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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언어의 기원을 묻는다

언어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제일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100여 년 전에 파리언어학회에서 언어의 기원에 대한 논의를 그만두기로 하였다는 인용입니다. 이 이야기를 인용하는 순간 언어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허황된 논의가 됩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이고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이니 논의를 그만하자는 것이죠. 사실 학문은 허황된 것도 문제지만, 허황되다고 논의를 그만두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언어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로는 ‘멍멍설’, ‘피피설’, ‘영차영차설’, ‘흥얼흥얼설’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름들입니다. 용어는 개념을 명확히 하고, 신뢰성을 보여주는데 용어나 명칭이 우스우니 도대체 신뢰가 안 갑니다. 저는 이 용어를 다시 살피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언어 기원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멍멍설’은 ‘언어자연모방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뛰어난 두뇌와 소리를 낼 수 있는 훌륭한 발성기관이 있습니다. 이는 사고와 음성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발성 기관은 자연 소리를 모방하는 데도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인간은 새를 유혹할 정도로 새 소리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모방하면서 인간의 발성 기관은 정교화되고 분절음에 의한 음운의 구별이 가능해졌음을 충분히 추론 가능합니다. 많은 언어에서 의성어가 발달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물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빗소리, 새 소리와 온갖 동물의 울음소리는 인간에게 수많은 자극이 되었을 겁니다. 자연소리 모방설은 추론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논의입니다.
 
‘피피설’은 인간의 감정에서 시작되었다는 논의입니다. 따라서 ‘언어감정기원설’으로 명명이 가능합니다. 사실 저는 이 논의야말로 현대사회에도 현대언어학에도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피설의 ‘피’는 경멸의 느낌이라는데 저는 용어를 정할 때 예를 잘못 썼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안 좋은 감정을 명명으로 삼은 겁니다. 당연히 말 그대로 감탄을 주된 예로 삼았어야 합니다. 기분 좋았을 때 내는 소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아!, 오!’와 같은 표현도 좋은 감정이 표현이니 굳이 이런 방식으로 명명한다면 ‘와! 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 오, 우, 으, 이’와 같은 모음이 전부 감탄사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밝은 모음과 어두운 모음의 느낌까지 나타내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감탄사에서 모음이 분화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영차영차설’은 어떤가요? 같이 일하려고 반복적으로 내던 소리라는 설명은 ‘언어노동기원설’이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입니다. 소통의 이유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개인이 아닌 집단생활에서 언어는 함께 힘을 내는 소통의 도구가 됩니다. 실제로 언어는 협력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스스로 힘을 낼 때도 사용됩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의 소리와 함께하는 구호, 자신을 향한 다짐은 모두 힘을 줍니다. 언어노동기원설은 언어의 힘을 보여줍니다.
 
‘흥얼흥얼설’은 어떤가요? 즐거움에서 언어가 시작하였다면 ‘언어유희기원설’로 명명할 수 있을 겁니다. 언어의 기능 중에서 표현적 기능, 시적 기능이 여기에 속합니다. ‘시(詩)’의 시작은 노래입니다. 노래의 가사는 그대로 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즐거움과 기쁨, 슬픔과 아픔을 노래하던 것이 언어의 기원이 될 수 있습니다. 청산별곡의 ‘얄리 얄리얄라셩’ 같은 노래의 후렴구나 무가(巫歌)의 소리도 여기에 속합니다. 소리를 내며 감정을 표현하였던 것이 언어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겁니다.  
 
인간 언어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한 논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기원을 고민하고 논하다 보면 언어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주기도 합니다. 언어는 자연과 함께합니다. 언어는 함께 일을 하며 힘을 내자고 합니다. 기쁜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 위로합니다. 언어는 그대로 인간의 삶입니다. 언어의 기원은 인간의 기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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