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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국제시장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어머니의 눈물은 얼굴로 흐르지만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으로 흘러 가슴에 눈물이 고여 있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그 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시니어센터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다. 국제시장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2014년에 국내에서 개봉된 ‘국제시장’은 우리 시대의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다. 윤제균 감독은 대학교 2학년 때 여읜 아버지의 본명 '윤덕수'를 주인공의 이름으로 정할 만큼,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국제시장'’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1994년 작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한다. 설정이 비슷하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 현대사의 주요 현장을 직접 경험한 포레스트 검프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국제시장’ 역시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덕수(황정민)라는 남자의 인생을 그린다. 한 국가의 역사를 특정 인물의 삶을 통해 그려내고, 그 삶에 메시지를 담는 형식이 닮았다.   ‘국제시장’은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함경남도 흥남 부두 근처에 살던 덕수(황정민)의 가족은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을 피해서 남쪽으로 내려와 부산 국제시장에 삶의 뿌리를 내린다. 난리 통에 아버지와 막내를 잃은 덕수는 어릴 때부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인생을 바쳐’ 생활전선에 나선다.  독일 광부 파견에 지원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얼마 되지 않아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향한다.   대학에 가서 캠퍼스를 누비고 싶었던 덕수의 꿈은 가장이라는 멍에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다. 선장이 돼 바다를 활보하고 싶던 꿈은 동생의 등록금과 결혼자금 앞에 설 자리를 잃는다. 영화는 70대 노인이 되기까지 덕수의 험난한 인생을 보여주며 그가 살아온 시절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덕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그의 인생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명문대에 합격한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자신의 학업을 포기하고 파독 광부로, 이후에는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떠난다. 이런 남편의 희생이 아내 정민의 눈에는 영 마땅치 않다. 남편 덕수가 독일 광산에서 살아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여동생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베트남전에 참전하겠다는 것이다. 영자의 앙칼진 넋두리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만큼 했으면 됐어요. 더 이상 뭘 더 해요. 왜 항상 당신만 희생해야 하냐고요.”  “누군 머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아나. 이런 기 내 팔자라꼬. 내 팔자가 이런데 우짜란 말이고!”  “당신 팔자가 어때서? 이제는 남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도 한번 살아보라고요. 당신 인생인데 그 안에 당신은 왜 없냐고요!”   이야기가 무척 흥미진진하거나 극적이지는 않지만, 보는 시간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영화에서 늘 나오는 재미요소인 조연의 친구 역할도 극을 이끌어 가는데 즐거움을 주고, 나름대로의 유머와 재미가 있고, 감동과 눈물도 있다. 덕수 부부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도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     독일에 광부로 다녀온 것도 부족해서 베트남에까지 가야 하느냐며 남편에게  퍼부어대던 영자가 갑자기 마이크에서 애국가가 울려나오자  벌떡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조금 전의 사나운 모습은 간 데 온 데 없다. 거리를 지나가다가도 라디오나 마이크에서 애국가가 울려나오면 모두가 멈추어 서서 엄숙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우리 아버지들의 사는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자리는 영원히 운전석일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의 자리도 바뀌어갔다. 내 나이 5살…아버지는 운전석, 나는 뒷좌석 , 내 나이 16살…아버지는 운전석, 나는 조수석 , 내 나이 28살…내가 운전석, 아버지가 조수석 , 내 나이 37살…나는 운전석, 아버지는 뒷좌석 , 내 나이 45살…나는 운전석, 아버지는… 어느 자리에 앉든 늘 자식 걱정이 먼저였던 아버지,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더 이상 자동차 좌석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다.     별 일없이 지내다가도 문득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아버지가 운전하던 자동차가 그리워진다. 뒷좌석에 타면 바로 눈앞에 보이던 든든한 어깨가 너무나도 그립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핸들을 잡은 아버지의 손을 꼭 포개어 잡고 말할 것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이 사랑합니다!”   오래전,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어느 기업의 이미지 광고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했던 아버지의 뒷모습, 그러나 이제 아버지는 없다. 우리가 지난 날 의식주의 기본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잘 산다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달해야 할 절대적인 목표이자 염원이었다. 개인이 그랬고, 또 사회와 국가가 추구하는 최대의 과제이기도 했다.     아버지! 아버지는 뒷동산의 느티나무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가부장의 권위가 추락할 때마다, 여성의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아버지 신드롬이 불거진다는 몇몇 페미니스트들의 지적은 잠시 못들은 척하자.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슬에 스스로를 묶어, 힘들고 지쳐도 내색하지 않고 짐을 나눠지지도 못한 채 견뎌온 아버지가 아닌가.     갈수록 경쟁력만 강조해대는 글로벌 사회, 가족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고도 ‘부자 아빠’가 아닌 탓에 울 장소조차 없는 아버지. 아버지가 우는 시대는 불우한 시대다.‘국제시장’은 아버지에게 바치는 눈물의 헌사다. 80이 넘은 노인이 되어 아내와 함께 다시 보는 ‘국제시장’은 여전히 감동이다.  김건흡 / MDC시니어센터 회원살며 생각하며 국제시장 시니어센터 운전석 아버지 아버지 노릇 우리 아버지들

2021-11-09

“참전 보람느껴…한국이 자랑스럽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것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느꼈습니다. 다시 가야 한다면 다시 갈 거예요”-리차드 카터(83). “한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고마워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기초공사만 했을 뿐이고 집을 지은(경제 발전을 이룬) 사람은 바로 한국 사람들입니다”-로버트 뱅커(83). “흥남철수 당시 공산주의를 피해 자유의 땅으로 향하려는 피란민들의 애절함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보리스 에피노프(95). 4일 MD 주상원 밀러빌딩에서 열린 ‘국제시장’ 특별상영회가 끝난 뒤 노병들은 주지사실이 마련한 다과를 즐기며 삼삼오오 모여 추억을 회상했다. 홀로 구석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참전용사 로버트 뱅커(83)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이산가족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이들의 분노가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경제 성장을 이뤄낸) 한국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한국 사람은 참 대단하다”며 눈물을 가누지 못했다. 콘래드 벨라미(81)는 이날 상영회에 아들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주인공이 베트남 전쟁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감동적이었다”며 “우리들의 희생이 가치가 있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에 들어간 희생에는 항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아들인 로렌조 벨라미는 “아버지가 한국전 당시 차고 있던 군번줄을 일종의 행운의 부적처럼 갖고 다녔다. 학창시절 축구팀 골키퍼였는데 군번줄을 골대에 걸어놓기도 했다”며 “나는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다”며 아버지를 끌어 안았다. 부산에서 근무했다는 에드 피터스(83)는 “부산이 그렇게 변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뉴스 등을 통해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잘 그려지지 않았다. 영화가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나니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슈샤인보이들이 나를 ‘꺽다리’라고 불렀는데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키가 큰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답하자 그는 “아 그런 뜻인가. 내가 키가 좀 크기는 크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

2015-05-06

CJ아메리카 서성엽 대표 “‘국제시장’, ‘위대한 세대’ 위한 영화”

“한국 홍보대사로 거듭나게 돼 기쁩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메릴랜드 주 상원 밀러빌딩에서 상영된 4일 CJ아메리카 서성엽 대표도 상영회를 찾아 참전노병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CJ 내부에는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사명의식이 깔려 있다”며 “사업의 일환이지만 영화와 한식, K팝 등을 통해 한국을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전용사들 100여 명이 참석한 상영회에서 그는 “이 영화는 우리들의 아버지와 참전용사들, 그리고 우리들의 ‘위대한 세대(great generation)’를 위한 영화”라며 참전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문화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우수한 콘텐트에 홍보를 위한 투자 등이 뒷받침되면서 미 주류사회에서도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과거에도 콘텐트는 뛰어났지만 홍보 면에서는 부족했다. 수년간의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CJ아메리카는 만두를 비롯한 식품과 외식 사업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지역에 ‘비비고’라는 식당 두 개가 들어섰으며 냉동 만두의 경우에는 한인 마트 뿐만 아니라 코스코 등 미 주류 마켓으로도 납품하게 됐다”며 “아시아계와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곧 만두 제품 매출이 한국 매출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1등 아시안 식품회사’가 되고 한국 문화를 떠올리면 CJ가 생각날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라며 “CJ와 같이 문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회사는 없다. 문화 홍보에 대한 사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임직원들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라고 밝혔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

2015-05-06

호갠 여사 “광산 장면서 가장 많이 울어”

메릴랜드 주 의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 영화(국제시장)가 상영된 지난 4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갠 여사는 옅은 녹색의 개량 한복을 입고 참전 용사 등 손님들을 맞이했다.   손님들과 일일이 악수와 기념사진 촬영 등으로 환하게 웃는 유미 여사의 표정에는 흥분과 설렘도 가득했다. 볼티모어 사태 수습으로 일정이 바쁜 호갠 주지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영화가 끝난 후 눈이 붉어진 유미 여사는 “많은 장면 중에서 독일 광산 장면이 나올 때 가장 많이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그 분(덕수)처럼 이들이 나라(한국)를 키웠다”면서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1세들도 (덕수처럼) 힘든 상황을 참고 견디며, 절약하고 살았다”고 덧붙였다. 이민 1세대 한인들의 삶과 너무나 비슷해 공감이 간다고 설명했다. 유미 여사는 “1세대 그분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참전 용사들이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없다. 은혜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티모어 폭동사태 수습을 위해 영화 중반부 자리를 뜬 호갠 주지사를 대신해 호갠 여사는 “주지사님은 전쟁이 한국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은 현실에서 가슴 아파했다”고 귀띔했다.   영화 상영 전 호갠 주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많은 나라가 참전 용사들의 고마움을 잊고 살지만, 한국은 결코 고마움을 잊지 않는 나라”라고 말했다. 특히 “이 영화는 너무나 슬픈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눈이 촉촉하지 않은 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호갠 주지사는 취임 후 공식 해외 순방의 첫 일정으로 오는 26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을 순방하는 호갠 주지사 등 방한 사절단은 한국 방문 중 청와대 예방을 비롯해 경제 단체들과 잇달아 만나 물적, 인적 자원 교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국적 항공기가 볼티모어 국제공항(BWI)에 취항할 수 있도록 아시아나 등과도 긴밀한 논의를 벌일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태준 기자

2015-05-06

‘국제시장’ 특별상영회…화보·이모저모

4일 메릴랜드 주 상원 밀러빌딩에서 영화 ‘국제시장’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주지사실이 주최하고 워싱턴 중앙일보와 CJ아메리카가 공동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한미 양국 참전용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이모저모와 현장 사진을 화보로 소개한다. ○…행사장에서 음료와 다과 등을 나눠주던 자원봉사자들도 영화 상영 내내 눈물을 흘렸다. 영화가 끝난 뒤 참전 노병들은 꿋꿋하게 샌드위치를 받으러 갔지만 되려 나눠주던 자원봉사자들이 울먹였다. ○…이병희 미 동부재향군인회장은 이날 행사를 주최한 래리 호갠 주지사에게 ‘6.25 60주년 기념메달’을 전달했다. 이 회장은 “메릴랜드 출신 참전용사와 실종 포로 등을 위로하고 감사를 표하고 싶어 메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안주인 유미 호갠 여사는 영화 상영 시작 전부터 건물 로비에서 참전용사들을 일일이 맞았다. 미군 노병들은 한복을 입은 호갠 여사와 사진을 찍고 옷이 너무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 참전 노병은 호갠 주지사에게 “다음 대통령은 당신”이라며 어깨를 치기도 했다. ○…이날 상영회가 열린 상원 밀러빌딩은 향군회관을 방불케 했다. 오랜만에 만난 전우들이 서로 반가워 얼싸안고 안부를 묻는 시간을 보냈다. 95세 선임을 직접 운전해 모시고 온 85세 후임병, 81세 아버지를 부축해 행사장을 찾은 아들 내외 등 행사장은 가족 나들이장이나 동창회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애나폴리스=김영남 기자

2015-05-06

MD주 의회서 ‘국제시장’ 특별상영회 열려

메릴랜드 애나폴리스 주상원 밀러빌딩에서 영화 ‘국제시장’ 특별상영회가 4일 열렸다. 일반영화가 메릴랜드 주의회에서 열리는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영화가 미국의 주의회에서 상영되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메릴랜드 주지사실이 주최하고 워싱턴중앙일보와 CJ아메리카가 특별 후원한 이날 상영회에는 미군과 한국군 참전 노병 100여 명이 참석했다. 중앙일보의 ‘국제시장’ 영화상영 제안을 받은 주지사실은 무기를 버려가면서도 피란민을 구출한 미군의 인도주의적 작전과 재미이산가족 문제 등이 영화내용에 담긴 점을 높이 평가해 상영을 결정했다. 호갠 주지사는 이날 영화상영 전에 인사말을 통해 “국제시장은 한국이 전쟁의 잿더미에서 지금의 세계강국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라며 “미주 한인들과 한국인들이 미군의 희생에 감사해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국가들은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이 영화는 매우 슬프다고 한다. 강인한 참전용사분들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울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주미대사는 “미국이 위대한 것 중 하나는 미국 전반에 내재된 ‘인도주의적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 초반에 나오는 흥남철수 부분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당시 철수를 지휘한 아몬드 장군의 인도주의적 결단을 통해 10만 명의 피란민이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대사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참전용사분들이 60여 년 전 희생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저도 없고, 지금의 한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유미 호갠 여사는 “관저에서 쌀로 밥을 지어 먹는데 나는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는다. 전쟁을 겪고 가난했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어머니의 가정교육 때문”이라며 “그러한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항상 미군들의 희생에 감사하다는 말을 했었다. 이러한 가르침들이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호갠 여사는 “참전용사들과 한인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으면 퍼스트레이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CJ아메리카의 서성엽 대표는 “이 영화는 우리의 아버지와 참전용사들, 우리의 ‘위대한 세대(great generation)’를 위한 영화”라고 말했다. 워싱턴 중앙일보 김진석 사장은 “영화 속 흥남철수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국과 한국이 힘을 모아 자유를 위한 역사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미국과 한국이 하나가 돼 자유민주주의 번영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이병희 미 동부재향군인회장은 이날 호갠 주지사에게 ‘6.25 60주년 기념메달’을 전달, 미군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워싱턴중앙일보는 지역 한인 단체들과 민간외교 차원에서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와 주 수도인 리치먼드, 타이드워터, 페닌슐라 지역에서 참전용사 초청 국제시장 특별상영회를 개최했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

2015-05-05

참전용사 “우리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한국인들뿐”

4일 ‘국제시장’ 특별상영회가 열린 메릴랜드 애나폴리스의 주상원 밀러빌딩의 프레지던츠 컨퍼런스 센터. 메모리얼 데이(25일)를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는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노병들이 대거 초청됐다. 레스 레컴프티(85)는 “아무도 한국전을 얘기하지 않는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바로 베트남 전쟁만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를 기억해주는 건 이 자리를 만들어준 (호갠 주지사실)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영화를 통해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과거의 기억들에 사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 어떠한 기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좋은 기억이 반, 나쁜 기억이 반”이라며 “전쟁 이후 아직 한국에 돌아가 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참전용사 보리스 에피노프(95)는 “한국에 가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한국처럼 산이 많은 곳을 본 적이 없다”며 “한국전에 대한 기억 중 대부분은 산을 오르고 내려가고 했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35세의 나이로 한국전에 참전, 매일같이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나중에는 그 편지를 엮어 ‘지구의 얼어붙은 지옥(Frozen Hell on Earth)’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레이먼드 모랜 예비역 원사(85)는 “오늘 같은 행사를 통해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도 만나고 너무 기쁘다”며 “한국 사람들이 잊지 않고 이런 행사를 만들어준 것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모랜은 “한국전 당시 선임이었던 에피노프를 직접 운전해서 모시고 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

2015-05-05

[영화·공연]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아버지 이야기

  국제시장 (Ode to My Father)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 김윤진 장르: 드라마 등급: 없음(한국은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국제시장(Ode to My Father)'의 목적은 또렷하다. 웃음과 감동이다. 작정하고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더 이상의 대의 같은 것은 없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라던가, 주인공의 삶의 저변에 깔린 역사 의식 같은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보면 신파도 이런 신파가 없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러려고 만든 영화다. 극장 안에 앉아있는 시간 동안만큼은 그런 거대한 의미 따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인공이 온몸으로 겪어내는 시대의 아픔에 함빡 빠져 그 삶의 여정을 좇으며 깔깔대고 웃다, 한숨을 쉬다, 눈물을 훔치다, 잔잔한 미소를 짓길 반복하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철저한 상업영화 '국제시장'의 힘이자 존재이유다. 영화는 주인공 덕수(황정민)란 인물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주요 지점들을 펼쳐 보여준다. 6·25 전쟁 당시 흥남 철수 난리통에 아버지와 막내 동생을 잃어버린 덕수는 그 마음의 빚을 떠안은 채 평생 희생과 노력으로 남은 가족을 지킨다. 피난 와 국제시장에 정착해 악착같이 일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덕수는 어머니와 두 동생을 편히 부양하기 위해 파독광부, 베트남 참전 등의 고된 선택도 마다 않는다.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평생의 짐으로 남았던 아버지와 동생 찾기에도 나선다. 하루하루가 고생길이다. 그사이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다. 그러나 덕수는 늘 장남의 굴레를 기꺼이 진 채 이를 견뎌낸다. '국제시장'은 여러 면에서 '포레스트 검프'와 비교될 만 하다. 역사의 주요 지점마다 주인공을 자리시켜 극을 진행시킨 방식이나, 적절한 웃음과 드라마의 균형을 찾아낸 감각 등이 그렇다. 충분히 더 장황해질 수도 있었던 극을, 적절한 에피소드만 골라 깔끔하게 다듬어 이어붙인 솜씨는 오히려 '포레스트 검프'보다 뛰어나 보이기도 한다. 베트남 전이나 이산가족 상봉 에피소드가 너무 감상적으로 빠질 만 할 때 즈음, 다시 시점을 현재로 옮기며 분위기를 환기시킨 리듬감은 특히나 칭찬할 만 하다. 다양한 웃음 포인트로 자칫 최루성 역사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던 극에 활력을 불어넣은 시도 역시 좋았다. 특히 평생을 함께 해온 덕수의 친구 달구(오달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유머나 정주영, 앙드레 김, 이만기, 남진 등을 극 속에서 잘 녹여내 카메오 아닌 카메오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빛난다. 황정민과 김윤진이 연애시절, 부부시절, 노년시절을 막론하고 천역덕스럽게 대사를 주고 받으며 만들어내는 깨알 웃음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포레스트 검프'가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게 태어났음에도 그 모든 역사의 풍파와 상관없이 한 개인으로서의 행복과 존엄을 지켜낸 이의 이야기로 감동을 줬다면, '국제시장'은 남들보다 뛰어났음에도 개인의 꿈과 바람은 철저히 거세한 채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살아야했던 주인공의 고단한 삶을 미화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덕수로 대표되는 모든 아버지들의 거칠지만 숭고한 나름의 사랑 방식을 보여주는 효과적 방법이기도 하지만, 가족으로 대표되는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고 아름다운 것이란 식의 해석이 생겨날 수 있는 여지는 분명 논란의 실마리를 남긴다. "모든 게 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낀데…그래도 기왕 일어나삔거 우리 애들이 아니고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 아이가?"하는 덕수의 대사가 일부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주며 얘깃거리를 낳고 있단 점이 그 반증이다. 현재 '국제시장'은 한국에서 개봉 보름여 만에 500만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 돌풍 반열에 들어섰다. 온 가족이 함께 극장에 가 시원하게 웃고 울고, 극장 밖을 나와서도 훈훈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해줄 만한 영화이니, 흥행의 이유는 충분하다. 자녀를 위해 희생한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60~80년대 어려웠던 한국에 대한 향수가 유난히 짙게 서려있는 한인 사회에서는 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북미지역에서도 지난달 25일 LA CGV 개봉, 오늘(2일) 패서디나 램리 플레이하우스 개봉에 이어 오는 9일부터 북미 전지역 40여 개 관에서 본격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개봉하는 한국영화로는 최대 규모다. 자세한 개봉관 리스트는 CJ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www.CJ-Entertainment.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5-01-01

[영화·공연] CG<컴퓨터 그래픽>로 이뤄낸 그때 그시절…'놀랍네'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의 삶은 시간상으로는 한국 전쟁 때부터 현재까지, 공간상으로는 한국만 아니라 독일과 베트남까지 무대 삼아 펼쳐진다. 이를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방대한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동원됐다. 이 영화의 VFX(시각 효과) 수퍼바이저를 맡은 한태정 매크로그래프 이사는 "'국제시장'의 CG 비용이 '명량'의 CG 비용을 뛰어넘는다"고 전한다. 영화 도입부, 노란 나비가 현재의 국제시장 곳곳을 누비며 날아간다. 물론 이 나비는 쉽게 짐작하는 대로 CG다. 한데 나비만이 아니라 이 영화에 시대별로 등장하는 국제시장의 모습도 부산 기장에 세트를 지어 촬영한 뒤 CG 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가장 대규모로 CG 작업이 동원된 대목은 피난길의 어린 덕수네 가족이 흥남 부두에서 미국 상선 메레디스 빅토리호에 올라타는 시퀀스다. 일단 이 배의 거대한 모습 자체가 100% CG다. 배 뒤편으로 보이는 바다도 마찬가지다다. 이 장면의 촬영은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 진행됐는데, CG팀은 현장에 가로 10m 세로 4m 크기의 컨테이너를 이어 붙인 거대한 벽면을 만들고 그 위에 CG 합성용 그린스크린을 부착했다. 그 앞에서 300여 명의 출연진이 피난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메레디스 빅토리호의 선체와 출렁이는 바다를 CG로 합성했다. 청년이 된 덕수가 독일의 광산에서 일하는 장면에도 CG가 사용됐다. 특히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벌어지는 장면은 상상력을 한껏 더해 만들어낸 것이다. 윤제균 감독이 극적 긴장감을 위해 석탄이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와 광부들을 쓸어가는 모습을 CG팀에 주문했기 때문이다.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장면의 CG는 고증을 충실히 따르는데 초점을 맞췄다. 덕수가 생방송 출연을 위해 서울에 간 사이, 다른 가족들은 부산의 집에 모여 TV로 방송을 지켜본다. 이 때 흑백 TV 화면에 등장하는 여의도 광장의 전경은 100% CG다. KBS에서 구한 당시의 방송 자료가 화질이 좋지 않아 CG로 재현한 것이다. 덕수가 김동건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하는 방송국 내부의 모습도 CG의 힘을 빌렸다.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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