 고소했고,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600건 이상을 고소하거나 수사 의뢰했다.  지난달 공개된 소송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사기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9억 달러를 지출하고 관련 인력 1만2000여명을 고용했다.아마존 내면 가짜 리뷰 제품 리뷰 향후 리뷰

2022-08-1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