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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세월의 끝자락에서

’나는 떠난다. / 청동의(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 하나의 소리가 되어. /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 청동의 벽에 / ‘역사’를 가두어 놓은 / 칠흑의 감방에서 / 나는 바람을 타고 /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 먹구름이 깔리면 /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 뇌성(雷聲)이 되어 /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의 ‘종소리’     시인의 종소리는 청동의 벽에 갇혀 있다. 종소리는 벽을 뚫고 세상에 울음으로 퍼져 나간다.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으로, ‘하나의 소리’가 되어 세상을 진동시킨다. 역사 속에 갇혀 있었던 시간을 해방시키는, 꼭지 터지는 천둥 소리가 되어 자유를 찾아 푸르름이 되고 웃음이 되고 새가 된다.     유년의 종소리는 즐거웠다. 시작을 재촉하는 종소리도 끝을 알리는 종소리도 모두 좋았다. 선생님이 교무실 앞에 달린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색 종을 치며 “얘들아” 하고 부르면 하던 재미있는 놀이를 멈추고 동무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교실로 달려 갔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1984년 이화여대 음대 김메리교수가 유일하게 작사 작곡한 동요다. 유년의 종소리는 청명한 울림으로 시작과 멈춤을 알리며 생의 곳곳을 스며 든다. 시작과 끝은 아련한 반복으로 세월의 종을 울린다.   이젠 아무도 종을 쳐 주지 않는다. 언제 시작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 어느 쯤에서 길고 긴 방황을 끝을 접어야 하는지를 말해 주지 않는다. 아득한 길 위에서 길을 찾으며 길을 잃고 길을 헤맨다. 또 다시 지난 해의 그 자리에 서있다. 달라지려고, 좀더 나아지려고 애를 썼지만 달라진 것 하나 없이 빈 손으로 바람 앞에 내가 서 있다.   작은 것들이 모여 무리를 이룬다. 태산도 원래는 평지였다. 하나 둘 모여 육지가 되고 바다가 되었다. 우주 기원의 가설인 빅뱅(Big Bang)에 의하면 태초에는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 있었다. 물리학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 Lemaitre)는 ‘최초에 모든 것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있었다. 그 후 폭발이 있었고 하늘이 연기로 가득 찼다’라고 주장한다. 찬란한 불꽃놀이와 엄청난 폭발, 앞이 안 보이는 혼돈 속에 탄생한 우주 속에 한 개의 점으로 인간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사라지면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사는 우주의 주인공이다. 내가 없으면 그대 사랑도 허공을 맴돈다. 후회와 미련으로 지난 날을 닦달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세월의 끈을 푼다. 묶여 있던 것들을 떠나 보낸다. 그리움의 언덕에는 갈대가 서걱인다. 무겁고 힘든 것들의 매듭을 풀지 않으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세월의 끝자락은 흔들린다. 달력의 마지막 장은 펄럭인다. 유년의 일기장, 빛 바랜 추억 속 얼굴, 작별 담은 그대 편지, 소복 입은 어머니의 무명치마는 바람 앞에 서면 펄럭였다. 마음의 끈 다잡아도 그리움의 빈 칸을 눈물로 채웠던 날들이 바람개비로 허공을 맴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지치면 쉬어가면 된다. 슬픔은 삼키면 약이 된다. 고통은 용기가 되고 절망은 희망의 뿌리가 된다. 아픔은 진주처럼 영롱하고 그리움은 별이 된다.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잠시 멈추고 있을 뿐이다. 시행착오는 반복되고 세월이 연륜을 만든다. 인생 역전 드라마는 아직 방영되지 않았다. 누가 더 잘 사는지, 잘났는지 키 재기 하지 말고, 소중한 내 모습 그대로 세월의 끝자락에 내일의 꿈을 새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끝자락 세월 바람개비로 허공 우주 기원 천둥 소리

2023-12-26

[아름다운 우리말] 언어의 기원을 묻는다

언어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제일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100여 년 전에 파리언어학회에서 언어의 기원에 대한 논의를 그만두기로 하였다는 인용입니다. 이 이야기를 인용하는 순간 언어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허황된 논의가 됩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이고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이니 논의를 그만하자는 것이죠. 사실 학문은 허황된 것도 문제지만, 허황되다고 논의를 그만두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언어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로는 ‘멍멍설’, ‘피피설’, ‘영차영차설’, ‘흥얼흥얼설’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름들입니다. 용어는 개념을 명확히 하고, 신뢰성을 보여주는데 용어나 명칭이 우스우니 도대체 신뢰가 안 갑니다. 저는 이 용어를 다시 살피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언어 기원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멍멍설’은 ‘언어자연모방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뛰어난 두뇌와 소리를 낼 수 있는 훌륭한 발성기관이 있습니다. 이는 사고와 음성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발성 기관은 자연 소리를 모방하는 데도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인간은 새를 유혹할 정도로 새 소리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모방하면서 인간의 발성 기관은 정교화되고 분절음에 의한 음운의 구별이 가능해졌음을 충분히 추론 가능합니다. 많은 언어에서 의성어가 발달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물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빗소리, 새 소리와 온갖 동물의 울음소리는 인간에게 수많은 자극이 되었을 겁니다. 자연소리 모방설은 추론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논의입니다.   ‘피피설’은 인간의 감정에서 시작되었다는 논의입니다. 따라서 ‘언어감정기원설’으로 명명이 가능합니다. 사실 저는 이 논의야말로 현대사회에도 현대언어학에도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피설의 ‘피’는 경멸의 느낌이라는데 저는 용어를 정할 때 예를 잘못 썼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안 좋은 감정을 명명으로 삼은 겁니다. 당연히 말 그대로 감탄을 주된 예로 삼았어야 합니다. 기분 좋았을 때 내는 소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아!, 오!’와 같은 표현도 좋은 감정이 표현이니 굳이 이런 방식으로 명명한다면 ‘와! 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 오, 우, 으, 이’와 같은 모음이 전부 감탄사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밝은 모음과 어두운 모음의 느낌까지 나타내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감탄사에서 모음이 분화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영차영차설’은 어떤가요? 같이 일하려고 반복적으로 내던 소리라는 설명은 ‘언어노동기원설’이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입니다. 소통의 이유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개인이 아닌 집단생활에서 언어는 함께 힘을 내는 소통의 도구가 됩니다. 실제로 언어는 협력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스스로 힘을 낼 때도 사용됩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의 소리와 함께하는 구호, 자신을 향한 다짐은 모두 힘을 줍니다. 언어노동기원설은 언어의 힘을 보여줍니다.   ‘흥얼흥얼설’은 어떤가요? 즐거움에서 언어가 시작하였다면 ‘언어유희기원설’로 명명할 수 있을 겁니다. 언어의 기능 중에서 표현적 기능, 시적 기능이 여기에 속합니다. ‘시(詩)’의 시작은 노래입니다. 노래의 가사는 그대로 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즐거움과 기쁨, 슬픔과 아픔을 노래하던 것이 언어의 기원이 될 수 있습니다. 청산별곡의 ‘얄리 얄리얄라셩’ 같은 노래의 후렴구나 무가(巫歌)의 소리도 여기에 속합니다. 소리를 내며 감정을 표현하였던 것이 언어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겁니다.     인간 언어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한 논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기원을 고민하고 논하다 보면 언어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주기도 합니다. 언어는 자연과 함께합니다. 언어는 함께 일을 하며 힘을 내자고 합니다. 기쁜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 위로합니다. 언어는 그대로 인간의 삶입니다. 언어의 기원은 인간의 기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 기원 언어 기원 인간 언어 순간 언어

2023-10-29

"인종을 넘어 함께 손잡고 화합 기원"…4년 만에 '핸드 어크로스' 행사

커뮤니티간 인종 화합을 기원하는 ‘핸즈 어크로스 코리아타운’(Hands Across Koreatown) 행사가 4년 만에 재개된다.     라틴아메리칸장애인연합(UDLA)과 소속 한인 학생 봉사팀 한인유스프로그램(KAYP)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20일(토) 오전 10시부터 윌셔 불러바드와 노먼디 애비뉴 코너에서 진행된다.   LA 정치인들과 LA경찰국(LAPD) 올림픽 경찰서를 비롯해 한인타운과 인근 커뮤니티에서 총 20개의 단체와 학교, 교회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행사는 모인 모든 사람이 5분간 서로의 손을 잡아 인간 체인을 형성하게 되는 방식으로, 초대된 연사들의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연설도 있을 예정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핸즈 어크로스 코리아타운은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팬데믹동안 열리지 못했다가 4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1992년 4·29폭동 이후 시작된 이 행사는 다민족이 더불어 사는 LA에서 커뮤니티들이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며 4·29폭동과 같은 악몽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UDLA 루벤 허난데즈 대표는 “지금 이 시기에 서로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쩌면 두려운 일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모든 나이와 종교, 인종을 넘어 손을 잡는 행위로 사랑의 인간 사슬을 형성하고 커뮤니티 간의 연합을 이뤄냄으로써 우린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참여하는 KAYP 애슐리 한(17) 학생은 “이번 기회에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손을 잡음으로써 서로가 연결되어 커뮤니티 간의 결속이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학부모 홍현지씨는 “이런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참가할 수 있어 기쁘다”며 “LA에 사는 서로 다른 인종들이 모여 서로를 알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뜻깊고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올해로 창립 49주년을 맞은 UDLA는 지난 2001년부터 한인 학생들로 구성된 KAYP를 설립했다. 당시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 활동을 펼치던 UDLA 회원들을 보고 감동한 한인 학부모들이 단체에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됐다.     현재 LA와 밸리 지역 총 50명의 학생이 활동 중인 KAYP는 UDLA의 재정 지원을 위해 플라스틱병 등 재활용품을 모아 판매해 기금을 모금하고 한인타운에서 진행되는 거리청소나 범죄예방 캠페인, 장애인농구대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장수아 기자어크로스 인종 핸드 어크로스 인종 화합 화합 기원

2023-05-02

[이 아침에] 어느 날 아침의 특별한 기원

해 질 녘 공원 언덕에 오르면 멀리 롱비치 항구 쪽과 카탈리나 섬이 보이고, 박목월 시인의 ‘사월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침이면 어르신들이 체조를 하고 특히 광복절이나 국경일에는 만세 삼창도 한다.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듯이 이 공원에 오면 처음 뵙는 분들도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공원 트레일을 걷다가 언덕에 올라서 아래를 보는데 잔디 위에 젊은 여인이 누워있었다. 그 시간이면 직장에 나가기 위해 화장을 하거나 가정이 있으면 출근하는 남편이나  아이들과 함께 분주하게 지낼 터인데 왜 저기에 누워있을까? 얇은 모포를 뒤집어쓴 옆에는 바구니가 있고 강아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라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 바퀴 돌고 다시 내려다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다음 날도 그 무렵에 갔을 때 그 여인은 먼저 와서 누워 있었다. ‘아, 너무 힘든 일이 있나 보다.’ 마음속으로 빌었다. ‘여인아, 일단 일어나거라. 얼마나 마음이 무거우면 저 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누워있겠는가? 살다 보면 너무나 억울해서 말이 안 나올 때도 있고,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을 때도 있다네. 머리와 가슴을 비우게나 그냥 팔다리만이라도 움직이기를 바라네.’ 마음으로 소리없이 말을 건냈다. ‘앞이 깜깜해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게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현실이 참혹하게 망가졌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바뀐다고 하네.’ 여인이 꿈지럭거리며 돌아눕기를 바라며 간곡하게 빌었다. ‘저기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오시는 어르신들도 끝 모를 벼랑길에서 몇 번이나 구른 적도 있고 모하비 사막을 건너듯 세월을 보내신 분들도 계실 거야. 어서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걸고 어디든 다녀보게. 살아가는 일은 무지개를 바라보며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비좁은 길을 지날 때도 있고, 험준한 산길을 끝없이 올라가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 그 지나는 길에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서로 섬기며 인정을 나누며 살다 보면 삶이 삭막하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세상 밑바닥에 혼자 누워 있다고 생각하지 말게. 이 공원의 호수와 바람과 나무들도 자네를 보고 있고. 흔히 하는 말로 온 우주는 자네에게 집중해 있다네. 자네는 이 세상의 유일무이의 존재이고,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야. 자네는 아직 너무 젊다네.’     물론 한 여인이 일찍 공원에 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휴식하며 누워서 평범한 아침을 보내고 있는데, 내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지레 어떤 상황 속으로 여인을 몰아넣고 마음으로 안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평소에 푸른 나무들 아래서 체력을 튼튼히 하고 휴식도 하며 아침 시간을 상쾌하게 보내던 공원에서 어느 날 마음을 졸이며 이런 특별한 기도를 한 적이 있다. 그냥 망상에 젖어서 혼자 펼친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권정순 / 전직교사이 아침에 기원 공원 언덕 아침 공원 아침 시간

2022-08-14

[이 아침에] 어느 날 아침의 특별한 기원

해 질 녘 공원 언덕에 오르면 멀리 롱비치 항구 쪽과 카탈리나 섬이 보이고, 박목월 시인의 ‘사월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침이면 어르신들이 체조를 하고 특히 광복절이나 국경일에는 만세 삼창도 한다.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듯이 이 공원에 오면 처음 뵙는 분들도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공원 트레일을 걷다가 언덕에 올라서 아래를 보는데 잔디 위에 젊은 여인이 누워있었다. 그 시간이면 직장에 나가기 위해 화장을 하거나 가정이 있으면 출근하는 남편이나  아이들과 함께 분주하게 지낼 터인데 왜 저기에 누워있을까? 얇은 모포를 뒤집어쓴 옆에는 바구니가 있고 강아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라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 바퀴 돌고 다시 내려다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다음 날도 그 무렵에 갔을 때 그 여인은 먼저 와서 누워 있었다. ‘아, 너무 힘든 일이 있나 보다.’ 마음속으로 빌었다. ‘여인아, 일단 일어나거라. 얼마나 마음이 무거우면 저 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누워있겠는가? 살다 보면 너무나 억울해서 말이 안 나올 때도 있고,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을 때도 있다네. 머리와 가슴을 비우게나 그냥 팔다리만이라도 움직이기를 바라네.’ 마음으로 소리없이 말을 건냈다. ‘앞이 깜깜해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게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현실이 참혹하게 망가졌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바뀐다고 하네.’ 여인이 꿈지럭거리며 돌아눕기를 바라며 간곡하게 빌었다. ‘저기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오시는 어르신들도 끝 모를 벼랑길에서 몇 번이나 구른 적도 있고 모하비 사막을 건너듯 세월을 보내신 분들도 계실 거야. 어서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걸고 어디든 다녀보게. 살아가는 일은 무지개를 바라보며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비좁은 길을 지날 때도 있고, 험준한 산길을 끝없이 올라가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 그 지나는 길에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서로 섬기며 인정을 나누며 살다 보면 삶이 삭막하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세상 밑바닥에 혼자 누워 있다고 생각하지 말게. 이 공원의 호수와 바람과 나무들도 자네를 보고 있고. 흔히 하는 말로 온 우주는 자네에게 집중해 있다네. 자네는 이 세상의 유일무이의 존재이고,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야. 자네는 아직 너무 젊다네.’     물론 한 여인이 일찍 공원에 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휴식하며 누워서 평범한 아침을 보내고 있는데, 내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지레 어떤 상황 속으로 여인을 몰아넣고 마음으로 안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평소에 푸른 나무들 아래서 체력을 튼튼히 하고 휴식도 하며 아침 시간을 상쾌하게 보내던 공원에서 어느 날 마음을 졸이며 이런 특별한 기도를 한 적이 있다. 그냥 망상에 젖어서 혼자 펼친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권정순 / 전직교사이 아침에 기원 공원 언덕 아침 공원 아침 시간

2022-08-07

[취재일기] 제2의 한국인 NBA리거를 기원하며

3년 전부터 한인 농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선수가 있다. 오는 23일 미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이현중(21) 선수다.   이현중이 58명을 뽑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면 2004년 하승진(2라운드 46번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이후, 한국인 중 2번째로 NBA에 진출하는 선수가 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데이비슨칼리지에서 지난 3년간 좋은 활약을 보인 이현중은 3학년 시즌을 맞은 2021~2022시즌 팀의 주득점원으로서 경기 당 평균 15.8 득점을 올리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 애틀랜틱10 올컨퍼런스 퍼스트팀에 뽑히며 주목을 받았다.   기세를 몰아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3월의 광란’에도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낙담할 틈도 없이 NBA 드래프트 도전을 발표한 이현중은 최근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NBA 팀들과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리그 최고의 인기 팀 중 하나인 LA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와도 워크아웃을 가졌다.   LA 또는 뉴욕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운동 선수가 지역사회에 끼칠 영향력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는 LA다저스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류현진이 한인사회에 몰고 왔던 열풍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박찬호의 활약은 IMF 외환위기로 시름에 빠져있던 모든 한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류현진의 활약은 이민 1세대는 물론, 미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은 이민 2·3세대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세대 간 유대감 형성에 일조했다.   냉정하게 보면, 현시점에서 이현중의 NBA 진출 가능성은 반반으로 평가된다. 인기팀·비인기팀, 찬밥·더운밥을 가릴 처지는 아니라는 소리다.   이현중은 좋은 사이즈(6피트 8인치)와 슈팅 능력(대학 통산 3점 성공률 37.3%)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한 운동능력이 괴물들의 리그인 NBA에선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중이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서머리그나 마이너리그인 G리그를 통해서라도 NBA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아시안 선수들에게는 불모지 같은 NBA에서 꼭 살아남길 기대한다.   2012년 뉴욕 닉스에서 ‘린새니티’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뉴욕은 물론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대만계 제레미 린도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언드래프티’였다.   NBA는 “Where Amazing Happens”(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이현중이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서 활약하며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심종민 / 편집국 기자취재일기 한국인 기원 한국인 운동 이후 한국인 드래프트 도전

2022-06-16

[신년 인사] "약자 배려하는 한 해 기원"

코로나 여파에서 다소 벗어나 일상의 소중함을 맛보게 해주었던 2021년을 뒤로하고 임인년 2022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1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서 남의 불행이 바로 나의 불행이 될 수 있음을 체험케 한 해였습니다. 나와 남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케 한 고마운 한 해였습니다.     2022년 임인년은 좀 더 나은 일상으로의 회귀를 기대합니다. 검은 호랑이 해라는 말처럼 용맹스럽고 진취적인 기상으로 경제활동을 해나기를 기원합니다. 동양학에서 검은색이 물을 상징하는 만큼  사회생활에서새해에도 타인에 대한 유연성과 포용성을 한인 각자가 견지해낸다면 따뜻한 한인타운을 만들어 낼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경제가 어렵습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습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인 타운 내 노약자와 장애인들은 뛰는 물가만큼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사회적 약자도 우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많은 한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한 해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불우한 이웃에 대한 관심을 요청드립니다. 그렇게 될 때만  한인타운 내의 사회적 약자는 한층 더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될 때만은  살기좋은 한인타운이라는 이름표를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LA평통도 사회적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모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신년 인사 기원 이승우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 코로나 바이러스

20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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