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 닌텐도의 비밀] 닌텐도 회장은 게임할 줄 모른다, 그런데 세계 최고 게임업체 됐다?
교토의 일본 국왕 여름 별궁 맞은 편에는 별궁 못지 않은 높은 성곽으로 둘러싸여 베일에 가려있는 성이 하나 있다. 원제 Game Over: How Nintendo Zapped an American Industry, Captured Your Dollars, and Enslaved Your Children 데이비드 셰프 지음, 김성균·권희정 옮김, 이레미디어 수년째 일본 갑부 1위를 지키고 있는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명예회장의 저택이다. 그를 일본 최고 갑부로 게임회사인 닌텐도를 시가총액 일본 4위 기업에 올린 것은 다름 아닌 '수퍼 마리오'다. 빨간색 모자를 눌러쓰고 헐렁한 멜빵바지 차림의 배관공인 마리오는 닌텐도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까지 20여 년간 온갖 게임에 등장하며 닌텐도를 세계 최고의 게임업체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명박 대통령까지도 국내 기업들을 향해 세계시장에서 통하려면 닌텐도 같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을 정도로 그의 성공은 눈부시다. 하지만 닌텐도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수퍼 마리오 캐릭터를 만들어 '마리오의 아빠'란 애칭으로 불리는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가 간간이 언론 인터뷰에 모습을 나타냈을 뿐 닌텐도를 이끄는 주역들과 사업전략 게임 개발 스토리 인재 채용 등은 극도로 노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100여 년 전 교토에서 화투를 만드는 허름한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시작했다. 야마우치 명예회장은 40여 년 전 외조부로부터 경영을 이어받은 후 최대의 게임회사이자 가전제품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저자는 닌텐도가 성장하면서 소니나 세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쟁쟁한 경쟁업체들을 누른 비결로 게임기와 게임 시장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전까지의 게임기는 기술의 조작이 점점 복잡해졌지만 닌텐도는 쉽고 간결한 게임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닌텐도 DS'이다.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되는 간편한 게임을 개발해 10대들뿐 아니라 부모 세대 심지어 노년층까지 게임에 빠져들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또 게임기로 단순히 즐기는 게임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채택한 것도 성장에 한 몫 했다. 국내서도 출시된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등은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열풍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또 비디오 게임기인 '위(Wii)'를 통해서는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닌텐도가 항상 간결함과 즐거움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만 같은 국가는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조그만 소매업체에까지 서슴없이 칼날을 겨눴다. 야마우치 명예회장이 닌텐도를 이끈 40여 년간 거래업체나 협력업체에 각종 소송을 내고 불공정거래를 강요한 것은 점잖은 축에 속한다. 경영간섭과 협박 등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7년 게임업계 최초로 저작권 소송을 벌인 주인공이 닌텐도이다. 야마구치 명예회장의 육성이 빠져 아쉽긴 하지만 이처럼 깊숙이 들어가 파헤친 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닌텐도의 성공비결을 궁금해 했던 경영인이나 게이머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