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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연꽃 나들이

잔디밭 풀을 뽑고 있는데 앞집 할머니가 휠체어를 끌고 나와 물끄러미 바라본다. 작년에 넘어져 허리 수술을 받고 걷지 못한다. 은퇴 경찰 남편과 살았는데 남편이 세상을 등졌다. 그 뒤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던 선생 딸과 이혼하고 개와 함께 어머니 집으로 들어온 늙은 아들과 같이 산다. 할머니 나이가 94세 넘어지기 전에는 눈도 치우고 정원도 가꾸었다.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서 생활한다. 할머니는 나를 알지만 나는 할머니를 모른다. 그냥 앞집 사는 할머니다. 내가 할머니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고 휠체어를 밀면서 연꽃 구경을 가자고 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고등학교가 있다. 학교 파킹장 뒤로 조그마한 연못이 숲속에 있다. 운동하면서 숲속을 헤매다 연못을 발견했고 그 조그마한 연못에 연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가 좋아할지 모르지만 집안에서 있다가 밖에 나와 자연환경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숲속 연못은 연잎 천지였다. 수많은 연잎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빼곡히 연못을 메우고 있었다. 그 빈틈을 비집고 여기저기 얼굴을 뾰족이 내민 연꽃들이 앙증맞게 피어 있었다. 한 공간에 있는 연꽃들이건만 어떤 것은 이제 막 봉우리를 맺었고 어떤 것은 속까지 활짝 만개하였고 어떤 것은 꽃잎이 다 떨어져 버린 뒤였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는 연꽃을 타고 인간 세상에 올라와 황후가 되었다. 연꽃은 죽음으로부터 재생과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 연꽃은 청결하고 고귀한 이미지 때문에 극락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연꽃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연꽃은 개화 1일, 만개 2일, 낙화 1일로 보통 나흘 동안만 꽃을 피운다고 한다. 아름다움의 절정을 향한 시간치고는 참으로 짧고 허무하지 않은가. 반면 투박하고 커다란 연잎은 햇빛에 마르고 바람에 흔들리고 빗물을 받아 내면서도 한여름을 무던히 버텨낸다. 연잎에서는 싱싱한 생기와 푸르른 강인함이 샘솟는다. 사람들이 연꽃을 보고 호들갑스럽게 탄복할 때 나는 조용히 연잎에 감동한다. 나흘 만에 지고 마는 연잎을 안쓰럽게 쓰다듬어 주는 다정한 손. 온몸으로 빗물을 받아내는 오래된 우물 같은 단단한 배. 물 한 방울을 탐내지 않고 소중히 모으다 어느 날 어느 순간 한꺼번에 쏟아 버리고 홀연히 빈손으로 돌아가는 무욕. 빼곡히 자라나 한 치의 틈도 없이 연못을 뒤덮어 버리는 가멸참. 연꽃의 화려한 잔치 뒤에서 소리 없이 제 일만 하는 수더분함. 연잎의 삶은 평범한 우리들의 삶처럼 수수하고 강인하되 정겹다.   할머니의 삶에서 꽃의 시간은 오래전에 끝났다. 반백 년을 넘어 산 나의 꽃도 이미 낙화한 지 오래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의 대부분의 시간은 잎의 시간이었고 남은 삶도 그러할 것이다. 땡볕에 살이 타고 매서운 바람에 휘청거리고 빗물에 흠뻑 젖으면서도 하루하루를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는 잎 말이다. 생의 절정을 탐하며 화려한 꽃으로 피고 지려고 하기보다는 수많은 평범한 아무개가 되어 이파리로 나고 소박하게 죽어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은 연꽃의 화려한 개화에 감탄하고 허무한 낙화에 한숨 짓느라 푸르디푸른 연잎들을 미쳐보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할머니의 눈빛에서 연잎의 기운을 읽었다. 생의 마지막을 강인하게 견뎌낼 인내와 연잎 같은 삶에 자족하며 생을 내려놓을 용기가 번뜩이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나들이 연꽃 연꽃 나들이 연꽃 구경 앞집 할머니

2024-06-26

올해 '단풍 구경'은 어디로 갈까요?

남가주에 다시 늦더위가 찾아온 가운데 가주 북쪽 산악지역에서부터 서서히 단풍이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아메리카 대륙 북부 지역이나 뉴잉글랜드 주 처럼 화려하고 규모 있는 단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스모키마운틴스닷컴(SmokyMountains.com)이 최근 발간한 단풍 예상 지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시에라 네바다 산악지역, 그리고 남가주 샌디에이고 일부 지역에서도 나무들이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샌디에이고 지역에서는 현재 샌디에이고 북동쪽에 자리한 쿠야마카 랜초 주립공원의 덩굴옻나무(Poison oak) 잎들이 붉게 물들고 있다. 공원 측은 세 잎으로 구성된 덩굴옻나무 잎이 피부에 스치면 가렵기 때문에 나무 근처에 가는 것은 피하고 멀리서 보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남가주에서 단풍 구경을 위해 많이 찾는 지역으로는 마운트 샌 하신토 주립공원, 팔로마 마운틴 주립공원, 실버우드 레이크 주립 휴양지 등이 있다.   거리는 조금 멀어도 매년 비숍을 찾는 한인도 많다. LA에서 편도로 4~5시간 정도 걸려 새벽부터 서두르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보통 1박 2일 코스를 추천한다.     다음은 단풍구경하기 좋은 지역 리스트를 모아 놓은 사이트 이다.   ▶https://ktla.com/news/california/the-best-places-to-catch-the-leaves-changing-colors-this-fall/  (남가주 포함 가주 전역)   ▶https://bishopvisitor.com/activities/fall-colors/ (비숍 지역 안내) 김병일 기자단풍 구경 단풍 구경 단풍 예상 샌디에이고 지역

2023-10-04

“새집, 앉아서 구경해 볼까요?”

  리얼티 원 그룹(Reality One Group) 소속 슈나이더 팀(대표 승경호)이자 부동산 매거진 '내집장만' 발행 팀이 진행하는 ‘부동산 오케스트라 시즌4’ 세미나가 오는 25일(토) 맥클린 오피스(7925 Jhones Branch Dr. #3100 Mclean, VA 22102), 26일(일) 콜롬비아 오피스(5805 Waterloo Rd. #140 Columbia, MD 21045)에서 각각 오후 2시에 개최된다.       매달 실속있는 주택관련 정보를 지역사회에 제공하며 각광 받고 있는 ‘부동산 오케스트라’는 ‘새집, 앉아서 둘러보자’를 주제로 이번달은 시즌 4로 준비된다.     세미나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에 새로 짓는 주택 중, 한인들이 선호할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춘 지역을 선정해 에이전트들이 직접 사이트 방문 후 얻은 다양한 자료화면과 정보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열린다.    이수경, 줄리엣 리, 정필도, 엔젤라 윤, 박주연, 강상구, 서동진, 엠마 리 리얼터가 강사로 나서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새집구입 과정과 집 구조 선택 전 주의사항, 인스펙션 시 주의깊게 봐야 하는 점, 빌더에 맡겨야 하는 옵션과 입주 후 개인이 해야 절약할 수 있는 옵션 소개 등 기존 매물을 구입할 때와는 많이 다른 조건들을 소개한다.     슈나이더팀 승경호 대표는 “자신이 거주하는 인근 지역에 새로 짓는 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편안한 자리를 마련했다”며 “팀 에이전트들이 직접 사이트를 찾아가 세일즈 담당자와 상담하고, 지역정보와 학군정보등 손님들께 꼭 필요한 정보들을 꼼꼼히 조사해 준비했다”고 자신감있게 말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구조와 인테리어로 새집을 지어 내집 마련의 꿈을 꾸고 계신분들께 좋은 자리가 될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를 위해 슈나이더팀 에이전트들은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의 지역들을 각각 나누어 개별 담당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는 새집에 대한 전문 지식과 더불어 자신이 거주하는 인근지역 새집 매물을 발품들여 찾아다니는 번거로움 없이 한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나이더 팀의 ‘부동산 오케스트라’ 세미나는 매달 중순경 월 1회 개최되며, 관련 스케줄은 본보 및 곳곳에 비치된 ‘내집장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새집 구경 인근지역 새집 새집구입 과정 슈나이더팀 에이전트들

2023-03-15

[우리말 바루기] ‘널찍하다’, ‘넓적하다’

지난 주말 집 근처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견본주택 구경을 갔다. 둘러보는 사람들도 저마다 공간 활용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밝혔다. “드레스룸이 널찍하게 만들어져 옷장이 따로 필요 없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공간이 두루두루 꽤 넓을 때 이처럼 ‘널찍하다’ 또는 ‘넓직하다’고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소리 내어 말할 때는 [널찌카다]고 곧잘 발음하다가도 글로 쓸 때는 이처럼 ‘널찍하다’고 해야 할지, ‘넓직하다’고 해야 할지 아리송해하는 사람이 많다. 바른 표현은 ‘널찍하다’.   맞춤법을 보면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 된 말은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는다고 돼 있어 ‘넓직하다’고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엔 소리대로 적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널찍하다’고 적어야 한다. “베란다를 확장해 거실이 널따랗게 빠졌다”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넓다랗다’가 아닌 ‘널따랗다’고 쓴다.   그렇다면 ‘넓적하다’ ‘넙쩍하다’ 중 바른 표현은 무엇일까. ‘널찍하다’ ‘널따랗다’와 마찬가지로 ‘넙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른 표현은 ‘넓적하다’이다. ‘넓적하다’는 ‘널찍하다’ ‘널따랗다’와는 달리 끝소리가 드러나므로 어간의 원형을 밝혀 ‘넓적하다’고 써야 하는 것이다.우리말 바루기 널찍 공간 활용 견본주택 구경 예외 조항

2023-02-28

[삶의 뜨락에서] 사람 구경

구경거리 많은 축제의 거리를 다녀온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축제 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왔네.” 산속에서 혼자 사는 소위 자연인이 아니면 사람들은 매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서로 바라보며 다른 말로 조금 이상하게 표현하면 사람 구경하며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행사장을 갔다 와서 인파 속을 헤맸던 시간을 특별히 사람 구경 했다고 말한다. 매일 만나보던 사람이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의 처음 보는 표정과 행동거지를 대하고 나서 구경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무엇을 구경하고 있는 것인가. 동물원에 가서 울타리 저편의 원숭이를 구경하노라면 그 원숭이도 가만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람 비슷한 털복숭이 짐승이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고 그 원숭이들 역시 자기들과 비슷하지만 옷이라는 것을 걸친 털 없는 사람들을 “뭐 하는 것들인가” 하며 바라보고 있다. 밀림 속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살고 있을 때보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 구경을 하며 동물원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그들은 사람 구경이 재미있을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이나 삶의 색깔을 바라보기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의 몰랐던 생활의 한 면을 보며 재미있어한다. 특별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그려내는 그런 종류의 책자나 잡지 같은 것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팔리고 읽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많은 영상 자료들 역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사람 구경이라 말하기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기 아닌 타인의 삶과 그 모습에 관심을 갖는 것이 흥미를 갖고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의 모습에서 배우고자 하는 그런 열망이 더 큰 경우도 많이 있다.   타인의 삶과 모습을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과 자기의 그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보여주고 보이는 어떤 그림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별다른 공감과 감동 같은 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싹트기도 하고 미움이라는 것이 솟아나기도 한다.   어떤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지의 풍경이나 훌륭한 유적 등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풍습을 더 흥미 있게 관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황야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 잘 꾸며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 오래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눈빛 등 그곳을 사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분위기가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고 있음을 본다. 사람이 문제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보여주는 어떤 것이 그곳의 인생이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조선을 건국하고 이끌었던 사람들의 행렬, 격동하는 세계의 경쟁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망국의 길로 끌고 가던 사람들, 초원을 달리며 바람처럼 살아가던 사람들과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지평선을 향하여 달려가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이 방법이 옳습니다” 하며 한 나라를 뒤집던 사람들의 행렬과 결국에는 다름없는 종말로 쓸쓸히 퇴장하던 사람들,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일어났다 저물어 간 사람들, 로마를 대제국으로 일으켜 세웠던 사람들의 행렬 그리고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게 만든 사람들의 행렬이 사람 구경의 어떤 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보여주고 보이며 긴 행렬을 이루고 지나간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보아 왔던 사람들을 기억해 본다. 사람 구경하는 어느 자리에 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람 바라보기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구경 사람 구경의 축제 구경 행렬과 결국

2022-11-30

[삶의 뜨락에서] 사람 구경

구경거리 많은 축제의 거리를 다녀온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축제 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왔네.” 산속에서 혼자 사는 소위 자연인이 아니면 사람들은 매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서로 바라보며 다른 말로 조금 이상하게 표현하면 사람 구경하며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행사장을 갔다 와서 인파 속을 헤맸던 시간을 특별히 사람 구경 했다고 말한다. 매일 만나보던 사람이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의 처음 보는 표정과 행동거지를 대하고 나서 구경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무엇을 구경하고 있는 것인가. 동물원에 가서 울타리 저편의 원숭이를 구경하노라면 그 원숭이도 가만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람 비슷한 털복숭이 짐승이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고 그 원숭이들 역시 자기들과 비슷하지만 옷이라는 것을 걸친 털 없는 사람들을 “뭐 하는 것들인가” 하며 바라보고 있다. 밀림 속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살고 있을 때보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 구경을 하며 동물원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그들은 사람 구경이 재미있을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이나 삶의 색깔을 바라보기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의 몰랐던 생활의 한 면을 보며 재미있어한다. 특별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그려내는 그런 종류의 책자나 잡지 같은 것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팔리고 읽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많은 영상 자료들 역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사람 구경이라 말하기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기 아닌 타인의 삶과 그 모습에 관심을 갖는 것이 흥미를 갖고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의 모습에서 배우고자 하는 그런 열망이 더 큰 경우도 많이 있다. 타인의 삶과 모습을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과 자기의 그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보여주고 보이는 어떤 그림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별다른 공감과 감동 같은 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싹트기도 하고 미움이라는 것이 솟아나기도 한다.   어떤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지의 풍경이나 훌륭한 유적 등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풍습을 더 흥미 있게 관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황야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 잘 꾸며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 오래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눈빛 등 그곳을 사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분위기가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고 있음을 본다. 사람이 문제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보여주는 어떤 것이 그곳의 인생이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조선을 건국하고 이끌었던 사람들의 행렬, 격동하는 세계의 경쟁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망국의 길로 끌고 가던 사람들, 초원을 달리며 바람처럼 살아가던 사람들과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지평선을 향하여 달려가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이 방법이 옳습니다” 하며 한 나라를 뒤집던 사람들의 행렬과 결국에는 다름없는 종말로 쓸쓸히 퇴장하던 사람들,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일어났다 저물어 간 사람들, 로마를 대제국으로 일으켜 세웠던 사람들의 행렬 그리고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게 만든 사람들의 행렬이 사람 구경의 어떤 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보여주고 보이며 긴 행렬을 이루고 지나간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보아 왔던 사람들을 기억해 본다. 사람 구경하는 어느 자리에 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람 바라보기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구경 사람 구경의 축제 구경 행렬과 결국

2022-11-2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초신성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밝기 등급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질량 때문에 팔자가 달라진다. 무거운 별일수록 더 일찍 끝장난다. 질량에서 오는 중력 때문에 활발한 핵융합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보다 약 5배 이상의 무게를 가진 별은 초신성 폭발로 그 생을 마감한다. 초신성은 자기가 속한 은하 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는데 그 위력이 대단하여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까지 합성하고 최후를 맞는다.     원자 번호 1번인 수소는 빅뱅 때 만들어졌다. 2번 헬륨은 빅뱅 직후 우주의 온도와 압력이 여전히 높았을 때 그 일부가 만들어지다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우주에 널리 퍼진 수소가 모여 별이 탄생하고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내던 별이 원료인 수소가 고갈되면서 원자 번호 26번 철까지 만들고 생을 마감했는데, 과학자들은 그 이상의 무거운 원소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무거운 별은 그 마지막에 은하 규모의 큰 폭발을 일으키며 그 잔해를 우주 구석구석으로 흩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런 별을 초신성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속한 은하수 정도의 은하에는 약 백 년에 한 번씩 초신성 폭발이 있는데, 마지막 초신성인 케플러 초신성 폭발 후 아직 그 후속타가 없어서 혹시 우리 세대의 남은 기간에 초신성 구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해 본다. 당시 천문학자였던 케플러가 관측하고 연구해서 아예 케플러 초신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한국, 중국, 아랍권 국가에도 그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케플러가 관측한 것보다 4일 먼저 갑자기 나타난 객성에 대한 기록이 있다. 케플러 초신성을 본 것이다.   그렇게 우주 전역으로 퍼진 별의 파편이 모여 새로운 별이 되거나 그 별의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그리고 그 행성을 도는 위성이 되었다. 아무 것도 없던 우주에 별이 생기고 그런 별들이 모여서 은하를 이루었다. 그렇게 우주의 한 귀퉁이에 은하수라는 은하가 생겼고, 은하수 외곽에 태양이라는 별이 탄생했다.     태양은 총 8개의 행성을 거느렸는데 그중 세 번째 궤도를 공전하는 행성이 지구다. 보통 은하의 중심부는 활동이 왕성해서 별의 수명이 짧았지만, 은하수 변두리에 자리 잡은 태양은 우리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고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바로 우리 인류 얘기다.   우리 몸을 포함하여 삼라만상을 이루는 총 92가지 기본 원소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고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면 결국 초신성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누군가 우리는 초신성의 후예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후기 인상파 화가였던 고갱이 죽기 직전에 타히티섬에서 그린 그림이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조금 긴 이름의 대작이다. 인류는 항상 우리의 기원, 존재 의미,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며 살았다. 의외로 답은 밤하늘에 있다.   우리는 생멸하는 별의 잔해에서 생겨나서 은하의 변두리를 떠도는 태양이란 별 주위를 도는 지구에 산다. 우리가 죽으면 다시 우주의 92가지 기본 원소로 분리되어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어느 날 다시 별도 되고 행성도 된다. 그러다 또 생명이 되기도 하는 초신성의 후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우주 핵폐기물의 재활용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초신성 케플러 초신성 초신성 폭발 초신성 구경

2022-09-09

[부동산 이야기] 오픈하우스 이유

 이번에는 오픈하우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부동산 시장이 성수기로 접어드는 요인도 있지만, 요즈음 주말에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곳 저곳에서 오픈하우스 사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동산 붐이 있었던 지난 2004년에서 2006년 사이에도 오픈하우스를 하면 주변이 마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현재도 오랜만에 그때와 마찬가지로 오픈하우스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집을 볼 정도로, 필자도 놀랄 정도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 오픈하우스란 무엇인가? 말그대로 에이전트 없이도 정해진 시간 안에서는 자유롭게 집을 볼 수 있도록, 집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픈하우스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눌수 있는데, 하나는 주말에 하는 일반 오픈하우스와 또 하나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로커스 오픈하우스가 있다.   일반 오픈하우스는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주말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역마다 요일의 차이는 있지만 브로커들의 오픈하우스는 주중에 하루를 정해서 한다.   예를 들어 한인타운의 경우는 화요일, 패서디나의 경우는 목요일 등이다. 보통 일반 오픈하우스 보다는 브로커들의 오픈하우스를 먼저 하는데, 이유는 먼저 에이전트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보면서 다시 전략을 짜기 위함이다. 물론 일반인들도 브로커스 오픈하우스에 와서 구경해도 상관없다. 여기서 오픈하우스를 하는 이유를 에이전트와 셀러의 입장에서 간단히 정리를 해본다.   오픈하우스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집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줌으로써 최고의 가격에 좋은 오퍼를 단시간 내에 받아보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 말고도 에이전트에게는 여러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광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세일 사인을 다는 것 만으로도 많은 홍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에이전트가 없는 손님을 만날 수 있어서 손님 확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셀러에게 오픈하우스의 의미는 무엇일까? 물론 앞에서 언급한 이유도 있지만 집을 내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서 계속해서 마음 편히 집에 있기가 어려운데 오픈하우스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보여줌으로써 나머지 시간을 보다 편하게 지낼수 있고, 심리적으로 셀러는 우리 에이전트가 나의 집을 팔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다음은 오픈하우스의 실효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다.   ▶문의: (818)357-7694 에릭 민 / 드림부동산 부사장부동산 이야기 오픈하우스 구경 오픈하우스 사인 일반 오픈하우스 오픈하우스 이유

2022-03-30

그곳이 걷고 싶다 2. 둘루스 맥대니얼팜

짙은 숲속 개울물 운치 가득  사계절 언제 가도 걷기 좋아 옛 농장터 구경도 특별 재미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에게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이다. 몸에 좋은 음식, 운동, 약 이야기가 끊임이 없다. 걷기도 절대 빠지지 않는 소재다. 2021년 매사추세츠대학이 중심이 된 공동 연구팀이 미국 의사협회(JAMA)지에 발표한 논문도 걷기가 얼마나 건강 장수에 좋은지 일깨워 준다.    38~50세 남녀 211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 따르면 매일 7000보 이상 걷는 사람의 사망률은 그 이하로 걷는 사람들보다 50~70%나 낮았다. 그야말로 불로초가 따로 없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다지만 정작 걷기가 불로초인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각설하고, 꾸준히 걷기에 가장 좋은 곳은 역시 동네 공원이다. 미국 좋다는 게 뭔가. 어느 도시를 가도 동네 인근에 훌륭한 공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든 자연이든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른다. 조지아 한인타운 둘루스 한복판에 있는 맥 대니얼 팜 공원(McDaniel Farm Park)도 그렇다.      나는 처음 이곳을 가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나 조붓하고 우아한 공원이 있다니. 말이 동네 공원이지 숲도 우거지고 작은 개울까지 흐르는 거대한 자연이다. 전체 면적은 134에이커. 1에이커는 약 1224평이니까 대략 16만 4000평이나 된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면 국제규격 축구장 80개 정도 넓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공원은 1999년 귀넷카운티가맥 대니얼 가문으로부터 농장을 구입해 주민 쉼터로 만든 곳이다. 원래는 19세기 초 서부 개척이 한창일 때 불하된 땅이었다. 처음 미국은 동부 13개 주를 중심으로 한 나라였기 때문에 애팔래치안 산맥 너머는 모두 미답의 땅이었고 그냥 서부로 불렸다. 정부는 서부를 개척하면서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쫓아내고 얻은 땅을 공짜에 가까운 헐값으로 팔았다. 토지 추첨(Land Lottery) 정책이었다. 물론 토지 신청은 백인 남자만 할 수 있었다. 이 공원도 1820년 그렇게 해서 시작된 땅 중의 하나였다.     이 땅은 1859년 맥 대니얼이라는 사람에게 당시 돈 450달러에 다시 팔렸다. 그는 이곳을 농장으로 개간했다. 그의 후손들도 목화도 심고 채소도 심고 벌목도 하면서 19세기 초기까지도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 갔다. 지금 공원은 입구가 둘인데 올드노크로스로드 쪽으로 들어가면 당시 미국 남부의 전형적인 농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1874년에 지었다는 농장 본채와 우물, 19세기 초반에 지은 헛간, 대장간, 당시 썼던 농기구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공원 이름에 농장(Farm)이 붙은 것은 그래서이다. 봄 여름엔 텃밭도 운영한다. 또 여러 트레일 외에도 단체 모임을 위한 바비큐 시설, 놀이터, 개 공원 등도 구비되어 있다.        주말 아침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는 집에서 가까운 이곳을 찾아가 걷는다. 언제 가도 걷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두 손잡고 함께 걷는 나이 든 노부부도 보이고 씩씩하게 혼자 걷는 노인도 많다. 깡총깡총 뛰어가는 젊은 아가씨도 있고 개와 함께 유유히 산책하는 중년 아주머니 아저씨도 보인다. 그들을 마주쳐 지나칠 때면 다들 예외 없이 눈을 맞추고 미소를 굿모닝, 헬로 하며 미소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아, 내가 미국에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확인한다.      공원 내 여러 트레일 중 제일 바깥쪽을 골라 빠른 보폭으로 착착착착 걸으면 30~4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돈다.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봄이다. 막 올라오는 새순이며 연초록으로 덮여가는 신록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재잘재잘 새소리, 돌돌돌 물소리도 신비롭고 경이롭다. 단풍 짙어가는 가을도 좋다. 요즘같이 잎을 모두 떨구고 나목만 남은 앙상한 숲길을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알싸한 아침 공기, 청명하게 높은 하늘을 음미해가며 시린 손을 용감하게 흔들며 뚜벅뚜벅 성큼성큼 걸어보는 것은 겨울 걷기의 재미다.         걷는다는 것은 그냥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원래 머리를 쓰면 몸은 정지한다. 거꾸로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쉰다. 몸과 머리의 상호작용 원리다. 주말 한 두 시간 땀 흘려 걷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다시 균형을 회복하는 것도 이런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메모 : 공원 입구는 올드노크로스로드(3251 McDaniel Rd, Duluth, GA)와 둘루스 하이웨이(3020 McDaniel Rd. Duluth, GA) 쪽에서 들어가는 길 두 곳이 있다. 농장 시설을 보려면 올드노크로스쪽에서 들어가면 된다.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개방. 입장료 무료.     이종호 기자 [email protected]           농장터 구경 대니얼 가문 가도 동네

2022-01-13

[살며 배우며] 단풍 구경

  11월 1일 월요 등산대원들이 Black Rock Mountain State Park으로 단풍구경을 갔다. 둘루스에서 한 시간 반 운전 거리, 30여명이 8대 차에 나눠 타고 9시에 떠났다. 8대의 차는 순서를 정하여 일렬로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중간에 다른 차가 끼어들면, 앞차가 속도를 줄이고 깜박등을 켜니 중간에 끼었던 차가 떠났다.     달리는 85 하이웨이 가장자리로 늘어선 숲과 나무들이 찬란한 가을 아침 햇빛에 선명하게 빛나고 누런 단풍들이 가을을 보여주었다. 우리 부부가 탄 차의 운전 수가 노래를 시작한다: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초등학교 시절에 부르던 가을 노래, 나도 따라 불렀다. 차의 뒷자리에서 끝없이 이야기하던 두 여자도, 이야기를 멈추고 어려서 부르던 가을 노래를 나직이 따라 부르며 추억을 상기하는 모양이었다.      “와, 산으로 높이 올라가니 단풍이 곱게 들었네!” 하는 운전사의 외침에 산 중턱을 오르는 차창을 내다보니 단풍들이 찬란했다. “와, 저 햇빛을 등진 단풍잎을 봐, 가을을 맞으려고 알록달록 연지곤지 찍은 새 각시 같네!” “와 산에 높이 오를수록 단풍이 너무 곱네!” “높을수록 더 기온이 떨어지니 단풍이 더 일찍 드나 봐.” 그런 소리들이 나왔다.       목적지 공원 산꼭대기에 도착하여 쉘터 옆 주차장에 주차하고 사람들은 차에서 나오자마자 확 트인 전망에 와! 소리쳤다. 해발 1,110 미터의 고지에 서서 멀리 보이는 햇빛 쏟아지는 산들이며 들판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노랗고 빨간 색깔로 덮은 넓은 산등성이 아득한 끝자락엔 불루-리지 산맥의 먼 산들이 철썩 이는 파도 같이 작아져서 지평선을 이루었다. 많은 미국사람도 검은 바위 위에 서서 단풍 든 산들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사진도 찍었다.       울긋불긋 단풍 든 산등성 골짜기에 작은 마을의 집들이 성냥갑 보다 적게 보인다. 사람도 곰도 사슴도 살쾡이도 다람쥐도 수많은 새와 동물들도 드넓은 산속에서 서로 먹이 사슬에 얽혀 살아간다. 차에서 내릴 때 우리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한 이유는, 매일 살아가는 일상의 작은 일들에만 매달렸던 시선이 넓은 세상, 생명체의 의지를 넘어 큰 자연, 초월적인 것을 느끼는 순간 감사의 환호가 아닐까?      점심 식사 전 모두 공원의 숲길을 걸었다. 숲길로 들어서니 길가로 늘어선 단풍들이 눈길을 끈다. 숲속 그늘의 작은 나무도 단풍잎을 흔들며 우리를 맞았다. 낙엽들이 산길을 푹신하게 쿠션을 만든다.      식사 당번들은 산길 걷지 않고 고기들을 굽고 여러 가정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탁자 위에 준비했다. “와, 세상에 어느 쉐프의 음식보다 더 맛있네!” “음식에 정성도 들어갔지만, 찬란한 단풍 속에서 먹으니 맛이 더하지 않을까요?” 감탄의 소리를 냈다.      점심식사 후엔 여성들의 라인 댄싱이 있었다. 햇빛 드는 쉘터 자리에 탁자들을 치우고 빈 콘크리트 자리에 서서 여자들이 핸드폰에서 나오는 ‘어부바 부리 부비바 내 사랑 나의 어부바’ 노래에 맞추어 율동하며 라인 댄싱을 신나게 했다. 부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      “이제부터 오징어 게임을 시작하겠으니 모두 여기 선 밖에 서세요.” 총무가 인도했다.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였다. 그는 저만큼 앞에서 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뒤를 돌아보며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적해서 탈퇴시켰다.    무궁화 게임에서 생존자는 3개의 유리구슬을 받았다. 일 미터 떨어진 콘크리트 바닥에 그려놓은 동그라미 속에 구슬을 굴려서 넣는 구슬치기가 두 번째 게임이었다. 오, 와, 오오, 신음 속에 와 하고 성공시킨 환호 소리도 들렸다.      구슬치기에서 성공한 6명의 선수가, 이번엔 딱지치기를 했다. 종이 딱지를 쳐서 땅에 있는 딱지를 뒤집는 게임을 했다. 딱지치기에서 최후 승자에게 주어진 상품은 회원 모두에게 한 병씩 줄 음료수였다. 아득한 옛날 즐겼던 게임을 엮은 오징어 게임을 하며 추억도 살리고 신나게 게임을 하고 응원하는 모두의 얼굴은 건강한 웃음으로 단풍처럼 빛났다.     가을은 어김없이 어디에나 오지만, 찬란한 단풍들로 장식한 산자락 공원에서의 하루는 감격의 일탈이었고, 옛 추억을 살려 새로운 추억 한 켜를 만들었고, 자연에 대한 감사와 은혜를 가슴으로 느꼈고, 우리들 우정이라는 나무에 한 겹의 나이테를 키웠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살며 배우며 단풍 구경 무궁화 게임 가을 노래 오징어 게임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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