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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이겨낸 삶, 무대서 연주로

소아마비 때문에 두 다리를 움직일 순 없어도 역경을 이겨낸 삶을 연주한다.   한인 장애 여성이자 피아니스트 최춘애(69)씨가 25일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음악의 꿈을 좇아간 최씨의 인생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최씨는 1세 때 홍역을 앓으면서 소아마비까지 앓게 돼 다리의 기능을 잃게 됐다. 6세까지 계속 치료를 받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앞으로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만 남았다. 최씨의 아버지는 기술을 배워두는 것이 좋겠다며 피아노를 권유했다. 최씨는 그렇게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첫 피아노 선생님은 다리를 사용할 수 없어 페달을 밟을 수 없다는 이유로 다른 악기를 권유했다. 그럴수록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뜨거워졌다.   당시 사회적 편견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교육 기회를 제한했다.     최씨는 “초등학교 시절 다른 아이들은 나를 밀치고 놀리며 도망갔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학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장애를 전염병이나 불길한 존재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었다. 결국 최씨는 18세에 삶의 희망을 잃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기적적으로 3일 후에 깨어났다.     그는 “그때를 계기로 죽을 용기로 세상에 맞서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1978년, 최씨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다.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을 가졌다, 이후 46년간 장애인들에게 삶의 목적과 희망을 전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1981년에는 발목에 힘이 돌아와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을 계기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졌다.   53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한 최씨는 지난 2008년 한국 수능 시험에 도전했다. 결국 세종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에 입학(2014년) 했다. 이후 피아노 전공을 목표로 67세에 아주사퍼시픽대 대학원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3년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필수 과목 30개를 이수한 끝에, 올해 5월 69세의 나이로 졸업했다.   최씨가 카네기홀 무대에 서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열린 IAPMT 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다.   최씨는 “뉴욕과 카네기홀에 가본 적이 없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연주 자체가 떨리고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상 같고, 십여 년 전 꿈꿨던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역경을 거친 꿈은 현실이 됐다. 최씨는 그 삶을 연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글·사진=정윤재 기자카네기홀 피아노 피아노 연주 대학원 피아노과 카네기홀 무대

2024-11-11

임윤찬, 두다멜과 ‘베토벤’ 협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년 만에 다시 LA무대로 돌아온다.     임윤찬은 오는 29일 오후 8시 할리우드 보울에서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자가 이끄는 LA필하모닉과 연주한다.     올해는 베토벤의 웅장한 ‘황제’ 협주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으로 심오한 음악 세계로 이끌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8월 할리우드 보울에서 성시연 지휘자가 이끄는 LA필하모닉과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노 3번 협연으로 LA청중의 찬사를 받았다.     올해 19세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후 국제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신작 최고 연주상, 청중상까지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과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연주 영상은 1000만 뷰를 훌쩍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2022년 최고의 클래식 음악 공연 10선 중 하나로 꼽았다.     클라이번에서 우승한 후 링컨 센터에서 뉴욕 필하모닉, 할리우드 보울에서 LA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루체른 심포니 등과 함께 성공적인 오케스트라 데뷔를 했다.     한국 시흥에서 출생한 임윤찬은 7세부터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이듬해 예술의전당 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음악공부에 몰두했다. 13세 국립예술영재교육원 오디션에 합격했고 12세부터 지도해온 스승이며 멘토인 손민수 한예종 교수를 만났다.     1년 후인 2018년 첫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와 쇼팽 특별상을 받으며 국제 음악 무대에 진출했다.     현재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스승인 손민수와 공부하고 있다.     티켓은 17~119달러로 할리우드 보울 웹사이트(hollywoodbowl.com)에서 살 수 있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베토벤 황제 라흐마니노프 연주 국제 피아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2024-08-11

피아니스트 치과 원장 이승헌씨, 두 번째 무대 준비

   병원은 으레 아픈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어서, 삭막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대변한다. 특히 치과라고 하면 마취주사나 기계의 소음소리가 떠올라 더욱 가기 싫은 곳일 수 있다. 이런 병원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따뜻한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승헌 종합치과 그룹의 이승헌 원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원장은 6월 15일 오후 2시 이승헌 치과 내에서 'Dreams of the Piano 2'라는 주제로 피아노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치과 진료를 막 마친 이승헌 원장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진료 후라 피곤한 상황에서 자칫 인터뷰가 불편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 원장은 예의 바르고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 이번 독주회에 앞서, 치과의사이면서 콜로라도 주립대학 치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이 원장의 피아노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Dreams of the Piano 2 독주회를 준비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에 이 원장은 “ 음악을 통한 환자들과의 교감”이라고 선뜻 답했다. 지난해 독주회를 통해 환자들과 보이지 않는 내면적 소통을 경험한 이 원장은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자유롭게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진료할 때와는 또 다른 내 모습이 환자들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 환자와 내면적 소통을 하게 된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올해도 환자분들이 알찬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두 번째 독주회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어렸을 때부터 성악가이신 어머니 덕분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피아노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헨델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부터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Debussy, Suite Bergamasque) 중 3번째 곡인 ‘달빛(Clair de lune)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된다. ‘연주할 곡 중 가장 아끼는 곡과 그 곡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는 준비한 연주곡 모두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서 그중 2곡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첫 번째 곡은 작은 별 변주곡으로 알려진 ‘아, 어머니께 말씀드릴게요(Ah, vous dirai-je, Mama)’ 를 주제로 삼아 12개의 변주를 붙여서 1781년에 모차르트가 작곡한 피아노 변주곡이다. 아주 오래전에 지인 집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는데,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고등학생이 이 곡을 치는 모습을 접한 것이 피아노를 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굉장히 쉬울 거라 생각하고 연습을 시작했는데 실제로는 완성도가 높은 명곡임을 깨닫게 되었고, 하루에 8시간 이상 연습을 했는데도 여전히 가장 어려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아끼는 곡으로는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을 뽑았다. 이 곡은 P. 베를린의 시집 '우아한 축제' 중 '하얀 달' 속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미국 네티즌이 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곡이다. 이 원장은 이 곡 또한 수천 번 연습해서 완성했으며 보름달, 구름에 가려있는 달 등을 연상하며 이 곡을 연습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인터뷰 시작 전부터 “치과의사로서 삶은 내 인생의 전부이고, 그 열정 때문에 내가 살아있다”고 했다. 그의 첫마디가 참 묘했다. 독주회 관련 인터뷰라 피아노를 치는 삶에 심취해 있는 모습만 생각했는데 흰가운을 입고 환자를 생각하는 그를 본 순간 영락없는 치과의사 선생님이었다. 그는 환자와 본인의 건강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고 있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피아노를 연습하는 그 과정이 진료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이 원장은 환자가 내원하면 구강 상태를 검사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다고 한다. 피아노도 독주회가 끝나고 새로운 곡을 접하게 되면 초보자의 자세로 돌아가 곡을 해석하고 고민하면서 지속적으로 연습을 하니까 안 될 것 같던 곡도 치게 되었다고 했다.“한 곡을 완성했을 때와 한 환자 케이스를 끝냈을 때의 희열은 비슷하다”라고 말하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삶을 대하는 진지하면서도 호쾌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근 가장 설레게 하며 기쁨을 주는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요즘 가장 설레는 거 같다”라고 말하며 “열심히 준비하여 4년 후에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도움을 준 백지원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공연에는 그의 삶의 스토리와 일상을 마음에 담아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열심히 갈고닦은 기량으로 아름다운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소는 1075 S. Peoria St. Aurora, CO 80012이며, 자세한 문의는 303-341-2875로 하면 된다. 한편, 이승헌 원장은 콜로라도 유일의 한인 보철과 전문의로, 콜로라도  주립대학 치과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30년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진 기자피아니스트 이승헌 이승헌 원장 이승헌 치과 피아노 독주회

2024-05-28

[독자 마당] 치매 예방

손가락 운동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아노 연주에 관심을 보이는 시니어가 많다. 하지만 치매는 손가락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인체 모든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고 뇌도 늙는다. 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치매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가락 운동이 왜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거의 모두 눈과 뇌를 함께 사용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든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슬고 결국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다. 뇌를 자극하는 손가락 사용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이유다.     따라서 피아노 연주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피아노 연주는 손가락으로 건반만 두드리면 되는 것이 아니다. 악보도 봐야 하고 연주를 하며 노래도 부를 수 있다.     음악은 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분야다. 따라서 피아노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악기를 연주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원한다고 단 기간에 누구나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가락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것은 없을까? 악기 연주 외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뜨개질도 뇌운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미를 들고 정원을 가꾸는 것도, 음식을 요리하는 것도 손을 사용하는 일들에 해당한다.     일상에서 잘 찾아보면 그렇게 많은 힘들이지 않고 손과 손가락을 사용해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뇌운동이 될 수 있다. 치매가 불치병이라고 하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치매 예방 치매 예방 손가락 사용 피아노 연주

2024-05-14

백건우·정경화…전설적인 실황 감상

  예술의전당이 선별한 예술 콘텐츠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K클래식 시리즈 상영회(포스터)가 열린다.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서울 예술의전당(SAC)과 공동으로 오는 16일부터 두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LA한국문화원에서 공연예술 콘텐츠 상영회 ‘K 클래식 시리즈’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예술의전당(SAC) 온 스크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예술의전당(SAC) 온 스크린’은 한국의 우수한 공연 콘텐츠를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넘어 아티스트의 생생한 표정과 실황이 담겨있다.     ‘K 클래식 시리즈’는 오는 16일 오후 7시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6월 6일 오후 7시 ‘디토 파라디소’ 콘서트, 6월 20일 오후 7시 ‘정경화 & 케빈 케너’ 듀오 콘서트, 7월 18일 오후 7시 ‘노부스 콰르텟’ 콘서트가 진행된다.     먼저 16일에 열리는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은 솔로 피아노 콘서트 공연 실황이다. 오랫동안 전곡 리사이틀이나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에서 여러 작곡가의 협주곡으로 팬들을 만났던 백건우의 새로운 러시안 독주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이 작품에서는 스크랴빈 24개의 전주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은 “이번 클래식 시리즈 상영회는 백건우, 정경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K클래식 1세대 음악가들의 전설적인 공연, 그리고 요즘 떠오르는 K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연주 기량을 동시에 즐길 기회”라며 “생생한 음향과 연주자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는 현장감 가득한 관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영은 무료이나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사전 예약은 LA한국문화원(KCCLA) 웹사이트(kccla.org)에서 가능하다.     ▶주소: 5505 Wilshire Blvd. LA     ▶문의: (323)936-7141  이은영 기자백건우 정경화 백건우 정경화 공연예술 콘텐츠 백건우 피아노

2024-05-05

[문장으로 읽는 책] 아르헤리치의 말

모든 것이 내가 피아노를 못 칠 거라 도발했던 어린이집 남자아이에게서 시작됐다. 사람은 도전에 몸을 던지면서까지 세상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 원한다. 그런 게 재능이다. 어릴 때는 몰랐다. 나중에 책 『영재의 비극:진정한 자기를 찾아서』를 읽으면서 사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 싶어 한다. 바흐가 신의 마음에 들고자 했던 것도 결국 다르지 않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아르헤리치의 말』   “우리는 재능이 과연 무엇인지 썩 잘 알지 못해요. 재능이 신의 산물인지 노력의 결과인 것인지, 그 둘 다인지 그것조차 확실히 모르죠. 나는 재능이란 노력이 따라줬을 때 원활하게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80대에도 현역인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인터뷰와 단문 모음집이다. 윗 구절을 종합하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 싶은 것에 노력을 다하는 것’이 재능이라는 게 천재 피아니스트의 말이다.   피아노를 잘 치려면 “피아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프리드리히 굴다를 인용하며 아르헤리치는 악기 안으로 깊게 들어가면 “반죽을 손으로 주물러가면서 놀 때처럼 기분이 좋다”고 표현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악기 안으로 들어가기 힘든데, 그 컨디션도 연습에 달렸다. 피아니스트가 꾸는 악몽은 무대에 올라 들어본 적 없는 작품을 연주하는 꿈이고, 한때는 오케스트라의 여자 첼리스트들이 첼로를 허벅지 사이에 끼우지 않고 두 다리를 모은 채 연주했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피아노 여제 천재 피아니스트 어린이집 남자아이

2024-04-17

[한미 피아노] 한인 유일 야마하 공인 딜러 "웰컴 세일 개막"

늘 곁에 두고 연주할 수 있는 '반려 악기'가 인기다. 그중에서도 기본은 피아노다. 일찍이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모든 악기 중에서 가장 완전한 악기'라고 말한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모든 악기의 음역을 해결할 수 있어 '작은 오케스트라'라고도 불린다.     미주 한인 유일의 야마하 공인 딜러인 '한미 피아노(HANMI PIANO)'도 "평생 함께할 건전한 취미가 있다면 예술을 향유하며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한미 피아노는 2024 봄맞이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LA 한인타운과 가든그로브에 위치한 한미 피아노 워크인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는 무이자 할부, 노다운, 최대 10년 워런티, 5년 풀 트레이드-인, 무료 딜리버리, 무료 튜닝 등을 골자로 한다.     특별히 이번 프로모션에는 야마하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그랜드 터치 건반을 채용해 정통 어쿠스틱 그랜드피아노의 터치감을 그대로 재현한 클라비노바(Clavinova), 우수한 터치감과 풍부하고 깊은 사운드를 자랑하는 아방그란드(AVANTGRAND), 자동 연주 피아노인 디스클라비어(Disklavier), GB/GC/CX 시리즈, B/U/YUS 시리즈 등이 포함돼 있다.     새 피아노 못지않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중고 피아노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한미 피아노는 업라이트 피아노 1690달러, 카와이 피아노 2490달러, 야마하 U1 2990달러, 그랜드 피아노를 6990달러부터 판매하며 스타인웨이 피아노도 특별가에 만나볼 수 있다.     한미 피아노는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오픈한다.     ▶문의: (213)483-8949(LA),                   (714)891-5551(OC)알뜰탑 피아노 한미 한미 피아노

2024-03-11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조성진 그리고 김환기, 베토벤, 모네

오랜만에 Chicago downtown Michigan 거리에 왔다. 젊은 시절 이 거리를 걸으며 미래를 꿈꾸었던 곳. 크리스마스트리에 전등이 켜지고 캐럴이 은은히 들려왔었다. 거리를 걷다 말고 마천루 빌딩 숲에서 불 켜진, 혹은 꺼져있는 창들을 기억한다.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만나랴.’ 김환기 화백의 점들로 찍힌 그림이 오버래핑 되던 시간이었다. 그의 뉴욕 유학시절, 점 하나에 찍힌 그리움, 점 하나의 사랑, 이별, 아픔, 견딤의 삶들이 절로 이해되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 거리를 다시 걷고 있다.   Chicago Symphony Orchestra와 협연하는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회에 왔다. 빈 곳을 찾아볼 수 없이 좌석이 차고 무대 위에는 악기의 음을 튜닝하느라 분주하다. 나는 upper level balcony left side F21 좌석에 앉아있다. 시카고 심포니의 ‘Musica Celestis’ 연주가 시작되었다. 이 곡은 String만을 위한 특별한 곡이다. 그러기에 여느 오케스트라 곡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숨소리마저 멈춘 높고 큰 공간 속에 바람이 불어오듯 부드럽고도 아픈 서막이 열리고 있다. 황량한 광야를 걷고 있는 사람의 등 뒤를 밀고 가는 바람. 격렬한 바람에 밀려 한참을 밀려가다 멈춰 선다. 물결 같은 잔잔한 울림이라고 해야 할까? 멀리 먼동이 트듯 천상의 음률이 들려오는 듯하다. 터지는 박수소리에 멈추었던 호흡을 길게 내쉬어본다.   무대 앞부분이 내려가고 길이가 긴 그랜드 피아노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앞자리 바이올린 1주자가 일어나 전체 튜닝을 한음으로 짧게 한다. 홀을 가득 채우는 박수소리와 함께 조성진이 무대로 오른다. 허리 굽혀 인사한 후 이내 자리에 앉는다. 지휘자 Gemma New의 손끝을 타고 베토벤의 피아노 콘서트 No.3 연주가 시작된다.     연이어 조성진의 물 흐르듯 감미로운 연주가 이어진다. 현악과 관악이 주고받으며 펼쳐지는 연주를 끌고 가는 피아노의 음률은 마치 구슬 굴러가는 소리 같았다. 때론 바위 같은 묵직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눈을 감는다. 넓은 연회장이 펼쳐지고 미끄러지듯 남녀 한 쌍의 춤사위가 나비처럼 나른다. 건반을 누르는 상체의 힘으로 몸이 잠시 허공에 들린다. 지휘자의 어우르는 손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손과, 7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멤버의 각각의 손들이 만들어낸 소리. 심장 박동이 마구 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청력을 잃었을 때였다. 작곡가가 청력을 잃었다면 그의 생명은 이미 끊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중 유일한 단조로 작곡된 피아노 콘서트 No. 3는 청력 상실이라는 좌절을 딛고 자신만의 심오한 작품 세계로 몰입하게 된 결과 탄생하게 되었다.     인상주의, 빛의 화가 모네는 말년에 거의 사물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약해졌었다. 모네의 정원엔 연못이 있었고 수란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모네는 그 시기에 250여 연작의 수란을 그렸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The Water-Lily Pond는 거의 실명 상태에서 그린 그의 대표작이다.     베토벤의 청각 상실과 모네의 거의 볼 수 없던 시각으로 희대의 작곡과 명작이 탄생된 것은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을 이긴 뼈를 깍는 창작 활동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의 Standing Ovation 끝에 앵콜송, Moonlight가 연주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열광하는 팬들은 그가 떠난 무대를 향해 오랫동안 박수로 그를 열광했다.     2시간에 걸친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장의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름. 김환기, 조성진, 베토벤 그리고 모네. 미시간 거리에는 잔잔한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조성진 김환기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노 연주회 당시 베토벤

2024-02-12

[음악으로 읽는 세상] 학살 현장의 피아노 소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는 독일군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집 안 곳곳에서 살육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다른 방에서는 한 독일군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그가 연주하는 곡은 J S 바흐의 ‘영국 모음곡’ 제2번의 ‘전주곡’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독일군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다. 밖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살육과 자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건조한 얼굴로 피아노를 친다. 이 음악에 맞추어 유대인이 하나둘 죽어나간다. 이들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은 처절하지만, 바흐의 음악은 무심하고 냉정하기만 하다. 서늘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독일군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황폐하게 만드는 장면이 또 있을까.   바흐의 음악은 견고한 구성과 형식미를 자랑하는 장엄한 건축물과 같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 치밀한 계산에 의해 음을 구축해 나간다. 바흐의 건반음악 악보에는 셈 여림과 같은 다이내믹을 표시하는 기호가 없는데, 이는 당시 건반 악기인 하프시코드에 이런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흐의 건반 음악은 객관적이다. 그리고 이런 객관성이 후대에 무수한 주관이 개입할 여지를 주었다. 오늘날 바흐의 건반 음악은 다이내믹의 표현이 가능한 피아노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곡이라도 건조하게 칠 수도 있고, 따뜻하게 칠 수도 있다.   독일군의 바흐 연주는 건조하기 그지없다. 바로크 시대 본연의 차가운 객관성을 보여준다. 일정한 음형의 연속과 반복으로 이루어진 음악. 바로 옆에서 수많은 사람이 잔인하게 학살당하는데, 바흐의 음악은 애절한 멜로디 하나 없이 형식과 구성의 논리로만 전개된다. 그 무심함이 처절한 비명보다 더 끔찍하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피아노 학살 피아노 소리 건반음악 악보 바흐 연주

2024-01-29

[수필] 피아노 건반

지난해 연말 지인과 함께 엔시노의 한 교회에서 열린 연주에 참석했다. 첼리스트 이방은과 피아니스트 폴 피트맨의 연주회였다. 첫 번째 곡은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가 “신선하며 열정적인 곡”이라며 좋아했다는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A 플랫 장조, Op.70이 연주되었다. 이 음악은 조용함 속에서도 때로는 활기찬 템포로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을 주었다. 다음 곡 역시 첼로와 피아노을 위한 요한 브람스의 E단조 소나타, Op.38가 연주되었다. 이 곡은 13년 동안 수많은 수정을 거치며 1878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그의 예술적 성취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연주곡 모두 널리 알려진 첼로와 피아노 협주곡이다. 첼리스트 이방은님이 첼로의 4줄을 우아하게 움직이는 양팔의 모양에 따라 울려 나오는 아름다운 선율과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피트맨님의 힘찬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첼로의 선율을 따라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소리와 피아노 건반에서 튀어 오르는 개성 있는 소리의 하모니 속에 내 마음은 나를 떠나 먼 곳에 머물러있었다. 휴식 시간 음률의 하모니 속에서 깨어나면서 인생의 여정을 피아노 건반에 비유한 글이 생각났다.     “인생은 피아노와 같습니다.     (Life is like a piano.)   흰색 건반은 행복을 나타내고 검은 건반은 슬픔을 나타냅니다.   (The white keys represent happiness and the black shows sadness.)     그러나 인생의 여정을 살아가면서, 두 건반이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But as you go through life‘s journey, remember that both keys also create music.)”   ― 에산(Ehssan)   피아노에는 52개의 흰색과 36개의 검은색을 합쳐 총 88개의 건반이 있다. 흰색 건반은 온음으로 주로 자연 음계를 형성하며, 검은색 건반은 반음계를 나타낸다. 이 88개의 건반은 피아노 연주자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우리에게 다양한 색채와 감정을 전달한다. 흰색 건반은 순수하고 밝은 소리를 만들어내며 기쁨, 사랑,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반면, 검은색 건반은 어두운 소리를 만들어내며 슬픔, 고독, 긴장감과 같은 감정을 나타낸다.     우리의 삶도 항시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들었던 때도 그리고 괴로웠던 때도 있다. 또한 밝고, 혹은 어두웠던 일들을 모두 경험하면서 우리는 성장하며 삶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피아노의 흰색 건반과 검은색 건반이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의 소리를 내듯, 우리의 삶 역시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의 건반을 치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다른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피아노의 88개의 음계 소리가 각기 다르듯 우리 또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학교 동문, 혹은 직장 동료들이지만 이곳 이민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민족은 물론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이로 인해 대화 또는 소통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피아노의 여러 건반을 두드리듯이 그 덕에 우리의 이민 생활 역시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이처럼 복합적인 면이 있는 이민 생활 속에서 우리는 삶의 피아노를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연주가 끝나는 어느 날,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은 그 사람이 만들어 낸 삶의 연주를 생각하면서 그 사람의 연주장에서 나오겠지.   마지막 연주곡으로 프랑스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로 유명한 세자르 프랭크(Cesar Franck)가 63세 되던 해 28세이던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Eugene Ysaye)의 결혼 선물로 썼다는 프랭크의 A장조 소나타(Sonata in A Major)가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프랭크의 뛰어난 작곡 능력과 감성적인 표현력을 잘 보여주며, 많은 음악 애호가와 연주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마지막 악장의 강렬한 에너지와 열정적인 연주의 여운에 흠뻑 빠져 연주회장을 나오고 있었다. 이명렬 / 수필가수필 피아노 건반 흰색 건반과 피아노 건반 피아노 연주자

2024-01-11

[오늘의 생활영어] the way I see it,…제가 보기에는, 제 의견으로는

(Paul is helping Tina and Chris move into their new apartment … )   (티나와 크리스가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을 폴이 돕고 있다…)   Tina: Chris, do you think we should put the piano here in this corner?   티나: 크리스, 피아노는 이 구석에 놓는 게 좋을까?   Chris: You got me.   크리스: 나도 모르겠는데.   Tina: I’m not sure where to put it.   티나: 어디에 놓을지 모르겠어.   Paul: Where do you want me to put these books?   폴: 이 책들은 어디에 놓을까?   Tina: Oh, the books go in the office.   티나: 아, 책들은 서재로 가는 거야.   Chris: We should put the rugs down before we bring in any furniture.   크리스: 가구를 들이기 전에 양탄자들부터 깔아야지.   Tina: Yes, let’s do that.   티나: 그래, 그러자.   Chris: Paul, where do you think we should put the piano?   크리스: 폴, 너는 피아노가 어디 가야할 것 같니?   Paul: Well, the way I see it I think it should be over by the big windows.   폴: 글쎄, 내 생각에는 저기 큰 창문 옆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기억할만한 표현   ▶you got me: 모르겠는데요   Jim: "Do you know where my keys are?" (내 열쇠 어디있는지 알아?)   Roger: "You got me. I don't know where you put them."     (난 모르지. 자네가 어디에 뒀는지 난 몰라.)   ▶(something) goes (somewhere): ~자리는 ~이다     "The spoons and forks go in the drawer on your right."     (숟갈과 포크 자리는 당신 오른쪽 서랍이에요.)    ▶(one) has a good eye: 눈썰미가 있다     "Your sister has a good eye for interior design."     (당신 누나는 실내 장식에 눈썰미가 있군요.)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way 크리스 피아노 helping tina chris move

2023-11-01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오늘 아침에도 꽃들과 나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덱크 문을 열었는데 공기가 차갑다. 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찬 공기에 가디건을 걸치고 다시 나왔다. 온도를 첵크해 보니 56도(F)였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스산해 보인다. 누렇게 변해가는 잎들도 있고 벌써 떨어진 나뭇잎들도 드문 보인다. 찬 바람에 꽃봉오리를 흔들고 있는 코스모스, 몇 개의 갈라진 대궁에 가냘프게 꽃피운 아네모네도 하늘하늘 가을 아침을 즐기고 있다. 막 내린 커피를 마시며 헨델(G.S. Handel)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걷고 있다. 아침마다 마주하는 방긋 웃는 꽃들에게, 푸른 잎사귀를 흔들어 주는 나무들에게 인사를 나눈다. 밤새 활짝 얼굴을 내민 핑크 장미에게 다가 간다. “고마워, 네 얼굴을 다시 보게 되어서.” 지난봄 힘들었던 내게 위로를 주었던 장미가 나를 반긴다. 꼭 내 마음 같아 꽃잎을 만져본다. 누군가의 창가에서 외로이 피었던 장미 한송이. 들장미처럼 많은 꽃들이 피어나지 않고 하나, 둘 외롭게 피어 나는 장미가 귀하고 애처롭다.     그립다 말을 할까       창문을 여니 하나 가득 밀리는 가을 빛 먼 거리로부터 내게로 와 가득히 메운 별빛 마당 촉촉히 적셔져 오는 마음   말없이 돌아 앉은 호수 그립다 말을 할까     눈을 감으면   창문에 두드리는 바람 그리움의 단어 한자 건지지 못하고 애써 덮으려 했던 날들 위로 서둘러 떠나는 철새들의 날갯짓 그립다 말을 할까   단풍나무 길을 걷다가 우수수 떨어지는 단풍잎 속까지 붉게 젖어오는 하늘아래서 죽은 자의 손짓처럼   산 자의 하루가 지는 밤   아~ 그립다 말을 할까     우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건가? 가랑비가 옷에 스며온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파사칼리오’ 피아노 연주곡은 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한동안 반복 된다. 이어지는 탁하고 높은 음마저 깊고 슬프다. 삼박자의 왈츠곡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잔잔하게 휘저을 수가 있을까? 누군가는 춤을 추고 어떤 이는 글을 쓰고 또 한 사람은 마냥 걷고 있다. 듣고 또 듣는다. 언덕을 지나 호숫가를 바라보다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왔다. 얼마를 걸었는지 목이 잠긴다. 호수 위에 장미 한 송이 어울지고, 어딘가 흔들리고 있을 파도가 마음 속으로 밀려 온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 틀림없이 있을 그리움의 조각들이 이 아침 찬바람에 꽃잎처럼 날린다.       아이야       아이야 바람이 분다 선선한 길 위로 가랑비 내린다 하늘생각 담아 보슬 내리는데 언덕 오르며 파도치는 호수가 그리워 정오를 향해 돌아가는 벽시계의 숨소리가 거칠구나   아이야 모두가 살아있었구나 눈 감으면 거침 없이 자라는 소리 들리고 때 쓰지 않아도 지구축은 기울어 돌아 가는데 목소리가 그리운 누군가는 다이얼을 돌리는구나   아이야 비를 맞으면 되살아날까 사랑이 굶주려 돌아온 일상이 어색해 오늘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절둑이며 정오를 걷고 있구나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피아노 연주곡 핑크 장미 피아노 선율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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