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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미국에서 2월은 Black History Month이다. 학교와 커뮤니티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와 추도식이 열린다. 이때 꼭 거론되는 인물이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박사다. 그의 아버지 킹 시니어는 애틀랜타에서 크게 번창하던 교회의 목사였고 철저한 흑인 중산층 지역에서 비교적 잘 사는 편이었다. 아버지는 규율을 강조했고 세 아이에게 확고한 행동 범위를 정해주었다. 마틴은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했지만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신념은 강하면서도 단순한 근본주의자로 성경을 문언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마틴은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에 독서광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의학, 사회학, 법학 등을 차례로 공부하고 칼 막스를 탐독했으며 마하트마 간디의 삶에 매료되었다.  
 
공부를 마친 후 마틴은 그동안 비교적 잘 보호받으며 살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악질적인 인종차별이 극심한 지역의 목사로 부임을 초청받는다. 그는 깊은 갈등에 빠진다. 아내와 아버지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의 설교에는 무시무시한 열정이 담겨있었고 그가 읽은 수많은 책에서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신도들의 일상생활에 접목했다. 그의 설교 핵심 테마는 ‘사랑의 힘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랑의 힘은 아직 세상에 너무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흑인들과 백인 압제자들에게도 사랑의 힘을 사용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설파했다.  
 
하지만 그는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던 중 가장 위험한 순간이 오면 자신이 하는 일에 의심과 공포로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 “네가 할 일은 너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정의를 위해 하는 일이다”를 들었다.  
 
그는 수많은 명연설을 남겼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음을 자명한 진리로 삼는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사람이 그의 피부색으로 판단되지 않고 인품에 의해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되려면 이 꿈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힘과 사랑은 양극단에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서로를 채워줍니다. 사랑이 없는 힘은 무모하고 힘이 없는 사랑은 감상적입니다. 비폭력이라는 수단을 절대로 버리지 않겠지만 이 비폭력은 새로운 차원으로 성숙해야 합니다.”  
 


킹 박사는 39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의 삶은 극적이었다. 그가 여러 지위를 감당하면서 그 지위에 수반되는 긴장감은 커져만 갔고 끝없는 장애물과 내부 갈등에 좌절하며 내면의 위기는 점점 커져만 갔다. 확신을 잃고 두려워 떨 때마다 그는 내면세계로 침잠해서 마음의 고요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모두 사람들한테 일관성이 있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수많은 기분에 좌우되고 주어진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얼굴을 갖고 산다. 그렇게 늘 표류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인간의 근원적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누구나 각자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자기성찰과 노력, 연습이 필요하다. 그 목소리를 따라가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생긴다. 세상은 아직도 숭고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들이 훨씬 많다. 지금의 선택이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진다. 자신의 소명을 찾고 개성과 독창성을 최대한 개발하여 세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 세상에 단 하난 뿐인 당신이 되어보자. 이것만이 우리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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