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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피케티의 가르침

 올해 들어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 폭등 기사를 쓰다가 “내 집 마련을 못 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다. 애초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없었지만, 만 4년이 넘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내 월세방 평수는 한 치도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주 경기도 수원에 집을 장만한 친구(31)의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12칸짜리 그 집 책장 절반은 재테크 관련 서적이 차지하고 있었다. 부동산·주식·투자·부자… 친구의 추천으로 책장에 있던 책 중 한 권을 빌렸다. 집주인은 책을 빌려주면서 “이론을 익히기 전에 마인드부터 바꿔야 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온갖 경제학자의 이론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가다. 책은 재산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20대 80의 법칙’을 소개한다. 대학생 시절 우리를 분개하게 했던 이 같은 현실과 법칙에 저자는 “불편해하든 말든 세상은 원래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20%에 속하라는 가르침이다. 이 책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와 함께 스테디셀러에 올라있다.(교보문고)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평등을 지적한 토마 피케티의 연구는 “그러니까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피케티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통한 자본이익이 늘어나는 속도가 임금이 증가하는 비율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저자는 이를 인용하면서 “부자가 되는 비결은 월급이 아니라 투자에 달려 있다. 피케티가 통계로 증명한다”고 했다.
 


피케티가 300년간의 통계를 추적한 건 그런 결론을 도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는 2013년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내고 “자본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또래 친구들은 분개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자본을 통제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렇게 믿었다.
 
현실이 피케티의 연구를 엉뚱한 방향으로 소비하게 만들었다. 자본 축적 열풍은 20대에도 불어 닥쳤다. 고려대 도서관의 대출 인기도서 10위권 내 책 중 6권이 재테크 관련 서적이다. 『경제적 자유 얻는 법』『돈 되는 메타버스』『돈 버는 NFT』 등이다. 한양대 도서관의 지난해 12월 대출횟수 6·8위를 부동산 투자 책이 차지하고 있다. 1위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이들 대학 도서관 대출 순위권엔 재테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최근 2년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 부동산값 폭등, 암호화폐와 주식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청년세대에 허탈함과 위기감이 닥쳤다. 어느새 이상(理想)을 말하는 게 이상(異常)한 일이 됐다.

정진호 / 한국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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