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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열둘 보다 가벼운 하나

노기제 전 통관사

노기제 전 통관사

가벼워야 한다. 떠나보낸 열둘, 12월의 숫자에 비하면 해가 바뀌며 찾아온 2024년의 시작인 1월은 기필코 가벼워서 내 가슴을 짓누르면 안 된다. 그러기를 숨죽여 기대하며 새해를 열었다. 얼마나 가슴 떨며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내 소망 만으론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까칠한 인간관계의 오프닝(openning) 이다.
 
 인간으로 인간들과 어우러지며 살아야 하는 나날들이, 매끈하게 흐르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생각하는 것, 표현하는 말들의 향연에 자꾸 뾰족하게 날이 선 채로 오고 간다. 함께 어울리는 무리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공식 같은 것에 표적을 맞춘다. 듣고 흘려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으면 많을수록 마음은 곱게 유지될 수 있다.
 
 내가 아닌 다른 개체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에,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느낌이 그럴진대 상대방 역시 그럴 것이다. 내가 원하는 토픽에 내가 원하는 억양으로 내가 마음 따스하게 느낄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며 내가 듣고 싶은 예쁜 말들만 서로 주고받고 싶다. 아니면 얼굴이 금방 일그러진다. 눈매가 매섭게 변한다. 얼굴을 돌린다. 시선을 돌려 지나가는 강아지를 불러대며 인사를 건네본다. 금방 순화되는 감성으로 행복한 톤이 되어 사랑이 묻어나는 고운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엇이 다르기에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고 강아지와의 감정 교류는 쉬운 것일까? 조건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고 예쁘다 말하고 사랑 한 스푼 넉넉히 준다. 그러나 사람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다. 돌아올 메아리가 항상 신경 쓰인다. 신경 안 쓰고 간단하게 듣고 넘기는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때론 날이 선 반응이 즉각 돌아오기도 한다. 말하면서 사는 삶이 새삼 버겁단 생각이 든다.
 


 소위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경어가 빠지면 내 기분은 재빨리 움츠러든다. 어렵사리 반말로 대응하는 이유를 묻는다. 대뜸 나이 얘기를 꺼낸다. 결국엔 민증을 까자는 제안을 받게 되고 결과는 대부분 내가 숫자가 높다. 머쓱해 하며 뭔 나이가 그리 많냐고 투덜댄다. 보이긴 그리 안 보여서 아랜 줄 알았다고 설명까지 이어지면 나름대로 훈훈하게 가까워진다. 하나 가끔은 민증을 까고 위아래가 확실하게 드러났음에도 인정하기를 꺼리는 이도 있다. 믿기지 않는다나. 기분까지 나쁘다고 농담처럼 던진다. 젊게 봐주는데 슬그머니 지나쳐 볼까. 그렇게 마음 굳히면 애초부터 반말한다고 기분 상하지도 말고 모른 척, 몇 살 어린 입장으로 밀고 나가자. 괜스레 숫자에 예민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
 
 새해도 어느새 첫 달을 잃어가고 있다. 매사를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 보자. 반말지거리로 내게 접근하는 어린 것들을 곱게 보자. 그냥저냥 섞이면서 다가올 세상을 보내자. 까마득한 옛날 사회 초년생 때부터 어리게 봐 주는 것, 젊게 대해 주는 것에 감사하며 즐겼더라면 지혜로운 인간관계를 쌓았을 텐데, 새로운 해 가볍게 시작하자. 

노기제 / 전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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