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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사람 구경

구경거리 많은 축제의 거리를 다녀온 사람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축제 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왔네.” 산속에서 혼자 사는 소위 자연인이 아니면 사람들은 매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서로 바라보며 다른 말로 조금 이상하게 표현하면 사람 구경하며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행사장을 갔다 와서 인파 속을 헤맸던 시간을 특별히 사람 구경 했다고 말한다. 매일 만나보던 사람이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의 처음 보는 표정과 행동거지를 대하고 나서 구경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무엇을 구경하고 있는 것인가. 동물원에 가서 울타리 저편의 원숭이를 구경하노라면 그 원숭이도 가만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람 비슷한 털복숭이 짐승이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고 그 원숭이들 역시 자기들과 비슷하지만 옷이라는 것을 걸친 털 없는 사람들을 “뭐 하는 것들인가” 하며 바라보고 있다. 밀림 속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살고 있을 때보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 구경을 하며 동물원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그들은 사람 구경이 재미있을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이나 삶의 색깔을 바라보기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의 몰랐던 생활의 한 면을 보며 재미있어한다. 특별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그려내는 그런 종류의 책자나 잡지 같은 것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팔리고 읽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많은 영상 자료들 역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사람 구경이라 말하기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기 아닌 타인의 삶과 그 모습에 관심을 갖는 것이 흥미를 갖고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의 모습에서 배우고자 하는 그런 열망이 더 큰 경우도 많이 있다. 타인의 삶과 모습을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과 자기의 그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보여주고 보이는 어떤 그림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별다른 공감과 감동 같은 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싹트기도 하고 미움이라는 것이 솟아나기도 한다.
 
어떤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지의 풍경이나 훌륭한 유적 등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풍습을 더 흥미 있게 관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황야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 잘 꾸며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 오래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눈빛 등 그곳을 사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분위기가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고 있음을 본다. 사람이 문제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보여주는 어떤 것이 그곳의 인생이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조선을 건국하고 이끌었던 사람들의 행렬, 격동하는 세계의 경쟁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망국의 길로 끌고 가던 사람들, 초원을 달리며 바람처럼 살아가던 사람들과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지평선을 향하여 달려가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이 방법이 옳습니다” 하며 한 나라를 뒤집던 사람들의 행렬과 결국에는 다름없는 종말로 쓸쓸히 퇴장하던 사람들,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일어났다 저물어 간 사람들, 로마를 대제국으로 일으켜 세웠던 사람들의 행렬 그리고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게 만든 사람들의 행렬이 사람 구경의 어떤 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보여주고 보이며 긴 행렬을 이루고 지나간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보아 왔던 사람들을 기억해 본다. 사람 구경하는 어느 자리에 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람 바라보기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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