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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아저씨의 칠순 잔치

동갑내기 아저씨의 칠순 잔치에 다녀왔다. 칠순 나이를 어떻게 계산하는가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데, 환갑은 만 나이 60세에 하는 것이고, 칠순이나 팔순은 한국식 나이 70과 80이라고 한다.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며 칠순을 만 나이로 따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내가 기억하는 큰 잔치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환갑잔치다. 외할아버지 때는 이틀 전부터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해 크게 상을 차려 잔을 올렸다. 자식들이 잔을 올릴 때 중년의 여인이 곁에서 소리를 했고, 하루 종일 손님들이 오갔다.   어머니의 환갑잔치는 타운의 중식당에서 했는데, 꽤 많은 손님이 왔었다. 그때도 상을 차려 잔을 올렸는데, 할아버지 때와는 달리 상에 오른 한과가 장식용이었다. 나와 형제들이 어머님 은혜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드렸고, 노래방 기계를 틀어 몇몇 하객이 노래를 불렀다.   아저씨는 칠순 잔치를 하겠다고 진작부터 공언했었다. 칠십 평생 살아오며 자신에게 이런저런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과 함께 45년 이민의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잔치다.   파티 장소에 가니 곱게 차려입은 아저씨와 숙모, 아들과 딸 가족이 우리를 반긴다. 친인척, 동창, 교우, 자녀의 친구 등 100여 명의 하객이 모였는데, 멀리 버지니아와 한국에서 온 손님들도 있었다.   아저씨는 45년 전 미국에 와, 불법체류자로 힘든 시절을 보내며 자수성가한 아메리칸드림의 산 증인이다. 굳이 촌수를 따지자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6촌 동생, 내게는 7촌 당숙이다. 하지만 친척이 귀한 실향민들이라 우리에게는 가까운 친척이다.   나이는 동갑이지만 내게는 형과 같은 존재다. 아저씨의 등에 업혀 난생처음 동대문 야구장에 가서 고교야구를 보았다. 낙산 해수욕장에 가서 바다를 본 것도 그의 덕이다. 그의 등에 업혀 바다에 들어갔고, 모래사장에 앉아 별을 보며 그가 치는 기타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2년 전에 칠순이 지났다는 선배들이 나와 오중창을 부르고, 손자 손녀들이 준비한 영상인사가 돌아가고, 한국에서 온 손님의 노래와 클라리넷 연주, 그리고 이어진 노래방으로 분위기는 고조됐다. 참석한 하객들이 잘 먹고 즐겁게 놀아주기를 바라던 아저씨의 배려 덕에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돈과 명예는 살기 위한 수단일 뿐, 삶이란 결국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우리가 그들과 엮이며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한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 지나온 삶을 추억하고 감사를 나누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티의 즐거운 여흥보다 더 좋았던 것은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들, 서로를 잘 모르던 2, 3세대들이 서로 친해지는 모습이었다. 잔치를 준비한 아저씨가 바란 것이 바로 이런 점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의 후손들이 서로를 알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   그동안 칠순이나 팔순 잔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세월 지나 먹은 나이 뭐 대단하다고 잔치까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잔치를 보며 다소 생각이 바뀌었다. 심적, 재정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이런 잔치도 할만하다.   아저씨, 멋진 잔치였습니다. 10년 후 팔순 잔치가 기대됩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식구들이 모이겠지요?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아저씨 칠순 칠순 잔치 칠순 나이 동갑내기 아저씨

2025-01-13

[열린광장] 내 나이 구순, 새해의 결의

며칠 전 일이다. 마켓에서 식료품을 사서 차에 실었다. 후진용 스크린이 없는 차여서 앞, 뒤, 옆을 확인하며 후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내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한인 운전사가, 이 영감이 왜 이렇게 차를 빼지 못하고 있는가,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후진 스크린이 그만큼 중요하다.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스크린을 달아 줄 수 있느냐 문의했다. “그 차는 너무 늙어서 스크린을 달 수 없다”고 한다.     아내가 운전하던 2011년형, 13년이 된 주행 9만 마일, 고물차지만 새 차나 다름없이 말을 잘 들었다. 작년에 아내는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그 차를 팔거나 버리기도 아까워서 골동품처럼 모시고 있다. 매주 한 번 마켓에 가서 바람을 쐬고 온다. 그러나 후진 스크린이 없는 차를 운전하는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안전 관리 분야에서 일한 나는 알고 있다. 후진 스크린이 없던 시대에 사고의 약 80퍼센트는 후진 사고였다.   스크린이 있어도 후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후진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코스트코 같은 복잡한 주차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빨리빨리 성질이 급한 사람을 제외하고 느리게 후진한다고 나무라는 사람이나 티켓을 발부하는 경찰이 없을 것이다.   우리 시니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운전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아는 시니어 가운데 운전대를 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운전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큰 몫을 한다. 운전을 못하는 나의 삶을 상상해 본다. 병원, 약국, 시장, 교회에 가는 차편을 남에게 의지해야한다. 운전을 못하면 날개 부러진 새가 된다.   나이는 숫자뿐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체력과 인지능력 저하로 운전하는데 영향을 받는다. 만일 내가 운전하다가 교통사고에 개입되는 경우, 경찰은 내가 90세를 넘긴 것을 알게 되면     운전면허를 빼앗길 수도 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운전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 인지능력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부터 하루에 한 시간의 두뇌 운동으로 인지능력을 키우고 한 시간의 체력 운동으로 몸을 유연하게 유지할 것을 결심했다. 구순을 넘긴 나는 중앙일보와 LA타임스를 구독하고 독서와 글을 쓰고 있다.  신문 구독료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투자다.     가장 하기 힘든 것은 운동이다. LA 피트니스는 매달 회비를 빼가지만 게을러서 나가지 않고 있다. 운동은 지루하다. 나는 게으른 사람의 운동(lazy person’s exercise)를 시작했다. 군대 행진곡 녹음을 틀어놓고, 발목에 각각 5파운드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양손에 5파운드 아령을 들고, 저녁 ABC 뉴스를 들으며 45분간 에어로빅스 율동을 한다.     아내가 나를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올해부터 이 광대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추겠다. 음악과 뉴스는 씁쓸한 운동의 당의정(糖衣錠·쓴 알약의 겉을 달콤한 것으로 감싼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나이 새해 후진용 스크린 후진 스크린 한인 운전사

2025-01-06

[문예마당] 태어난 날에

몇 년쯤 되었다. 매년 12월이 되면, 나와 남편에게 자그마한 꽃다발이 배송되곤 한다. 짧은 노트와 함께… ‘사랑, 삶, 그리고 세상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엄마(umma), 아빠(appa)’. 어제도 예년처럼 꽃다발을 받았다.   둘째 딸은 제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 매년, 자기 생일에 꽃을 보내온다. 제가 태어난 날을 기념일이라 여기고, 부모인 우리가 제 출생의 일부라고 여기는 것 같다. 딸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의예과 시절에 생명이 창조되는 도중에 멈추어져서 실험실에 도달한 생명 없는 생명들을 보았고 그들을 갖고 실험했다.     각각 다른 창조 시기에 있던 그들은 의과대학생들이 현미경을 이용해서 공부하도록 굳혀진 후, 마이크론 두께로 잘리고, 염색 과정을 거쳐 슬라이드에 부착된 상태이었고, 어떤 경우에는 포르말린 병에 갇혀 둥둥 떠 있었다. 창조되었던 생명이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과학도들에게 묵묵히 제 몸을 내어놓고 있었다. 종교적 차원과 철학적 견해를 떠나, 과학을 하는 사람이 ‘생명 옹호’ 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보호받은 애초의 생명은 엄마의 자궁 안에서 약 280일 동안 자라고 때가 되면, 엄마의 몸에서 분리되어 세상에 나와야 한다. 그때 빛을 보고, 공기를 들여 마시는 순간이 있던 날을 우리는 생일로 기념한다.     말 그대로 생일이지, 생년월일은 아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생일’, 즉 ‘만들어진 날’이란 처음 창조되어 엄마의 자궁 안에 정착한 때를 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보까지 알 수 없는 우리네 형편이다. 그래도 법적으로 나이 계산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 생기기 전에 한국인들이 쓰던 나이 계산법, 즉 태어날 때 한 살인 것은 꽤 과학적이다.   생일(birthday)과 출생일(birthdate)은 한 사람의 출생에 관련된 날을 표시하는 두 종류의 방법이다. 생일은 태어난 연도, 시간과 상관없이 날짜만을 뜻하고, 양력이나 음력을 따르는 나라, 고장, 가정이 있다. 출생일은 태어난 해, 달 그리고 날을 함께 명시하는 경우이다. 한국에서는 출생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대신 생년월일이라고 표한다. 생일은 사람뿐 아니라, 회사, 학교 같은 기관도 창립일로 기념하고 축하한다.   출생일 또는 생일은 개인이 갖고 있어야 할 필수적인 정보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한다. 우리들의 권리나 의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성장 중인 아이는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고 결정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아이를 보호하는 보호자가 담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성인이 되면,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으면 내 맘대로 퇴학해도 된다. 의무교육이 적용되지 않는 나이이다. 또 성교나 결혼할 때,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술, 담배, 로토 살 권리가 있다. 투표권과 공직에 출마할 권리도 있고, 운전면허도 받을 수 있다.   책임이 주어지는 법적 의무는 어른이 되면 그 효력을 발생한다. 그 예가 한국에 있는 병역의 의무이다. 의무를 회피하고 이탈하게 되면, 범죄자가 되므로 구속되고, 벌금형을 받거나, 영창 생활을 하는 일도 있다. 미국은 병역의 의무 즉 징병제가 1973년에 폐지되어, 군대 지원을 원하면 나이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른은 몇 살부터인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는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르다. 12살에서 21세 사이에 성인으로 입성한다.   미국의 경우는 주(州)마다 다르다. 보통은 18세부터 성인으로 취급하지만, 앨러배마, 콜로라도, 메릴랜드, 네브래스카주는 19세부터 성인이고, 워싱턴 DC, 인디애나, 뉴욕은 21세부터 성인으로 취급한다니, 놀랍다.   어떻든, 생일이 관련된 문화 행사도 꽤 있다. 예수의 생일로 서방 국가들이 정한 12월25일,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가 축하한다. 한국은 만 한 살 될 때 ‘돌’ 잔치, 60살 때 환갑을 축하하고,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곳은 딸이 16세가 될 때 ‘스위트 열여섯 살’ 파티를 하여 준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15세에, 필리핀의 경우는 딸은 18세 때, 아들은 21살 때, ‘데뷔’ 파티를 연다. 유태인은 12살 때 여아(女兒) 바트 미츠바, 13살 때 남아(男兒) 바 미츠바 성인식을 결혼식 버금가게 종교와 민족 의례를 합쳐서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른다.   제 생일날, 꽃다발을 보내 준 딸은 남편과 내가 뉴욕주립대학 시러큐스 캠퍼스에서 혹독한(!) 수련 의사 과정을 거치고 있던 때, 편안하고 즐거운 태교(胎敎)를 받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나와 함께 받으면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최 북쪽, 중강진과 같은 위도에 있는 시러큐스는 강추위에, 스노 벨트 중심지에 있어서 흐린 날이 많고, 눈도 많이 내렸다. 그 애가 태어나던 새벽에도 함박눈이 내렸다.   밤새 함박눈이 사뿐히 내려와서 세상의 더러움이나 어려움을 모두 덮어 주던 그날, 막 모습을 드러내며 밝아오던 여명에 세상은 창백하게 눈부시었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기를 환영해 주었던 함박눈에 덮이어 티 없이 완벽했던 세상이 그렇지 못한 세상과 함께함을 배웠다. 사회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가는 초.중.고교 학생들을 학생 실습에서 보기도 했다.     만화소설 ‘파우어 온!’은 그래서 탄생했다. 그래도 그 애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처음 보았던 그날을 기념하면서, 제 부모에게 꽃다발을 보내 주었다. 모니카 류 / 수필가문예마당 수필 나이 계산법 생일날 꽃다발 생일로 서방

2024-12-26

쉿! 피부 나이 10살 어려지는 '코어 안티에이징'

요즘처럼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면 피부는 촉촉함을 잃고 푸석거리게 된다. 피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겨울에는 피부를 위한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좋다는 안티에이징 제품들을 써봐도 영 만족하지 못했다면? '차바이오 뷰티'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줄기세포배양액 코스메틱, '에버셀(evercell)'에 주목해 보자.     차바이오 에버셀 라인은 집에서도 에스테틱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한 신개념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솔루션이다. 단순한 스킨케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던 피부 속 탄력과 수분 고민을 빠르게 개선해 주는 차바이오의 기술력과 에스테틱 노하우를 더해 피부가 속부터 차오르고 채워지고 당겨지는 코어(Core) 안티에이징 효과를 선사한다.     대표 제품인 '셀 바이탈 스킨케어 프로그램'은 피부 줄기세포 배양액과 피부코어 단백질이 느슨해지기 쉬운 피부 장벽층과 탄력층을 타이트하게 연결해 진정한 코어 안티에이징 효과를 가져온다. 스킨 워터를 닮아 피부 컨디션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셀 컨디셔닝 에센스', 풍부한 보습과 영양으로 피부 보습 균형을 찾아주는 '셀 밸런싱 에멀젼', 그리고 피부 힘을 회복하여 탄탄한 초밀도 피부로 가꿔주는 '셀 리뉴얼 크림' 등 총 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4주 만에 동안 피부를 완성해 주는 '셀 바이탈 프로그램'도 인기다. 피부 치밀도, 눈가 주름, 피부 보습, 피부 탄력, 리프팅, 윤기, 톤 등을 한 번에 잡아주는 그야말로 종합 안티에이징 프로그램! 니도겐과 피부 줄기 세포 배양액을 동결 건조한 셀차저가 28개(4주분), 피부 브라이트닝 세럼인 셀 일루미네이터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세안 후 컨디셔닝 에센스로 피부결을 정돈한 후 셀 차저와 셀 일루미네이터를 잘 섞은 후 얼굴에 발라주기만 하면 피부가 탄탄하게 빛나는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극강의 홈 에스테틱 효과를 선사하는 차바이오 에버셀 라인은 땡스기빙을 맞아 중앙일보 '핫딜'에서 무려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셀 바이탈 스킨케어 프로그램은 102.50달러, 셀 바이탈 프로그램은 112.50달러 특가에 절찬리 판매되고 있다.     ▶문의: (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안티에이징 피부 코어 안티에이징 피부 나이

2024-11-13

[문장으로 읽는 책]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신체를 전체적으로 감싸는 날씨는 부분적으로 우리의 기쁨과 번민을 좌우한다. 빛은 우리를 경쾌한 기운으로 채우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개인적 징벌처럼 우리를 짓누른다. 해는 매일 아침 선물을 한아름 안고 떠오른다.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찍으면 세상에 첫걸음을 떼는 기분이 든다. 눈을 감고 잠들면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새벽이 눈부신 빛으로 솟아오르려면 어둠이 필요하다. 힘든 날들은 지나간다. 우리는 1년에 365번이나 그런 날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파스칼 브뤼크네크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까놓고 보면 사기다. 과학기술이 늘려준 것은 수명이 아니라 노년이다.” 이 명제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삶을 20년이나 더 살라니!” 푸념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를 말한다. 가령 인용문처럼 “매일 아침 새 삶을 시작한다는, 말은 안 되지만 꼭 필요한 환상”이 필요하다. “모든 것에서 찬란함을 재발견”하는 기술, 일상적 루틴(습관)도 강조한다. “정신적 나이, 감성적 나이는 생물학적 나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노화를 늦출 방법은 욕망의 역동성 안에 머무는 것뿐”이라는 작가는 “노년은 재건의 대상이다. 엎드려라, 포기하라, 라는 강요를 거부해야 한다”고 썼다.   “50세, 60세, 70세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20세, 30세, 40세 때와 똑같다. 삶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에게 달고 저주를 퍼붓는 자에게 매섭게 군다. 어느 나이에나 삶은 열의와 피로의 싸움이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오지 생물학적 나이 정신적 나이 개인적 징벌

2024-11-06

나이야 가라!…93세 켄 박씨의 강 스매싱

지난 2일 풀러턴 탁구 아카데미. 올해 93세인 켄 박(풀러턴)씨가 애런 김(89)씨와 탁구를 하고 있다. 박씨는 간결한 동작으로 랠리를 이어가다 기회를 잡으면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강한 스매싱으로 승부를 냈다. 언뜻 봐도 구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박씨는 “탁구는 내 건강 비결”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씨는 80세가 되던 해 처음 탁구에 입문했다. 이후 남가주 사랑의교회, 풀러턴 커뮤니티 센터에서 주 3~4차례 탁구를 즐긴 지 13년이 흘렀다. 지난 1일부터는 풀러턴 탁구 아카데미에서 라켓과 탁구공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박씨는 “탁구를 하면 좋은 게 젊은 사람들과 만나 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다는 거다. 또래 친구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그냥 집에 있으면 어울릴 사람이 없어 삶이 무료했을 거다. 탁구 덕분에 젊은 친구가 수십 명 생겼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 탁구라며 각자의 건강 상태에 적합한 방식으로 즐길 것을 권유했다. 이어 “난 전반적으로 건강하다. 심하진 않지만, 퇴행성 관절염 증세가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정맥 증세로 인공 심장박동기를 달았다. 관리하며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쉬는 시간을 합쳐 하루에 1시간 좀 넘게 탁구를 하는데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중, 고교 시절 달리기, 높이뛰기, 테니스, 배구를 섭렵했다. 나이가 들어선 골프도 쳤다. 박씨는 “순발력과 운동 신경 덕분에 80대와 탁구를 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 출신이며, 소령으로 예편했다. 1980년 미국에 와 소매 할인 매장을 운영하다 20여 년 전 은퇴했다. 박씨는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탁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상환 기자스매싱 나이 탁구 아카데미 탁구 덕분 4차례 탁구

2024-10-03

[잠망경] 익숙하다니

익숙하다는 말이 한자어인 줄 알았다. 아니다. ‘익熟’은 순수 우리말과 한자의 혼성어다. (熟: 익을 숙)   ‘익다’는 열매, 씨가 여물거나, 고기, 채소, 곡식 따위의 날 것이 뜨거운 열을 받아 그 성질과 맛이 달라지거나, 김치, 술, 장 따위가 맛이 든다는 뜻이라 사전은 풀이한다. ‘익숙’은 해변가, 처갓집처럼 같은 뜻을 두 번씩이나 반복하는 낱말이다.   ‘익다’에는 ‘자주 경험하여 서투르지 않다’, ‘여러 번 겪어 설지 않다’는 뜻이 있다.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를 ‘설익다’라 하고 낯설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낯이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 ‘설다’도 순수 우리말로서 ‘익다’의 반대말. ‘설날’은 새로운 해의 첫날이 낯설은 날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위키백과는 해명한다. 설날은 설익은 날. 해묵은 날이 아닌 새날이다.   성숙과 숙성은 전혀 다른 말이다. 성숙은 ‘생물의 발육이 완전히 이루어짐, 몸과 마음이 자라서 어른스럽게 됨’. 숙성은 ‘충분히 이루어짐, 효소나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발효된 것이 잘 익음’.   성숙한 여자 몸이라면 맞고 숙성한 여자 몸은 틀리다. 여자 몸과 발효된 김치는 생판 다른 차원이지. 성숙은 현재진행형 뉘앙스를 풍기지만 숙성, 하면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라는 냄새를 풍긴다. 갓김치가 신김치로 변할 때 일어나는 감각적 변동이나 다름없다.   미 영화 등급분류에 나오는 ‘Rated-R’은 우리의 ‘청소년관람불가’에 해당한다. ‘Mature Audience only’라는 용어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성숙한 관람객) 청소년보호법에 따라서 19세 이하는 영화관람을 하지 말라는, 소위 19禁이다.   19살 미만은 성인이 아니라는 사연이다. 성인물(成人物, 포르노 영화)은 공로훈장이 아니라 부끄러운 비밀인 것을.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주야장천 미성년(未成年)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사람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7년에 걸쳐 방영됐던 ‘Growing Pains’이라는 미TV 시트콤이 떠오른다. 정신과 의사가 중심이 되어 그의 네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픔과 갈등을 다룬 드라마 시리즈다. 끝 시즌쯤 당시 16살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떠돌이 소년으로 등장하여 그들 가정에 머무는 대목이 나온다.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자식뿐만 아니라 신원이 불확실한 불량배마저 품어주며 힘든 성숙의 계단을 밟아가는 영혼들을 알아주고 거들어주는 테마가 인상적이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의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 1876)’을 생각한다. 톰 소여는 미국적 모험정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엄격한 집안 규율이 싫어서 해적이 되기를 꿈꾸며 친구 허클베리 핀과 잭슨 섬으로 가출하는 12살 나이 미성년자 톰 소여.   해적이 되는 꿈을 접은 채 귀가하는 도중 그들이 익사한 줄로 알고 동네 사람들이 치르는 자신들의 장례식을 훔쳐보는 톰과 허클베리. 말썽꾸러기 자신들을 품위 있고 매력 있는 사람으로 목사가 칭송하는 장면에서 그들은 가슴 뻐근한 감명을 받는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어떤 성인(成人)도 자신과 미성년자들을 위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성인은 다만 허울 좋은 호칭일 뿐. 미완성 상태가 개선의 여지를 촉구하는 동력이 되는 사실을 나는 굳게 믿는다. 기성체제에 맞서는 미숙함에서 많은 깨달음을 스스로 터득하는 톰 소여의 모험심을 닮고 싶은 소망이 불쑥 솟는다. 당신은 어떤가.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성인물 포르노 나이 미성년자 성숙과 숙성

2024-09-17

나이는 숫자일 뿐, 할 일-못할 일 정하지 마라

60세 이상의 여성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참견하는 시선들이 많다. 정확히 누가 이러한 규칙을 만들었으며, 왜 이런 규칙이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지 알 수 없다. 21세기 60세 이상의 여성들의 일상에서 무시해도 좋을 몇 가지를 생각해 봤다.     머리색깔과 길이   ▶무시해라=흔히 "머리가 흰색으로 변하면 실제 나이보다 10살 더 들어 보인다" "회색으로 바꾸지 않으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다" "머리색을 바꾸면 더 젊어보일 것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어른처럼 보이려면 머리를 잘라야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생각해봐라=어떻게든 헤어스타일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을까. 검은 머리를 하얗게 바꿔 허리까지 자라게 한 시니어 여성이 있다. 이제 그녀는 천상의 모습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그녀를 만나면 '천상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런 다음 머리 염색을 중단하고 싶어하는 모든 여성을 응원하면서 염색한 회색이 그녀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10대 시절과 같은 자연스러운 머리를 갖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가수 셰어(Cher)다.     길고 아름다운 백발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누가 뭐라고 할 나이가 아니다. 머리 전체를 1인치 정도 자르고 싶거나 핑크색, 파란색, 검정색으로 염색하고 싶다면 해볼 만하다. 101세에 타계한 어떤 시니어 여성은 밝은 오렌지색 벌집 무늬를 즐겼고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요란한 비단 무늬로 옷을 입었다. 자신이 그토록 기쁨을 얻고 있는데 누가 말릴 수 있나. 기분이 좋아지게 행동할 만하다. 60세가 넘은 시니어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체육활동   ▶무시해라=흔히 "근육에 무리를 주거나 뼈를 부러뜨리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알아봐라=실제로는 나이에 상관없이 근육과 힘을 키울 수 있다. 쇠약은 불가피하지 않다. 80대, 심지어 90대 여성도 마라톤을 하거나 보디 빌더가 되고 있다. 균형 상실이나 낙상과 같이 나이든 여성이 걱정하는 것은 실제로 나이가 아닌 활동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운동은 기억력을 향상 시키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활동하지 않는 것은 심장과 관절 모두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천천히 시작하자. 하지만 스판덱스 옷을 입은 멋진 젊은이들이 가득한 체육관에 가서 이상한 시니어 여성이 될 수 없다고 우려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시니어가 될 수 있으며 그들이 따라야 할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체육관에 가고 싶지 않으면 체육관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집에서 리바운더와 고정식 자전거를 사용하라. 더 강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몸과 마음 모두에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노화나 장애를 숨겨서 젊어 보이기   ▶무시해라="장애와 허약함은 노화와 같다" "창피한 일이니 숨겨야 한다"는 얘기는 말도 안된다.   ▶들어봐라=어떤 사람이 걷는 능력이 저하되는 심각한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반짝이로 장식된 체리색 스쿠터를 구입하여 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는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멈춰 서서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청력 손상이 노화의 특징이며 조롱할 만한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청력을 잃는다. 물론 리사운드라는 회사가 보청기를 안경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면서 혁명이 시작돼 많은 사람이 청력 잃은 것을 비밀로 할 수 있다.     즐거운 성생활이 가능하다   ▶무시해라="나이가 들면서 성생활이 변한다는 탓에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이제 끝났다. 도대체 누가 70대 여성과 데이트하고 싶어하겠나"라는 자조 섞인 말도 들린다.   ▶당신만 모르고 있다=주변에 수많은 윤활유와 섹스 토이가 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성관계는 단순한 친밀감이 아니다. 그것은 필요한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건강과 행복도 향상 시킨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즐거움을 연장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사람이 70대 여성과 데이트를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주름 너머로 눈부신 사람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여성은 93세에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에 빠졌고, 별세할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친밀함을 유지했다. 사랑은 어떤 나이에도 일어날 수 있다.     옷입기 및 화장에서 할 일과 못할 일   ▶무시해라=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종종 '50세 이상은 절대 입으면 안되는 10가지 의상'에 대한 성가신 광고를 보게 된다. "더 이상 파란색 아이섀도가 없다" "짧은 치마는 안 된다" "촌스러운 롱 스커트는 안된다" "더 가벼운 파운데이션을 바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70년대에 구입한, 마음에 드는 나팔바지를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 사람들은 알아차린다. 기분이 좋아서 웃으면 사람들도 따라 웃게 마련이다.   당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언=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지금 몇 살인 것 같나. 그리고 그 나이의 사람이 되라. 60세 이상의 여성이 해서는 안 되는 유일한 사실을 단순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  장병희 기자나이 숫자 시니어 여성 머리색깔과 길이 핑크색 파란색

2024-05-12

[브랜드 이야기] 나이키가 선글라스도 파는 이유

‘인과응보’는 올바르지 못한 일을 했을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올바른 일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는 브랜드 전략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한 제품의 브랜드가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명성을 얻게 되면 동일 브랜드로 연결성이 있는 다른 제품을 출시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를 ‘브랜드 상보성 (complementarity)’ 전략이라고 정의한다. 피아노가 52개 흰색 건반과 36개 검은색 건반의 조화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듯이 기업도 하나의 제품에 새로운 제품을 엮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더 많은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효과적인 ‘브랜드 상보성’ 전략에는 5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종속적 상보성 전략이다. 하드웨어의 지속 사용이 가능한 보완 제품이나 서비스는 ‘종속적 상보성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 콘솔과 비디오 게임과의 관계는 종속적 상보성이다. 또 버튼 스노보드(Burton snowboards)와 버튼 스노보드 부츠(Burton snowboard boots)의 관계도 종속적 상보성의 예이다. 또한 HP프린터와 HP 잉크 카트리지도 좋은 종속적 상보성의 예이다.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오티스(Otis)와 엘리베이터 수린 전문인 Otis 서비스도 종속적 상보성의 예이다. 많은 경우 기업은 종속적 상보성 제품을 통해 본래 제품 판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된다.   두 번째는 독립적 상보성이다. 이 경우에는 종속적 상보성과 달리 보완적 제품이 종속적이지는 않지만 본래 제품의 소비를 더 편하게, 더 즐겁게 해주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케아(Ikea) 매장에서 그 유명한 미트볼과 다른 몇가지 음식들은 고객들의 가구 구매를 독립적인 입장에서 도와주고 있다. 비슷한 예로 코스트코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할 수 있는 혜택은 고객이 더 편하고 즐겁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네슬레(Nestle) 커피와 네슬레 커피 메이트(coffee mate)도 독립적인 관계지만 후자는 전자를 더 즐겁게 마실 수 있도록 해준다.       세 번째는 상징적 상보성이다. 보르도 와인(Bordeaux Wine)을 마실 때 브로도 와인잔으로 마시는 것이 상징적인 상보성의 예다. 구찌 아웃렛(Gucci outlet)과 구찌 월릿(Gucci wallet)은 상징적 상보성의 관계이다. 두 가지 예에서 보듯이 고급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상보성 제품을 요구한다. 본래의 제품과 종속적인 관계는 없으나 상징적으로 상보성의 의미를 갖는 제품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샤넬 핸드백에 샤넬 구두는 상보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애풀 아이폰과 애플 노트북도 상보성 관계의 의미를 갖고 있다. 고급 브랜드는 아니라도 상징적 상보성의 관계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리바이스 진과 리바이스 벨트,  그리고 리바이스 모자 역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표출하는 상보성의 관계를 갖고 있다.   네 번째는 시차적 상보성이다. 이는 고객들이 본래 제품에서 느끼는 권태 또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욕구를 해결해 주기 위한 것이다. 즉, 대체 제품을 제시해 고객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 본래의 제품과 새로운 제품 두 가지를 번갈아 소비하도록 하는 상보성 관계를 의미한다. 켈로그(Kellogg) 브랜드는 아침 식사용 시리얼을 제공할 뿐 아니라 와플, 그래놀라 바(granola bars) ,팝 타트(pop tarts) 등도 출시했다. 고객들이 아침 식사용으로 시리얼과 대체 제품들을 번갈아 소비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권태감을 해결해 준다. 삼성 스마트폰과 노트북도 시차성 상보성 제품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대체적 상보성이다. 본래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레드불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 수 없는 경우(예를 들어 중요한 회의) 대신 레드불 초콜릿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상보성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위글리 껌을 씹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글리 캔디로 대체할 수 있다. 시간상 풀무원 만두를 조리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풀무원 생라면을 조리하는 것도 대체적 상보성 관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브랜드 상보성 확장 전략은 어느 한 가지만을 선택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보성 확장 전략은 체계적으로, 그리고 시차적으로 다섯 가지 확장 전략 모두를 활용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나이키 브랜드를 예로 들어 보자. 나이키는 운동화가 대표 제품이지만 셔츠, 바지, 양말, 재킷 등 다양한 종속적 상보성 제품들을 나이키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농구화뿐만 이니라 테니스,축구,조깅 등 다양한 종목의 신발들을 판매한다. 이 역시 대체적 상보성 전략 또는 시차적 상보성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나이키 브랜드로 선글라스, 모자, 심장박동측정기 등과 같은 제품도 출시해 독립적 상보성 전략을 통해 고객에게 운동의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이키는 일상복과 각종 액세서리, 여행용 가방 판매를 통해 나이키의 활동적인 생활을 표현하는 상징적 상보성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과응보’의 의미는 브랜드 전략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기업은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 관리를 통해 신뢰와 명성을 쌓아야 한다. 그다음 위의 다섯 가지 상보성 확장 전략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브랜드 매출과 수익 확대, 그리고 시장 장악이 가능하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2023년 11월9일자〉에서 브랜드 성장 전략을 설명한 바 있다. 핵심은 기존 제품의 새로운 시장을 통한 성장을 어떻게 하느냐를 두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기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새로운 고객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며, 두 번째 기준은 기존 제품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소개한 상보성 확장 전략은 이전의 브랜드 성장 전략 중에 상보성 확장 전략에 초점을 맞춰 깊이 있게 살펴본 내용이다.                               박충환 / 전 USC 석좌교수브랜드 이야기 선글라스 나이 종속적 상보성과 브랜드 상보성 종속적 상보성의

2024-05-01

[문주한 세금/회계] 은퇴 계획

사회보장 은퇴연금(social security retirement benefits, 이하 소셜연금). 그 고민은 다들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더 받을까? 어떻게 하면 빨리 받으면서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젊어서는 세금신고 많이 하고, 늙어서는 오래 살면 된다. 소셜연금은 어차피 돈 놓고 돈 먹기. 만기에 적금을 많이 타려면, 오랫동안, 그리고 매달 많이 부어야 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더욱이 소셜연금은 죽을 때까지 계속 받을 수 있으니, 남들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결국 이기는 것이다.   설명이 너무 직관적인가? 그렇다면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가 W-2를 1년에 몇장씩 받나? 한 장씩 받는다. 자영업(schedule c)이나 다른 직장이 있으면 합쳐서, 결국 1년에 1장으로 생각하면 된다. 대학 졸업해서 은퇴할 때가 되면, 40장 정도가 모였을 것이다. 그중에서 낮은 것들은 버리고, 소셜연금은 높은 것 35장만 갖고 계산한다.   이민을 늦게 와서 W-2를 35장 전부 모으지 못한 사람들은 그 빈 연도가 영(no income)으로 계산된다. 그래서 우리같이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불리하다. 몇 개의 W-2를 갖고 있든지 상관없이 나누는 숫자는 35로 같기 때문이다. 물론 돈의 가치가 매년 달라지므로 그것을 적당히 환산해주는 공식도 있다.   어쨌든 그렇게 평생 모은 W-2 35장을 합쳐서 35로 나누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 내가 평생 받은 월급의 1년 평균 연봉이 나온다. 그것을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 평균 월급. 그것이 내가 앞으로 죽을 때까지 매달 받게 될 소셜연금의 기준금액이 된다. 이것을 우리는 AIME(average indexed monthly earnings)라고 부른다.   이 금액을 전부 받는 것은 아니고, 여기서 몇 %가 감액된다. 그것을 만기연령에 받는 PIA(primary insurance amount)라고 부르는데, 고소득자들이 낸 연금의 일부를 떼어서 저소득자들의 연금에 보태주는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셜연금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아이디어지만, 마지막에는 서로 돕고 살자는 사회주의적인 개념이 더해지는 셈이다.   만기은퇴연령(FRA, full retirement age, 수급개시연령)을 기준으로 조기수령(early)과 지연수령(delay) 여부가 결정된다. 1943년부터 1954년생까지는 만기은퇴연령이 66세. 1960년 또는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67세가 만기은퇴연령이다.  이 만기 나이(100% PIA)가 되어야 약속된 연금의 100%를 받을 수 있다. 미리 받으면 대충 30%를 덜 받고, 미뤄서 받으면 대충 30%를 더 받는다. 그렇게 한번 결정된 금액은 기본적으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이제 대충 감을 잡았을 것이다. 각자의 재정 및 건강상태, 나이와 메디케이드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수십 권의 책, 수십 개의 세미나, 그리고 수백 개의 유튜브를 봤어도, 결국 소셜연금 많이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젊어서는 세금신고 많이 하고, 늙어서는 최대한 늦게 받아라.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라. 이것이 소셜연금을 제대로 많이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 세 개다. 이것 말고 더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없다.   문주한 한국 공인 회계사 / 미국 공인 회계사, 세무사   www.cpamoon.com문주한 세금/회계 연금 은퇴 은퇴 계획 사회보장 은퇴 건강상태 나이 소셜연금 사회보장연금

2024-03-01

[이 아침에] 골든 걸스가 있는 한

안 해본 도전은 실패고 망설인 기회는 낭비라고 해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슈워츠 교수처럼 춤을 춰보자 결정했다. 궁리 끝에 YMCA에 있는 카디오 댄스 강좌에 등록했다. 소개란에, 음악에 맞춘 워크아웃이고 칼로리 소모가 큰 운동이라 해서 귀가 솔깃했다.   한때는 모 나이트클럽 출근부에 도장을 찍은 적도 있었기에 춤추는 것이 가볍게 생각됐다. 신명 나는 것도 잠시, 선생과 주위 사람을 따라서 스텝도 밟고 포지션을 잡아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가를 십 년 정도 했지만, 춤추는 근육은 달랐다. TV나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몸동작이 한 두 박자씩 늦는 사람이 이해됐다. 리듬과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마치 막대기 하나가 이리저리 흔들대는 것 같았다. 라인댄스는 겨우 선생님만 바라보며 방향을 잡았다. 그에 비하면 GILTI (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 계산법은 오히려 간단했다.   내 나이에도 몸을 율동적으로 돌리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데,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평균 나이 59.5세, (인순이 (66세), 박미경 (58세), 신효범 (57세), 이은미 (57세)에 데뷔한 걸 그룹이 있다.     골든 걸스. 이 그룹은 안무를 뺀 모든 부분에서 인정받았다. 10대와 20대들의 현란한 안무와 비교해서 내린 판단이리라. 하지만 이들이 이루어내는 춤사위는 나보다 훨씬 낫다.   이게 된다고? 되물으며 가수 경력 합계 159년의 네 디바가 골든 걸스로 황금기를 맞고 있다. 데뷔곡인 ‘원 라스트 타임’으로 이들은 전에 각자 가수로 데뷔하면서도 받지 못했던 생애 단 한 번뿐 이라는 신인상을 받았다. 작년에 있었던 KBS 연예 대상 쇼 버라이어티 부문에서.     그들을 보면 꿈꿔왔던 일에 도전하는 것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신인상을 받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다들 힘내자”고 소감을 말했다. ‘이 나이에’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기대수명을 100세로 설정 후, 나이를 시간으로 표현해 보면, 열 살은 새벽 2시 24분, 스무 살은 오전 4시 48분, 서른은 오전 7시 12분, 마흔은 오전 9시 36분, 쉰은 오후 12시에 해당한다. 골든 걸스는 막 점심 먹은 후다. 아직도 해가 길다.     미장원에서 계속 긴 머리를 유지하고 싶다니까 이젠 이런 스타일은 어울리지 않고 중년의 나이에 맞는 짧은 단발이나 커트 머리를 하라고 권했다. 골든 걸스가 걸 그룹으로 있는 한, 황신혜 언니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한, 머리를 기르련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걸스 나이트클럽 출근부 골든 걸스 평균 나이

2024-02-11

[이 아침에] 열둘 보다 가벼운 하나

가벼워야 한다. 떠나보낸 열둘, 12월의 숫자에 비하면 해가 바뀌며 찾아온 2024년의 시작인 1월은 기필코 가벼워서 내 가슴을 짓누르면 안 된다. 그러기를 숨죽여 기대하며 새해를 열었다. 얼마나 가슴 떨며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내 소망 만으론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까칠한 인간관계의 오프닝(openning) 이다.    인간으로 인간들과 어우러지며 살아야 하는 나날들이, 매끈하게 흐르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생각하는 것, 표현하는 말들의 향연에 자꾸 뾰족하게 날이 선 채로 오고 간다. 함께 어울리는 무리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공식 같은 것에 표적을 맞춘다. 듣고 흘려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으면 많을수록 마음은 곱게 유지될 수 있다.    내가 아닌 다른 개체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에,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느낌이 그럴진대 상대방 역시 그럴 것이다. 내가 원하는 토픽에 내가 원하는 억양으로 내가 마음 따스하게 느낄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며 내가 듣고 싶은 예쁜 말들만 서로 주고받고 싶다. 아니면 얼굴이 금방 일그러진다. 눈매가 매섭게 변한다. 얼굴을 돌린다. 시선을 돌려 지나가는 강아지를 불러대며 인사를 건네본다. 금방 순화되는 감성으로 행복한 톤이 되어 사랑이 묻어나는 고운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엇이 다르기에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고 강아지와의 감정 교류는 쉬운 것일까? 조건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고 예쁘다 말하고 사랑 한 스푼 넉넉히 준다. 그러나 사람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다. 돌아올 메아리가 항상 신경 쓰인다. 신경 안 쓰고 간단하게 듣고 넘기는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때론 날이 선 반응이 즉각 돌아오기도 한다. 말하면서 사는 삶이 새삼 버겁단 생각이 든다.    소위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경어가 빠지면 내 기분은 재빨리 움츠러든다. 어렵사리 반말로 대응하는 이유를 묻는다. 대뜸 나이 얘기를 꺼낸다. 결국엔 민증을 까자는 제안을 받게 되고 결과는 대부분 내가 숫자가 높다. 머쓱해 하며 뭔 나이가 그리 많냐고 투덜댄다. 보이긴 그리 안 보여서 아랜 줄 알았다고 설명까지 이어지면 나름대로 훈훈하게 가까워진다. 하나 가끔은 민증을 까고 위아래가 확실하게 드러났음에도 인정하기를 꺼리는 이도 있다. 믿기지 않는다나. 기분까지 나쁘다고 농담처럼 던진다. 젊게 봐주는데 슬그머니 지나쳐 볼까. 그렇게 마음 굳히면 애초부터 반말한다고 기분 상하지도 말고 모른 척, 몇 살 어린 입장으로 밀고 나가자. 괜스레 숫자에 예민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    새해도 어느새 첫 달을 잃어가고 있다. 매사를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 보자. 반말지거리로 내게 접근하는 어린 것들을 곱게 보자. 그냥저냥 섞이면서 다가올 세상을 보내자. 까마득한 옛날 사회 초년생 때부터 어리게 봐 주는 것, 젊게 대해 주는 것에 감사하며 즐겼더라면 지혜로운 인간관계를 쌓았을 텐데, 새로운 해 가볍게 시작하자.  노기제 / 전 통관사이 아침에 나이 얘기 옛날 사회 감정 교류

2024-01-30

[종교와 트렌드] 교회도 '멀티제너레이션' 준비해야

최근에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MZ, 알파세대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로 인해 직장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고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많은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교회에서도 MZ교인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예전에는 3세대가 한 시대를 살아가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초고령화와 평균수명연장으로 인해서 '멀티제너레이션 (Multi-generation)'이 같이 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출간된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인구충격과 맞바꿀 새로운 부의 공식(원제 The Perennials)'의 저자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기존의 '놀이-공부-일-은퇴'의 '순차적 인생 모형'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퍼레니얼(perennial)'은 원래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단어지만, 저자는 이를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따르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나이와 세대 구분이 없어지는 '퍼레니얼(perennial)' 시대가 오면서 자신의 가치와 속성을 지닌 개인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물리적인 나이보다는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서 규정되어 질 것이다.     퍼레니얼은 나이와 세대에 기반을 둔 기존의 가정을 뒤엎는다는 점에서 생산, 소비, 고용, 투자를 비롯한 경제와 비즈니스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변화가 올 것이라고 한다.   교회에서도 무조건 나이가 많다고 시니어 또는 실버가 아닌 시대이다. 나이 들어도 꿈과 비전, 열정이 있으면 청년이라고 할 수 있고, 젊어도 꿈과 비전이 없으면 노인일 수도 있다. 이제는 교회에서도 물리적 나이만 가지고 시니어 대접만 하는 게 의미가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멀티 제너레이션 노동력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BMW는 다섯 세대에 걸친 팀이 더 빠르게 작업하고 더 적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러한 다세대 팀을 실제 작업 환경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영화 '인턴'에서도 나이든 인턴이 젊은 CEO의 고문역할과 정신적 멘토링을 해주는 장면도 떠오른다. 교회에서도 다양한 나이가 섞인 그룹들이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배울 수 있다.   이제는 알파 세대(2013년 이후 출생), Z세대(1995-2012년생),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뿐만 아니라 X세대(1965-1979년생),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 침묵의 세대(1925-1945년생)까지 공존하는 시대이다.     이제는 최소 6세대 이상이 같이 사는 시대가 됐다. 교회에서도 이제는 3대가 아닌 멀티 제너레이션과 퍼레니얼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멀티제너레이션 교회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 물리적 나이 멀티 제너레이션

2024-01-22

[잠망경] 꼰대

초등학교 때 ‘김대곤’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별명이 ‘꼰대’였다. 놀리기 좋아하는 또래들이 ‘대곤’을 ‘곤대’라 거꾸로 부르다가 꼰대로 바꿔 불렀다.   꼰대가 어른이나 아버지를 뜻하는 것으로 알았던 나는 왜 그 말이 우스웠는지 잘 몰랐다. 마침 또 대곤이는 어딘지 어른스러운 데가 있는 아이였다. 같은 나이 친구를 꼰대라 불러대며 아버지를 연상하는 게 재미있었겠지.   네이버 사전은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라 풀이한다. ‘꼰대스럽다’는 형용사를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든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꼰대들은 훈장 기질이 농후한 노인네들이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믿는 사람들.   꼰대는 젊은이를 얕잡아본다. 때때로 깔보는 태도를 취한다. 연장자들이 연소자들을 대할 때 매양 그런 편이다. 당신은 이것을 강자가 약자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보호본능이라는 해석을 내리겠지. 그 대가로 강자는 약자의 존경을 받고 싶다. 어르신네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나이 어린놈이 건방지게 굴면 좋지 않다고 꼰대는 믿는다. 굳게, 또는 고집불통으로.   아니다. 꼰대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애당초 젊은것들이 노인네들을 업신여기고 걸핏하면 핀잔을 주며 구박하지 않았던가. 자기들의 진로를 꼰대들이 방해한다며 투덜대지 않았던가. 선배가 후배 출셋길을 막는다면서! 하루빨리 은퇴하여 더는 내 앞에서 거치적거리지 말고 어디 다른 데 가서 후배양성이나 했으면 참 좋을 텐데, 하지 않았던가.   이런 묵시적 압박에 대항하려고 늙은이는 꼰대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젊었을 때는…” 하고 자신의 젊음을 회상하며 젊은이를 대적하는 것이다. 처절한 속마음으로. 당신은 구조조정이라는 행정방침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기 은퇴를 한 중장년층 늙은이들의 사연도 숱하게 듣지 않았던가.   2019년 7월 21일자 영국 공영방송 BBC 웹사이트에 게재됐던 ‘Kkondae’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는다. 꼰대 이야기다. 기자 이름이 ‘SooZee Kim’. 아무래도 한인 2세 같다. 이런 구절에 공감이 간다. “In Korean, Kkondae loosely translates as ‘condescending older person’…” - “한국어로 꼰대는 대략 ‘거들먹거리는 연장자’로 해석된다…”   어머니 태생이 경상도라서 어릴 적에 경상도 토박이말을 자주 들었다. 갓난아기 내 조카를 귀여워하시면서 어머니는 “아이구, 우리 꼰데기!”라는 간투사를 쓰셨다. 내 귀에 꼰데기는 최상의 애칭이었다. 얼마 전 ‘꼰데기’가 ‘번데기’의 영남 방언임을 알았다. 그리고 ‘꼰대’는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늙은이라는 뜻에서 꼰데기라고 불리다가 꼰대가 됐다는 설도 인터넷에서 읽었다.   하나 더 있다. 일제강점기에 프랑스어로 백작을 칭하는 콩테(Comte)의 일본식 발음이 ‘콘테’였고, 이완용 같은 친일파들이 백작 등 작위를 받고 으스대며 자신을 콘테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꼰대의 어원으로 나는 ‘콩테’설보다 ‘꼰데기’설을 신봉할까 하는데. 노인네들은 번데기 같은 주름이 자글자글 생기면서 그들의 몸 또한 꼰데기처럼 작아진다. 심리적으로도 아이가 된다.   사실 노인네들이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며 잘난 척 충고하고 잔소리하는 데는 좀 귀여운 구석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 별명이 꼰대였던 대곤이처럼. 천도복숭아만큼 포동포동하던, 어머니가 그토록 귀여워하시던, 그때 그 시절 내 조카, 꼰데기처럼.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중장년층 늙은이들 은어로 늙은이 나이 친구

2024-01-10

[잠망경] 꼰대

초등학교 때 ‘김대곤’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별명이 ‘꼰대’였다. 놀리기 좋아하는 또래들이 ‘대곤’을 ‘곤대’라 거꾸로 부르다가 꼰대로 바꿔 불렀던 것이다.   꼰대가 어른이나 아버지를 뜻하는 것으로 알았던 나는 왜 그 말이 우스웠는지 잘 몰랐다. 마침 또 대곤이는 어딘지 어른스러운 데가 있는 아이였다. 같은 나이 친구를 꼰대라 불러대며 아버지를 연상하는 게 재미있었겠지.   네이버 사전은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라 풀이한다. ‘꼰대스럽다’는 형용사를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는 데가 있다”고 해석한다. 꼰대들은 훈장 기질이 농후한 노인네들이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믿는 사람들.   꼰대는 젊은이를 얕잡아본다. 때때로 깔보는 태도를 취한다. 연장자들이 연소자들을 대할 때 매양 그런 편이다. 당신은 이것을 강자가 약자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보호본능이라는 해석을 내리겠지. 그 대가로 강자는 약자의 존경을 받고 싶다. 어르신네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나이 어린놈이 건방지게 굴면 좋지 않다고 꼰대는 믿는다. 굳게, 또는 고집불통으로.   아니다. 꼰대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애당초 젊은것들이 노인네들을 업신여기고 걸핏하면 핀잔을 주며 구박하지 않았던가. 자기들의 진로를 꼰대들이 방해한다며 투덜대지 않았던가. 선배가 후배 출셋길을 막는다면서! 하루바삐 은퇴하여 더 이상 내 앞에서 거치적거리지 말고 어디 다른 데 가서 후배양성이나 했으면 참 좋을 텐데, 하지 않았던가.   이런 묵시적 압박에 대항하려고 늙은이는 꼰대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젊었을 때는…” 하고 자신의 젊음을 회상하며 젊은이를 대적하는 것이다. 처절한 속마음으로. 당신은 구조조정이라는 행정방침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기 은퇴를 한 중장년층 늙은이들의 사연도 숱하게 듣지 않았던가.   2019년 7월 21일 자 영국 공영방송 BBC 온라인의 “Kkondae”라는 제목의 글을 읽는다. 꼰대 이야기다. 기자 이름이 ‘SooZee Kim’. 아무래도 한국인 2세 같다. 이런 구절에 공감이 간다. “In Korean, Kkondae loosely translates as ‘condescending older person’…” - “한국어로 꼰대는 대략 ‘거들먹거리는 연장자’로 해석된다…”   어머니 태생이 경상도라서 어릴 적에 경상도 토박이말을 자주 들었다. 갓난아기 내 조카를 귀여워하시면서 어머니는 “아이구, 우리 꼰데기!”라는 간투사를 쓰셨다. 내 귀에 꼰데기는 최상의 애칭이었다. 얼마 전 ‘꼰데기’가 ‘번데기’의 영남 방언임을 알았다. 그리고 ‘꼰대’는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늙은이라는 뜻에서 꼰데기라고 불리다가 꼰대가 됐다는 설도 인터넷에서 읽었다.   하나 더 있다. 일제강점기에 프랑스어로 백작을 칭하는 콩테(Comte)의 일본식 발음이 ‘콘테’였고, 이완용 같은 친일파들이 백작 등, 작위를 받고 으스대며 자신을 콘테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꼰대의 어원으로 나는 ‘콩테’설보다 ‘꼰데기’설을 신봉할까 하는데. 노인네들은 번데기 같은 주름이 자글자글 생기면서 그들의 몸 또한 꼰데기처럼 작아진다. 심리적으로도 아이가 된다.   사실 노인네들이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며 잘난 척 충고하고 잔소리하는 데는 좀 귀여운 구석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 별명이 꼰대였던 대곤이처럼. 천도복숭아만큼 포동포동하던, 어머니가 그토록 귀여워하시던, 그때 그 시절 내 조카, 꼰데기처럼.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중장년층 늙은이들 은어로 늙은이 나이 친구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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