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부당한 세상이 시비 걸 때, 여성이여 '싸움닭' 이 돼라
이름 때문에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인터넷 소설 작가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 '미실' '백범'의 작가 김별아씨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부부 교사의 딸로 태어난 그는 "소심하고 예의 바른 처자"였다.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김별아 지음, 문학의 문학
그러나 부당하게 모욕을 당하곤 집으로 돌아와서야 그 자리에선 떠오르지 않던 대꾸의 말을 수없이 되뇌이는 일이 반복됐다. 다른 이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에게 세상은 언제든 쌈닭으로 변신할 수 있는 '모욕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부추기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이 사회의 2등 인간인 여자이고 홑몸으로 움치고 뛸 수 없는 애 딸린 아줌마이고 아직 나잇살로도 밀어 붙일 수 없는 젊은 것이다. 예의와 범절은 경조부박한 세상에서 나를 전혀 방어해 주지 못했다."(15쪽)
그는 "한국 사회가 주는 압력을 그걸 견디지 못해 쩔쩔매는 유약한" 자신을 견딜 수 없어 캐나다로 도망친 적도 있단다. 언어로 먹고 사는 작가가 미용사와 의사소통이 안 돼 빡빡머리가 된 아이를 보곤 더없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아줌마 최대 강점 오지랖"으로 러시아인 이웃에게 김치를 담가 보내 특별한 정을 나누는 적응력도 발휘한다. 아마 아이를 업고 다니며 스스로를 "공포의 파란 포대기"라 부르던 순간부터 세상에 대한 전투력은 차츰 높아갔을 터다.
그는 여성의 노출이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이들에게 이렇게 쏘아붙인다.
"범죄는 항상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애초에 알몸뚱이로 태어난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벗는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입는 것뿐이다."(103쪽)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소동을 보곤 장애인의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불치병 환자의 희망과 국익을 논하는 아이러니를 꼬집는다.
시원하다. 그렇다고 내내 쌈닭인 건 아니다. 오히려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는 제목에 비하자면 여린 속내가 자주 드러난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기에 하나의 키워드에 끌어다 묶기엔 어려움이 있을 게다. 논리적인 글솜씨는 논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되겠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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