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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 미술상 ‘이미래 작가’ 선정

LA 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과 KAFA미술재단(Korean Arts Foundation of America·회장 글로리아 이)이 오는 9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18회 KAFA 미술상 공모전 수상자 전시 ‘일곱자매(실종된 메로페)’를 문화원 아트홀에서 개최한다.   올해 KAFA 미술상 공모전 심사는 헬렌 몰스워스(평론가, 큐레이터), 리베카 로우리(LA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버지니아 문(LACMA 한국미술 큐레이터)이 맡았고 수상자는 이미래(사진) 작가다. 이 작가는 조각, 비디오, 퍼포먼스, 사진,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해외 입양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 전승의 맥락에서 주제를 정하고 작업을 해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된 이 작가는 디트로이트 교외에서 성장했다. 시카고예술대학에서 미술학사, UC 어바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지난 14년 동안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수상자 전시 ‘일곱자매(실종된 메로페 편)’는 몰입형 설치예술품들로 14개의 대나무로 만들어진 길쭉한 모형들이 갤러리 천장에 매달려 있는 설치 작품이다. 메로페(Merop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플레이아데스 묘성의 일곱자매 중 하나다.     이 작가는 “매달려 있는 대나무 원통형 모형들을 포함한 한국전통춤들은 ‘문화 복구’라는 개념의 한 유형”이라며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타국에서 성장하며 전혀 모르던 모국문화를 이해하고 연결하고 공감하여 그 문화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 작품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오는 9일 오후 6시 30분에 열린다. 12월 2일 오전 11시에는 전시 폐막 이벤트로 KAFA, GYOPO와 함께 작가 및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주소: 5505 Wilshire Blvd. LA     ▶문의: (323)936-3014       이은영 기자미술상 이미래 미술상 공모전 한국미술 큐레이터 이미래 작가

2023-11-05

LA아트쇼야, K아트쇼야? 한국미술 몰려온다

오늘 개막하는 LA 아트쇼에 한국 미술계 거장들을 이끌고 한국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해 LA에서 최고 K-아트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늘부터 19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LA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서 개막하는 제28회 LA 아트쇼는 100개 이상의 갤러리, 박물관 및 비영리 예술단체가 참여한다.     올해 참가하는 한국 갤러리는 14곳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전시 작가는 55~60명으로 대표작을 들고 아트쇼를 찾은 한국 갤러리와 한국 작가 특별 전시관으로 세계 최대 아트쇼에서 한국 작가들이 선사하는 글로벌 아트 작품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LA 아트쇼의 코리안 아트 디렉터인 브랜다 이 씨는 “올해 LA아트쇼가 K아트쇼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작가와 작품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며 “한국 작가들은 같은 재료로 창의적 기법,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LA 아트쇼에 따르면 참여하는 한국 갤러리는 EK갤러리, 갤러리차만, LP 갤러리, 제이앤제이아트, 라이언아트, 갤러리엘림, 아트셀시, 스튜디오아르테고, 갤러리아인, 갤러리카리, 아트인동산, 자미갤러리, KMJ아트, 갤러리PBG다.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EK갤러리는 이번 아트쇼에서 최현주, 추니박, 지비지 등 3명의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영화 ‘기생충’에서 다송이의 그림 ‘자화상’ 원작자인 지비지의 신작도 감상할 수 있다.     제이앤제이 아트는 한국 및 해외 신진 예술가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 갤러리로 중동과 유럽을 여행하며 미술을 공부한 이진휴 작가의 ‘돈데보이(어디로 가야 하나)’전을 개최한다.   글렌데일 도서관, 리플렉트스페이스 갤러리, 서울 컬쳐 노매드아트센터가 협업해 만든 9부작의 대규모 멀티미디어 작품인 한호 작가의 ‘영원한 빛’은 박물관 전시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집중 조명되고 있다.     올해 이례적으로 특별 전시회로 한국 작가 이진휴 작가와 김원숙 작가 두 명이 선정됐다. 두 작가는 LA 아트쇼를 마치고 이진휴 작가는 EK갤러리, 김원숙 작가는 샤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한인 미술애호가들을 만날 예정이다.     주류 미술계에서 K-아트 인기는 LA 아트쇼 뿐만 아니다. 지난해 LA 아트쇼가 인수한 플로리다 아트 팜 비치쇼에 갤러리엘림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또 내일(16일)부터 19일까지 샌타모니카 공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프리즈 LA에 국제 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 갤러리, 갤러리현대 외 티나 킴 갤러리, 커먼웰스 앤 카운슬, VSF 등 한국 갤러리들이 참가한다.     브랜다 이 디렉터는 “해가 갈수록 LA 아트쇼 등 주류 미술계에서 한인 작가들의 작품이 호평받고 있고 VIP 컬렉터들이 작품 구매를 원하고 있다”며 “향후 1월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아트 팜비치쇼에 이어 2월 LA 아트쇼를 통해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을 주류 미술계에 진출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영 기자la아트쇼 한국미술 올해 la아트쇼 이번 아트쇼 la 아트쇼

2023-02-14

‘한국미술주간’ 행사 열린다

미국에서 한국 미술을 홍보하는 행사가 열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다트머스대와 공동으로 오는 3∼6일 ‘2022 한국미술주간’을 개최한다고 최근 밝혔다.   첫날 뉴햄프셔 하노버에 있는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 주최 앨런 루트 현대미술 강의의 하나로 현대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이 강연한다. KF의 지원으로 후드미술관서 내년 3월까지 열리는 ‘박대성: 먹의 재창조’ 전시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둘째 날 같은 장소에서 ‘1980년 이후 한국 미술의 전개와 다양성’이란 주제의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국내외 한국 미술 전문가들이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과 다원화, 미디어 아트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상 작품 상영 및 작가와의 대화도 이루어진다.   다음날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차세대 한국 미술 큐레이터 워크숍’이 열린다. 이번 워크숍에는 한국 미술 관련 대학원생과 신진 큐레이터 15명이 참가해 해외 한국 미술 큐레이터 및 학자 20명과 멘토링 세션을 갖는다.   이 워크숍은 KF가 해외 한국미술 전문가 양성 및 지원을 위해 1999년부터 시행해 온 사업이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날 보스턴미술관 등을 찾아 한국실 및 한국 관련 소장품을 둘러본다.   김기환 KF 이사장은 “미국 내 미술 한류 확산의 기반이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미술 전문가들의 활동을 돕고 차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국제교류재단 한국미술주간 해외 한국미술 한국미술 전문가들 국립현대미술관 다트머스대

2022-10-31

[문화산책] LACMA의 멋진 한국미술 기획전

교과서나 미술책에 나오는 유명한 미술작품의 원화(原?)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런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을 찾아간다고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처럼 귀한 작품들을 원화로 마음껏 감상할 멋진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LA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대규모 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근대 미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특별 기획된 이 전시회에는 88명 작가의 작품 130여 점이 원화로 소개되고 있다. 채용신, 고희동, 김은호, 김관호, 나혜석, 백남순, 이쾌대, 배운성, 김복진, 김종영, 변월룡,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유영국, 오지호, 임응식, 김세중, 김정숙, 송영수, 최만린, 박래현, 권진규… 박서보, 윤명로 등등 쟁쟁한 작가들의 중요한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전시작 중 62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고, 이중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작품이 21점에 이르며, 회화 뿐 아니라 조각, 사진 등 서양으로부터 수용한 새로운 양식이 반영된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다.     LA카운티뮤지엄과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한 이 전시회는 한국의 근대 미술을 종합적으로 해외에 소개하는 첫 기획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알차고 치밀하게 꾸며졌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알찬 전시회는 한국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LA에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행운인 셈이다.   이 전시회는 대한제국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을 통해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술과 전쟁의 혼란한 시기와 전후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실험해 가는 과정을 연대순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밀려오면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고 융합했던 격렬한 역동기의 작품들인 것이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작품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감상하노라니, 우리나라 근대와 현대 역사의 아픔과 서글픔이 겹쳐 떠오른다. 한국이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역사를 살피다보면 서글프고 답답하고 울화가 치민다. 문화 예술은 물론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식민지배를 당하며 주권 없이 지내야 했고, 해방이 되자마자 전쟁이 터지고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우리의 근대화는 곧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따라하는 일이었는데, 우리는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주체적 시각을 가지고 해석하고 취사선택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당연히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지기 어려웠다. 그리고, 7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제강점기의 일그러진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제 잔재 청산이 중요한 이유다.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문화는 이처럼 아프고 힘겨운 역사를 이겨내고, 모든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향하고 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는 그런 역사적 아픔과 한계를 이겨내려는 노력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대와 현대 미술은 끊임없이 열등감과 자부심 사이에서 고뇌하며, 정체성 확립을 위해 몸부림쳐왔다. 그런 과정의 한 자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회다.     이런 고민과 치열한 투쟁은 미국사회에 살면서 자기 정체성을 바로 세우려 노력하는 한인 작가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앞에서 이미 말했지만, 이처럼 알찬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한국미술 기획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근대 미술

2022-10-06

잊었던 한국 미술의 거장 재조명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백철극 화백 회고전’을 10일부터 내달 1일까지 문화원 아트갤러리에서 개최한다.     고 백철극 화백(1912-2007)은 평안북도 박천에서 태어난 한국미술 서양화 1세대 작가로 미국, 캐나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LA에서 작고한 한인 추상 화가로 한국 미술의 숨겨진 역사로 평가받고 있다.     백화백은 1940년 중국의 상하이로 이주, 일본미술가 협회가 주관하는 전시회에 데뷔해 대상을 수상했다.   1970년 뉴욕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과 파리에서 화가로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했다.     1980년 파리시장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올렸고, 1981년에는 ‘세느강 풍경’으로 ‘도톤느’상을 연속 수상했다.     백화백은 2007년 LA에서 지병으로 95세에 삶을 마감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침략자’와 ‘비행기II’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고 백철극 화백의 24여점의 대표 유화작품을 비롯해 크로키 및 드로잉 작품, 사진, 편지 등 유품을 통해 생전 작품세계와 삶이 소개된다.     특히 작가가 28세에 중국의 거리 풍경을 인상파 기법으로 그려낸 ‘상하이 거리’, 60년대 후반 작가의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한 ‘소나기’, ‘비’ 시리즈, 작가의 동양적인 미술세계를 보여주는 ‘침략자’ 시리즈, 70년대 초부터 한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오리엔탈 리듬’, 1987년 구상적인 미술양식과 추상적인 양식을 동시에 표현한 ‘튤립’ 등 다채로운 유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1932년 작가가 어머니께 그려줬던 자화상 드로잉, 정물화, 상하이 레이디 등 다양한 크로키 드로잉 작품들도 전시된다.   LA한국문화원의 정상원 문화원장은 “어둡고 불행한 시대에 태어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고뇌를 평생동안 화폭에 반영한 고 백철극 화백 회고전을 유족들과 함께 준비했다”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국 서양화 1세대 화가의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닝 리셉션은 10일 오후 6시에서 9시까지다.     ▶주소: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문의: (323)936-3014  이은영 기자재조명 한국 한국미술 서양화 한국 미술 이주 미술가

2022-06-05

[그림세상] 박수근이 나무 그림을 그린 뜻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세 번째 봄이다. 첫해는 바이러스 공포에 전 세계인이 숨 막히는 봄이었고, 두 번째 봄은 백신에 희망을 걸며 역병의 종결을 꿈꿨던 시간이었다. 어느덧 코로나와 맞서는 세 번째 봄인데, 혼돈의 끝은 보이지 않고 모두들 지쳐가는 느낌이다. 동트기 직전의 깊은 어둠처럼 여전히 미몽의 시간이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마음을 추스르고 코로나 다음의 세계에 대해 냉철히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과거 사례를 놓고 볼 때 인류 문명은 팬데믹 이후에 극적인 반전의 역사를 써왔는데, 그 극단적 사례 모두가 지금 우리 앞에 가능한 선택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류 최악의 팬데믹이라고 하는 중세 흑사병 이후 유럽은 르네상스라는 빛나는 근대문명을 일궈냈다.     대역병 이후엔 희망적 사례뿐만 아니라 비극의 역사도 존재한다. 20세기 초 전세계 인류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그 결과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인류 공멸의 길이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은 팬데믹이 앞으로 어떤 역사로 나아갈지 혼돈스런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미술계는 전례 없는 호황으로 희망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특히 한국미술 시장은 지난해부터 ‘불장(Bull Market)’이 이어지면서, 지난주 화랑미술제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그야말로 지금 미술계만을 놓고 보면 봄기운이 완연하고 곧바로 르네상스가 새롭게 열릴 것 같은 기대감까지 든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포성으로 근심이 깊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경제적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팬데믹 이후 인력난과 물류난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먼 나라 이야기 같다가도 하루가 달리 올라가는 기름값을 접하면 세계화 속에서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점을 비로소 실감한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상황이 제2의 르네상스로 이어지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그럴 만한 조건도 충분하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 이후 미술이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은 미술이 기념과 구원의 매개물로 재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죽음을 목격하고 나서 중세인들은 미술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됐다. 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미술 구매 붐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곧바로 르네상스로 꽃피웠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이 호황인 것은 단순히 자산시장 팽창의 결과로 볼 수만은 없다. 코로나 사태로 고립과 고독의 시간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도 커졌지만 동시에 예술과 교감할 수 있는 정서적 성숙함도 깊어졌다. 요즘 미술관이나 화랑에 가면 작품과 심리적 교감을 나누려는 진지한 관람객을 예전보다 훨씬 더 자주 만나게 된다. 분명 코로나 이후 우리는 미술의 정서적 치유능력에 훨씬 더 공감하게 됐다. 이러한 미술에 대한 재인식은 분명 최근 불고 있는 미술시장의 호황을 설명하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박수근 특별전에서 본 나무 그림들이 마음 속 깊이 다가온다. 한국의 반 고흐, 또는 20세기 국민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박수근은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 나무를 자주 그렸다. 특히 벌거벗은 죽은 듯한 앙상한 줄기의 나무가 처연하게 화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박수근의 나무 그림은 화가의 고된 삶을 그린 자화상이자 한국 근대사의 힘든 역경을 표현한 시대적 명작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박수근의 나무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면서 새로운 점을 깨달았다. 앙상한 가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미세하게나마 푸른 새싹과 작은 꽃망울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록이나 사진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실제 작품 앞에 서면 푸른 색채감이 잿빛 사이로 분명히 느껴진다. 마치 작가는 썩어 말라빠진 앙상한 고목이 죽은 것이 아니라 단지 추운 겨울 속에 웅크리고 있을 뿐이라고 조용히 읊조리는 듯하다. 박수근이 그린 헐벗고 황폐한 나무는 죽은 고목이 아니라 추위를 이겨내는 나목이었다고 소설가 박완서씨가 말했듯이 화가 자신도 나목 속에 초록의 푸른빛을 숨겨 놓은 것이다.   박수근의 나목을 바라보면서 이 봄을 지나고 나면 코로나로 얼어붙은 인류의 마음이 푸르른 생기를 되찾으면서 더 따뜻해지기를 꿈꿔봤다. 분명 코로나는 금세기 인류가 겪은 첫 번째 공동의 역경이었다. 그것이 파괴적 미래로 이어지기보다는 인류를 한층 더 성숙한 길로 인도하는 번영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양정무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그림세상 박수근 나무 한국미술 시장 전세계 인류 지난주 화랑미술제

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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