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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흐르는 시간 위에서

시간은 같이 가는 사람에 맞추어 속도를 바꾸어 흐른다. 옛날 사람들과는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자적 동행하는 발걸음이었다. 세상이 분주해지기 시작하자 쏜 화살처럼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빨리 빨리라는 속도에 매달리면서 같이 가기 거의 불가능하게 총알처럼 날아가며 헐떡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시간이 빛보다 빠르게 스치고 가버린다. 그래서 시간을 향하여 눈치 없다, 무정하다, 속절없다, 너 가는 줄 몰랐다 하며 불평하지만 실상 시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똑같은 발걸음으로 동행하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지경에 들면 빨리 지나가기 바라고 즐거우면 천천히 가기를 바라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간아 멈추어라” 외치기도 한다.  
 
시간 속에 담는 것이 많아지면 좋은지 적은 경우가 좋은지 생각하게 된다. 어느 시절에는 몇백년 세월이 지나가도 바뀌는 것 별로 없이 거의 똑같은 것을  담아 그다지 많지 않은 종류의 세상사가 거기에 있어 조상님 가르침이나 부모님 가르침이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노인의 지혜가 큰 값을 가지고 있었다. 자꾸 사람들의 욕심이 커지면서 백 년 시간에 품던 것을 십년 시간 속에 욱여넣게 되어 조상님들의 지혜가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모님들의 지식조차 별로 쓸데가 없도록 그렇게 빠르게 지식이 변하고 엄청난 양의 지식이 쌓여가면서 드디어는 아침저녁으로 그 효능이 달라지고 있다. 도리 없이 시간 속을, 시간 위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 변화에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 지금 우리 삶의 현장이 아닌가 하며 바라보게 되었다.  
 
몇 시 부근에 만나자 약속하고 먼저 온 사람이 한 시간 넘게 기다리던 풍경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지금은 1분만 늦게 나타나도 즉시 위치 확인하고 어긋나면 몇분도 기다리지 않는다. 이전에 5분과 지금의 5분은 그 무게가 다르다. 지금 5분은 바쁘게 엷어지는 인내심으로 길어지고 그러나 짧아졌다. 5분을 천천히 느끼던 시절에는 5분이 다섯 시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의 5분은 딱 5분일 뿐이다. 다섯 시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5분은 그렇게 다른 값으로 환산되어 사물을 바라본다. 시간은 늘 같은 속도인데 5분을 넘어 기다리던 자와 5분을 기다리지 못하는 자가 있어 세상은 또 다른 풍경으로 읽힌다.
 


365일의 시간이 새해맞이 사람들에게 허락되었다. 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꿈꾸듯 사는 인생들이 오는 시간 가는 시간을 그려내고 있다. 일 년을 보내고 문득 눈을 뜨면 지나간 시간이 활동사진처럼 소리 없이 펼쳐지며 내일 속으로 멀어져 간다. 다가오는 시간을 보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이 마침표를 기다리며 다가오고 있다. 지난 5분과 앞에 5분이 다른 크기로 팔짱을 잡는데 어떻게 보조를 맞추어야 할지 똑똑한 대답이 궁해지는 2000년대의 시간 위에서 여기저기 살펴보는 우리의 모습이 낯설다.
 
유유히 흘러가며 동행하던 친구가 이제는 자꾸 재촉하는 녀석으로 바뀌었지만 두 친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속도를 던져버리고 어느 자리가 빛나는 시간인가 지혜로 생각해야 할 때인 듯하다. 재촉하는 세월에 휩쓸리다 보면 어느 날 자리 잃고 공허하게 서 있는 모습이 될 것 같다. 빛나던 때를 기억하고 빛나는 때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발걸음이 시간 위에서 아름답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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