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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한여름’은 왜 붙여 쓸까?

다음 중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ㄱ.한여름 ㄴ.지난여름 ㄷ.올봄 ㄹ.이번달   더위가 한창인 여름을 나타내는 ‘ㄱ.한여름’은 붙여 쓰는 게 맞다. ‘한’이 계절과 결합해 한창이란 뜻을 나타낼 때는 한 단어로 붙여 쓴다. ‘한봄, 한가을, 한겨울’ 등이 이런 예다.   지나간 여름을 나타내는 ‘ㄴ.지난여름’은 띄어 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붙여 쓴다. 이처럼 ‘지난’이 지나간 계절이나 시간을 나타낼 때는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으로 본다. ‘지난봄, 지난가을, 지난겨울’이 그렇다. ‘지난주, 지난달, 지난해, 지난밤, 지난날’도 마찬가지다. ‘지난 추억’ ‘지난 일’ 등은 일반적인 경우이므로 띄어 쓴다.   올해 봄을 나타내는 ‘ㄷ.올봄’도 하나의 단어다. 올해를 뜻하는 ‘올’이 계절과 결합할 때는 한 단어가 된다. 즉 ‘올여름, 올가을, 올겨울’이 된다. ‘올 농사, 올 삼월’처럼 계절이 아닌 낱말이 올 경우에는 한 단어로 보지 않는다.   ‘지난달’이 하나의 단어이므로 ‘ㄹ.이번달’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이 들어가는 말은 하나의 단어가 아니다. 그래서 “지난달에는 적자지만 이번 달에는 흑자다”처럼 한 문장에서 ‘지난달’ ‘이번 달’ 또는 ‘다음 달’이 같이 나오는 경우 헷갈린다. 이때는 ‘지난’이 붙은 것만 한 단어라 생각하면 된다.   정답은 ‘ㄹ.이번달’이다. 우리말 바루기 한여름 올여름 올가을 한가을 한겨울

2024-08-15

겨울폭풍 눈보라에 남가주 산악지역 학교 휴교령

지난 14일 샌타애나 강풍 이후 남가주 일부 산악 지역에서는 한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NBC에 따르면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카운티, 빅베어 지역에 이날 오후 6시까지 겨울 폭풍 경보가 발효됐다. 14일부터 내린 눈은 주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겨울 폭풍 경보가 발효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휴교령이 내려졌다. 베어밸리통합교육구(BVUSD) 측은 웹사이트를 통해 "계속되는 눈보라로 폴스베일 중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휴교한다"고 밝혔다. BVUSD 인근 림오브더월드통합교육구(ROWUSD) 측도 이날 휴교를 결정했다.  또한 겨울 스포츠를 즐기러 빅베어와 러닝스프링스로 향하던 사람들이 지속적인 눈보라로 운전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15일 KTLA는 도로가 빙판길로 얼어붙고 눈보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LA카운티 일부 지역에서도 강풍 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샌타클라리타밸리, 말리부, 칼라바사스, 샌퍼낸도밸리 등에서 주의보가 내려졌으며 최대 시속 45마일의 강풍을 예측했다.  한편, 다음 주 월요일인 18일에 폭풍 경보가 내려진 지역의 온도가 최대 80도까지 오르면서 날씨가 급격히 변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 기자 [email protected]빅베어 한겨울 한겨울 날씨 빅베어 지역 학교 휴교령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미주 한인

2024-03-15

[우리말 바루기] ‘한여름’은 왜 붙여 쓸까?

다음 중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ㄱ.한여름 ㄴ.지난여름 ㄷ.올봄 ㄹ.이번달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가 띄어쓰기다. 띄어쓰기는 원칙이 있지만 예외도 많기 때문이다. 더위가 한창인 여름을 나타내는 ‘ㄱ.한여름’은 붙여 쓰는 게 맞다. ‘한’이 계절과 결합해 한창이란 뜻을 나타낼 때는 한 단어로 붙여 쓴다. ‘한봄, 한가을, 한겨울’ 등이 이런 예다.    지나간 여름을 나타내는 ‘ㄴ.지난여름’은 띄어 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붙여 쓴다. 이처럼 ‘지난’이 지나간 계절이나 시간을 나타낼 때는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으로 본다. ‘지난봄, 지난가을, 지난겨울’이 그렇다. ‘지난주, 지난달, 지난해, 지난밤, 지난날’도 마찬가지다. ‘지난 추억’ ‘지난 일’ 등은 일반적인 경우이므로 띄어 쓴다.   올해 봄을 나타내는 ‘ㄷ.올봄’도 하나의 단어다. 올해를 뜻하는 ‘올’이 계절과 결합할 때는 한 단어가 된다. 즉 ‘올여름, 올가을, 올겨울’이 된다. ‘올 농사, 올 삼월’처럼 계절이 아닌 낱말이 올 경우에는 한 단어로 보지 않는다.   ‘지난달’이 하나의 단어이므로 ‘ㄹ.이번달’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이 들어가는 말은 하나의 단어가 아니다.     따라서 정답은 ‘ㄹ.이번달’이다. 헷갈릴 때는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한여름 올여름 올가을 한가을 한겨울

2023-05-1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너의 향기

너의 향기   향기는 오래 남았다 / 봄이어서 더 멀리 퍼졌다 // 꽃이 피어나듯 / 강물이 흐르듯 / 바람이 불어 오듯 / 음악이 흐르듯 / 너는 오고 있다 // 걸어 잠근 겨울 뒤로 / 혹독한 것들 뒤로 / 향기로 다가오는 봄 / 너는 그렇게 오고 있다 // 향기는 오래 남았다 / 까닭도 없이 바람이 불고 / 가슴을 쓸어내듯 / 봄비가 내렸다 //  파릇 파릇 / 살아나는 너의 향기    찌푸렸다 밝아지고, 비가 뿌렸다 난 데 없는 진눈깨비가 흩날렸던 3월의 날들이 지나고 4월의 첫날 환한 아침이 밝아왔다. 어제 밤도 심한 비가 선루프를 두드려 잠이 깨었는데 이렇게 청명한 봄날 아침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덱크 난간 위로 몸집이 뚱뚱한 뱁새 한 마리가 봄날 아침을 즐기고 있다.   손에 든 머그에서 풍기는 커피향이 봄날의 향기와 어울려 겨우내 깨어나지 못했던 어두움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었다. 가진 것이 있었다면 잃을 것도 있는 것이 마땅함에도 난 스스로 그 사실을 부정했다. 작은 것을 가졌음에도 그것이 전부라고 믿고 싶었다. 지난 겨울 내내 나의 한계는 깊은 웅덩이를 팠고 나는 그 속에서 외로움을 견디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깊은 어둠 속에 잠겼다.     봄은 향기로 온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음에도 어디로부터 오는 향기인지. 스치는 바람의 향기에 마음이 편해진다.   나의 산책길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두 길 밖엔 없다. 한길은 현관문을 밀고 나와 왼쪽으로 두 불락을 걸어 다시 오른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철길 쪽으로 작은 호수가 있고 맞은편 쪽으로는 괘 큰 호수가 펼쳐져 있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널뛰는 마음을 잔잔하게 손잡아주는 호수는 꼭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 같다. 눈이 펑펑 내릴 때에도 한겨울 찬바람이 몰아칠 때에도 나는 종종 마음을 내려놓으려 이 길을 찿곤 했다.     오늘 나는 집 건너편 Quintin 길을 지나 어린 시절 동네 앞산 봉오리 같은 언덕을 오르며 봄향기를 맞고 있다. 바다내음 같기도 하고 풀내음 같기도 한 향기를 가슴속에 잔뜩 채우며 하늘과 가까운 곳을 걷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후 찿아온 봄. 연둣빛을 담은 들풀들이 여기저기 머리를 들고 있다. 지난밤 내린 비로 파릇해진 나무가지들이 꽃눈과 잎눈을 쓸어내고 있다.   이 길은 주말이 아니면 퇴근길에나 저녁 해가 질 무렵 찿아 가는 길이다. 높지는 않지만 제법 석양이 아름다워 기슭에 앉아있자면 멀리 노을이 짙어가는 늦은 저녁부터 밤사이를 넉 놓고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나의 퀘랜시아다. 얼마 전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온몸이 젖기도 했지만 그 또한 봄의 향기가 아니던가. 얼굴에 빗줄기는 쏟아지고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집으로 뛰어오는길이 #리틀포레스트 #리틀포레스트 멀기만 했던 기억도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은 겨우내 움추렸던 마음에도 꽃이 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마음속에 잠겨있던 그대라는 그리움이 싹트기 시작하는 4월의 봄.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 봄날의 햇살과도 꼭 닮은 너의 향기였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향기 향기 향기 한겨울 찬바람 리틀포레스트 멀기

2023-04-03

[독자 마당] 전쟁의 참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막강한 러시아의 군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목숨을 건 항전 중이다.     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코미디언 출신 초보 대통령이라고 폄하했나.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열정과 애국심은 대단하다.     우크라 사태를 보면서 옛날 우리 역사를 소환해 본다. 1636년 12월 한겨울, 청나라 군대 4만5000명이 압록강을 건넜다. 그해 겨울 추위로 압록강은 꽁꽁 얼어 있었다. 청나라 군대는 나흘 만에 개성을 거쳐 조선의 수도 한양을 점령했다. 마치 지금의 우크라이나처럼.     그때 조선 국왕은 인조였다. 강화로 가려했으나 이미 청나라 군대가 사방을 에워싸 길이 막혀 남한산성으로 피란을 갔다.     조선의 조정은 청나라가 쳐들어 오리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점령 당하리라 생각지 못했다.     청나라 기병대는 추위로 강들이 얼어붙은 것을 기회로 거침 없이 쳐내려 왔다. 9년 전 정묘호란 때도 겨울이었다. 그들 북방민족은 추위에 강했기 때문에 겨울을 이용했다.     힘 없는 우크라이나는 우방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려진 결정은 금융제재와 전쟁을 금하는 유엔의 호소와 세계 각국의 여론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죄 없는 국민들이 희생 당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은 더는 없어야 한다. 자기 나라를 지킬 힘이 없는 약소국의 설움이 여기에 있다. 국력을 키워야 하고 힘을 길러야 한다.     국가의 위정자들은 앞일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어야 하고 개인적인 영달이나 사리사욕은 금물이다.     한국 대선이다. 국민들은 각성해서 지혜롭고 현명하며 지도력을 갖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전쟁 참상 한겨울 청나라 우크라이나 국민들 청나라 군대

2022-03-08

[이 아침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

 산다는 것은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일이다. 허허벌판 생의 빈땅 한 모퉁이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넣고 땅 파고 작은 생명을 심는다. 여리고 작은 나무 한 그루 사서 뿌리가 단단하게 흙을 밟아준다. 뼈 깎는 한겨울 추위에 죽지 않고 목숨만 보존하면 나무는 작은 두 손 벌리고 무성한 잎새를 키울 것이다.     까닭없이 슬퍼지는 날은 널 그리워했다. 네가 어디서 무얼하며 사는지 이제 흔적조차 찾을 길 없지만 그리움은 잊기 위해 그리워하는 것이다. 편지 한 줄, 예쁜 카드 한 장 부치지 못하지만 우체통 열 때마다 네 소식을 기다리며 가슴이 뛴다. 아파도 참고 견디며 슬퍼도 울지 말고 씩씩하게 달력의 마지막장을 넘겨 주겠니. 그 많은 날들을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리워하는 나를 용서해 주겠니.     참회는 성인들만 하는 것이다. 잘못을 뉘우쳐 해탈할 인내도 참선을 수행할 용기도 없어 그냥 사는 게 부끄럽고 여러 사람에게 미안할 뿐이다.     참회의 참(懺)은 범어의 ‘크샤마’로 ‘용서를 빈다’, ‘뉘우친다’는 뜻이다. 원시불교의 참회에는 포살(布薩)과 자자(自恣)가 있다. 포살이란 비구들이 보름마다 한 번씩 부처나 대비구(大比丘)를 모시고 계본(戒本)을 읽는 전통적인 의식으로, 계(戒)를 범한 비구들은 그 죄를 고백하여 참회를 얻는다.     참회 받고 훈계를 가르치는 대비구에게는 때에 따라서 말할 것, 진실성을 지닐 것, 부드럽게 말할 것,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말할 것, 자비심을 지니고 말할 것 등 다섯가지 주의가 요구된다. 참회는 ‘데사나’ 즉 고백을 의미한다. 스스로 자기의 모든 허물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진솔한 뉘우침이 요구된다.     화가는 그림으로 순교한다.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에 고통 받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죽음은 냉혹한 수확자가 낫으로 건초를 자르듯 인간을 잘라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짧은 인생을 산 자는 좀 더 용서 받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여긴다. 산다는 것은 시시각각 죄를 지으며 살고 하루를 더 산다는 것은 구원에서 더 멀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최후의 심판에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상에서 지옥으로 차례를 매김하는 벌거벗은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스도 발 아래 오른편에는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통 속에 순교한 성 바르톨로메오가 오른 손에 칼, 왼손에 가죽을 들고 있는데 축 늘어진 살가죽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미켈란젤로는 칼로 정교하게 벗겨진 성자의 얼굴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넣고 예술가인 자신의 삶이 부끄러워 차마 그대로 바라볼 수 없어 작품 속에 그의 두 눈을 파버린다.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고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을 죽임으로써 예술적 순교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기획되고 예측 가능한 여행이 아니라 알지 못할 항구를 향해 떠나는 돛단배 항로다. 풍랑에 휩쓸리고 두려움과 절망에 내몰려도 닻을 내릴 수 없다.     부족함을 알고 부끄러움을 감내하면 생이 아름답고 빛나는 물감으로 채색되지 않을까. 네 모습 그대로  닮은 작은 나무 한 그루 심는 내일이 오기를 간구한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나무 예술적 순교 한겨울 추위 인내도 참선

2021-12-13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네 모습 그대로

산다는 것은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일이다. 허허벌판 생의 빈 땅 한 모퉁이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 넣고 땅 파고 작은 생명을 심는다. 여리고 작은 나무 한 그루 사서 뿌리가 단단하게 흙을 밟아준다. 뼈 깎는 한겨울 추위에 죽지 않고 목숨만 보존하면 나무는 작은 두 손 벌리고 무성한 잎새를 키울 것이다. 나무여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여도 찢기지는 마라.   까닭 없이 슬퍼지는 날은 널 그리워했다. 네가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이제 흔적조차 찿을 길 없지만 그리움은 잊기 위해 그리워하는 것이다. 편지 한 줄, 예쁜 카드 한 장 부치지 못하지만 우체통 열 때마다 네 소식을 기다리며 가슴이 뛴다. 서로 연락 닿지 않아도 부디 살아만 있어주렴. 아파도 참고 견디며 슬퍼도 울지 말고 씩씩하게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겨 주겠니. 그 많은 날들을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리워하는 나를 용서해 주겠니.   참회는 성인들만 하는 것이다. 잘못을 뉘우쳐 해탈할 인내도 참선을 수행할 용기도 없어 그냥 사는 게 부끄럽고 여러 사람에게 미안할 뿐이다. 참회의 참(懺)은 범어의 크샤마(kṣam)로 ‘용서를 빈다’, ‘뉘우친다’는 뜻이다. 원시불교의 참회에는 포살(布薩)과 자자(自恣)가 있다. 포살이란 비구들이 보름마다 한 번씩 부처나 대비구(大比丘)를 모시고 계본(戒本)을 읽는 전통적인 의식으로 계(戒)를 범한 비구들은 그 죄를 고백하여 참회를 얻는다. 참회 받고 훈계를 가르치는 대비구에게는 때에 따라서 말할 것, 진실성을 지닐 것, 부드럽게 말할 것,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말할 것, 자비심을 지니고 말할 것, 다섯 가지 주의가 요구된다. 참회는 ‘데사나(desāna)’ 즉 고백을 의미한다. 스스로 자기의 모든 허물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진솔한 뉘우침이 요구된다.   화가는 그림으로 순교한다.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에 고통 받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죽음은 냉혹한 수확자가 낫으로 건초를 자르듯 인간을 잘라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짧은 인생을 산 자는 좀 더 용서 받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여긴다. 산다는 것은 시시각각 죄를 지으며 살고 하루를 더 산다는 것은 구원에서 더 멀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최후의 심판에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상에서 지옥으로 차례를 매김 하는 벌거벗은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스도 발 아래 오른편에는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통 속에 순교한 성 바르톨로메오가 오른 손에 칼, 왼 손에 가죽을 들고 있는데 축 늘어진 살가죽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미켈란젤로는 칼로 정교하게 벗겨진 성자의 얼굴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넣고 예술가인 자신의 삶이 부끄러워 차마 그대로 바라볼 수 없어 작품 속에 그의 두 눈을 파버린다.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고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을 죽임으로서 예술적 순교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기획되고 예측 가능한 여행이 아니라 아지 못할 항구를 향해 떠나는 돛단배 항로다. 풍랑에 휩쓸리고 두려움과 절망에 내몰려도 닻을 내릴 수 없다. 부족함을 알고 부끄러움을 감내하면 생이 아름답고 빛나는 물감으로 채색되지 않을까. 네 모습 그대로 닮은 작은 나무 한 그루 심는 내일이 오기를 간구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예술적 순교 한겨울 추위 인내도 참선

20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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