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내면의 평화와 행복
법정 스님이 1998년 2월 24일 명동성당 강론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을 묵상할 때면, 오래전에 읽었던 존 스타인벡의 ‘진주’를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은 스타인벡이 바하 캘리포니아의 라파즈에서 전해 들은 진주 잡이 어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한 폭의 그림같이 묘사한 훌륭한 작품이다.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물질적 부와 소유에 대한 집착이 결국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파즈 항구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원주민 청년 키노가 그의 아내 주애너와 갓난아기 코요티토를 데리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기가 전갈의 독침에 쏘이게 된다. 키노는 읍내의 백인 의사를 찾아갔으나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모욕을 당한다. 그날 키노는 아기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진주를 채취하러 갔다가 은백색 광채를 내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진주를 발견하게 된다.
소문이 퍼지자 신부가 찾아와 교회에 헌금하기를 권하고, 의사와 온 마을 사람들이 그 진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날 밤 도둑이 들어 칼부림이 일어나자 아내 주애너는 진주를 버리자고 주장한다. 다음 날 키노는 진주를 팔러 읍내 진주상인에게 갔으나 상인들이 서로 짜고서 헐값을 부르는 바람에 분개하여 수도로 가지고 가서 팔겠다고 말한다. 그날 밤 도둑의 습격을 받고 키노가 상처를 입자 주애너는 몰래 진주를 바다로 가지고 가서 던지려다가 키노에게 들켜 매를 맞는다.
그 후 다른 도둑과의 싸움에서 결국 살인을 하게 된 키노는 어둠을 틈타 가족을 데리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추적자 세 명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키노는 밤에 추적자들에게 덤벼들어 칼로 찌르고 총을 빼앗아 그들을 살해한다. 그러나 잠시 후 키노는 아기가 추적자가 쏜 총에 맞아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후 키노와 주애너는 라파즈로 돌아와 그 진주를 바닷속에 던져버린다.
이 소설은 물질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삶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엔 가장 귀한 생명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래서 우리는 물질을 지혜롭게 다스리기 위해 항상 영혼의 맑음과 밝음을 유지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나 피로는 영혼의 맑음을 흐리게 할 수 있다.
키노와 그의 아내 주애너가 세상에서 가장 큰 진주를 바닷속에 던졌듯이 우리도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물질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고 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꽃을 버리지 못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고, 강을 버리지 못하면 바다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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