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 유혹의 역사] S라인에 침 삼키는 수컷들아, 여자들은 너희보다 한 수 위야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남자는 바보다. 세상의 절반인 이들을 농락하는 여자는 영리한 존재다.유혹의 역사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 창
성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고차원 방정식으로도 풀기 어려운 남녀 관계를 '보기'와 '보여주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해간다.
현기증 날만큼 아찔한 여성의 곡선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성과 여성적 매력을 최대한 강조해 그들의 눈길을 잡으려는 여성의 게임이 남녀 관계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 앞에 남자를 걸어 넘긴 유혹의 도구를 펼쳐 보인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S라인의 몸매와 티끌 없는 매끄러운 피부 풍성한 머리칼과 싱그러운 향기까지 여성이 분출하는 이런 아름다움에 넘어오지 않을 남자는 흔치 않다.
19세기 여인들이 정신을 잃는 고통을 감수하며 개미허리를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중국 여인들이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도 전족을 참아낸 것은 모두 유혹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1970년대의 살인적인 하이힐과 오늘날의 각종 성형수술 화장과 가발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지향점은 하나다. 아름다움을 앞세워 자신의 '생산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남자들의 가슴이 무너지는 것은 왕성한 번식력을 상징하는 싱싱함과 청춘"이라며 "여성의 아름다움은 청춘과 늘 연계된다"고 설명한다.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배후에는 우리 유전자에 내재한 '원시적 욕망'이 있다. 번식과 종족 본능을 위한 남자와 여자의 선택이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집착을 낳았고 능력 있고 든든한 배우자를 얻기 위해 예뻐져야만 하는 여성의 처절한 노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성이 유혹의 무기인 자극적인 몸매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고통도 마다치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유혹의 역사는 인류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만들어 준 근원적 힘에 대한 기록이기도 한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혹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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