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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라!

엊그제 80 언덕에 올랐다고 자랑, 광고했었습니다. 그 후에도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몇 바퀴나 돌아보았습니다. 다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는 나의 나머지 길이지만 제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어쩌자는 것인지요? 저 희미한 내 앞길인즉 이왕이면 더 힘차게 재미있게 또는 보람차게 가야 한다고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차 자리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감정만은 변함이 없는데 무슨 변덕이냐? 예? 열심히 살려고 애는 쓰고 있노라 대답은 했습니다.  
 
실은 제 몸이 돌연 여기저기를 쿡쿡 찌릅니다. 조금은 이미 고장 나 있던 팔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지금은 내가 몸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지 아니면 결심하고 벌려놓은 일들에 항복을 해야 하는지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며 팔과 조용히 상의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이기주의가 되라는 가르침이 그럴듯해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무엇인가 서투름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림은 조용히 앉아 골똘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합창!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노인들 합창단에 제 목소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 자리에 고해 보겠습니다. 이 나이에 전공 공부를 다시 계속해볼까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자신을 잃게 했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라네요! 노래는 합창으로 낙찰이 됐습니다. 기다리던 다음 차례가 꽃놀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지어 놓았던 ‘생활 꽃꽂이!’ 저에게는 내 주위에 무엇이든 싹트고 뿌리가 내려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랑스럽고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꽃 몇 송이를 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꽃꽂이, 즉 자연을 방에서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목소리를 꽃과 맞바꿈 했습니다. ‘이케바나’, 일본어로 Fresh Flower가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제 쫀심으로 ‘동양 꽃꽂이’라 이름을 바꾸고 수업은 ‘생활 꽃꽂이’(Life in Flower)라 지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재료 장만에 가르침까지 하려니 힘 부족이 팔에 고장을 불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80이란 숫자가 돌연 제 머리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우선 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따라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봉사를 좋아하는 혹은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지? 아! 예!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습니다. 새삼 내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에 친지들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쉽사리 잊힙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짧아지니 지나간 것은 곧 잊어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안 잊으려 해도 잊힙니다. 대신 차곡차곡 싸인 밑바닥의 잔재 추억거리들이 무게 압력에 숨이 막힌다고 헤집고 올라와 옛 놀이를 하자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적응을 무시하고 꿈꾸던 꽃놀이가 저의 큰 기쁨으로 찾아와 줌에 또 감사했습니다. 힘은 들지만 노인 학생들의 즐거움이 보람과 힘이 됩니다. 저의 팔도 곧 훈련되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날까지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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