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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복관세 허용법 통과…"대미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 간 무역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이 ‘보복관세’를 허용하는 새로운 관세법을 마련했다. 28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지난 26일 제9차 회의를 열고 오는 12월부터 시행하는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고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이 법 제17조에는 ‘해외 국가의 고율 관세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향후 미국 등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이 '맞불 관세'를 놓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중국의 관세법은 지난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수출입관세조례를 시행했던 중국이 지난해 10월 관세법 초안을 처음으로 심의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첫 심의 당시 허룽(賀榮) 사법부장은 “조약 및 협정의 최혜국 대우 조항 또는 관세 특혜조항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 및 지역에 대등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17조 '상호주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관세법 제정 취지를 담은 1조에는 초안에 없던 “국가 주권과 이익을 수호하며, 납세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경제 전문 주간지 차이신은 27일 "발전과 안보를 종합한다는 필요에서 관세 상응 조치를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미국과 EU는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를 막기 위해 중국산 주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내놨다. 자국 제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재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로 올리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아 저가에 판매돼 경쟁을 부당하게 방해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 24~26일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국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의 새 관세법은 블링컨 장관 방중 일정과 맞물려 통과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26일 자국 전기차 업체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도 공개했다. 연말까지 중국 소비자가 자동차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교체하면 최대 1만위안(약 1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등 서방에선 대중 무역 전쟁이 재점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통적으로 중국 견제‧자국 이익을 위한 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태다. 오효정(oh.hyojeong@joongang.co.kr)

2024-04-28

“전기차 충전소 간 경계? 곧 무너진다”…유럽 충전 플랫폼 지레브 CEO

“한국은 전기차 인프라가 고도로 발달한 시장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프라를 넘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에릭 플라케 지레브 대표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전기자동차 박람회(EVS37) 참석차 방한했다. 지레브는 2013년 르노·프랑스 전력공사·프랑스 예금금탁금고 등이 공동 설립한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업이다. 유럽 30개국 44만대의 충전소가 지레브를 통해 연결돼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전기차 충전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소비자는 지레브 회원 카드 한장이면 국경을 넘어 지레브의 모든 충전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동시에 충전소는 소비자의 충전 데이터를 받아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유럽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등록된 전기차 1407만1994대 중 유럽 내 등록 전기차는 22.3%(313만4608대)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전기차가 급증하면서 충전소도 크게 늘었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12만5000개), 프랑스(10만개), 독일(8만5000개) 순으로 충전소가 많다. 충전기 1대당 전기차 수를 의미하는 ‘차충비’는 약 13대다. 최근 중국 저가 전기차들이 인기인만큼 유럽 내 충전소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 보고서는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2019년 0.4%에서 지난해 19.5%로 늘었고, 올해는 25.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플라케 대표는 충전소 개수보다 충전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 어디에서든 아무런 장벽 없이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지레브는 충전소 위치와 최적의 충전 시간대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결제 편의성도 높였다. 대표적인 게 지레브가 자체 개발한 플러그 앤 차지(PNC) 서비스다. PNC를 이용하면 전기차에 충전기를 꽂자마자 자동으로 충전·결제가 한 번에 이뤄진다. 소비자는 신용카드 없이 여러 충전소에서 자유롭게 충전하고 나중에 모바일 앱이나 서류로 결제 내역을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지레브는 간편 결제 시스템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뒀다면 국내에선 편리함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플라케 대표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라며 “한국 상황과 관련 정책에 맞춰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완성차 업체에서부터 충전기 제조업체까지 여러 기업과 미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정부가 전기차 충전 확대를 주도하는 편이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54만3900대,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는 30만5309대로 차충비는 1.78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충전기 123만기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도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사업에 예산 3715억원을 편성했다. 이외에 현대차도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를 2025년까지 500개 구축할 예정이고, 테슬라는 자사의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 163개를 국내에서 운영 중이다. 지레브가 국내 진출시 완성차 기업들의 충전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레브는 전기차를 타는 소비자와 완성차 업체나 기존 충전소 인프라 사업자들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노린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할 가능성에 대해 플라케 대표는 “개별 충전소마다 앱을 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더 불편해질 뿐이고, 앱 하나로 모든 충전소를 이용하고 싶어질 것”이라며 “그런 환경에 처할수록 우리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오삼권(oh.samgwon@joongang.co.kr)

2024-04-28

금리 못내리는데, 연체율 상승은 시작…서민‧중소 ‘약한고리’ 비상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각종 지원책에 몇 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연체율이 다시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금리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 같은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 문제가 커지고 있다. ━ 카드 연체율 코로나19 이전으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 급전’ 창구로 통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다시 치솟았다. 카드사 연체율이란 카드 대금과 할부금·리볼빙·카드론 등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비율을 의미한다. 실제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은 전년 동기(1.37%)보다 0.19%포인트 오른 1.56%였다. 2015년 9월(1.68%)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하나(1.94%)·우리(1.46%)·KB국민카드(1.31%)도 모두 전년 동기보다 연체율이 올라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저축銀, 인뱅도 연체율 비상 역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도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6.55%로 전년(3.41%)과 비교해 3.14%포인트 급등했다. 최근에는 이 수치가 더 상승해 약 7~8%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중·저신용자가 이용하는 저축은행은 고금리로 인해 이자 상환 부담이 늘면서 연체율이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건설업이 침체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연체율 오르기 시작한 점도 부담이 됐다. 이 처럼 취약계층의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인뱅)과 지방은행의 지난해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각각 2.88%와 3.23%로 올랐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이 높은 인뱅은 관련 대출을 본격 취급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연체율이 최고 수준이다. ━ 기업 대출도 경고등,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 커 이러한 연체율 경고등은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에서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기업들이 금융권 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지원 등이 끊어지면서 연체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보다 현금 흐름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연체율 상승 현상은 더 크게 나타난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지난 2월 원화 대출 연체율 보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1월과 비교해 대비 0.1%포인트 오른 0.7%로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중에서 중소법인 연체율(0.76%)은 같은 기간 0.14%포인트 올라 기업 대출 중 가장 상승 폭이 컸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특히 최근 건설업에서 상승 폭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부실 털어내기에도 비율 오히려 올라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본격 시작하면서, 금융사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분기에만 1조6079억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상·매각액(8536억원)보다 88.4% 급증한 규모다. 주요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 채권 털어내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관련 비율은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다. 실제 5대 은행의 전체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1분기 0.28%로, 지난해 1분기 말(0.27%)보다 0.01%포인트 소폭 올랐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NPL)’을 의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이뤄졌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지원 등 정부 지원책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순 없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종료되면 연체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연체율의 절대 숫자만 보면 아직은 금융사들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고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 건전성 관리에 빨간 불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2024-04-28

[팩플] 챗GPT? 온디바이스?…‘뒷북’ 애플의 AI는 어떤 모습일까

생성 인공지능(AI) ‘늦깎이’ 주자 애플이 만드는 AI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뚜렷한 제품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이 다양한 기업들과 AI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애플이 구현할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지난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올해 말 아이폰에 탑재할 새로운 기능을 위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논의를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에 오픈AI의 기능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애플은 지난 달부터 구글과 아이폰에 구글의 생성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방안도 이야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출시용 아이폰에 들어갈 AI 기술에 대해서는 중국의 IT 기업 바이두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아직 애플이 ‘어떤 업체의 AI를 사용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 이게 왜 중요해 생성 AI 시대에서 다른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애플은 오픈AI, 구글, 바이두의 AI를 탑재하는 것을 논의하는 한편 자체 AI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자체 개발을 통한 인소싱(자체생산)과 앞서가는 AI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아웃소싱(위탁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 애플의 AI, 어떤 모습일까 ①아이폰용 온디바이스: 지난 24일 애플은 AI 모델 ‘오픈ELM’을 오픈소스 플랫폼인 허깅페이스를 통해 출시했다. 오픈ELM은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아도 기기 자체에서 추론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온디바이스용 소형언어모델(SLM)이다. 모델은 2억7000만, 4억5000만, 11억, 30억개 등 4가지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로 나눠져 있다. 소형 모델은 대형 모델보다 정확도 등에서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실행 비용이 저렴하고 속도도 빠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소형 장치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파라미터 30억개 이하면 아이폰15와 같은 고급형 스마트폰에서 자체 추론하기에 적당한 크기로 본다. ②대형 AI모델도 한다: 소형 모델 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의 여러 데이터를 입출력할 수 있는 AI 모델인 멀티모달 LLM(거대언어모델)에 대한 연구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멀티모달 모델 ‘페렛’을 비상업용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00억 파라미터인 ‘MM1’ 모델을 논문으로 공개했다. 애플은 MM1이 특정 벤치마크(성능평가)에서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 및 울트라, 오픈AI의 GPT-4V 등의 경쟁사의 LLM들보다 부분적으로 낫다고 주장했다. ③아이폰에서 이미지 편집, 애니메이션 제작도?: 아이폰에서 문장만 넣으면 이미지 편집도, 애니메이션 제작도 가능해질까. 애플은 지난 2월에 텍스트로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 ‘MGIE’도 공개했다. 이미지 편집·크기 조정 기능에 선명도와 밝기도 조절할 수 있다. 같은 달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키프레이머’ 연구도 발표했다. 이미지를 넣고 프롬프트(명령어)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애니메이션 결과물을 출력하는 식이다. ④AI 개발도구와 서버용 칩까지: 지난해 12월에는 애플 실리콘 칩에서 AI 모델을 더 쉽게 훈련할 수 있는 도구(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MLX’가 나왔다. 머신러닝(기계학습) 연구자·개발자들이 타깃이다. MLX를 이용하면 AI 모델 훈련과 배포가 수월해지는 것. 여기에 애플은 서버용 칩에도 손을 대고 있다. 지난 23일 IT 전문매체 맥루머스는 애플이 AI 서버용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디바이스도 중요하지만, 고성능 AI 작업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는 애플이 어떻게 AI를 제품에 녹이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애플은 논문 등으로 연구 결과만 공개하고, 구체화된 기능은 내놓지 않았다. 오는 6월 애플의 연례 개발자회의(WWDC)에서는 새로운 아이폰, 맥북 등 주요 제품에 탑재될 AI기능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개발과 관련된 추가 메시지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애플의 1분기 실적 발표는 오는 2일 예정이다. 김남영(kim.namyoung3@joongang.co.kr)

2024-04-28

FT "전세계 중앙은행 금리인하 지연 불가피"…'파월의 입' 주목

미국의 물가가 끈적끈적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덩달아 지연될 가능성도 커졌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Fed의 물가와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여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복잡해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각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시장에선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점차 밀리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물가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다. 1분기(1~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전 분기 대비‧연율) 3.4%로 전 분기(1.8%)보다 크게 확대됐다. 3월 PCE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도 2.8%를 기록하며 예상치(2.7%)를 웃돌았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Fed의 인하 시점은 9월로 예상되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이 더딜 경우 12월로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투자자들은 6차례 인하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단 한 차례 인하를 기대하거나 전혀 인하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는 여타 중앙은행의 피벗을 덩달아 미루게 하는 요소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진다. 강달러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는 해당 국가의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를 자극한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전 세계 차원의 문제라 여타 중앙은행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달러 강세는 다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향후 인하 속도와 폭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파비오파네타 ECB 정책위원 겸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Fed의 긴축정책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과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화하기보단 강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10~11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연말에 이어 미국이 피벗 신호를 줬기 때문에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이미 시작됐다”며 “국내 요인으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Fed가 다시 매파적 기조로 돌아설 경우 한은은 환율 변동성 등 여러 대외적 요인에 더욱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등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Fed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장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파월 의장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좀 더 매파적이라면 올해 금리 동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효정(oh.hyojeong@joongang.co.kr)

2024-04-28

이재용, 독일 자이스·네덜란드 ASML과 협력 논의…AI 반도체 공략 총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광학 기업 자이스(ZEISS)와 반도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첨단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장은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와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하고, 자이스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이번 방문에는 송재혁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 등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생산기술을 총괄하는 경영진이 동행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 2000개 이상을 보유했으며,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은 3만 개 이상이다. 이날 회동에는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신임 CEO도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ASML CEO에 임명되자마자 독일로 와 이 회장과 만난 것이다.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선 세계 1위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초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이스와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향후 3나노(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이하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64.8%로, 전체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연평균 13.8%)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EUV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시장을 주도하고,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EUV 기술과 첨단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 개선과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을 기대한다. 자이스는 2026년까지 480억원을 투자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라 양사의 전략적 협력은 향후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지난해 말 피터 베닝크 ASML 당시 CEO, 올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CEO들과 연이어 만나 미래 협력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비즈니스 미팅, 유럽 시장 점검, 주재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한 뒤 2개월 만이다. 최선을(choi.suneul@joongang.co.kr)

2024-04-28

유커 대신 료카쿠가 온다…日 10일 황금연휴, 한국행 1위

지난 27일부터 일본판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쇼와(昭和)의 날, 헌법기념일, 녹색의 날, 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몰린 데다 주말까지 끼어 4월 30일~5월 2일(3일) 휴가를 내면 일본에선 최장 10일 연휴가 이어진다. 일본 관광업계는 이번 연휴를 기점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2019년의 80~90%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수지 ‘만년 적자’ 신세인 한국으로선 황금연휴 기간 일본인 관광객 유치가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엔저(低)’ 효과를 노리고 일본 관광을 다녀온 사람이 많다. 일본인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일본 못지않게 ‘원저’ 현상을 겪는 한국이 여행가기 좋은 나라다.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8일 일본 최대 여행사 JTB에 따르면 올해 황금연휴 일본 여행객은 해외 여행지로 한국(20.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동남아시아(16.7%), 대만(13.5%) 순이다. 중국을 여행지로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의 경우 황금연휴 기간 국제선 예상 이용객 68만2600명 중 한국행이 9만7400명(14.3%)으로 역시 1위를 차지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여행객은 미국·유럽을 해외 여행지로 선호하는데 올해는 엔화 약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아시아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일컫는 ‘유커(旅客)’ 만큼이나 일본 ‘료카쿠(旅客)’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달라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1103만명 중 일본인이 232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인(202만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 유커를 개인 관광객 ‘싼커(散客)’가 대체하며 1인당 씀씀이마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료카쿠 유치가 더 절실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방한 일본인 관광객 증가의 국내경제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이 2012년(342만명) 수준으로 회복할 경우 국내 쇼핑ㆍ숙박 등 부문에서 생산유발 효과가 5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2조3000억원, 취업유발 효과가 2만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료카쿠 유치는 ‘만년 적자’ 신세인 여행 수지를 개선하는 의미가 있다. 최근 수출 호황으로 2월 경상수지가 10개월 연속 흑자를 냈지만, 서비스 수지는 2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 수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행수지는 1999년 흑자를 낸 뒤 지난해까지 24년간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수지는 125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165억7000만 달러 적자) 이후 5년 만에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수출로 번 돈을 서비스 수입으로 까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광객 유치가 내수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예상을 웃도는 1.3%를 기록한 건 내수의 성장 기여도(0.7%포인트)가 순수출 기여도(0.6%포인트)를 웃돌 정도로 깜짝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다만 지난해 기저효과(base effect) 영향이 큰 데다, 고금리 지속과 건설 수주 부진 등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가 지속할지 두고 봐야 한다. 추광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일본 관광객 유치가 국내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한ㆍ일 외교관계 개선을 계기로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2024-04-28

1분기 ‘성장 서프라이즈’에…정부, 성장률 전망 높인다

1분기 경제성장률(1.3%)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에 나선다. 기존 전망치였던 2.2%를 2.5%가 넘는 2%대 후반으로까지 올려야 할지 살펴보고 있다. 국내외 기관에선 최대 2.8%까지 수정된 성장률 전망이 나오고 있다. ━ 5~6월 수출·소비 동향까지 참고 2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발표 전까지의 경제 흐름과 지표를 추가로 확인한 뒤 상향 수준을 결정한다. 정부는 당초 2.2% 성장률 전망을 내놓으면서는 분기마다 국내 총생산(GDP)이 0.5~0.6%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라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이미 예상 성장률을 2배가량 초과하면서 연간 성장률을 확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예정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간 성장률이 2.5%를 웃돌 것이란 시각이 기재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 후반대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25일 “아직 금년도 전망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당초 예상(2.2%)은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 투자은행, 전망치 0.8%포인트 상향 국내‧외 기관의 시각도 비슷하다.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과 증권업계에선 속속 성장률 전망을 올리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7%로 대폭 높였다. JP모건(2.3→2.8%), 골드만삭스(2.2→2.5%), BNP(1.9→2.5%) 등 1분기 성장률이 나온 직후 국내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했다. 국내 10개 증권사(KB·SK·메리츠·삼성·상상인·신한투자·유진투자·하나·하이투자·한국투자)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내놓으면서 평균 2.1%에서 2.4%로 올랐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깜짝 성장으로 연간 성장률이 대폭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남은 3분기 동안 전기 대비 평균 0.3%만 성장해도 연간 2.7%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고금리 지속 난제…불확실성 여전 다만 변수가 적지 않다. 우선 고금리 지속과 건설 수주 부진 등은 성장 회복세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미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성장률까지 깜짝 상승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측면에서 봤을 때 이자 부담이 소비를 위축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금리 인하 없이는 내수 반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1분기 수출 외에도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전 분기보다 각각 0.8, 2.7% 증가해 높은 성장률을 이끌었는데 여기엔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2%에 그쳤고, 건설투자는 4.2% 감소했기 때문이다. 1분기가 높게 나온 만큼 2분기에도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스라엘·이란 분쟁 경과와 여파도 2분기 이후 불확실성 중 하나다. 정부가 재정 집행을 상반기에 집중한 것도 하반기 경제지표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1분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으로 올해 예산(25조1000억원)의 35.4%인 8조9000억원을 집행했다.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서다. 상반기 집행 목표를 전제 재정의 65%(350조4000억원)로 잡았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1분기 ‘성장 서프라이즈’에도 정부의 재정 투입이 영향을 미쳤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2024-04-28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 공동의장 맡는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특별회의에서 공동의장을 맡는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이 2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WEF 특별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글로벌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WEF 측은 정 부회장 외에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대런 우즈 엑손 모빌 회장, 아민 나세르 아람코 사장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리더 16명을 이번 특별회의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 한국인으로는 정 부회장이 유일하다. 세계 경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WEF은 전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국제 민간회의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제 현안과 문제에 대한 각종 해법 등을 논의한다. 매년 동계에는 스위스에서, 하계에는 중국에서 열리는 두 차례 정기 포럼 외에 특별 행사들이 열린다. 사우디 정부의 협력으로 성사된 이번 회의는 정기 포럼 외엔 최대 규모로 열리는 행사다. 공공과 민간 부문,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학계, 시민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 900여명이 참석해 글로벌 협력 증진과 포용적 성장 모색, 에너지 접근성 불균형 해소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공동과제를 논의한다. 정 부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친환경 사업 관련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덴마크의 해운기업 AP몰러-머스크의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의장,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사장을 만나 공동으로 추진 중인 친환경 선박 및 수소 사업 관련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의 미래 비전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고 있는 만큼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우(november@jtbc.co.kr)

2024-04-27

빅테크 ‘4총사’ 동반 ‘2조 클럽’가입…MSㆍ애플ㆍ엔비디아ㆍ알파벳

미국 뉴욕 증시에서 ‘2조 클럽(시가총액 2조 달러 달성)’에 든 기업이 사상 처음 4곳을 기록했다. 2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어선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엔비디아,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등 4곳이다. 이날 MS는 종가 406.32달러로 시가총액이 3조 달러(3조19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애플이 169.3달러에 거래를 마쳐 시가총액 2조6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2조1930억 달러)와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2조1440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알파벳이 종가 기준으로 2조 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2조 클럽’ 올해 2곳→4곳, 아마존도 대기중 올 초까지만 해도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MS와 애플이 유일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AI 칩을 등에 업고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지 8개월여 만인 지난 3월, 종가 기준으로 처음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82.1% 상승했다. 여기에 알파벳이 호실적을 앞세워 26일 시총 2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알파벳은 25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함께 사상 처음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주가는 9.97% 급등하며 2016년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들 4개 기업의 시총의 합은 9조9700억 달러(약 1경3748조원)로 10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독일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인 4조5900억 달러(국제통화기금 올해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여기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시총 2조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 ‘2조 클럽’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MS는 클라우드 성장세가 돋보였고, 구글(알파벳)은 광고 수익이 우려되던 차에 좋은 실적을 보여줬다”며 “향후 AI와 반도체는 기업 옥석가리기 국면이 펼쳐지며 매출 가시성과 비전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kjink@joongang.co.kr)

2024-04-27

세계화의 교훈- 자발적으로 개방하고 포용하는 사회만 살아남는다

에피소드5 세계화의 단서들(2019) 송병건 ━ 세줄 요약 -지난 2000년간 인류는 낯선 지역, 낯선 사람, 낯선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한계를 넘어섰다. -역사적으로 발전을 이룬 사회는 개방성, 자발성, 포용성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은 세줄 요약이 필요 없다. ━ 주요 내용 이 책의 부제는 '경제학자가 그림으로 읽어낸 인류의 경제문화사'다. 미국 화가 프레더릭 처치가 1891년 그린 '빙산'을 보자. 과학자는 '수면 위에 보이는 부분의 아홉배가 물속에 잠겨있겠군', 환경운동가는 '지구온난화로 금방 녹겠네', 디자이너라면 '돛과 하늘의 색이 잘 어울리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라면 '북극항로를 개척하려는 낭만적인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이군'이라고 읽을 것이다. 어느 시기, 어떤 지역을 배경으로 한 그림인지를 확인해 당시의 경제상을 유추해보는 것이다. 전체 4부로 구성한 이 책의 1부는 '고대와 중세'다. 진시황의 중국 통일, 이슬람 세계의 팽창, 순례를 통한 교류 등을 통해 제국의 형성, 장거리 무역 같은 주제를 다룬다. 플랑드르 출신 화가인 야코프 판 휠스동크가 그린 '레몬, 오렌지, 석류가 있는 정물'을 보자. 중국풍 청화백자에 싱싱한 과일이 담긴 정물화다. 하지만 경제학자는 이 그림에서 이슬람의 확장을 읽어 낸다.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오렌지와 레몬, 이란이 원산지인 석류는 7세기에 유럽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10~12세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했다. 610년 아라비아 반도에서 나타난 이슬람이 세력을 확장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확장 경로를 따라 쌀, 사탕수수, 목화, 시금치, 가지, 사프란, 수박, 살구, 야자 등 오늘날 세계인들이 널리 사랑하는 작물이 전해진 것이다. 이슬람은 인두세만 내면 이교도의 종교와 경제 활동에 별다른 제약을 가하지 않았다. 이슬람 세계의 확장은 새로운 작물과 농업 기술이 확산하는 세계화의 과정이었던 셈이다. 2부 '확장하는 세계'는 근대 초 정화(鄭和) 원정대의 탐험, 콜럼버스의 항해, 커피나 차와 같은 기호 음료의 등장, 국제적 금융 버블 등을 다룬다. 이를 통해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됐는지, 이질적인 문화와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의 풍자만화가 우도 케플러는 1901년 뉴욕증시에서 벌어진 거품 붕괴를 상징하는 그림 '월스트리트의 거품-늘 변함없이'를 대중잡지 퍽에 게재했다. 황소 모습을 한 남자(J.P. 모건)가 '부풀려진 가치'라고 쓰인 비누 거품을 부는 모습이다. 미국 철도주식의 폭락을 계기로 금융거품을 풍자한다. 미국 모기지 시장 거품이 터지며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100년 전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벌어졌다. 늘 변함없이. 국제 금융거품은 어쩔 수 없는 세계화의 어두운 면일지도 모른다. 원조는 1637년 네덜란드의 튤립공황이지만 아직 근대적 금융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악영향은 국경을 넘지 않았다. 본격적인 사건은 18세기 초 벌어진 영국의 남해회사와 프랑스의 미시시피회사 주식 붕괴다. 과정은 비슷하다. 국채 증가에 신음하던 영국 정부는 스페인령 중남미로의 노예무역을 독점할 회사를 세우고 주식을 공개했다. 장미빛전망으로 급등했던 주가는 1년만에 폭락했고, 당대의 석학이던 아이작 뉴턴을 비롯한 수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았다. 미시시피회사는 당시 프랑스가 지배하던 미시시피강 유역(루이지애나)을 독점 개발한다며 투자금을 모았다. 부푼 거품은 1720년 시가총액이 97% 사라지는 비극으로 끝났다. 3부는 18세기 이래 '산업사회의 형성'이 주제다. 과학의 발달,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특허제도 등을 통해 기술과 사회 제도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고찰한다. 1669년 함부르크 출신의 연금술사 헤니히 브란트는 노란 오줌에서 금을 추출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오줌을 가열해 얻은 끈적이는 흰 용액에서 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빛을 나르는 물질'이라는 뜻의 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10여년 뒤 로버트 보일은 인이 새로운 독립 원소임을 밝혔다. 브란트는 금을 만드는데는실패했지만 화약과 비료의 원료를 밝힌 셈이다. 이 순간을 그린 작품이 화가 조지프 라이트의 '현자의 돌을 찾으려는 연금술사(1771)'다. 고대 그리스에서 중세 이슬라을 거쳐 계몽주의 시대까지 이어진 연금술은 신비적이고 주술적인 미신이라는 평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연금술사를 악마의 하수인이라고 처벌했다. 하지만 물질을 쪼개 기본 성분을 얻고, 이를 조합해 새 물질을 만드는 연금술의 핵심 논리는 근대적인 화학 실험의 방법론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연금술을 비롯해 근대부터 크게 발달한 과학은 계몽주의와 결합해 산업혁명과 현대화의 초석이 됐다. 마지막 4부는 '세계화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세계 질서를 형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러시아 혁명, 중국 대약진운동, 대기오염 등을 다루며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 환경 요소가 세계화의 궤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본다. 세계화는 기술, 문화 등 바람직한 부분만 널리 퍼뜨린 것은 아니다. 생태계 교란과 파괴도 이어졌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1958년 급진적인 농촌개혁인 대약진운동을 벌이며 파리, 모기, 쥐, 참새를 네 가지 해악으로 지목했다. 2년간 이어진 참새잡이로 중국 농촌은 메뚜기 등 해충이 창궐해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참새는 곡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벌레도 잡아먹기 때문이다. 대약진운동 기간 발생한 대기근으로 2000만명에서 45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토끼와의 전쟁을 벌였다. 1859년 사냥감으로 들여온 열두 마리의 토끼가 폭발적으로 번식한 것이다. 매년 200만 마리 이상을 잡는데도 개체 수가 계속 늘어 토착 동식물을 위협한다. 지금도 2억~3억 마리의 토끼가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블루길과 배스 등 수많은 외래종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인간이 경제적 이익이나 개인적 호기심으로 생태계를 건드리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교훈을 준다. 그렇다고 인간이 자제할 것 같지는 않지만. 송병건 교수는 그림과 사진을 통해 세계화의 관점에서 인류의 경제사를 살펴봤다. 지난 2000년간 인류는 낯선 지역, 낯선 사람, 낯선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한계를 넘어섰다. 성공적으로 한계를 벗어난 사회가 결국 과실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런 사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은 개방성이다. 친숙한 환경으로 생활범위를 제한하면 당장은 안전하고 편리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밀려나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개방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스페인 정복자가 '세계화'한 멕시코 아스테카 제국 사람들은 착취나 강제노역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그래서 중요한 두번째 조건이 내부적인 자발성이다. 마지막으로 포용성이 필요하다. 특정 종교, 특정 인종, 특정 신분에만 특권을 주거나 차별하는 사회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 TMI 송병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에서 경제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세계화의 역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경제사의 흐름을 짚어보는 이 책은 『비주얼 경제사』(2015)와 『세계화의 풍경들』(2017)을 잇는 후속작이면서 완결편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중앙SUNDAY'에 인기리에 연재했던 ‘비주얼 경제사’ 칼럼을 모아 다듬고 확장해 펴낸 책이다. SBS CNBC에서는 세권의 책을 기반으로 '송병건의 그림 속 경제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했다. 김창우(changwoo.kim@joongang.co.kr)

2024-04-27

일본 민심 제대로 파악했다, 맥도날드 탐낸 맘스터치 전략 [비크닉 영상]

K팝 열풍에 이어 K의류부터 K미용까지. 한류의 인기 이유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아예 해외로 나가 시장을 개척하려는 국내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늘어납니다. 최근엔 외국에 매장을 냈다거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는 소식도 꾸준히 들려옵니다. 매장의 성패를 가르는데 입지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더구나 낯선 고객을 상대하는 해외에선 더 말할 필요도 없죠. 특히 살아있는 상권과 유행의 중심지에 자리 잡아야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거든요. 실제로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학과 특임교수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곳이 일종의 ‘테스트베드(개발 시험)’가 될 수 있다”며 “첫 매장을 낼 때 좋은 입지 선점을 통해 글로벌 진출 성공 여부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고 분석했죠. 맘스터치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좋은 입지 선점과 함께 몇 가지 전략을 펼칩니다. 바로 경제 불황 장기화로 일본에서 유행하는 ‘코스파 소비(cost performance)’를 공략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성비 소비’ 트렌드에 맞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거나 가성비 좋은 대형 버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해외 개척 제1호가 일본일까요. 일본 버거 시장은 약 7조원으로 한국보다 약 2배 크죠.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겁니다. ‘비크닉’ 유튜브 채널의 ‘B사이드’에서는 일본 버거 시장과 맘스터치의 전략에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브랜드에 던지는 음모론적인 질문으로 서비스의 의도를 파헤쳐 봅니다. 서혜빈(seo.hyebin@joongang.co.kr)

2024-04-27

보조금 퍼부어도 -3조 찍은 인텔…美반도체 씁쓸한 성적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부흥 노력이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간 미국 정부는 고대역메모리(HBM), 1나노(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급 파운드리 등 첨단 반도체 제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 등 전폭적인 지원 공세를 했다. 하지만 아직 미국 반도체 대표주자인 인텔과 마이크론이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이들 업체가 당분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최근 초미세공정인 1.8~1.4나노급 로드맵을 순차적으로 공개한 인텔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공개했다. 25일(현지시간) 인텔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27억2000만 달러(약 17조5090억원)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매출이 늘었지만, 시장의 예상(127억8000만 달러)을 밑도는 수준이다. 인텔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데는 파운드리 영향이 크다. 인텔은 올 1분기부터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사업으로 분리했다. 1분기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44억 달러(약 6조원)로, 전체 매출의 35%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량 줄었다. 영업 손실은 25억 달러(약 3조4400억원)로, 2021년(-51억 달러), 2022년(-52억 달러), 2023년(-70억 달러)에 이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이날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데이브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EO)는 “초기 투자 비용이 늘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 손실은 올 연말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CEO가 2030년 이전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도록 분기마다 손실을 줄이라고 지시했으며 이는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진행된 온라인 세미나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27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1나노급 초미세공정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인텔은 내년 양산 예정인 18A(1옹스트롬은 100억분의 1m)로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겔싱어는 “미국 방위산업·항공 분야 선두 업체를 ‘인텔 18A’ 고객사로 신규 확보해 총 고객사가 6개로 늘었다”며 “이 고객사는 인텔 18A 공정의 이점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완결되는 공급망 필요성으로 인텔 파운드리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25일 인텔 주가(종가 기준)는 전날 대비 1.77% 오른 35.11달러(약 4만8311원)에 마감했지만,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8% 가까이 급락했다. 웨드부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매튜 브라이슨은 로이터를 통해 “인텔의 계획에는 아직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많다”라며 “아직 실행되지 않은 미래의 계획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만년 메모리 3위’ 마이크론, 해결할 과제 산적 HBM 3E 대량 생산에 나선 마이크론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양대 산맥을 넘지 못하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만년 3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일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에 61억4000만 달러(약 8조4486억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 1250억 달러(약 172조원) 투자해 첨단 메모리 제조본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욕 북부 시러큐스 인근인 클레이에 1000억 달러(137조원) 규모의 메가 팹을 짓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3E 대량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엔비디아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마이크론이 ‘메모리 빅3’ 업체 중 유일하게 첨단 D램 공정에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HBM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수율(생산 제품 중 납품 가능 비율)이 낮아 생산 비용이 비싸다는 의미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 본토에서 칩을 생산한다는 점도 생산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다. 산자이 메로 트라 마이크론 CEO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조합해서 해외 공장과의 비용 격차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해리(park.haelee@joongang.co.kr)

2024-04-27

30년을 '사장'으로 산 남자 "골프와 술접대 하지 마라"

추천! 더중플 - 요즘 리더 by 폴인 "승진하고 싶지 않아요" 요즘 젊은 직원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점차 줄고 있죠. 『일의 격』 저자인 신수정 KT 부사장은 최근 리더들이 일하기 힘들어진 이유로 3가지를 꼽았습니다. 주 52시간제, 원격근무,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히 다른 세대의 합류.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MZ에게 사랑받는 '요즘 리더'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오늘 ‘추천! 더중플’에선 '요즘 리더 by 폴인(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76)'을 소개합니다. 각계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는 리더를 소개한 시리즈입니다. ‘The JoongAng Plus(더중앙플러스)’는 지적이고 지혜로운 독자들을 위해 중앙일보의 역량을 모아 마련한 지식 구독 서비스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30년을 ‘사장’으로 산 남자 “골프와 술접대 하지 마라” 커리어 40년 중 30년을 ‘CEO’로 살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제약회사 길리어드코리아의 이승우 전 대표입니다. 한국 MSD,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지금은 화이자가 된 와이어스를 거쳐 길리어드의 대표로 제약업계에서 일해 왔습니다. 그야말로 직업이 ‘사장’이죠. 여담이지만, 이승우 대표의 별명은 ‘미소 속의 칼날’입니다. 이 대표는 제약회사 CEO가 되면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골프와 술 접대를 금하는 것이죠. 또한 그는 20여 년 전에 여성 영업사원을 채용하기 시작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당연한 얘기지만 1990년대엔 모두 ‘미쳤다’고 했다고요. 이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쌓는 겁니다. 그는 CEO지만 미팅에서 가급적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미팅을 직접 리드하는 경우도 거의 없죠.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이 대표를 만나 리더십에 관해 물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30년을 ‘사장’으로 산 남자 “골프와 술접대 하지 마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4618 조조라 불리는 ‘센캐’ 여자 본부장, 8년째 명리학 파고든 이유 "리더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팀원들에게 삼국지의 조조·주유 같다고 불린다는 김미영 미래에셋증권 프로젝트금융3본부장. 그는 합정역 마포한강 푸르지오, 청량리 미주상가 등 어려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킨 IB 전문가입니다. SKY 출신이 아닌 김 본부장은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주특기가 필요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어렵고, 까다롭고 남들은 절대 하지 않는 ‘난도 있는 딜’에 도전해 성과를 냈죠. “너처럼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요. 김 본부장은 “일을 잘하는 것은 실무자의 몫이고, 리더는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한 조직이 결과물을 만들고,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요. 특히 여자 후배들에게 조언합니다. “오로지 일만 하지 말고 리더가 될 준비를 해라."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조조라 불리는 ‘센캐’ 여자 본부장, 8년째 명리학 파고든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8540 ‘일’의 반대말이 뭔지 아세요? 39년 ‘카피쟁이’ 놀라게 한 질문 삼성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알려진 최인아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 수많은 카피를 썼습니다. ‘최초’의 수식어를 경신하며 제일기획 부사장으로 일하던 2012년 스스로 29년 광고쟁이의 커리어를 끝냈죠. 2016년 강남에 '최인아책방'을 열어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일을 잘하려면 "내가 조직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나의 가치는 어떻게 만들까? 나를 써야 할 이유가 뭘까? 회사, 혹은 리더가 내게 왜 기회를 줘야 하지? 를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고요. 최 대표가 이 방법으로 커리어를 개척해 온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일’의 반대말이 뭔지 아세요? 39년 ‘카피쟁이’ 놀라게 한 질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8568 굳은 표정으로 “네 할게요”…‘36세 임원’ 그녀 바꾼 사건 서른여섯에 임원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른 나이의 승진보다 놀라운 건 10년째 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씨티은행 유기숙 부행장의 이야기입니다. SC제일은행 CRO를 시작으로 한국씨티은행 커머셜사업본부 전무, 부행장으로 보직이 바뀌었죠.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승진을 위해 자리를 옮긴 적이 없다”고요. 자리 욕심낸 적도 없고, 후배들에게 "나를 앞질러 높이 올라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원에서 부장으로, CRO에서 전무로 직급을 낮췄던 것도 스스로의 선택이었죠. “리더라면 후배보다는 상사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유 부행장이 강조하는 말입니다. 임원이라면 후배, 팀원과의 관계도 어렵지만 가장 힘든 건 상사와의 관계라고요. 그에게 ‘상사의 기대치를 관리하는 법’을 물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굳은 표정으로 “네 할게요”…‘36세 임원’ 그녀 바꾼 사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2188 오늘의 더중플 추천 기사 모음입니다. 네이버 뉴스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요즘 리더 by 폴인 ▶30년을 ‘사장’으로 산 남자 “골프와 술접대 하지 마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4618 ▶조조라 불리는 ‘센캐’ 여자 본부장, 8년째 명리학 파고든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8540 ▶‘일’의 반대말이 뭔지 아세요? 39년 ‘카피쟁이’ 놀라게 한 질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8568 ▶굳은 표정으로 “네 할게요”…‘36세 임원’ 그녀 바꾼 사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2188 이경희.도헌정(dungle@joongang.co.kr)

2024-04-27

1.3% 깜짝 성장 난감한 野…'전국민 25만원' 추경 제동 걸리나

올해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야당이 내세웠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의 동력이 약해졌다.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내수가 깜짝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체감경기와는 여전히 온도 차가 있어 추경 편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을 위한 1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주장해왔다. ━ 1분기 성장률 1.3%…추경 '경기침체' 요건과 괴리 그러나 1분기(1~3월) 한국경제가 수출 회복과 민간소비 증가로 전 분기 대비 1.3% 성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 당장 추경편성 요건부터 걸린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쟁 등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경기침체의 경우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일 경우를 뜻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꼭 ‘2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아니더라도 심각한 경기침체가 있을 경우 추경을 편성될 수 있는데 지금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침체에 빠진 모습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그간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 온 내수마저 회복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8% 증가하며 2022년 3분기(1.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1분기 0.6% 이후 2분기(-0.1%), 3분기(0.3%), 4분기(0.2%) 등 줄곧 부진한 모습 보인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 정부 “물가 자극할 우려…재원 없어” 정부는 고물가 상황에서 더더욱 추경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수를 잘못 자극하는 정책을 하면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재부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경을 위해 빚을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추경 예산 재원으로는 세계잉여금이 활용되는데 현재 남은 예산이 없다. 추경을 하게 되면 국채 발행을 해야 해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 체감경기와 괴리 크다는 반박도 다만 일각에선 이번 수치만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분기 실적이 반짝 반등한 건 4분기 부진했던 기저효과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도 25일 “1분기에 내수가 좋게 나온 것은 앞서 민간 소비가 계속 부진하다가 반등한 측면이 있다"며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체감경기와의 괴리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활력은 여전히 떨어진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상공인의 부채가 누적됐고, 고금리를 거치면서 이들의 재무상태가 악화했다”라며 “지난해 지나치게 예산을 긴축해 편성했기 때문에 누적된 과거 문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재정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0%인 점도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라고 꼬집었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분기 성장률) 1.3% 가운데 민간 기여도가 1.3% 포인트 전체를 차지하고, 정부 기여도는 0% 포인트”라며 “재정 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성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 교수는 “민간만 성장을 이끌고 정부는 이끌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왕이면 쌍끌이로 가는 것이 좋은 게 아닌가”라며 “추경을 논의해볼 만한하다”라고 말했다. 이우림(yi.woolim@joongang.co.kr)

2024-04-26

美모델도 "정말 섹시"…과시라도 좋아, Z세대 뜨는 '텍스트 힙' [비크닉]

b.트렌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주 시청역 인근 서울광장을 들렀다가 반가운 모습을 봤어요. 푸른 잔디밭 위 빈백에 앉아 책을 읽는 시민들이었죠. 지난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야외도서관’ 행사였는데요, 서울광장 뿐 아니라 광화문광장·청계천 등 3곳에서 오는 11월 10일까지 운영된다고 해요. 이들에게 눈길이 안 건 그만큼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게 흔치 않아서예요. 좀처럼 손에서 떼지 못하는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활자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 안 드나요? 실제로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의 결과는 충격적이었어요.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간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죠. 일반 도서를 한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성인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이 43%에 그쳤다는 건데요, 첫 조사를 시작한 지난 1994년에는 이 비율이 86.8%에 달했다고 하네요. 책 읽는 사람이 점점 희귀해진다는 의미죠. 오늘 비크닉은 이렇게 엄혹한 독서 멸종의 시대에 미약하나마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바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통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독서가 ‘힙한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거죠.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볼까요? “독서는 섹시하다” 지난 2월 영국 가디언은 ‘Z세대가 책과 도서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종이책을 선호하고 있고, 지난해 영국에서의 책 판매도 역대 최고 수준(6억 6900만권)을 기록했다는 내용이죠. 그 근거로 Z세대를 대표하는 모델 카이아 거버(kia Gerber)가 최근 독서 클럽을 만들면서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고 말한 인터뷰를 인용했죠. 실제로 Z세대의 소셜 미디어로 통하는 틱톡에서 해시태그(#) ‘북톡(booktok)’을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게시물이 떠요. 주로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책을 추천하는 콘텐트죠. 국내서도 소셜 미디어에 독서 경험을 공유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23일 기준 590만 건에 이르죠. 젊은 세대의 독서 붐은 거의 모든 유행이 그랬듯 셀럽(유명인)과 소셜 미디어와 함께 자라나고 있어요. 국내서도 카이아 거버처럼 셀럽들의 독서가 소소한 화젯거리가 되고 있으니까요. 걸그룹 르세라핌의 허윤진은 Z세대 사이 책 전도사로 통해요. 지난 2월 예능 프로 ‘전지적 참견 시점(MBC)’에 출연해 대기실에서 틈틈이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죠. 출국 길 공항에서도 책을 들고 나타나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이라는 트렌드도 이끌었고요. 이른바 ‘허윤진 책 리스트’는 Z세대의 독서 욕망을 자극하고 있어요. 진짜 독서 VS 과시 이런 현상을 두고 ‘과시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지적도 나와요. 책을 읽는 모습이 ‘있어 보이는 취미’가 됐다는 거죠. 소셜 미디어에 책 표지를 찍어 올리거나, 책을 쌓아둔 이미지를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책을 이미지로서 소비하다 보니 인테리어에 활용하기도 해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랜드마크인 ‘별마당 도서관’은 상당한 면적의 공간을 모형 책으로 채우고 있죠. 올해 초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의 별마당 도서관도 사람 손이 닿지 않는 22m 높이 서고에 모형 책을 가득 꽂았고요. 사람들은 압도적 책의 전당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고요. 인테리어용 모형책도 실제 팔리고 있어요. 포털 사이트에 ‘모형책’을 검색하면 장식용책·모형책·가짜책 등의 상품이 수천 원대로 팔리고 있어요. 감각적인 폰트와 표지를 지닌 책 형태로 속이 비어 있어 안쪽에 리모컨 등 물건을 수납하게끔 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책’으로 팝업 스토어 그렇다고 책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과시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쉬워요. 설사 실제 책을 읽지 않더라도, 독서와 책에 대한 호감은 분명 높아지는 추세예요.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 멸종에 가까워진 시대일수록 독서가 희소하고도 귀한 콘텐트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출판업계에서도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팝업 스토어를 활용해 책을 홍보하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죠. 출판사 창비는 지난 19일부터 서울 망원동 디콜라보에서 팝업 스토어 ‘시크닉’을 운영하고 있어요. 창비시선 500호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출간을 기념해 한정판 굿즈와 전시, 체험 행사를 선보이는 곳이죠. 시에 어울리는 향과 음악을 추천하고, 시 구절의 뒷부분을 이어 자신만의 시를 써보는 체험 행사를 해요. 지난해 9월 문학동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출간을 기념해 서울 성수동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이라는 팝업스토어를 개장해 긴 대기 줄을 세우기도 했어요. 김소연 창비 마케터는 “시 부문에서만 보면 10·20독자들이 늘어나는 흐름은 분명히 있다”며 “음악처럼 읽고 있는 책이 나를 설명하는 방식이 됐고, 소셜 미디어 피드에 책 사진 하나 정도는 올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독려하기 위해 어려운 한자어 대신 ‘시’와 ‘피크닉(소풍)’을 섞어 이름을 짓고, 소풍가듯 가볍게 시를 체험해보라는 의미의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텍스트는 귀하다, 그래서 ‘힙’하다 글자보다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한 시대가 되면서 몇 년 전부터 ‘문해력’이 화두가 되고 있어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죠. 그래서일까요, 글과 책, 독서 경험에 대해 예전보다 새삼스럽게 반응하는 건 사실이에요. 노트에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적어내려가는 ‘필사’가 유행하고, 돈을 내고 책을 읽는 독서 모임도 흔해졌어요. 흥미로운 점은 Z세대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이 오로지 ‘종이 책’으로만 수렴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전자책을 읽고, 디지털 필사를 하고, 독서도 디지털로 인증하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자 연습 프로그램 ‘한컴타자’는 지난해 8월 리뉴얼 버전을 내면서 디지털 세대를 겨냥해 교보문고와 제휴해 소설·수필 등을 필사하는 기능을 탑재했어요. 메타는 지난해 7월 텍스트 기반 소셜 네트워크인 스레드(Threads)를 공개했어요. 또한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는 ‘매거진’을 자처하는 계정이 늘고 있기도 해요. 자신의 취향을 글과 사진을 기반으로 공유하는 일종의 사적인 온라인 매거진인데, Z세대가 직접 운영하고 팔로워도 대부분 Z세대라는 점이 공통적이죠. 요즘에는 인플루언서보다 이런 매거진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요. 다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로 돌아가 보면 종이책 독서율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지만, 전자책과 오디오 북 독서율은 높아지는 추세예요. 초·중·고 학생 기준 최근 1년 내 전자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51.9%로 나타났어요. 지난 2019년 37.2% 대비 확실히 늘어난 수치죠. 종이에 인쇄된 활자든, 디지털 매체로 공유되는 텍스트든 중요한 건 읽기와 쓰기에 관련된 텍스트 기반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미지·영상 콘텐트의 홍수 속에서 자라난 Z세대들이 역으로 텍스트 기반 콘텐트를 쿨하다고 여기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봐요. 사실 과시면 어떻고, 보여주기 식이면 어떤가요. 그렇게라도 독서가 힙해질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텍스트가 주는 기쁨에 빠져들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은 것 아닐까요. 유지연(yoo.jiyoen@joongang.co.kr)

2024-04-26

인공지능 위협 막을 '어벤저스' 떴다… 머스크·저커버그는 제외

인공지능(AI)의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어벤저스'가 구성됐다. 샘 올트먼(오픈AI),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MS), 순다르 피차이(구글), 젠슨 황(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AI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26일(현지시간) AI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연방 자문기구인 AI 안전보안이사회(AI Safety and Security Board)를 발족하고, 자문위원 2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기구는 챗GPT로 촉발된 AI 열풍의 부작용을 막고 AI 시스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설립된 자문기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행정명령을 통해 이같은 기관의 설립을 지시했다. 이 기구 설립은 경제, 공중보건 등 중요 산업이 AI로 인한 위협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 정부는 설명했다. 명단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올트먼 CEO와 나델라 MS CEO, 피차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어도비, 델타 항공, 아마존 AWS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CEO 등과 함께 스탠퍼드대 AI 연구소장, 메릴랜드 주지사, 시애틀 시장 및 시민단체 관계자도 포함됐다. 그러나 AI 스타트업 xAI를 보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 마크 저커버그 CEO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사회는 앞으로 전력망 사업자, 운송 서비스 제공업체, 생산 공장 등을 대상으로 AI 기술 발전에 따른 잠재적 혼란에 대비해 각각의 시스템을 보호하고 AI의 안전한 사용 방법에 대한 권장 사항을 개발하게 된다. 다만 구체적인 활동 계획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국의 수도 시설, 교통 시스템, 은행 등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엄청난 기회이지만, 동시에 상당한 위험도 있다"면서 "중요한 인프라에서 AI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공지능의 대부'로 널리 알려진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 교수는 최근 "10년 내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무기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힌턴 교수는 지난 9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차 대전에서 참화를 초래한 화학무기는 훗날 국제 합의에 의해 금지됐다"며 "로봇 무기도 조만간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것은 실제로 전장에서 사용돼 보고, 인류가 비참함을 인식한 뒤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해준(lee.hayjune@joongang.co.kr)

2024-04-26

김제동 외친 '망치의 동등가치'…그건 공산주의 사회에도 없다

에피소드4 자본론(하) 카를 마르크스 현실에서 공산주의 국가는 거의 모두 망했다. 1922년 12월 30일 출범한 소비에트연합(소련)은 건국 69주년을 4일 앞둔 1991년 12월 26일 붕괴했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와 동유럽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였고, 중국과 베트남은 공산당과 시장경제가 공존하는 기묘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예 왕조로 바뀐 북한은 공산주의라고 보기도 어렵다. 카를 마르크스는 150년 전에 쓴 『자본론』에서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는 내재한 모순 때문에 필연적으로 무너지고 공산주의로 이행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데 왜 자본주의는 승리를 구가하고 공산주의는 무너졌을까. ━ 자본주의의 변신 마르크스 시대의 자본주의는 어린이까지 하루 16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자본가는 국가 권력과 야합해 독점과 담합을 일삼았다. 제국주의에 올라 탄 유럽 국가들은 전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전쟁까지 불사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면 자본주의는 마르크스의 예언대로 붕괴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자본론은 부제부터 '정치경제학 비판'이다. 애덤 스미스에서 비롯한 고전파 경제학(당시에는 보통 정치경제학이라고 불렀다)에 대한 반론으로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얄밉게도 체질을 바꿨다. 앨프리드 마셜(1842~1924)은 '경제학 원리(1890)'에서 노동생산성이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이 가치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마셜의 한계혁명을 받아들인 신고전파(네오 클래시컬)는 현재 경제학의 주류를 이룬다. 마셜의 제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는 1936년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통해 거시경제학을 창시했다. 정부, 가계, 기업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국가 전체의 경제 현상을 분석한다. 케인스는 불경기나 공황이 올 경우 정부 지출을 늘려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이 고전학파에서 탈피해 발전하는 것과 함께 자본주의 역시 노령·실업 연금, 건강보험 같은 사회주의적 제도를 받아들이고 노동법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체질을 바꿨다. 마르크스가 비판한 19세기 자본주의와 같은 자리에 현대 자본주의를 놓고, 마르크스의 방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마르크스가 현대 자본주의 국가를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공산주의가 80~90%는 실현됐다"고 기뻐하지 않을까. ━ 공산주의의 모순 실제로 현실에 나타난 공산주의 국가는 마르크스의 예언과는 달리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 러시아·중국 등에서 시작했다. 공산혁명 당시 러시아는 유럽의 열강 중 하나였지만 농노제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산업혁명에도 뒤처진 이류 국가였다. 차르가 지배하는 체제를 볼셰비키(1900년대 초반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의 급진파)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뒤집어엎고 공산주의를 도입했다. 열강에도 들지 못하던 중국은 마오쩌둥이 농촌을 중심으로 내전을 벌인 끝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변신했다. 소련과 중국은 국가(정확히는 공산당)가 주도하는 계획경제를 통해 중공업을 육성하고 군사력을 키웠지만, 삶의 질이라는 면에서는 서방 국가와 경쟁하기는 어려웠다. 소련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0년대 말 모스크바를 방문한 미국의 한 기자는 골목마다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무슨 줄이냐고 묻자 자신도 모른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고기 채소 설탕 양말 담배 술, 모든 물건이 부족해요. 언제 다시 물건이 들어올지 모르니 뭐든지 일단 챙겨놨다가 나중에 필요한 물건과 바꾸면 돼요." 1980년대까지 미국으로 망명한 동유럽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곳은 슈퍼마켓이었다고 한다. 운동장만한 공간에 다양한 물건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드물지 않았다. 탈북민들도 한국에 입국한 후 밤새도록 도시를 밝히는 불빛, 산마다 나무가 빽빽한 것(북한은 나무를 난방, 취사용으로 쓰는데다 산에 다락밭을 만드느라 베어 버리기도 했다)과 함께 대형마트에 쌓인 수많은 물건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하는 경우가 많다. ━ 소련은 왜 망했나 공산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는 그 사회의 표준적 생산조건, 평균 노동숙련도, 일반적 노동강도 하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사회적 필요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는 노동가치론을 주장했다.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상품을 사려는 사람의 만족도(효용)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치가 결정된다는 효용가치론과 다르다. 밥 한공기와 금 한덩이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먹는 밥의 가치는 얼마나 배가 고픈지, 몇 그릇째 먹고 있는지 등에 따라 다르다. 열흘 굶은 사람에게 밥 한공기의 가치는 금덩이보다 크다. 만약 밥이 단 한공기만 있다면 열흘 굶은 사람은 기꺼이 금덩이를 지불할 것이다. 하지만 밥이 충분히 많다면 세 공기째 먹는 사람(배가 불러 별로 맛이 없을 것이다)이 낼까 말까 고민하는 1000원 수준으로 값이 정해진다. 이게 효용가치론이다. 마르크스는 밥의 가치가 농부, 유통업자, 식당 주인 등이 생산을 위해 사용한 절대적인 시간의 합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금 한덩이를 캐는 데는 밥 한공기를 만들 때보다 수십, 수백 배의 노동이 필요하다. 그만큼 값이 비싸진다. 하지만 마셜의 한계효용 이론에 따르면 가격은 마지막 한 단위의 효용에 따라 정해지는 상대적인 값이다. 그래서 수요는 우하향(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감소)하는 한계효용곡선이 된다. 공급은 우상향하는 비용곡선 형태로 나타난다. 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가격이 정해진다. 소련은 공산당이 상품의 가격과 생산량을 통제했다. 생산량을 당에서 정해 하달하는 공장의 노동자나 공동생산, 공동분배 방식의 집단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당에서도 수백, 수천만 가지 상품을 적정한 수준으로 생산하도록 배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결국 비효율과 허위 보고, 암시장이 판치는 경제 체제는 오래갈 수 없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거나 충분한 물건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배분하는 방법은 세가지다. 선착순, 추첨, 그리고 뒷거래다. 소위 명품이나 할인특가 제품이 풀리면 사람들이 '오픈런'에 나서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선착순에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추첨을 선호한다. 새 아파트를 싼 값에 분양하면 수천, 수만대 일의 청약 경쟁이 벌어진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권력을 쥔 사람이 마음대로 배분한다. 후진국일수록 공무원이 뒷돈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회적인 자원을 시장 대신 권력이 공급하기 때문이다. ━ 판사와 목수의 망치는 다르다 김제동씨는 "국회의장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날은 오지 않는다. 노동가치론을 집대성한 애덤 스미스는 직업에 따라 소득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노동을 해도 같은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직업이 얼마나 존경받는가, 그 직업을 갖기 쉬운가, 얼마나 안정적인가 등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당신이 아들을 구두 제조공에게 보내면 아들은 거의 확실히 구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들에게 법률 공부를 해서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될 확률은 기껏해야 20대 1이다"라고 설명했다. 애덤 스미스야 나중에는 노동가치론 대신 '노동+자본+지대'가 가치를 구성한다고 했으니 직업별로 노동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론할 수 있다. 맞다. 그래서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으로 풀어보자.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오직 노동만이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노동의 가치가 모두 동등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사회적 필요 노동시간, 즉 사회의 표준적 생산조건, 평균적 노동숙련도, 평균적 노동강도 하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초보자가 4시간 동안 낑낑대고 만들어낸 물건의 가치가 장인이 한시간만에 뚝딱 만들어낸 물건 가치의 4배가 되는 게 아니다. 노동가치론은 자본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데다가 수많은 상품마다 절대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현실 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김제동씨는 한걸음 더 나가 국회의장과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갖는 세상을 바란다. 노동가치론을 알고서도 그리 주장했다면 황당하고, 모르고 주장했다면 난감하다. 모든 사람의 망치가 동등하게 인정받는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는 물론, 공산주의 사회에도 없다. 자본주의는 망치의 가치를 시장이 정하고, 공산주의는 당이 정한다. 공산주의는 그래서 망했다. 김창우(changwoo.kim@joongang.co.kr)

2024-04-26

문장 입력하면 동시에 교정…독일AI 딥엘, 챗GPT와 붙는다 [팩플]

독일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엘(DeepL)’이 영어·독일어 작문 보조 구독 서비스를 26일 한국에 출시했다. 오픈AI의 챗GPT 등과 경쟁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무슨 일이야 딥엘은 26일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기술을 활용한 작문 보조 구독 서비스인 ‘딥엘 라이트(Write) 프로’를 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딥엘이 직접 개발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글을 문법과 문맥에 맞게 실시간 교정하는 서비스다. 현재 영어와 독일어만 사용할 수 있다. 구독료는 월 10.99달러(약 1만5000원). 딥엘이 지난 1월 선보인 ‘딥엘 라이트 베타’는 무료이지만 한 번에 2000자만 교정할 수 있다. ━ 이게 왜 중요해 딥엘이 지난해 선보인 한국어 AI 번역 서비스는 ‘맥락’에 강한 번역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어휘나 문장 구성 등에서 빅테크의 번역 서비스보다 더 수준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 딥엘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글 등 다른 AI 번역보다 “3배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투자(금액 비공개)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0억 유로(약 1조4700억원)다. 업계에선 번역 한 분야에 집중하는 딥엘이 빅테크 AI와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빅테크의) 대규모 AI 모델은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해야 하므로 번역이라는 특화된 영역 품질이 높을 수 없다”며 “딥엘은 훨씬 좁은 영역에 집중하는 대신 번역의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 한국 시장에 왜? 딥엘 라이트 프로에는 한국어 기능이 없다. 하지만 딥엘은 해외 기업과 소통하며 영어 이메일과 사업 문서를 교정해야 하는 국내 직장인에게 관련 수요가 있다고 봤다. 창업자인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딥엘 번역기 이용자 중 단순 번역뿐만 아니라 기업에 맞는 어투와 문구를 정교하게 교정하려는 수요를 발견했다”며 “딥엘 라이트 프로는 비즈니스 목적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딥엘의 서비스가 경쟁사 대비 차별화가 가능할 지다. 오픈AI의 ‘챗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 기존 빅테크의 챗봇도 딥엘과 유사한 AI 기반 작문 교정 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딥엘은 ‘실시간 교정’ 기능을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완성된 글을 통째로 교정하는 경쟁사와 달리, 딥엘은 문장을 입력하는 동시에 교정해준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어 기능 출시 시점은 미정이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정확한 출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상언(youn.sangun@joongang.co.kr)

2024-04-26

'육각형 전기차' 아이오닉5 승차감·거리 다 좋은데…이게 아쉽네 [주말車담]

‘육각형 인간’. 외모·성격·학력·직업·자산·집안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간형을 의미한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전기차계의 육각형’ 같은 존재다. 2021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27만대가 팔리며 국내외 전기차 시장 개척자로 불린다. 아이오닉5가 재단장을 하고 지난달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더 뉴 아이오닉 5’의 외형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후면 범퍼 디자인, 디지털 사이드미러 등 디테일이 바뀌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더 뉴 아이오닉5를 타고 지난 19일부터 3박 4일간 서울~용인 등 총 150㎞ 거리를 주행해봤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띵~’ 소리와 함께 디지털 콕핏 스크린이 켜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연기관차 시동을 걸 때의 ‘부왕~’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차 시동거는 맛’이 없다고 해야하나…, 컴퓨터·스마트폰의 전원을 켜는 느낌에 가까웠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출력 손실 없이 부드럽게 ‘주욱~’ 속도가 붙어 승차감과 주행감이 확실히 내연기관과 달랐다. 내부가 조용한 건 당연했고 외부 소리 차폐에도 꽤 신경을 썼다고 느껴졌다. 변속기는 전작과 같이 기어봉 대신 핸들 뒤에 있는 레버형이다. ━ ‘디지털 사이드미러’ 처음엔 좀 불편 아이오닉 핸들을 잡고 마주한 가장 큰 허들은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사이드미러’였다. 기존 광학(거울) 사이드미러를 카메라와 스크린으로 구현한 것이다. 전작에서 차량 외부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대해 “운전할 때 거슬린다”는 혹평이 있었는데 이번엔 둥글게 다듬고 크기를 줄인 덕분에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스크린에 적응하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경고 문구도 없고 스크린 속 주변 차량의 모습이 꽤 크게 보여서 거리를 가늠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밤이나 빗속 운전에서도 기상·환경에 관계없이 주변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었다. 주변 차량접근 시 스크린에 떠오른 빨간 느낌표(경고)에 익숙해지자 곤두서있던 신경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가 탑재됐는데, 디스플레이 조작방식은 매우 직관적이었다. 운전대를 잡고도 미디어·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SW) 기능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 ‘장정 셋’ 올라타도 차내 공간 넉넉 ‘편안한 거주 공간’을 표방하는 차인 만큼 내부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전장 4655㎜, 전폭 1890㎜로 아반떼(4710㎜, 1825㎜)보다 약간 작지만, 2열이나 트렁크 공간 등은 상대적으로 더 넉넉해 보였다. 여행·캠핑용은 물론 패밀리카로도 손색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커먼 장정’ 세 명이 올라타고 도로를 달렸지만, 답답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편의기능도 잘 갖춰졌다. 시내나 고속도로 주행 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나, 주차 때 활용할 수 있는 자동주차 기능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뒷좌석 하단엔 220볼트 콘센트도 있었다. 전작보다 용량이 큰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도 길어졌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485㎞로, 전보다 27㎞ 정도 늘어났다. 승차했을 때 배터리 잔량이 73%였는데, 150㎞ 주행 후에도 40% 정도가 남아있었다. 주행거리·주행감·기능 뭐하나 빠지는 건 없어보이지만, 문제는 ‘매력’이다. ‘전기차판 아반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엔 아이오닉5가 대중교통 택시로 많이 보급되며 차주들의 선호도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차를 처음 접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브랜드 확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이다. ━ 첫 ‘전기차 레이싱’ 도전 현대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들을 지속하고 있다. 레이싱용 전기차 ‘아이오닉5N eN1 컵 카’를 내놓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박준우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 상무는 지난달 31일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이 차를 소개하며 “이제 전기차로 드리프트하는 시대가 왔다”며 “일반인도 즐길수 있는 레이싱용 전기차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오닉5N eN1 컵 카는 아이오닉5를 개조해 만들었지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레이싱 전용 슬릭 타이어를 장착했고 낮고 넓은 스타일의 오버휀더 등을 채택해 핸들링 성능을 높였다. 경주차의 기본인 경량화를 위해 운전석을 제외한 시트·카매트 등은 제거했다. 코너 급회전이나, 브레이크를 밟아 슬라이딩을 안정적으로 해냈다. 서킷에 들어선 뒤 레이서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디지털 계기판의 숫자가 순식간에 200㎞/h까지 치솟았다. 일반 레이싱카와 다른 두 가지 포인트는 소리와 연기. 현대차는 ‘레이싱카용 사운드’를 만들어 ‘귀로 달리는 맛’을 보완했다. 레이싱 후 보닛에 손을 올려도 전혀 뜨겁지 않다는 게 ‘꿀잼’ 포인트다. 전기차는 배터리 화재 시 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레이싱 중 위험하진 않겠느냐"는 질문에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소화기, 질식소화포 등 안전 요소를 추가해 화재 시 운전자의 대피 시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레이싱대회 ‘2024 현대 N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아이오닉5컵카 전용 전기차 레이싱을 진행한다. 고석현(ko.sukhyun@joongang.co.kr)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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