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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넉넉한 가난

30대의 청맹과니로 철없던 아이 엄마와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50대의 고단한 엄마가 LA한인타운의 조그만 교회에서 만나 함께 성가대도 하고 식당 봉사도 하며 가까이 지냈다. 다운타운 봉제공장에서 재단 일을 하셨던 50대의 권사님은 좋은 솜씨로, 한국에서 딸네 집에 놀러 오신 내 친정엄마 옷도 만들어주셨다.   그러다가 서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섬기는 교회가 달라지자 소원해졌다. 살면서 가끔 생각났다. 중고등 학생이던 그 댁의 아이들이 많이 컸겠다 싶기도 하고. 이사하신 댁 정원에 있던 아름드리 아보카도 나무도 궁금했다. 바삐 사는 사이 어느새 33년의 세월이 지났다.   지난달 교회의 새 신자 환영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그 J권사님이 우리 교회의 새 신자로 등록하셨다며 소개가 된 것이다.   끌어안고 반가움의 눈물을 흘리신다. 우리 교회 가까운 시니어 아파트로 이사 오셨으며 80이 넘으셨단다. 나도 어느새 60대 중반이 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권사님 댁 장성한 두 아이는 가정을 꾸리고 잘 산다고 하신다.   얼마 전 교회에서 만난 권사님이 정성을 다해 쓰신 편지와 봉투를 주신다. 우리 아들아이가 네 살 때 밸런타인데이에 드린 빨간 초콜릿 장미를 기억하고 계셨다. 그걸 편지에 쓰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아들아이에게 전해주라며 금일봉과 함께 주신다. 그걸 전해 받은 아들아이도 감동하고 어머니날 꽃다발을 만들어와 권사님과 감격스러운 해후를 했다.   그 이후로도 권사님은 따님이 구운 바나나 케이크도 가져오시고(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잘 먹던 것이라며), 교회 바자회땐 반찬이며 김치를 사서 주시며 친정어머니처럼 우리 가족을 보살피신다. 엊그제는 교회에서 단체관광 다녀오실 때 받은 기념품을 또 나눠주신다. 어려서 아들아이가 ‘미국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대신 하늘이 우리 곁으로 보내주신 듯하다.   나도 주일날 교회에 가며 권사님을 생각해 무어라도 챙겨가게 되었다. 텃밭 채소나 과일, 간식 등을 가져가 친교실에서 만나 서로 교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도 노인 아파트에서 홀로 사시는 분께 부담이 될 것 같아 “권사님 너무 무리 마세요” 했더니 정색을 하신다. 연금에다 자식들이 넉넉히 용돈을 준다시며 가난해 보여도 여유 있다고 웃으신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모두 남에게 후하진 않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지갑도 열리고 베풀게 되어 있다. 권사님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또 배운다. 남에게 줄 땐 먼저 주고 많이 주고 내가 가진 것 중 좋은 것으로 주자.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르니 우리 서로 잘 살아야 한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가난 주일날 교회 지난달 교회 우리 교회

2023-07-24

"가난한 아이들 위한 따뜻한 선물"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한인 주도의 '한마음 사랑 기부 나눔 행사'가 펼쳐져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4일 버지니아 헌던 소재 코너스톤 네이버후드 리소스 센터(NRC)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고은 옴니화재 대표, 이현정 교수(워싱턴과학기술대학 부학장), 월 스님(법화사 주지) 등은 제프 맥케이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장과 코너스톤 측에 아동용 내복 1천벌(2만5천달러 상당)을 기부 및 전달했다.   이현정 교수는 "한인사회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나눔에 동참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한인 스몰비즈니스 및 종교, 교육관계 기관과 함께 이런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고은 대표는 "아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뜻깊은 행사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제프 맥케이 위원장은 "이번 한인들의 도움에 감사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저소득 가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도움 받은 아동들이 미래 지역사회를 선도할 훌륭한 인재들이 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코너스톤 네이버후드 리소스센터는 카운티가 지원하는 저소득층 구호활동 단체로 음식, 생활용품 및 학용품 등을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한다.         문의:  571-323-9555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가난 선물 코너스톤 네이버후드 저소득층 구호활동 페어팩스 카운티

2023-01-05

'가난한 자에 대한 봉사'가 인생의 사명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본부(KAFHI) 사무총장 정승호 목사를 만났다. 정 목사는 오는 10월5일부터 3일 동안 메릴랜드 벧엘교회에서 개최하는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 본부 설립 20주년을 맞아 메릴랜드를 방문하고 있다. 정 목사는 20년 전 발족한 미주기아대책(KAFHI)에 18년 전 참여해 현재는 사무총장으로 시카고 본부에서 활동 하고 있다.   정 목사는 “국제기아대책은 1971년 닥터 래리 워드에 의해 ‘전 세계의 영적 굶주림과 육체적 굶주림이 공존한 지역에서 빵과 복음을 통해서 두 개의 굶주림을 종식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나라나 전쟁 중에 있는 나라들의 가장 취약한 계층은 아이들과 여성들이다. 국제기아대책은 그들을 도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71년 방글라데시를 타겟으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졌고, 한국에서는 1989년에 일본인들이 이 사역을 전해 CCC리더십들이 이를 시작하게 됐는데, 미주기아대책(KAFHI)은 2002년 지금은 고인이 되신이원상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씨드 머니를 마련한 다음, 선교적인 NGO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기아대책은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브룬디, 캄보디아, 아이티 등과 같은 제3세계 나라에서 약 2000명의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고 1000명의 아이들을 직접 후원하고 있다       정 목사는 개인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삶을 살게 된 계기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걸어가다 오토바이 사고가 나 피를 철철 흘리는 분을 봤다. 리어카를 빌려 환자를 이송했는데, 병원에서 거절도 당하고 다른 병원으로 가 겨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을 통해 누군가 신음할 때 내가 즉각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담임목사님이 추천하신 감리교신학대를 가게 됐다"고 정 목사는 밝혔다. "신학교에서 나를 크게 움직였던 성경구절이 루카복음 4장 18절,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였다. 그래서 성경의 명령 그대로 장애인, 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반디회’를 만들어서 주말봉사를 시작했다”고도 말했다.   정 목사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점점 노동자, 농민, 화전민들에게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고, 화전민촌에 가서 화전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했고, 이런 관심은 북한으로까지 이어졌다. “성경이 명령하는 것들을 지식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살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담담한 이야기로 정승호 목사는 인터뷰를 마쳤다.       김정원 기자 kimjungwon1114@gmail.com가난 봉사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본부 정승호 목사 미주한인 본부

2022-08-31

"가난한 자에 대한 사역, 함께 해 주세요"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 본부(KAFHI, 사무총장 정승호 목사)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선교 포럼 및 NEXT 이미준(이민교회미래준비세미나)과 함께하는 세미나를 오는 10월 5일(수)부터 7일(금)까지 3일 동안 매릴랜드 벧엘교회에서 개최한다.   이번 선교포럼은 KAFHI의 설립 목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에 입각하여 기아와 재난으로 고통당하는 국내외 사람들의 생존을 돕고 지역 발전을 지원하며 전인적 사역을 목적”으로 활동한 국제적인 선교 구호단체로서 사명을 새롭게 하고, 미주한인 디아스포라 교회 및 사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주최측은 알렸다.   29일 메릴랜드 엘리콧시티 소재 조선화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승호 사무총장은 “현재 KAFHI는 아프리카에서는 케냐, 우간다, 브룬디, 에티오피아, 아시아에서는 가장 가난한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중남미에서는 페루, 볼리비아, 아이티에서 배고프고 굶주린 아이들 1천 명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게 모두 매달 35불씩 후원해주신 분들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배현찬 이사장은 “이민사회도 나누고, 베풀 수 있는 단계로 발전되는 과정 가운데서 이 단체가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수십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제3세계 100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귀하고 안정된 조직으로 성장했다. 앞으로의 20년간 후세가 이를 계승해주기를 바라며 창립장소인 벧엘교회에서 선교포럼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9월 15일 회장직을 은퇴하고 케냐로 선교사로 파송되는 김형균 회장은 “무슬림 지역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학교 교사들을 훈련하는 일을 맡는다"면서 "아름다운 복음 전파 사역과 배고픈 아이들 돕는 사역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정 사무총장은 “선교적 파트너쉽을 주제로 선교포럼을 진행하니 동포들이 꼭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소: 벧엘교회(백신종 목사) 3165 St Johns Ln, Ellicott City MD 21042 문의: kafhi@fh.org, 847-296-4555           김정원 기자 kimjungwon1114@gmail.com가난 국제기아대책 국제기아대책 미주한인 이번 선교포럼 정승호 사무총장

2022-08-30

[이 아침에] ‘가난한 부자’로 살아가기

공들인 만큼 소출이 생긴다. 세상에 헛수고는 없다. 몇 알의 씨앗이 이토록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다니. 이른 아침 송송 돋아난 새파란 잎사귀들을 자식 얼굴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초여름 폭염에 어깨가 축처진 채소에 물을 준다. 금세 파릇파릇 살아난다.   새집 지어 이사오며 텃밭을 일구려고 단단히 맘 먹었다. 30년을 넘게 산 옛 집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하늘을 가린 탓에 채소가 잘 자라지 못했다. 봄이며 땅을 갈아 엎고 퇴비로 땅을 비옥하게 다듬어도 소득이 없었다. 농사는 좋은 땅과 햇볕, 무시로 쏟아지는 비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동남쪽으로 향하는 곳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었다. 하늘을 가릴 나무가 없어 좋았다. 사람이건 풀잎이건 햇볕을 받아야 생명을 키운다.     막힌 데 없이 넓고 황량하게 빈 뒷마당을 무심히 바라본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꽉 채우며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뜰이건 마음이건 비어있으면 바람도 지나가고 잎새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휘둘리며 모방하고 훙내 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 하듯 단조롭게 살면 세상 모든 근심 내려놓고 살 수 있다. 머리 꼿꼿이 쳐들고 잘난 척 할 일 없고 무릎 꿇고 사죄할 후회도 없을 것이다.     부자지만 가난했다. 현대미술 화랑을 운영하며 대작을 팔면 오늘은 부자였는데 내일은 그 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가난한 사람은 20달러가 부족하지만 부자는 수만달러가 필요하다. 사업하다 문 닫으면 외상하고 재고만 남는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은 외상 거래가 없다. 소매화랑 접고 화랑 딜러로 바꾸면서 화랑 두 곳 재고 정리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 ‘적게 가진 자가 부자다.’   우리 화랑 고객은 대체로 부자들이다. 화랑 고객 중 최고인 마담 T는 손꼽히는 재벌이다. 미스 오하이오 출신으로 땅부자인 재벌과 결혼했다. 남편과 사별 후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화려한 집 짓고 수십 점의 작품을 의뢰했다. 자식 없이 개 두 마리와 사는데 그녀가 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화려한 궁에 갇힌 외로운 노인일 뿐이다. 부엌은 요리한 냄새나 흔적이 없어 뭘 먹고 사는지 걱정이다. 에그롤 갖다 주면 무지 좋아한다.     온라인 도매업은 비대면이라 효율적이다. 고객 시중들 일 없다. 인터넷과 사진 작업의 발달로 전문기술과 사업방식, 창의적인 고객관리가 성패를 가른다.   뉴욕 사는 고객은 4캐럿의 다이아반지와 내가 추천한 작품 사이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럴 땐 눈물 머금고 “반지를 부인에게 먼저 선물하세요”라고 말한다. 부인 마음을 사는 게 우선이다. 서두르면 잃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나는 다이아몬드와 작별했다. 며느리와 딸에게 분양했다. 이젠 다이아보다는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답고, 진수성찬보다는 텃밭의 푸성귀와 소찬이 맛있다.     나는 요즘 우산 장사와 부채 장사를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면 트레일 산책을 못 가 비비적거리고 햇볕이 찡쨍 내리면 텃밭 채소가 목이 탈까 걱정이다. 작은 걱정들에 올망졸망 둘러싸여 가난한 부자로 사는 게 행복이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이 아침에 가난 부자 땅부자인 재벌 화랑 고객 현대미술 화랑

2022-06-23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부자지만 가난했다

공들인 만큼 소출이 생긴다. 세상에 헛수고는 없다. 몇 알의 씨앗이 이토록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다니. 이른 아침 송송 돋아난 새파란 잎사귀들을 자식 얼굴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초여름 폭염에 어깨가 축 쳐진 채소들에 물을 준다. 생명은 모질고 아름답다. 금새 파릇파릇 살아난다.   새집 지어 이사오며 텃밭을 일구려고 단단히 맘 먹었다. 30년을 넘게 산 옛집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하늘을 가린 탓에 채소가 잘 자라지 못했다. 봄이면 땅을 갈아 업고 말똥 섞어 땅을 부드럽고 비옥하게 다듬어도 소득이 없었다. 농사는 좋은 땅과 찬란한 햇볕, 무시로 쏟아지는 비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동남쪽으로 향하는 곳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었다. 멀리 병정처럼 둘러선 나무 숲과 연못 외에는 하늘을 가릴 나무가 없어 좋았다.   사람이건 풀잎이던 햇볕을 받아야 생명을 키운다. 막힌 데 없이 넓고 황량하게 빈 뒷마당을 무심히 바라본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꽉 채우며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뜰이건 마음이건 비어있으면 바람도 지나가고 흐느끼는 잎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휘둘리며 모방하고 훙내 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 하듯 단조롭게 살면 세상 모든 근심 내려놓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머리 꼿꼿이 쳐들고 잘난 척 깃발 휘날릴 일 없고 무릎 꿇고 사죄할 후회도 없을 것이다. 살면 살아지는 피곤한 반복이 아니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꿈 꿀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부자지만 가난했다. 현대미술화랑을 운영하며 대작을 팔면 오늘은 부자였는데 내일은 그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가난한 사람은 20불이 부족하지만 부자는 수만불이 필요하다. 사업하다 문 닫으면 외상하고 재고만 남는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은 외상 거래가 없다. 소매화랑 접고 화랑 딜러로 바꾸면서 화랑 두 곳 재고 정리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 ‘적게 가진 자가 부자다.’   우리 화랑 고객은 대체로 부자들이다. 화랑 고객 중 최고인 마담 T는 손꼽히는 재벌이다. 미스 오하이오 출신으로 땅부자인 재벌과 결혼했는데 내가 사는 옆 도시 이름은 남편 이름을 따왔다. 남편과 사별한 후 베르사이유궁처럼 화려한 집 짓고 수십점의 작품을 의뢰했다. 자식 없이 개 두 마리와 사는데 그녀가 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화려한 궁에 갇힌 외로운 노인일 뿐이다. 부엌은 요리한 냄새나 흔적이 없어 뭘 먹고 사는지 걱정이다. 에그롤 갖다 주면 무지 좋아한다.   온라인 도매업은 비대면이라 효율적이다. 고객 시중 들 일 없다. 인터넷과 사진 작업의 발달로 전문 기술과 사업 방식, 창의적인 고객 관리가 성패를 가른다.   뉴욕 사는 고객은 4캐럿의 다이아반지와 내가 추천한 작품 사이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럴 땐 눈물 머금고 “반지를 부인에게 먼저 선물하세요”라고 말한다. 부인 맘을 사는 게 우선이다. 서두르면 잃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나는 다이아몬드와 작별했다. 며느리와 딸에게 분양했다. 이젠 다이아보다는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답고, 진수성찬보다는 텃밭의 푸성귀와 소찬이 맛 난다.   나는 요즘 우산 파는 일과 아이스케끼 장사를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면 트레일 산책을 못 가 비비적거리고 햇볕이 쨍쨍 내리면 텃밭 채소가 목이 탈까 걱정이다. 작은 걱정들에 올망졸망 둘러싸여 가난한 부자로 사는 게 행복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부자 가난 땅부자인 재벌 화랑 고객 텃밭 채소

2022-06-21

[커뮤니티 액션]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에 함께한다

한인 전국단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와 민권센터는 내일(18일)부터 새로운 큰 걸음을 내디딘다. 전국적인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Poor People’s Campaign)’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행사에 이름만 걸고, 지지 글만 발표하고, 인터넷에서 ‘좋아요’나 눌러주는 참여가 아니다. 온몸으로 뛰어든다.   첫 큰 걸음은 18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진이다.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에는 45개 주, 250여 단체들이 함께하며 오래전부터 민권센터 케빈 강 기획국장이 전국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민권센터는 버스 두 대를 가득 채우고 새벽 4시에 워싱턴DC로 간다.   왜 행진을 할까?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은 이렇게 밝힌다.   “그 어떤 나라도 시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다면 이는 도덕적,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팬데믹이 터지기 전부터 미국에서는 1억4000만 명이 경제적 파탄에 빠지기 직전인 상태였다. 2020년 3월 이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굶주리거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다. 건강보험도 없고, 생계를 유지할 임금도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2조 달러가 늘었다.”   더는 물어볼 필요가 없다. 1억4000만여 명에 달하는 빈곤층과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행진이다. 구조적인 인종차별을 없애고, 가난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전쟁 경제와 군사화에 반대한다. 그리고 도덕성을 되살려 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기에 행진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집회에서는 민권센터와 NAKASEC대표들이 연설한다. 이런 행사에서 한인들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참가자들이 크게 손뼉을 쳐줄 것이다. ‘모델 소수민족’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한인들은 다른 소수계와 달리 잘살고 있다는 헛된 생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한인 평균 소득은 높은 편이지만 가난한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센서스국 통계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은 미국 내 아시안 민족 중 가장 가난하다. 5명 중 1명꼴인 19%(중국 17%, 베트남 16%, 파키스탄 11%, 인도 8%, 일본·필리핀 7%)가 극빈층이다.   민권센터는 오래전부터 노인을 비롯해 저소득층 한인들을 위한 푸드스탬프, 노인과 장애인 렌트 동결, 건강보험 상담과 신청 대행 활동 등을 펼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팬데믹 기간 중 2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마련해 일자리를 잃고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을 도왔고 지금도 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가난 문제는 돕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가난 퇴치 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미국 사회가 치닫고 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이 운동’은 한인과 이민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이민법 개혁도 지지한다. 인종과 민족의 울타리를 넘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러 분야에서 같은 뜻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만들어 낸 가난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없앨 수 있다. 민권센터는 앞으로 가난을 물리치는데 앞장설 다짐을 하고 있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커뮤니티 액션 가난 운동 가난 문제 가난 퇴치 한인 전국단체

2022-06-16

[삶과 믿음] 예수의 선포 4-하나님 나라(마25:31-46)

도대체 기독교는 어떤 종교일까? 나의 구원, 나의 헌신과 믿음, 나의 삶, 나와 하나님의 관계를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종교일까? 교회가 오랫동안 증거한 기독교는 사도바울이 기록한 서신을 중심으로 ‘누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보여온, 구원중심의 기독교 사상이었다. ‘구원’은 모든 종교의 보편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예수의 선포는 구원을 넘어서는 ‘하나님 나라의 실체’를 드러낸다.     오늘 본문 마태복음 25장은 예수께서 재림했을 때 고통당하는 자들을 도운 자들은 천국에, 그들을 외면한 자는 영벌에 처할 것이라고 기록한다. 구체적으로 본문을 살펴보면, 예수께서 선포한 하나님 나라는 충격적이다. 배고프고 목마르고 나그네 되고 헐벗고 옥에 갇힌 자들을 돌보고 섬긴 자들이 사실은 예수를 섬긴 것이다(25:35-40).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25:40). 더 나아가 고통받는 자들을 섬긴 의로운 사람들은 그들이 사실은 예수를 섬겼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주여 우리가 언제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25:37).     본문의 말씀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예측을 넘어선다. 우선 고통당하는 자들을 섬긴 것이 어떻게 예수를 섬긴 것과 동일할까? 해방신학자들 가운데 “이 땅에서 고통당하는 자들이 바로 고통당한 예수다”는 다소 극단적인 견해를 보이는 자들이 있는데 오늘 본문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혹은 고통당하는 자들 속에 예수께서 계신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고난당한 예수와 고통당하는 자들의 깊고도 깊은 연대(solidarity)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땅에서 가난, 질병, 탄압, 외면으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속에 예수께서 계신다. 기독교는 ‘나’에 관한 종교이기도 하지만, 고통당하는 ‘타자’에 관한 종교다.     둘째, 예수는 ‘고난 속에 있는 자들을 섬긴 사람들을’ 의인으로 간주했다. ‘믿음’ ‘예배’ ‘선교’ ‘헌신’ ‘예수의 이름으로’라는 단어나 표현이 본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랑’이라는 단어도 언급되지 않았다. 오로지 고통당하는 자들과 그들을 섬긴 자만이 등장한다. 그들이 바로 하나님 나라에 속한 자들이다. 그런데 고통당하는 자들을 섬긴 자들은 자신들이 사실은 예수를 섬겼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즉 의인들의 섬김은 ‘의식적인 선행’이 아니라 미처 자신들이 선행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난 행위이다. 이것은 윤리적, 종교적 올바름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본질적인 연대(solidarity)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수를 믿는 자들은 예수를 쫓아서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랑이 단순히 ‘예수의 명령을 쫓아서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결코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혹은 오늘 본문을 윤리적으로 이해해서 ‘나도’ 의인들처럼 고통당하는 자들을 섬겨야지라는 결심으로 타자를 사랑한다면, 역설적으로 오늘 본문의 의인들이 결코 될 수 없다. ‘나의 선행에 대한 의식’이 이미 생겨나 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종교적 신념이나 헌신이 동기가 아니라 ‘타자’의 고통과 아픔이 우리 행동의 주체가 되어서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들과 고통의 연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예수께서 선포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실체다.       기독교는 ‘나’에 대한 종교, ‘구원’에 대한 종교이기도 하지만, 고통받는 ‘타자’에 대한 종교, ‘연대’에 관한 종교다. 예수께서 그들과 연대를 이루시며, 고난의 연대 속에 있는 모든 자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삶과 믿음 하나님 예수 하나님 나라 윤리적 종교적 가난 질병

2022-05-26

[기고] 돈이란 무엇인가

돈을 노려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 사건에 대해 성직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 영성적인 분들은 저건 사람의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악령이 들려서 한 짓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좀 더 심리적으로 들여다보면 깊은 결핍 욕구가 보이고, 돈이 그 약점을 자극했다는 것이 보인다.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동시에 쉽게 얻을 수 없다. 고매한 학문 연구가들은 세속적이란 편견 때문에 돈에 대한 언급을 꺼린다. 그러나 돈은 인간 심리에 아주 큰 영향을 주며, 특히 범죄 동기의 대부분이기에 그 특징을 논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돈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히 행복과 깊은 연관성을 가져서다. 종교인들은 세속적 욕망을 버려야 행복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유욕이 충족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욕구 충족의 수단이 돈이다.   돈은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돈이 없으면 선택의 여지도 없이 살아야 하지만, 돈이 많으면 선택지가 많아진다. 돈은 사람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을지를 결정짓는다. 비싼 차, 명품으로 휘감아야 대우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사람은 공간에 민감한 존재인데, 돈이 많을수록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이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곳이 비행기다.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받는 대우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돈은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영국 심리학자 폴 웨블리는 돈이 치료 기능을 갖는다고 했다. 돈을 세는 것만으로도 고통이나 통증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어떤 부자 영감님은 사과박스에 현금을 쌓아두고 마음이 울적하면 돈을 세면서 시름을 달랜다고 한다.   다른 예시로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서 얼음통에 손을 담가 어느 쪽이 잘 견디는지 측정한 실험이 있었다. 한 그룹은 돈을 만지게 한 후 넣고 다른 한 그룹은 그냥 넣었는데, 돈을 만진 후 손을 넣은 그룹이 얼음의 차가운 통증을 더 잘 견디어 냈다고 한다. 돈이 가진 힘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런데 돈은 반대로 좋지 않은 영향도 크게 미친다. 돈이 가진 부정적인 면은 무엇인가. 인간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일군의 과학자들이 실험을 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은 돈을 본 후 모이게 하고, 한 그룹은 그림을 본 후 모이게 했다. 그림을 본 학생들은 서로 가까이 앉아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반면, 돈을 본 학생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앉으려고 했다. 돈이 사람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서민들은 길을 가다가 걸인들을 보면 쳐다보고 동전이라도 주고 가는데, 부자들일수록 사람들을 보지 않고 간다는 결과도 나왔다. 인간의 삶 중 가장 순수한 때인 아기 때에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마음이 순수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가난할 때는 타인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던 사람들이 돈을 벌고 나면 기부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매일 통장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람의 심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돈이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의견이다.   가톨릭 수도자들은 서원할 때 가난 서원을 가장 먼저 한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인생에서 돈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아예 돈에 손을 대지조차 않는 수도자들도 적지 않다.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대중이 이렇게 살기는 어렵다. 그래도 경계는 해야 한다. 돈의 노예가 되는 순간 돈을 위해 흉악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아이들을 이기주의자나 범죄자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울 것인가는 어린 시절부터 돈에 대한 철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그리고 어른들이 어떤 사회를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돈을 신처럼 섬기는 천민자본주의가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여야 아이들이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괴물들이 되지 않을 것이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기고 가난 서원 이코노미 클래스 퍼스트 클래스

2022-05-13

[시론] 지구에 대한 예의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로서 늘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그 생각의 내용이다. 생각은 성숙한 생각과 미성숙한 생각으로 나뉜다. 우리는 성숙한 생각을 지혜라고 부른다. 이런 생각은 복을 불러오고 사회를 번성케 한다. 반면 미성숙한 생각은 파국을 불러오고 수많은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다.   흔히 하는 미성숙한 생각 첫 번째,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인데 이는 망언이다. 가난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다. 가난은 팔자다, 게으른 자들의 운명이다 말한다.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을 혐오하고 가난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오미크론이라는 변종 바이러스가 남아공에서 시작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그곳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남아공이 유럽풍의 도시화한 관광지라고 알고 있다. 물론 도시들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곽에는 임시축사 같은 집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어마어마한 빈민촌이 있다. 공용화장실 앞에는 길게 줄을 서야 한다. 그곳이 바로 오미크론의 발생지다.     흔히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선행을 베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들을 더럽고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무시하고 방치하면, 가장 먼저 생기는 것이 극우파들이 그토록 거부감을 느끼는 공산주의자들이고 그다음에 찾아오는 것이 전염병이다. 그리고 공산주의보다 무서운 것이 전염병이다. 그래서 가난 구제는 가진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서 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했다. 일부 식자들은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빈정거리며 비웃는다. 예수의 그 말은 예수쟁이들이 공염불하듯이 하는 말, 종교적 허언이 아니라 인간생존의 길을 알려주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야 나의 건강함도 지킬 수 있다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다. 미성숙한 생각 두 번째,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오래도록 자화자찬용으로 사용되어온 말이다. 사전학자 에밀 리트레는 짐승은 인간종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했다. 인간이 짐승보다 낫다는 것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은 이성에 따라 사고할 수 없기에 한낱 기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에 말에 의하면 이성을 가진 인간은 동물들과 달리 멍청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우선 인간이 이성적이라는 생각부터 틀렸다. 인간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존재이다. 집단선동에 잘 넘어가고, 광고에 잘 빠져들고,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또한 인간은 여러 명분으로 같은 인간종족을 학살한다. 때로는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때로는 정의라는 명분으로, 때로는 종교라는 명분으로.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학살을 주도하는 자들에게 현혹되는 것이 인간이다.     히틀러 같은 사악한 존재들이 기승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이성적인 면보다 단세포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자 자크 보클레르는 인간의 역사는 멍청이들의 역사라고까지 혹평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는 자들이 하는 가장 멍청한 생각은 지구가 인간의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지구가 생명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구는 생명체이고 인간은 이에 기생하는 존재이다.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지적한 것처럼 코로나는 지구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내 몸 위에서 살면서 예의를 지키라는 경고인 것이다. 종말론자들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노아의 홍수 같은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종교적 겁박을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은 대부분 광신도이지만 그저 종교적 망언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바로 코로나가 그런 심판의 일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좋은 백신이 나오면 코로나는 종식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이 지구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한, 지구에서 핵실험과 전쟁과 오염질을 멈추지 않는 한 더 지독한 전염병이 계속 돌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인간들도 해충은 박멸하려 들지 않는가.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시론 지구 가난 구제 종교적 망언 종교적 허언

2022-01-19

늙은 뱃사공이 묻는다, 가난해도 행복할까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오다기리 조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밝은 미래’(2004), ‘메종 히미코’(2006) 등의 작품을 통해 신비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근대화 물결이 시작되던 메이지 시대. '가난 속에도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늙은 뱃사공의 슬픈 이야기. 역사와 자연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그에 순응하는 삶과문명의 편리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비극과 진실을 조용하고 묵묵하게 그려낸 영화.   도이치는 뱃사공이다. 40년 동안 마을 사람들의 발이 되어 강 건너편으로 실어 나르는 일을 해주고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마주하지만, 그는 말이 없다. 그가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이웃 청년 겐조.   언젠가부터 강의 상류에 다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리가 가져다줄 편리함에 완공을 기대하는 주민들. 그러나 도이치는 반갑지 않다. 다리가 완성되면 자신이 나루터에서 할 일도 없어질 테니.     어느 날 도이치는 가족이 모두 살해되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자신의 거처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소녀와의 만남은 도이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돈과 시간’은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편리만을 추구하는 세상, 그러나 그 문명이라는 이름의 뒤편에는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문명의 편리는 돈과 깊은 관련이 있을 터이다. 부유할수록 편리한 세상, 그 편리함 속에서 추구하는 행복. 그 행복은 진정한 행복일까.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강을 배경으로 한 영상미가 뛰어나다.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등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도맡아 촬영해온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을 담당했다. 물살을 헤치고 노를 젓는 장면들, 일몰, 물안개 등의 강변 풍경은 감내하고 수용하는 도이치의 마음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면 배는 떠내려가는 법일세.”     도이치가 겐조에게 던지는 대사이다. 멈춘 듯하지만 강의 흐름은 멈춘 적이 없다. 이미 시작된 흐름을 바꿀 수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 자연의 법칙은 인간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예 다리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도이치의 자조적 입장과 영화가 던지는 우회적 표현들이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도이치 역의 에모토 아키라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압도적이다. 빛이 꺼져가는 반딧불처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도이치의 체념이 애틋하다. 그 어느 것도 제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은 떠나 보내야 할 때가 있다. 형체는 떠나 보내되 마음과 혼은 함께 안고 가는 것, 그게 삶이 아닌가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뱃사공 가난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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