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문예마당] 무언의 가르침

  오랜만에 신문에서 훈훈한 기사를 읽었다. 경남 양산시 통도사 자장암에 놓인 시주함에 누군가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와 함께 현금 200만원을 넣고 갔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27년 전 그 시주함에서 3만원을 훔치려 했던 사람의 고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어린 소년이 시줏돈을 훔치러 갔다 스님에게 들켰던 모양이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IMF 외환위기 시기라 사찰의 시주함이 털리는 일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편지는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27년 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 통에서 돈을 꺼냈습니다. 약 3만원 정도로 기억납니다”로 시작됐다. “그런데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이어졌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습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글 말미에는 “곧 아기가 태어날 거 같은데 아기에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그날 스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시주함을 도둑질하다 스님에게 들켰지만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돌아간 그 소년은 그날의 일을 혼자 간직한 채 예비 아빠가 된 것이다. 그리고 27년 후 다시 그곳을 찾아 시주함에 편지와 함께 현금 200만원을 넣은 것이다.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한 다짐이었다.     그때 소년의 어깨를 잡았던 스님은 지금도 자장암에 있는 현문 스님이라는 분이다. 현문 스님은 “그 무렵 IMF로 사람들이 너무 힘든 것을 알았기에 소년을 그냥 보낸 후 그 일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날 ‘사건’은 소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듯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습니다. 스님이 주문을 넣어서 착해진 것 같습니다”라고 편지에 쓴 걸 보면 스님의 무언의 큰 가르침이 소년의 마음에 깊게 새겨진 것 같다. 만약 스님이 소년을 경찰에 넘겼다면 그는 세상을 원망하며 더 깊은 범죄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현문 스님은 손편지에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돌아온 감동적인 사연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불에 등장하는 장발장과 미리엘 신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소설의 주인공 장발장은 굶주리는 일곱명의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 체포돼 19년 감옥살이를 하며 세상을 증오한다. 가석방 후 이리저리 떠돌게 되지만, 전과자인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이는 없었다. 마침내 미리엘 주교가 그를 받아들여 숙식을 제공하는데 장발장은 성당의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병사들에게 붙들린다. 장발장을 끌고 온 병사들에게 주교는 자신이 은식기를 주었다며, 오히려 장발장에게 ‘은촛대는 왜 그냥 두고 갔느냐’고 말했다. 이후 장발장은 선한 삶을 추구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는 타임(TIME), 라이프(LIFE),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 같은 영어 잡지와 영어 신문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서울 상대의 전신인 고상 출신인 아버지가 어쩌다 그렇게 영어에 심취하셨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당시 인텔리들은 서구 문물에 큰 관심을 가졌는데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학에 갓 입학해서였다. 아버지는 가끔 나의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하루는 “그랑프리가 영어로 그랜드 프라이즈지?” 라고 물으셨다.  나는 ‘그랑프리’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그래도 아는 척하며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얼버무렸다. 아버지는 빙그레 미소만 지으셨다. “이상하다. 영어를 잘하시는 아버지가 왜 내게 그것을 물으셨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얼른 내 방에 들어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랑프리가 영어로 그랜드 프라이즈(grand prize) 라는 것을 알고는 무안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아버지의 미소 속에는 확인해 보라는  메시지와 딸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배려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한 번은 영자 신문을 불쑥 내밀면서 한 기사를 번역해 보라고 하셨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 나의 영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아버지가 또 나를 테스트하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낑낑대며 번역을 해서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내심 잘했다는 칭찬을 기대했지만 그때도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이 부드러운 미소만 지으셨다.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다시 꼼꼼히 읽었다.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서 궁색한 여자가 남편 덕에 여왕처럼 호화롭게 사는 여고 동창에게 돈을 빌리러 갔다가 수모를 당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답은 바로 그것이었다. 여학생 때는 학교라는 울타리와 동일한 교복으로 인해 친구들 간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졸업 후에는 각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그 길이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특히 여성은 결혼을 잘하고 못함에 따라 인생행로가 결정되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세상물정에 어두운 딸에게 그런 여자의 운명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무언의 가르침을 통해 삶의 지식과 깨달음을 얻고는 했다.       노자에 나오는 ‘불언지교(不言之敎)’는 말하지 않고도 가르침을 준다는 뜻이다. 소년이 시주함의 돈을 훔치려 했을 때 스님이 소년의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좌우로 저어 제어한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너는 지금 잘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 때문인지 그 마음은 다 헤아리고 있다. 그러니 못 본 것으로 해 두마. 그러나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   용서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당시 스님이 베푼 무언의 가르침과 용서가 자칫 빗나갈 뻔한 한 남자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현문 스님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가르침 무언 시절 아버지 영어 신문 그날 스님

2024-10-10

[아름다운 우리말] 잘 가르치는 방법

남방불교 앙굿따라니까야(빠알리 경)의 다섯의 모음을 보면 가르침에 대한 논의가 나와 있어서 교육에 관하여 생각할 점을 줍니다. 교수법에 관한 이론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에서 언급하고 있는 다섯 가지 항목을 현대의 교육과 연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부처의 제자인 아난다 존자가많은 재가자들의 대중에 둘러싸인 우다이 존자가 설법을 하는 것을 보고 세존께 “세존이시여, 우다이 존자가 많은 재가자들의 대중에 둘러싸여 법을 설합니다.”라고 이야기하자 세존께서 아난다에게 법을 남에게 설하기 전에 안으로 다섯 가지 법의 준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다섯 가지는 설법에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교육에서도 지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로 순차적으로 가르침을 설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순차적이라는 말은 가르침의 순서입니다.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하고 무엇을 나중에 가르치는 것이 좋은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의 설계, 교수요목의 확정이 이 단계에 포함될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가르침의 순서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작이 어려워 아예 뒤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육과정)   두 번째는 되어감, 방편을 보면서 가르침을 설하리라 생각하면서 남에게 법을 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말은 학습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학습자의 수준, 단계에 맞게 가르침의 방법과 내용도 달라져야 합니다. 학습자의 수가 많은 경우에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수업은 학생 수만큼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집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학생은 개인입니다. 학습자를 모르는 교사가 제대로 가르치기는 어려울 겁니다. 늘 반성을 주는 부분입니다. (학습자 이해)   세 번째는 연민으로 가르침을 설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고통을 받는 사람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실천해야 합니다. 종교적인 장면이라면 이 말이 더 깊게 다가올 겁니다. 하지만 교육의 현장에서도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우리가 자주 놓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포기하고 싶은 학습자가 많고, 학습자의 모습이 이해 안 되는 순간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연민은 포기로 바뀝니다. 괴로운 순간입니다. (학습자에 대한 사랑)   네 번째는 욕심을 가지지 말고 설하라는 겁니다. 달리 설명하는 글을 보면 물질적인 것을 바라지 말라고 합니다. 가르침에 물질이 관여되면 다른 목적이 선행하게 되는 겁니다. 저는 모든 강의의 최우선 지점은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기쁘게 가르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조건을 따지는 순간 가르침은 그르침이 됩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자연스러움이 가르침의 기본입니다. (욕심 없는 가르침)   다섯 번째는 자신과 남을 상처받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자칫하면 가르침은 상처가 됩니다. 말도 행동도 가르침에서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는 남에게만 향하는 흉기가 아닙니다. 이는 가르치는 사람을 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가르치면서 스스로를 베어버릴 수 있기에 더 조심하여야 합니다. 칭찬과 멸시는 모두 가르침에서 위험한 요소입니다. 특히 자신을 향한 너그러움과 남을 향한 엄격함은 균형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가르침)   위에서 설명한 다섯 가지는 모두 위험 요소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르침을 즐겨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가르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잘못 가르쳤을 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종교의 가르침은 현실의 가르침과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마음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잘 준비하여야 가르침이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방법 학습자 이해 순간 가르침 모두 가르침

2024-08-25

한인 사이비 목사 “내 가르침으로 구원”

한인 목사가 만든 사이비 종교단체를 고발한 넷플릭스의 최신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9일에 공개된 ‘댄싱 포 데빌(Dancing for the Devil·악마를 위한 춤)’은 LA의 셰키나교회(Shekinah Church)와 ‘7M 필름’ 내부에서 벌어진 학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연예전문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이 3부작 다큐멘터리는 공개 첫주 44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시리즈는 셰키나교회와 7M 필름의 교인 및 회원들과 그 가족들의 증언을 따라간다. 교회와 7M에 소속된 현재 회원들은 다큐멘터리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교회와 7M측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둘 다 한인 목사 로버트 신이 운영하고 있다. 로버트 신은 1994년에 셰키나교회를 설립했고, 2021년 7M을 세워 소셜미디어의 스타와 틱톡 댄서들이 LA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도왔다.   7M과 댄서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협업자로 첫 인연을 맺었고 함께 만든 춤영상을 틱톡에 자주 올리면서 사업적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던 중 댄서 중 몇 명이 신 목사의 성경 공부에 참석하면서 사이비 조직의 핵심 그룹이 만들어졌다. 신 목사는 이 그룹에서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Man of God)’이라고 칭하며, 그의 가르침이 구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전 교인 혹은 전 회원들은 신 목사를 학대적인 사이비 지도자(abusive cult leader)라고 부른다. 신 목사는 댄서들과 교인들에게 구원받기를 원한다면 각자 가족들에게서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각자가 경건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면 가족들 역시 지옥에서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댄서들은 전원 셰키나교회 교인이다. 그들은 신 목사가 큰 부를 약속하며 재정 조언을 했다고 한다. 신 목사는 실제로 댄서들과 유명 브랜드 광고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전 회원이자 댄서인 오브리 피셔는 신 목사가 댄서들의 수입의 최대 70%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여러 여성들은 신 목사를 성폭행으로도 고소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수 카르디 B 등 유명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카르디 B는 그녀의 틱톡 라이브에서 7M의 문제점들을 언급하며 7M 댄서들을 스트립클럽에서 착취당하는 여성들에 비유했다.   카르디 B는 “신 목사는 댄서들에게 자신이 없으면 안될 존재로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면서 “여러분은 신 목사에게 매여있을 필요가 없다”고 7M 회원들에게 호소했다.   신 목사는 2022년 전 교인들, 특히 다큐멘터리에서 셰키나교회에 대해 증언한 핵심 인물인 한인 자매 프리실라·멜라니 이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이씨 자매와 셰키나 전 교인들은 지난해 신 목사와 셰키나교회를 상대로 세뇌,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감정적 학대, 조작 및 착취 등을 주장하며 맞고소했다. 이 사건의 본재판은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다큐멘터리의 공개 이후, 많은 주인공들이 그들의 경험을 더 많이 공유하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7M 및 셰키나교회 관계자들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을 소개한다.   ▶미란다 데릭   이 다큐멘터리는 7M에 소속된 댄서 미란다 데릭(결혼 전 성은 윌킹)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의 여동생 멜라니와 부모인 딘·켈리 윌킹 부부는 2022년 2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미란다가 사이비 종교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고 우려했다. 미란다는 제임스 B대시 데릭과 결혼했으며 여전히 셰키나교회와 7M 소속 회원으로 남아있다. 다큐멘터리 내용에 대해 미란다는 ‘편파적’이라며 본인의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과 단지 의견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미란다는 지난주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다큐멘터리에 대한 본인들의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다큐가 공개된 뒤 우리 부부는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고 협박 이메일과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다”면서 “삶 자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란다는 “부모와 여동생이 다큐멘터리로 날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난 지난 몇년간 가족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해왔는제 다큐로 인해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로버트 신 목사   신 목사는 다큐멘터리의 중심 인물이다. 셰키나교회의 전 교인인 리디아 정씨는 2009년 신 목사와 교회를 상대로 사기와 노동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녀는 교회와 신 목사가 본인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뇌했으며 강압적으로 설득하고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교회와 신 목사가 이런 수법을 통해 본인에게서 380만 달러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신 목사는 여전히 LA에 살고 있으며 다큐멘터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7M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가 ‘거짓말과 무책임한 주장을 담은 허구’라는 입장을 내놨다.   7M측은 이전 글에서는 프리실라·멜라니 이씨 자매가 2022년부터 중상모략을 해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인 거짓말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구제책을 계속 추구할 것이며, 법정에서 충분히 입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멜라니 이씨는 7M측의 발표에 대해 지난 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박했다. 그녀는 “신씨가 본인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소송과 다큐멘터리가 입증하고 있다”면서 “법원은 신씨가 나와 내 언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신씨에게 변호사 비용으로만 7만5000 달러 이상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또 다른 소송에서도 배심원단이 정의를 실현해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멜라니 이   멜라니는 프리실라 리의 여동생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자매는 힘든 유년 시기를 보내야 했다. 아버지는 자매를 버렸고 어머니는 알코올과 도박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두 사람은 LA로 이민온 후 출석 교회를 찾던 중 셰키나교회를 알게 됐다. 이씨에 따르면 신 목사는 저소득층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교인들을 직원으로 고용했지만 임금을 착취했다. 또한 신 목사는 교인들의 삶을 통제했으며 멜라니와 프리실라도 분리시켰다.   멜라니는 10년 만에 교회를 떠났다. 그녀는 “신 목사가 본인에게 잠자리를 요구했을 때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5일 인스타그램 게시글에서 “현재의 여러 과정들이 힘들고 때로는 쇠약해지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사랑과 지지가 나를 일으켜 세우고 그 모든 것을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리실라 이   멜라니의 언니인 프리실라는 멜라니가 먼저 교회를 떠난 후에도 셰키나교회에 남아 23년간 교회를 지켰다. 다큐멘터리에서 그녀는 교회를 떠난 후 정신 건강 문제와 자살 충동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녀는 신 목사가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프리실라에 따르면 신 목사의 성폭행은 그녀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둘만의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조종’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멜라니가 교회를 떠나자 프리실라에게 동생의 행동을 회개해야 한다고 강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리실라는 신 목사가 결혼한 후에도 본인을 계속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신 목사의 아내 한나가 불륜 사실을 알게되면서 교회를 떠났다.   그녀는 치유를 위해 현재 LA를 떠난 상태다. 프리실라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이 시리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       원문은 LA타임스 6월20일자 ‘Dancing for the Devil: Updates on Netflix’s ‘TikTok cult’ series‘ 제목의 기사입니다. 킴벌리 아귀에르 기자가르침 사이비 한인 목사 다큐멘터리 제작진 최신 다큐멘터리

2024-06-26

[신복룡의 신 영웅전] 원효대사의 가르침

충북 괴산 군자산(君子山)은 원효(元曉) 대사가 수행하던 곳이어서 원효굴(元曉窟)과 원효사(元曉寺)가 있고 일화도 여럿 구전되고 있다. 어느 날 원효 대사가 상좌 중과 길을 걷다가 개울을 만났다. 마침 장마철이어서 물이 불어나 있었다. 그런데 원효는 서슴없이 옷을 벗더니 아랫도리를 다 드러내고 물을 건너려 했다.   마침 옆에는 젊은 여인이 난감하게 서 있었다. 원효는 주저 없이 그 아낙을 둘러업고 물을 건넜다. 개울 저편에 도착한 원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을 입고 길을 걸었다. 뒤따라오던 상좌 중이 원효에게 말했다.   “이제 저는 스님의 곁을 떠나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   “출가한 스님이 벌거벗은 몸으로 젊은 여인을 업고 내를 건넜으니 계율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원효가 상좌 중에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 그 여인을 업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냐?”   여기에서 원효가 버리기를 바라는 것은 번뇌다. 깨달음에 이르려면 해야 할 첫 과업이 ‘번뇌를 끊는 것(斷德正因)’이다. 원효는 “악업이 허망한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망상일 수도 있고 분심(分心)일 수도 있고 걱정거리일 수도 있다.   절에 가면 ‘칼을 찾는 곳’을 뜻하는 심검당(尋劍堂)이란 별채 건물이 있다. 스님이 칼을 찾아서 어디에 쓰려고 하시나. 마곡사(麻谷寺) 한 비구니가 대답했다. “마음의 번뇌를 끊으려고요.”   인간이 번뇌로부터 얼마나 괴로움을 겪느냐 하는 문제는 부처부터 원효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인간의 번민이나 걱정거리 가운데 85%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Stephanie Dolgoff, 2007). 그러니 인간의 번뇌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던가. 원효대사의 가르침이 더욱 새롭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복룡의 신 영웅전 원효대사 가르침 원효 대사 걱정거리 가운데 충북 괴산

2023-03-24

[시선2035] 피케티의 가르침

 올해 들어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 폭등 기사를 쓰다가 “내 집 마련을 못 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다. 애초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없었지만, 만 4년이 넘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내 월세방 평수는 한 치도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주 경기도 수원에 집을 장만한 친구(31)의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12칸짜리 그 집 책장 절반은 재테크 관련 서적이 차지하고 있었다. 부동산·주식·투자·부자… 친구의 추천으로 책장에 있던 책 중 한 권을 빌렸다. 집주인은 책을 빌려주면서 “이론을 익히기 전에 마인드부터 바꿔야 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온갖 경제학자의 이론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가다. 책은 재산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20대 80의 법칙’을 소개한다. 대학생 시절 우리를 분개하게 했던 이 같은 현실과 법칙에 저자는 “불편해하든 말든 세상은 원래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20%에 속하라는 가르침이다. 이 책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와 함께 스테디셀러에 올라있다.(교보문고)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평등을 지적한 토마 피케티의 연구는 “그러니까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피케티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통한 자본이익이 늘어나는 속도가 임금이 증가하는 비율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저자는 이를 인용하면서 “부자가 되는 비결은 월급이 아니라 투자에 달려 있다. 피케티가 통계로 증명한다”고 했다.   피케티가 300년간의 통계를 추적한 건 그런 결론을 도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는 2013년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내고 “자본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또래 친구들은 분개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자본을 통제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렇게 믿었다.   현실이 피케티의 연구를 엉뚱한 방향으로 소비하게 만들었다. 자본 축적 열풍은 20대에도 불어 닥쳤다. 고려대 도서관의 대출 인기도서 10위권 내 책 중 6권이 재테크 관련 서적이다. 『경제적 자유 얻는 법』『돈 되는 메타버스』『돈 버는 NFT』 등이다. 한양대 도서관의 지난해 12월 대출횟수 6·8위를 부동산 투자 책이 차지하고 있다. 1위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이들 대학 도서관 대출 순위권엔 재테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최근 2년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 부동산값 폭등, 암호화폐와 주식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청년세대에 허탈함과 위기감이 닥쳤다. 어느새 이상(理想)을 말하는 게 이상(異常)한 일이 됐다. 정진호 / 한국 경제정책팀 기자시선2035 피케티 가르침 전국 부동산값 부동산 투자 자산가격 폭등

2022-02-07

[삶의 뜨락에서] 흐르는 시간 위에서

시간은 같이 가는 사람에 맞추어 속도를 바꾸어 흐른다. 옛날 사람들과는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자적 동행하는 발걸음이었다. 세상이 분주해지기 시작하자 쏜 화살처럼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빨리 빨리라는 속도에 매달리면서 같이 가기 거의 불가능하게 총알처럼 날아가며 헐떡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시간이 빛보다 빠르게 스치고 가버린다. 그래서 시간을 향하여 눈치 없다, 무정하다, 속절없다, 너 가는 줄 몰랐다 하며 불평하지만 실상 시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똑같은 발걸음으로 동행하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지경에 들면 빨리 지나가기 바라고 즐거우면 천천히 가기를 바라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간아 멈추어라” 외치기도 한다.     시간 속에 담는 것이 많아지면 좋은지 적은 경우가 좋은지 생각하게 된다. 어느 시절에는 몇백년 세월이 지나가도 바뀌는 것 별로 없이 거의 똑같은 것을  담아 그다지 많지 않은 종류의 세상사가 거기에 있어 조상님 가르침이나 부모님 가르침이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노인의 지혜가 큰 값을 가지고 있었다. 자꾸 사람들의 욕심이 커지면서 백 년 시간에 품던 것을 십년 시간 속에 욱여넣게 되어 조상님들의 지혜가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모님들의 지식조차 별로 쓸데가 없도록 그렇게 빠르게 지식이 변하고 엄청난 양의 지식이 쌓여가면서 드디어는 아침저녁으로 그 효능이 달라지고 있다. 도리 없이 시간 속을, 시간 위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 변화에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 지금 우리 삶의 현장이 아닌가 하며 바라보게 되었다.     몇 시 부근에 만나자 약속하고 먼저 온 사람이 한 시간 넘게 기다리던 풍경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지금은 1분만 늦게 나타나도 즉시 위치 확인하고 어긋나면 몇분도 기다리지 않는다. 이전에 5분과 지금의 5분은 그 무게가 다르다. 지금 5분은 바쁘게 엷어지는 인내심으로 길어지고 그러나 짧아졌다. 5분을 천천히 느끼던 시절에는 5분이 다섯 시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의 5분은 딱 5분일 뿐이다. 다섯 시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5분은 그렇게 다른 값으로 환산되어 사물을 바라본다. 시간은 늘 같은 속도인데 5분을 넘어 기다리던 자와 5분을 기다리지 못하는 자가 있어 세상은 또 다른 풍경으로 읽힌다.   365일의 시간이 새해맞이 사람들에게 허락되었다. 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꿈꾸듯 사는 인생들이 오는 시간 가는 시간을 그려내고 있다. 일 년을 보내고 문득 눈을 뜨면 지나간 시간이 활동사진처럼 소리 없이 펼쳐지며 내일 속으로 멀어져 간다. 다가오는 시간을 보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이 마침표를 기다리며 다가오고 있다. 지난 5분과 앞에 5분이 다른 크기로 팔짱을 잡는데 어떻게 보조를 맞추어야 할지 똑똑한 대답이 궁해지는 2000년대의 시간 위에서 여기저기 살펴보는 우리의 모습이 낯설다.   유유히 흘러가며 동행하던 친구가 이제는 자꾸 재촉하는 녀석으로 바뀌었지만 두 친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속도를 던져버리고 어느 자리가 빛나는 시간인가 지혜로 생각해야 할 때인 듯하다. 재촉하는 세월에 휩쓸리다 보면 어느 날 자리 잃고 공허하게 서 있는 모습이 될 것 같다. 빛나던 때를 기억하고 빛나는 때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발걸음이 시간 위에서 아름답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시간 양의 지식 부모님 가르침 친구 사이

2022-01-24

[독자 마당] 경허 선사의 가르침

한국 근현대 불교에서 큰 스님이었던 경허 선사는 30대 때 “중이 중노릇 잘 못해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돼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 말이 바로 ‘무비공(無鼻孔)’이라는 유명한 화두가 됐다. 즉 콧구멍이 없어 멍에를 맬 수 없는 소가 되라는 뜻이다.     일본 강점기 국민의 고통이 심할 때 경허는 만행에 나섰다. 하루는 날이 저물고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하룻밤 신세를 질 처소를 찾았다.     그런데 주인 여자 말이 동네에 괴질이 돌아 사체가 쌓여 있어 방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당시 의료시설이 열악했던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호열자로 불리는 콜레라였다. 당시 콜레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는데 기록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30만 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처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경허는 갈 곳을 잃어 큰 나무 아래 비를 피하고 밤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보냈다. 이 시간이 그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만행을 중단한 그는 승가로 돌아와 100일 정진 끝에 앞서 말한 이 화두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됐다.     천지가 괴질로 신음하는데 아무리 목탁을 치고 불경을 외쳐도 소용이 없음을 깨달은 경허는 환속했다. 불교 교리가 인간들의 마음을 교화시킬 수는 있지만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는 괴리감에 불가를 떠났다.     이름을 박난주로 바꾸고 어린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훈육하면서 지내다가 64세로 열반했다.     그는 교리에 얽매인 불교인들에게 ‘무비공’이라는 화두로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당대 최고의 승려 중 한 명이었지만 종교라는 테두리에 머물지 않고 완전한 자유인으로 종교를 믿으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조선 불교의 거목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선각자인 경허 선사의 가르침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산하·노워크독자 마당 가르침 선사 불교 교리가 한국 근현대 조선 불교

2021-11-3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