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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어느 날 아침의 특별한 기원

해 질 녘 공원 언덕에 오르면 멀리 롱비치 항구 쪽과 카탈리나 섬이 보이고, 박목월 시인의 ‘사월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침이면 어르신들이 체조를 하고 특히 광복절이나 국경일에는 만세 삼창도 한다.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듯이 이 공원에 오면 처음 뵙는 분들도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공원 트레일을 걷다가 언덕에 올라서 아래를 보는데 잔디 위에 젊은 여인이 누워있었다. 그 시간이면 직장에 나가기 위해 화장을 하거나 가정이 있으면 출근하는 남편이나  아이들과 함께 분주하게 지낼 터인데 왜 저기에 누워있을까? 얇은 모포를 뒤집어쓴 옆에는 바구니가 있고 강아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라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 바퀴 돌고 다시 내려다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다음 날도 그 무렵에 갔을 때 그 여인은 먼저 와서 누워 있었다. ‘아, 너무 힘든 일이 있나 보다.’ 마음속으로 빌었다. ‘여인아, 일단 일어나거라. 얼마나 마음이 무거우면 저 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누워있겠는가? 살다 보면 너무나 억울해서 말이 안 나올 때도 있고,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을 때도 있다네. 머리와 가슴을 비우게나 그냥 팔다리만이라도 움직이기를 바라네.’ 마음으로 소리없이 말을 건냈다. ‘앞이 깜깜해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게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현실이 참혹하게 망가졌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바뀐다고 하네.’ 여인이 꿈지럭거리며 돌아눕기를 바라며 간곡하게 빌었다. ‘저기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오시는 어르신들도 끝 모를 벼랑길에서 몇 번이나 구른 적도 있고 모하비 사막을 건너듯 세월을 보내신 분들도 계실 거야. 어서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걸고 어디든 다녀보게. 살아가는 일은 무지개를 바라보며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비좁은 길을 지날 때도 있고, 험준한 산길을 끝없이 올라가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 그 지나는 길에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서로 섬기며 인정을 나누며 살다 보면 삶이 삭막하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세상 밑바닥에 혼자 누워 있다고 생각하지 말게. 이 공원의 호수와 바람과 나무들도 자네를 보고 있고. 흔히 하는 말로 온 우주는 자네에게 집중해 있다네. 자네는 이 세상의 유일무이의 존재이고,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야. 자네는 아직 너무 젊다네.’  
 
물론 한 여인이 일찍 공원에 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휴식하며 누워서 평범한 아침을 보내고 있는데, 내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지레 어떤 상황 속으로 여인을 몰아넣고 마음으로 안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평소에 푸른 나무들 아래서 체력을 튼튼히 하고 휴식도 하며 아침 시간을 상쾌하게 보내던 공원에서 어느 날 마음을 졸이며 이런 특별한 기도를 한 적이 있다. 그냥 망상에 젖어서 혼자 펼친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권정순 / 전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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