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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LACMA의 멋진 한국미술 기획전

교과서나 미술책에 나오는 유명한 미술작품의 원화(原?)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런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을 찾아간다고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처럼 귀한 작품들을 원화로 마음껏 감상할 멋진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LA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대규모 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근대 미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특별 기획된 이 전시회에는 88명 작가의 작품 130여 점이 원화로 소개되고 있다. 채용신, 고희동, 김은호, 김관호, 나혜석, 백남순, 이쾌대, 배운성, 김복진, 김종영, 변월룡,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유영국, 오지호, 임응식, 김세중, 김정숙, 송영수, 최만린, 박래현, 권진규… 박서보, 윤명로 등등 쟁쟁한 작가들의 중요한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전시작 중 62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고, 이중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작품이 21점에 이르며, 회화 뿐 아니라 조각, 사진 등 서양으로부터 수용한 새로운 양식이 반영된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다.  
 
LA카운티뮤지엄과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한 이 전시회는 한국의 근대 미술을 종합적으로 해외에 소개하는 첫 기획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알차고 치밀하게 꾸며졌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알찬 전시회는 한국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LA에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행운인 셈이다.
 


이 전시회는 대한제국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을 통해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술과 전쟁의 혼란한 시기와 전후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실험해 가는 과정을 연대순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밀려오면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고 융합했던 격렬한 역동기의 작품들인 것이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작품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감상하노라니, 우리나라 근대와 현대 역사의 아픔과 서글픔이 겹쳐 떠오른다. 한국이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역사를 살피다보면 서글프고 답답하고 울화가 치민다. 문화 예술은 물론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식민지배를 당하며 주권 없이 지내야 했고, 해방이 되자마자 전쟁이 터지고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우리의 근대화는 곧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따라하는 일이었는데, 우리는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주체적 시각을 가지고 해석하고 취사선택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당연히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지기 어려웠다. 그리고, 7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제강점기의 일그러진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제 잔재 청산이 중요한 이유다.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문화는 이처럼 아프고 힘겨운 역사를 이겨내고, 모든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향하고 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는 그런 역사적 아픔과 한계를 이겨내려는 노력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대와 현대 미술은 끊임없이 열등감과 자부심 사이에서 고뇌하며, 정체성 확립을 위해 몸부림쳐왔다. 그런 과정의 한 자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회다.  
 
이런 고민과 치열한 투쟁은 미국사회에 살면서 자기 정체성을 바로 세우려 노력하는 한인 작가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앞에서 이미 말했지만, 이처럼 알찬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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