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자유로운 미국을 표현해 모두에게 사랑 받고파"

      떠오르는 차세대 패션 그래픽 디자이너 오라이언 박 씨       ‘텍스타일 디자이너, 섬유 디자이너, 홈 패션 디자이너.’ 우리가 집안에 걸고 덮고 바닥에 까는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어떤 디자이너들보다도 눈에 띄거나 유명해지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현대홈쇼핑과 함께 ‘패리스 힐튼’의 호텔침구를 론칭 시킨 오라이언 박(한국명 박희승) 씨는 한양대학교 섬유디자인(Textile Design)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다원물산에서 “패리스힐튼” 프로젝트 외 온라인 침구 브랜드 바자르(Bazzar)의 홈쇼핑 침구제품과 온라인 침구 제품을 디자인했다. 게임 굿즈 업계에 뛰어 들어 유명 FPS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Battle Ground)”의 어패럴 굿즈 제작 그리고 구독자 100만명을 넘는 한국의 크리에이터 릴카, 군림보 등의 어패럴 굿즈 제작에도 참여하여 전제품 완판을 기록 했고, 데코뷰에서 두시즌 동안 침구 및 패브릭 패턴디자인을 담당 했다.     현재 미국의 유명 의류회사 콜로세음 애틀레틱(Colosseum Athletic Corp) 에서 액티브 아웃도어 웨어 담당 그래픽디자이너로 근무중에 있으며 유명 의류리테일 브랜드 벨크(Belk)에서 곧 그가 작업한 그래픽의류들이 론칭 될 예정이다. 특히, 그가 참여했던 패리스힐튼 침구 프로젝트는 삼성, LG등이 참여하는 대형 전시인 KOREA GOOD DESIGN AWARD에서 전시되었었고, 현대홈쇼핑에서 단 2번의 방송으로 약 90만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한양대학교 연혜란 전 겸임교수는 그에 대해 “소재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평가한다. 다원물산의 정근용 CEO의 경우, “소재 선택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디자인재능이 뛰어나다”고 밝혔으며, 데코뷰 “정미현 CEO”는 그를 “소재에 대한 이해와 트렌드 분석력이 뛰어나며 드로잉실력이 너무나도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칭찬 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홈 패션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소재에 대한 어떤 이해를 바탕으로 홈패션 디자이너에서 또다시 기능성 의류의 그래픽디자이너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에서 5년 동안 홈 패션디자이너로 다양한 색상의 원단과 패턴을 전문으로 하여  침실과 거실을 위해 디자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박희성이라는 이름 대신 오라이언(Or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름이 유니크 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제 본명 ‘희성’이라는 이름이 미국에서 너무도 다양한 스펠링과 발음으로 읽히고 있어서 현지인들에게 좀 더 쉽게 읽히고 제 본명이 가진 뜻 ‘밝은 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주의 무언가에서 이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시리우스"보다 더 심플한 이름을 찾다가 짓게 됐다."     - ‘홈 패션’이라는 영역이 ‘패션’이라는 영역에 비하여 유명하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고, 남성적인 취향을 가지셨다면, 정말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을 텐데.. 시작한 계기는? "한국에서는 피팅(FITTING)이 가능한 막내 디자이너를 많이 뽑는다. 일반 한국 남성들에 비해 키가 크고 한국 남성들이 입는 평균 사이즈보다 두 사이즈가 크다 보니, 아무도 나를 채용 안하더라.먹고 살아야 하기에 잠시 꿈을 접어두고 우연히 찾아 입사했던 침구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하는 재미를 느꼈고 그 업계에서 5년이라는 경력을 쌓게 됐다."     -홈 패션이라는 영역에 들어서면서 즐거움을 주었던 요소가 있었나? 그리고 성공까지 어떻게 이어졌나? "처음 입사했던 곳은 ‘다원 물산’이라는 당시 온라인과 홈쇼핑 침구 브랜드에서 1~3위를 하던 회사였다. CEO인 ‘정근용’ 대표님이 굉장히 좋은 스승이 돼 주셨다. 국내의 홈쇼핑사를 판매채널로 선정하고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한 브랜드 고급화를 진행하셨다. 홈쇼핑에서 침구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시장 경쟁은 그분이 만들어 주도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GS홈쇼핑에서 론칭했던 ‘앙드레 김’ 침구 디자인이 대표작이다. 그 경험으로 내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도록 큰 가르침을 주셨다.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분은 저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기셨는데, 패리스 힐튼’의 홈쇼핑 제품을 디자인하여 론칭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녀의 삶을 모두 찾아보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 그 제품에서 패리스 힐튼의 힐튼호텔과 상속녀라는 배경적인 이미지보다는 그녀가 성공시킨 비즈니스와 그녀 자체에 더 집중했었다. 제품에서는 힐튼 호텔이 생각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패리스 힐튼’이 생각 나야 했다. 그녀의 베스트셀러인 향수가 제일 인상적이었고, 거기에 영감을 받아 제품들을 디자인했다.   나의 첫 베스트 프로젝트였고 패리스의 제품이지만, 제가 아이를 낳는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소재와 색감에서 모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는 모든 지식들을 동원했다. 특히 홈쇼핑 런칭을 위해 기획된 제품의 경우, 고급 자수가 많이 들어가는 이태리 침구 제품에 비해 2배가 넘는 침수가 들어가다 보니, 60수와 40수를 혼방하여, 내구도를 유지시켜야만 했었다. 그리고 이불과 베개에 들어가는 자수의 경우, 아무래도 침수가 많다 보니 공장에서 무리를 해 불량이 생기는 확률을 줄여야 해서 디자인을 할 때 너무 복잡하거나 레이어가 겹친 느낌의 디자인을 피해서 드로잉 했고, 향수에서 컨셉을 가져온 제품이다 보니 패드에 들어가는 누빔(Quilting Stitch)의 경우 일부러 향수에 이끌려 날아와 보인 나비의 모양을 연상해서 나비문양으로 작업했다.   그렇게 무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제품을 디자인하고 중국출장도 다니면서 많은 시도를 했고 콘셉트 제품(자동차로 치면 콘셉트 카 같은 개념)과 홈쇼핑 론칭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여 현대홈쇼핑에 론칭 했다. 그 제품이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 일에 대해 사랑을 느꼈고 이것이 제 첫 대형 프로젝트 데뷔이자 디자인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계기 그리고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닌 소재에서부터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 그 밖에 제일 기억에 남는 제품은? " ‘데코뷰’에서 기획 및 디자인했던 ‘소프트니스 모달침구’다. 그 제품은 스스로 따로 구매해서 사용할 정도로 너무나 사랑하는 월 메이드 제품이다. ‘데코뷰’ 회사의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는  디자이너에게는 굉장한 고통과 행복을 함께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미현’ 대표님이 만든 프로세스라고 하는데, 해외브랜드가 가진 시장의 파이를 당당하게 경쟁하여 이기고 한국의 홈 패션 디자인의 레벨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신 장본인이자 한국에서 존경받는 홈 패션 브랜드의 CEO다. 그러한 그 분의 업무지시가 내게는 너무나도 큰 가르침이었다. 그에 따라 데코뷰에서는 제품 하나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오늘의 집’, ‘W컨셉’, ‘무신사’와 같은 대형 리테일 회사들의 제품판매 추이를 모두 분석하고, 각종 SNS와 작품과 같은 이미지를 10,000장 이상을 분석했다. 그 중에서 뽑히는 건 단 3~7장 정도인데, 그 이미지에 있는 모든 매력이 제품을 디자인하는 뼈대이자 길목이 됐다."       -작업에 특별한 과정이 있었나? "미니멀리즘의 이미지들을 모아 출시할 색상을 선별했다. 알맞은 색상을 찾기 위해서 판매추이와 SNS에 노출되는 색상들을 파악해서 그 색감을 찾아내서 제품을 디자인했다. 당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계속 트렌드로 지속이 되어서, 차렵이불(Comforter)의 누빔(Quilting stitch)도 전부 없게 디자인을 했다. 정말 사람이 이불 안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사람이 녹아내려 잠들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소재를 선정했던 것이다. 평생 그 안에서 나오기 싫을 정도로 말이다. 오로지 색상과 소재만으로 승부를 봤다. 그 결과 저데니아솜이 가진 부드러움과 모달이라는 소재가 가진 부드러움이 만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촉감이 부드러운 이불이 됐다. 나도 그 이불 쓰고 평생 안 하던 지각을 했을 정도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사냥용 의류의 그래픽디자이너로 변신 했는데, 현재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달라. "현재 콜로세움 사의 액티브 아웃도어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일 처음으로 맡은 작업이 여성용 상의에 들어갈 캘리그라피 그래픽이었다. 미국의 모든 도시의 이름을 필기체 느낌의 아트로 만들어야 했는데, 옷의 그래픽에 들어가는 캘리그라피도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무리 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정말 좋았던 점은 총괄 매니저 등의 피드백이 빨라 방향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또한 2024년 봄상품을 위해 티셔츠 그래픽 작업도 했다. 중부 지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을 파악해야 했는데, 한국과의 작업 환경이 달라 그냥 묵묵히 자료들을 토대로 하나하나 그려야 했다. 가방 디자인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텍스타일 아트에 관심이 많다. 집에서도 개인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작업물을 모아서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다. 기왕이면 캘리포니아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LA에 있는 미술관에서 통합전시회를 열어 보는게 지금의 꿈이다. 캘리포니아의 자연경관은 정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여태까지 미국에 살면서 쌓은 모든 추억들 하나 하나가 너무 소중해서 전부 제 아트로 표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내 디자이너이자 작가로서 표어가 “Express your anything freely”다. 정말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랑받는 디자이너이자 작가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다. 내가 자유롭게 사랑한 미국을 표현하게 되었을 때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미국 표현 홈패션 디자이너 홈쇼핑 침구제품 담당 그래픽디자이너

2024-04-12

[살며 생각하며] 표현해야 행복해집니다

얼마 전 한국의 심리치료사 장성숙 교수님의 동영상을 누가 보내주었다. 10만번 상담이라는 숫자가 놀라워 영상을 얼른 보았다. 40년 상담 후, 칠십이 되신 장 교수님이 느끼게 된 것은 단순했다. 정서의 문제가 나타나는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다양한 양상의 뿌리는 단 한 가지라는 것이었다. 곧 ‘뭔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내면에 자리 잡게 되는 분노’가 모든 불편한 정서와 행동의 뿌리가 된다는 것이다.     나도 상담을 하면서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우리는 다 뭔가 억울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 정신세계의 5%를 차지하는 우리의 의식이 부정하고 누르면서 못 느낀다 해도, 95%를 차지하는 무의식에는 반드시 저장되는 이 억울한 마음과 불만스러운 마음이, 분노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깊이 심어주면서 우리가 여러 가지로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어릴 적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기초 양육환경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셨는지, 우리를 잘 수용하고 사랑해주셨는지, 살면서 가난이나 이별 같은 힘든 현실은 없었는지, 이런 기초 환경으로부터 경험하는 억울함과 불만족스러운 감정들은, 의외로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결정짓는다.   예를 들어, 어려서 가장 중요한 양육자인 엄마를 사별이든 이혼이든 일찍 잃은 사람들은, 어릴 적 든든한 의지처를 잃다 보니, 세상은 불안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내면 무의식 깊이 자리함으로써, 인간관계가 불안해지기 쉽다. 결혼도, 친구 관계도, 직장생활도 아주 불편해지기 쉽다.   장 교수님은 이 ‘뭔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내면에 자리 잡게 되는 분노’는 자기표현을 통해서만 해소된다고 하신다. 이때, 진정한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는데, 부정적으로 타인에게 표현되면, 성격장애나 공격적이 된다. 소심한 사람들은 분노를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이 우울증의 뿌리가 된다.     긍정적으로 솔직하게 감정을 직면하고 표현하기 어렵다 보니, 우리는 방어 기제(defence mechanism)라는 것을 종종 사용하며 살아간다. 우리 무의식이, 어떤 불안한 현실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불안과 고통을 최소화시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방어기제는 철저히 무의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이런 기제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도 알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방어기제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억압(Repression), 전치(Displacement), 투사(Projection), 합리화(Rationalization/Intellization), 승화(Sublimation), 해리(Dissociation), 행동화(Acting Out), 부인/부정(Denial), 병리적 신체현상(Conversion), 퇴행(Regression), 보상행위(Undoing),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동일시(Identification), 보상(Compensation), 감정의 격리(Isolation of Affect), 금욕(Inhibition), 내사(Introjection), 그리고 수동적 공격성(Passive Aggression) 등이다. 이 중 한국인에게 흔한 방어기제들을 다음 칼럼부터 나누기로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표현 행복 우리 무의식 기초 양육환경 심리치료사 장성숙

2024-04-10

"자유로운 미국을 표현해 모두에게 사랑 받고파"

        떠오르는 차세대 패션 그래픽 디자이너 오라이언 박 씨       ‘텍스타일 디자이너, 섬유 디자이너, 홈 패션 디자이너.’ 우리가 집안에 걸고 덮고 바닥에 까는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어떤 디자이너들보다도 눈에 띄거나 유명해지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현대홈쇼핑과 함께 ‘패리스 힐튼’의 호텔침구를 론칭 시킨 오라이언 박(한국명 박희승) 씨는 한양대학교 섬유디자인(Textile Design)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다원물산에서 “패리스힐튼” 프로젝트 외 온라인 침구 브랜드 바자르(Bazzar)의 홈쇼핑 침구제품과 온라인 침구 제품을 디자인했다. 게임 굿즈 업계에 뛰어 들어 유명 FPS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Battle Ground)”의 어패럴 굿즈 제작 그리고 구독자 100만명을 넘는 한국의 크리에이터 릴카, 군림보 등의 어패럴 굿즈 제작에도 참여하여 전제품 완판을 기록 했고, 데코뷰에서 두시즌 동안 침구 및 패브릭 패턴디자인을 담당 했다.   현재 미국의 유명 의류회사 콜로세음 애틀레틱(Colosseum Athletic Corp) 에서 액티브 아웃도어 웨어 담당 그래픽디자이너로 근무중에 있으며 유명 의류리테일 브랜드 벨크(Belk)에서 곧 그가 작업한 그래픽의류들이 론칭 될 예정이다. 특히, 그가 참여했던 패리스힐튼 침구 프로젝트는 삼성, LG등이 참여하는 대형 전시인 KOREA GOOD DESIGN AWARD에서 전시되었었고, 현대홈쇼핑에서 단 2번의 방송으로 약 90만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한양대학교 연혜란 전 겸임교수는 그에 대해 “소재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평가한다. 다원물산의 정근용 CEO의 경우, “소재 선택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디자인재능이 뛰어나다”고 밝혔으며, 데코뷰 “정미현 CEO”는 그를 “소재에 대한 이해와 트렌드 분석력이 뛰어나며 드로잉실력이 너무나도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칭찬 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홈 패션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소재에 대한 어떤 이해를 바탕으로 홈패션 디자이너에서 또다시 기능성 의류의 그래픽디자이너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에서 5년 동안 홈 패션디자이너로 다양한 색상의 원단과 패턴을 전문으로 하여  침실과 거실을 위해 디자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박희성이라는 이름 대신 오라이언(Or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름이 유니크 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제 본명 ‘희성’이라는 이름이 미국에서 너무도 다양한 스펠링과 발음으로 읽히고 있어서 현지인들에게 좀 더 쉽게 읽히고 제 본명이 가진 뜻 ‘밝은 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주의 무언가에서 이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시리우스"보다 더 심플한 이름을 찾다가 짓게 됐다."     - ‘홈 패션’이라는 영역이 ‘패션’이라는 영역에 비하여 유명하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고, 남성적인 취향을 가지셨다면, 정말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을 텐데.. 시작한 계기는? "한국에서는 피팅(FITTING)이 가능한 막내 디자이너를 많이 뽑는다. 일반 한국 남성들에 비해 키가 크고 한국 남성들이 입는 평균 사이즈보다 두 사이즈가 크다 보니, 아무도 나를 채용 안하더라.먹고 살아야 하기에 잠시 꿈을 접어두고 우연히 찾아 입사했던 침구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하는 재미를 느꼈고 그 업계에서 5년이라는 경력을 쌓게 됐다."     -홈 패션이라는 영역에 들어서면서 즐거움을 주었던 요소가 있었나? 그리고 성공까지 어떻게 이어졌나? "처음 입사했던 곳은 ‘다원 물산’이라는 당시 온라인과 홈쇼핑 침구 브랜드에서 1~3위를 하던 회사였다. CEO인 ‘정근용’ 대표님이 굉장히 좋은 스승이 돼 주셨다. 국내의 홈쇼핑사를 판매채널로 선정하고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한 브랜드 고급화를 진행하셨다. 홈쇼핑에서 침구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시장 경쟁은 그분이 만들어 주도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GS홈쇼핑에서 론칭했던 ‘앙드레 김’ 침구 디자인이 대표작이다. 그 경험으로 내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도록 큰 가르침을 주셨다.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분은 저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기셨는데, 패리스 힐튼’의 홈쇼핑 제품을 디자인하여 론칭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녀의 삶을 모두 찾아보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 그 제품에서 패리스 힐튼의 힐튼호텔과 상속녀라는 배경적인 이미지보다는 그녀가 성공시킨 비즈니스와 그녀 자체에 더 집중했었다. 제품에서는 힐튼 호텔이 생각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패리스 힐튼’이 생각 나야 했다. 그녀의 베스트셀러인 향수가 제일 인상적이었고, 거기에 영감을 받아 제품들을 디자인했다.   나의 첫 베스트 프로젝트였고 패리스의 제품이지만, 제가 아이를 낳는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소재와 색감에서 모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는 모든 지식들을 동원했다. 특히 홈쇼핑 런칭을 위해 기획된 제품의 경우, 고급 자수가 많이 들어가는 이태리 침구 제품에 비해 2배가 넘는 침수가 들어가다 보니, 60수와 40수를 혼방하여, 내구도를 유지시켜야만 했었다. 그리고 이불과 베개에 들어가는 자수의 경우, 아무래도 침수가 많다 보니 공장에서 무리를 해 불량이 생기는 확률을 줄여야 해서 디자인을 할 때 너무 복잡하거나 레이어가 겹친 느낌의 디자인을 피해서 드로잉 했고, 향수에서 컨셉을 가져온 제품이다 보니 패드에 들어가는 누빔(Quilting Stitch)의 경우 일부러 향수에 이끌려 날아와 보인 나비의 모양을 연상해서 나비문양으로 작업했다.   그렇게 무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제품을 디자인하고 중국출장도 다니면서 많은 시도를 했고 콘셉트 제품(자동차로 치면 콘셉트 카 같은 개념)과 홈쇼핑 론칭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여 현대홈쇼핑에 론칭 했다. 그 제품이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 일에 대해 사랑을 느꼈고 이것이 제 첫 대형 프로젝트 데뷔이자 디자인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계기 그리고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닌 소재에서부터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 그 밖에 제일 기억에 남는 제품은? " ‘데코뷰’에서 기획 및 디자인했던 ‘소프트니스 모달침구’다. 그 제품은 스스로 따로 구매해서 사용할 정도로 너무나 사랑하는 월 메이드 제품이다. ‘데코뷰’ 회사의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는  디자이너에게는 굉장한 고통과 행복을 함께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미현’ 대표님이 만든 프로세스라고 하는데, 해외브랜드가 가진 시장의 파이를 당당하게 경쟁하여 이기고 한국의 홈 패션 디자인의 레벨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신 장본인이자 한국에서 존경받는 홈 패션 브랜드의 CEO다. 그러한 그 분의 업무지시가 내게는 너무나도 큰 가르침이었다. 그에 따라 데코뷰에서는 제품 하나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오늘의 집’, ‘W컨셉’, ‘무신사’와 같은 대형 리테일 회사들의 제품판매 추이를 모두 분석하고, 각종 SNS와 작품과 같은 이미지를 10,000장 이상을 분석했다. 그 중에서 뽑히는 건 단 3~7장 정도인데, 그 이미지에 있는 모든 매력이 제품을 디자인하는 뼈대이자 길목이 됐다."       -작업에 특별한 과정이 있었나? "미니멀리즘의 이미지들을 모아 출시할 색상을 선별했다. 알맞은 색상을 찾기 위해서 판매추이와 SNS에 노출되는 색상들을 파악해서 그 색감을 찾아내서 제품을 디자인했다. 당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계속 트렌드로 지속이 되어서, 차렵이불(Comforter)의 누빔(Quilting stitch)도 전부 없게 디자인을 했다. 정말 사람이 이불 안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사람이 녹아내려 잠들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소재를 선정했던 것이다. 평생 그 안에서 나오기 싫을 정도로 말이다. 오로지 색상과 소재만으로 승부를 봤다. 그 결과 저데니아솜이 가진 부드러움과 모달이라는 소재가 가진 부드러움이 만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촉감이 부드러운 이불이 됐다. 나도 그 이불 쓰고 평생 안 하던 지각을 했을 정도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사냥용 의류의 그래픽디자이너로 변신 했는데, 현재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달라. "현재 콜로세움 사의 액티브 아웃도어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일 처음으로 맡은 작업이 여성용 상의에 들어갈 캘리그라피 그래픽이었다. 미국의 모든 도시의 이름을 필기체 느낌의 아트로 만들어야 했는데, 옷의 그래픽에 들어가는 캘리그라피도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무리 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정말 좋았던 점은 총괄 매니저 등의 피드백이 빨라 방향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또한 2024년 봄상품을 위해 티셔츠 그래픽 작업도 했다. 중부 지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을 파악해야 했는데, 한국과의 작업 환경이 달라 그냥 묵묵히 자료들을 토대로 하나하나 그려야 했다. 가방 디자인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텍스타일 아트에 관심이 많다. 집에서도 개인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작업물을 모아서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다. 기왕이면 캘리포니아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LA에 있는 미술관에서 통합전시회를 열어 보는게 지금의 꿈이다. 캘리포니아의 자연경관은 정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여태까지 미국에 살면서 쌓은 모든 추억들 하나 하나가 너무 소중해서 전부 제 아트로 표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내 디자이너이자 작가로서 표어가 “Express your anything freely”다. 정말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랑받는 디자이너이자 작가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다. 내가 자유롭게 사랑한 미국을 표현하게 되었을 때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미국 표현 홈패션 디자이너 홈쇼핑 침구제품 담당 그래픽디자이너

2024-04-03

[우리말 바루기] ‘~도록’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도록’을 자신에게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표현이다.   ‘~도록’은 “매일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잘 자라도록 거름을 주었다” 등처럼 ‘~게끔’과 비슷한 뜻으로 주로 쓰인다.   그렇다면 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식으로 표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가 더욱 공손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일본어의 영향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일본어에선 능동형(自分でやります)과 사동형인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自分でやらせていただきます) 모두 쓰이는데 뒤의 사동 표현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를 따라 하거나 번역하면서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식의 표현이 우리말에 스며든 것이 아닐까 하는 견해도 있다.(오경순, 『번역투의 유혹』)   그렇다면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는 틀린 표현일까?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을 감안해 최근에는 이를 인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다만 언어의 으뜸 가치인 간결성을 따진다면 “제가 하겠습니다”가 더욱 권장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사동 표현

2024-03-31

미국인이 생각하는 최대 적대국은 중국, 비호감 1위는 북한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미국의 적대국은 어느 나라일까? 갤럽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1∼20일 미국 성인 1천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의 가장 큰 적이 어느 나라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1%가 중국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갤럽 조사에서 4년 연속으로 같은 질문에 1위를 차지하며 대중의 인식에서도 전략 경쟁국의 입지를 굳혔다. 미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패권다툼으로 불릴 수준의 전방위 주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인들이 중국 다음으로 많이 최대 적국으로 지목한 나라는 러시아(26%), 이란(9%), 북한(4%) 등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큰 적으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모두 2023년보다 각각 9%포인트, 6%포인트 줄었지만 이란은 7%포인트 늘었다.   갤럽은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글로벌 물류동맥 홍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을 적대국으로 응답한 비율은 2024년 4%로 나타났으며, 2023년(7%)보다 3%포인트 줄었다. 2018년(51%)보다는 크게 감소했다. 북한을 적대국으로 여기는 응답자는 크게 줄었지만, 북한에 대한 비호감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만이 북한을 호의적으로 보았고 87%는 북한을 비호감 국가로 꼽았다. 북한에 대한 비호감은 러시아 (86%)와 중국 (77%)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이번 조사에서 북한보다 많은 응답자의 5%가 '미국 자신'을 가장 큰 적으로 꼽았다. 이는 세계질서 격동기에 자국 정책에 대한 우려나 미국 내 사회적, 정치적 분열상과 연계되는 현상일 수 있어 주목된다. 갤럽은 자국을 최대 적국으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2001년 이 질문이 도입된 이래 올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자신을 적대국으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1%에 불과했으며 이전에도 높아야 2%를 넘지 않았다. 미국인들의 호감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캐나다와 일본(83%)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대해서는 응답자 72%가 호감 의견, 22%가 비호감 의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박준한 기자 [park.junhan@koreadaily.com]미국 중국 적대감 감소 적대감 표현 적대감 고조

2024-03-19

[우리말 바루기] ‘그치?’는 틀린 표현

상대방의 공감을 유도하며 되묻는 언어 습관을 지닌 사람이 많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끝마다 “그지?” “그죠?” 혹은 “그치?” “그쵸?”를 덧붙이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이 맞춤법상 올바른 표현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그지’ ‘그치’는 ‘그렇지’를 줄여 쓴 표현이다. ‘그렇지’는 ‘그렇다’를 활용한 표현인데, ‘그렇다’는 ‘그러하다’가 줄어든 말이다. 결국 ‘그러하지→그렇지→그지/그치’가 된 셈인데, ‘그지’는 ‘그렇지’에서 ‘렇’이 통째로 빠진 형태다. ‘그치’는 ‘러’가 빠지고 받침으로 쓰인 ‘ㅎ’과 뒤에 오는 ‘지’가 결합해 거센소리인 ‘치’로 변한 모습이다.   ‘그렇다’는 ‘그렇고, 그렇게, 그러니, 그런, 그러면’ 등과 같이 활용된다. ‘그렇다’는 ㅎ불규칙용언으로, 활용할 때 어간인 ‘그렇-’에서 ‘ㅎ’이 불규칙적으로 탈락하기도 하지만 ‘렇’이 통째로 사라지진 않는다. 다시 말해 ‘그지’나 ‘그치’와 같이 줄어들 수 없다. ‘그죠’와 ‘그쵸’도 마찬가지다. ‘그러하죠→그렇죠→그죠/그쵸’가 될 수 없다. ‘그렇죠’가 ‘그죠’나 ‘그쵸’로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지/그치’ ‘그죠/그쵸’는 ‘그렇지’ ‘그렇죠’로 표기해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표현 언어 습관

2024-03-12

[우리말 바루기] 구어체 표현 삼가야

요즘 들어 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표현이 ‘~거’라는 말이다. “괜히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거다”처럼 ‘거’나 ‘거다’ 표현이 많이 쓰인다. 여기에서 ‘거’ ‘거다’는 ‘것’ ‘것이다’를 입으로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즉 구어체 표현이다. 구어체(口語體)란 글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쓰는 말을 가리킨다. 말할 때는 편리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것’이나 ‘것이다’ 대신 ‘거’나 ‘거다’로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주의해야 한다. 글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면 맛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의 문장은 말보다 완전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글에서 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표현이 나온다면 글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 글을 쓸 때는 “괜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처럼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자 메시지에서 줄임말을 많이 쓰거나 받침을 잘 적지 않는 버릇이 든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해논 것이 없다” “따논 일이나 마찬가지다”처럼 ‘놓은’을 줄여 ‘논’으로 표현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해논’은 ‘해놓은’, ‘따논’은 ‘따놓은’의 줄임말이다. “재밌는 이야기들을 옮겨놨다”처럼 ‘재밌는’이나 ‘옮겨놨다’도 마찬가지다. 각각 ‘재미있는’과 ‘옮겨놓았다’의 축약어다. 우리말 바루기 구어체 표현 구어체 표현 문자 메시지

2024-03-04

[우리말 바루기] ‘자잘못’은 가릴 수 없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분쟁이 일어났을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자잘못’이다. 억울한 일이 생겨 다른 이들에게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가려 달라고 요구할 때 많이 쓰인다. “자잘못을 가려 주세요” “자잘못을 따져 주세요” 등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잘잘못’이라 해야 한다.   ‘잘잘못’을 ‘자잘못’이라 틀리게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말에 ‘ㄹ’을 탈락시켜 발음하기 편하게 만든 단어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달달이’를 ‘다달이’, ‘솔나무’를 ‘소나무’, ‘불나비’를 ‘부나비’, ‘말소’를 ‘마소’라고 하는 것 등이 이러한 예다. 이들처럼 ‘잘잘못’도 ‘자잘못’으로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잘잘못’은 ‘ㄹ’을 탈락시키지 않는 단어이므로 ‘자잘못’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잘잘못을 가려 주세요” “잘잘못을 따져 주세요” 등처럼 ‘잘잘못’이라고 해야 한다. ‘잘잘못’은 주로 ‘가리다’와 ‘따지다’와 결합해 ‘잘잘못을 가리다’ ‘잘잘못을 따지다’ 등의 형태로 사용된다.   ‘잘잘못’이 ‘잘(함)’+‘잘못’의 구조로, 잘함과 잘못함이 결합된 단어라는 것을 떠올리면 ‘잘잘못’이 바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좀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자잘못 표현 가운데

2024-02-13

[우리말 바루기] '몇'의 띄어쓰기

‘몇십 번’ ‘몇백 번’ ‘몇천 번’과 같은 말은 붙여야 할까, 띄어야 할까.   ‘몇’이 붙은 수 표현의 띄어쓰기가 제각각이다.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한 단어로 올라 있는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수억, 수조’와 달리 친절한 설명이 없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몇’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의문을 나타날 때와 의문의 의미가 아닌 ‘얼마 되지 않는 수’를 이를 때다.   ‘몇’이 잘 모르는 수를 물을 때 쓰이면 띄어야 한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전 생애를 바쳐 집필했다”란 말에 “몇 십 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죠?”라고 묻는다면 ‘몇 십 년’으로 띄는 게 바르다. 구체적인 수를 물어본 것이다.   ‘몇’이 그리 많지 않은 얼마만큼의 수를 막연하게 이를 때는 붙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는 몇십 번을 고쳐 가면서 정성스레 연애편지를 완성했다”에선 ‘몇’이 의문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때의 몇십은 ‘수십’과 의미가 같다.   뒤에 숫자 표현이 오는 ‘몇’은 그 뒤의 숫자와 붙이면 된다. “몇천 배의 효과” “몇만 명의 인파”로 표기한다. 앞에 숫자 표현이 오는 ‘몇’은 그 앞의 숫자와 붙인다. “십몇 대의 자동차” “백몇 권의 동화책”으로 적는다. 앞뒤로 숫자 표현이 오면 뒤의 숫자와만 붙이고 앞의 숫자와는 띄어야 한다. “삼천 몇십 마리” “십 몇만 달러”로 쓴다.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숫자 표현

2024-02-09

[우리말 바루기] ‘뗄래야’는 잘못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햄버거와 콜라…. 하나를 들으면 다른 하나가 저절로 떠오르는 관계다. 즉 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이러한 관계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없다. 왜냐하면 ‘뗄래야’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뗄래야’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한다는 뜻을 지닌 ‘떼다’의 어간에 어미 ‘-ㄹ래야’가 붙은 구조다. 하지만 ‘-ㄹ래야’는 존재하지 않는 어미로 ‘-려야’가 맞는 말이다. 따라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 “갈래야 갈 수 없는 곳” “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 등의 표현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역시 ‘-ㄹ래야’가 아니라 ‘-려야’가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 “가려야 갈 수 없는 곳” “보려야 볼 수 없는 사람”으로 고쳐야 한다.   ‘-려야’는 ‘-려고 하여야’가 줄어든 말이다. 위의 예문을 모두 풀어 써 보면 ‘떼려(고 하여)야’ ‘끊으려(고 하여)야’ ‘보려(고 하여)야’ ‘가려(고 하여)야’가 된다. 풀어 쓴 형태를 보면 ‘뗄래야’ ‘끊을래야’ ‘볼래야’ ‘갈래야’ 모두 ‘ㄹ’이 불필요하게 덧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소주 햄버거 맥주 삼겹살 표현 자체

2024-01-24

[우리말 바루기] ‘돋히다’? ‘돋치다’?

“나 어젯밤에 소름 돋치게 재밌는 스릴러 영화를 봤어.” “‘돋치다’가 아니라 ‘돋히다’라고 써야지.”   두 친구가 채팅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이 중 바르게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많은 이가 ‘돋치다’가 아니라 ‘돋히다’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른 표현은 ‘돋치다’이다.   ‘먹다’에 피동 접사 ‘-히-’를 붙여 ‘먹히다’, ‘잡다’에 ‘-히-’를 붙여 ‘잡히다’로 만드는 것처럼 ‘돋다’에 ‘-히-’를 붙여 ‘돋히다’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돋다’는 피동형 표현을 만들 수 없는 자동사다.   피동이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을 말한다. 즉, 무언가에 의해 그 동작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 부합해야 피동 표현이 가능하다.   ‘소름’을 예로 들어 보자. 소름은 내 몸에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지 남에 의해 돋아나게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돋히다’와 같은 피동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돋히다’는 남에 의해 내가 돋음을 당하는 것이 되는데, ‘돋다’는 언제나 스스로의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동 표현으로는 쓸 수 없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접사 ‘-치-’가 붙은 꼴이다. “날개가 돋다” “가시가 돋다” 등 ‘돋다’를 붙인 강조의 표현은 모두 “날개가 돋치다” “가시가 돋치다”처럼 써야 올바르다. 쉽게 말하면 ‘돋히다’는 무조건 ‘돋치다’로 고쳐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피동형 표현 피동 표현 피동 접사

2024-01-11

[우리말 바루기] ‘들’을 줄여 쓰자

다음 중 가장 적절한 복수 표현은?   ㉠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 여러 사람이 다쳤다   사물을 복수로 만들 때는 접미사 ‘~들’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복수가 되는 것에는 무조건 ‘~들’을 붙여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를 보자. 수식어와 수식받는 말 모두 복수 형태다. 영어에선 수식어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면 수식받는 말 역시 복수 형태로 표현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말에선 이야기의 앞뒤 흐름으로 복수임을 짐작할 수 있거나  문장 속에 있는 다른 어휘로 복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 ‘들’을 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하는 것이 우리 식으로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도 보자. 이 경우에는 명사(음식점들)뿐 아니라 수반되는 서술어(늘어서 있다)까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역시 우리 식 표현으로는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늘어서 있다’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음식점’엔 ‘들’을 붙일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이 다쳤다”는 어떨까? ‘여러’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사람’에는 ‘들’을 붙일 필요가 없다. 이것이 정답이다.  우리말 바루기 복수 표현 복수 형태 모두 복수

2023-12-10

[성공하는 청년의 필수기술<1>] 성공은 장애물이 없는 게 아니라 극복…나의 능력 믿는 자신감이 첫 번째 열쇠

청년들이 진로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 최고 성적을 받고 명문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것이 많이 강조된다. 이러한 방식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자질들이 있다. 앞으로 연재될 글에서는 청년들이 성공하기 위해 최선의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심어주어야 하는 필수 기술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려고 한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첫 번째 기술은 자신감이다.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안타깝게도, 많은 아이들의 자신감은 외부의 일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 나쁜 성적을 받고,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누군가로부터 거절을 당하는 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인생에는 필연적으로 장애물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장애물을 만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이다. 장애물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헨리 포드는 이 감정을 요약해 말했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이 옳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강한 자신감을 키우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긍정적인 바디 랭귀지를 연습하라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이 자신감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하자. 바르게 서고, 구부정하게 앉지 않으며 목적을 가지고 걸어야 한다. 이 신체적인 자신감 표현은 더 자신감 있는 사고를 조성할 수 있다. 또한 청년들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크고 명확하게 말하며 직접 눈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좌절을 실패가 아닌 교훈으로 여겨라   좌절은 종종 성공과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야 하는 위협으로 보여지곤 한다. 그러나, 이 관점은 시행착오에서 오는 귀중한 배움을 방해할 수 있다. 좌절을 교훈으로 받아들이면 청년들에게 회복력을 심어주며, 전략을 재조정하고 복잡한 진로에 대해 더 강하고 현명하며 보다 준비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해준다.   ▶외부 요인에 좌우되지 마라   청년들이 특히 소셜 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또래에 비추어 자신을 평가하는 대신 개인의 성장과 성취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개인적인 이정표를  축하하도록 격려함으로써 긍정적인 자아상을 강화할 수 있다.   ▶부정적인 대화를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체하라   청년들이 자기비판의 감정이 급증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취할 수 있는 좋은 반응은 자신의 에너지를 유익한 행동으로 돌리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운동하기 또는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능력과 성취감까지 촉진한다.   ▶운동하라   신체 활동과 운동은 건강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신체 이미지를 향상시켜 종종 더 높은 자신감과도 관련이 있다. 게다가 건강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면 삶의 다른 영역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고마움을 연습하라   고마움을 연습하는 것은 인생관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년들에게 감사 일기를 쓰거나 감사한 일을 정기적으로 생각해보도록 격려해보자. 이를 통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는 대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도록 할 수 있으며 더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감을 키우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여정이다. 진정한 자기 확신을 쌓는 것은 깊은 의심과 두려움을 마주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논의한 전략들은 이 개발 과정에서 귀중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자신감 문제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어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우, 행동 치료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매우 유익할 수 있다.   ▶문의:(949)630-8729   www.lacareercoaching.com 제임스 박 대표 / LA 커리어 코칭성공하는 청년의 필수기술<1> 장애물 자신감 자신감 표현 자신감 문제 신체 활동

2023-11-19

[우리말 바루기] 심심한 사과

한 기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에 “하나도 안 심심하고 재미있다” “심심하다고 해서 더 기분이 나쁘다”는 등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일부 네티즌이 ‘심심하다’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의 ‘심심(甚深)하다’는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와 소리만 같을 뿐 의미가 다른 동음이의어다. ‘심할 심(甚)’ 자와 ‘깊을 심(深)’ 자가 사용돼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따라서 ‘심심한 사과’는 깊고 간절한 사과를 뜻하는 표현이다.   동음이의어로 ‘심심하다’는 말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데다 ‘심심(甚深)하다’는 일상적 대화에선 잘 사용되지 않는 문어체적 표현이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기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선 간혹 “심심찮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와 같은 표현도 등장한다.   ‘심심찮다’는 ‘심심하지 않다’가 줄어든 낱말로, 드물지 않고 꽤 잦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심심찮은 사과’는 드물지 않고 잦은 사과라는 뜻이 돼 버린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심심한 사과를 올린다” 등과 같이 써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사과 표현 정도 저하 논란 일부 네티즌

2023-11-10

[아름다운 우리말] 옛말의 덫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지금은 쓰지 않는 말인데, 속담이나 언어 표현 속에 남아있는 것을 화석화라고 합니다. ‘언어의 화석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말 중에 ‘하느님 맙소사’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때 ‘맙소사’라는 말은 다른 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입니다. 보통은 ‘마소서’라고 말합니다. 옛날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겁니다. 언어학자에게 이런 흔적은 흥미롭습니다. 어원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언어 변화를 추적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예를 보면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표현도 현대말로 바꾼다면 ‘빼지도 박지도’라고 해야 할 겁니다. 이런 말이 꽤 많습니다. 언어를 볼 때 의문을 가지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어휘 중에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이 속담에 남아있거나 비유적인 표현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석까지는 아닐 수 있겠습니다만, 그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화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포도청의 의미를 모릅니다. 포도당과 관련이 있냐고 묻는 아이도 있습니다. 화석이 속담 속에 남은 것이죠. 속담은 과거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수많은 화석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쥐 죽은 듯이’라는 말이 어떻게 생긴 표현인지 이해가 갈까요? 집 천장에 쥐가 있었다고 하면 아마도 기겁을 할 겁니다. 쥐가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어 보았어야 ‘쥐 죽은 듯이’의 느낌도 살아납니다. 한편 지금은 없는 제도이거나 명칭이어도 비교적 익숙한 경우도 있습니다. 양반이 대표적입니다. 아직도 ‘이 양반 저 양반’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양반은 칭찬이 아니라는 겁니다. 변한 모습으로 화석이 되어있는 겁니다. 그만하면 양반이다는 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런데 옛말이 아직도 그때의 모습처럼, 또는 그때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듯이 사용되고 있어서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원의 탐구라면 옛사람의 생각을 따르는 여행이라 하겠으나 어휘의 남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를 이야기할 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을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합니다. 한 사람에게만 아래고, 나머지 사람의 위에 있다는 의미이니 지금 세상과 맞지 않습니다. 상하관계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검사를 영감이라고 하거나 대통령의 부인을 국모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역모, 반역죄라는 말도 심심찮게 사용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왕정의 시대로 회귀한 느낌입니다.   대노나 진노와 같은 표현은 이해가 안 되는 바가 아니나 요즘에 맞지 않는 말들입니다. 사극의 말투를 현실에서 사용한다면 유머가 아닌 이상 문제가 있는 표현입니다. 물론 유머도 웃겨야 한다는 전제는 있지만 말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이리 오너라~’라고 표현하면 웃길 수 있겠습니다. 만약 농담이라면 ‘통촉해 주십시오.’도 재미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옛말을 사용하는 것은 의사소통에 방해가 됩니다.   언어가 화석화되는 이유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화석은 연구의 대상일 때 재미있습니다. 화석을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언어처럼 사용하면 과거의 덫에 갇히게 됩니다. 언어만 과거에 가두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는 곧 사고이기 때문에 사고도 옛날에 머무르게 됩니다. 저는 그 점이 두렵습니다.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세상으로 사고가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언어는 살아있는 현실 속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물론 언어의 화석 중에는 아름다운 화석도 있습니다. 좋은 뜻을 가진 우리말이 말속에 남아있는 경우입니다. 저는 그런 말을 어원 연구를 통해서 발견하고, 이를 현재의 언중(言衆)과 나누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위적인 언어 화석은 화석 속에 남겨두고, 깨달음과 웃음을 주는 언어의 화석은 기쁘게 꺼내 보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언어의 화석을 탐구하는 즐거움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옛말 언어 화석 언어 표현 언어 변화

2023-10-25

[우리말 바루기] ‘떼려야’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햄버거와 콜라…. 하나를 들으면 다른 하나가 저절로 떠오르는 관계다. 즉 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이러한 관계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없다. 왜냐하면 ‘뗄래야’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뗄래야’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한다는 뜻을 지닌 ‘떼다’의 어간에 어미 ‘-ㄹ래야’가 붙은 구조다. 하지만 ‘-ㄹ래야’는 존재하지 않는 어미로 ‘-려야’가 맞는 말이다. 따라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 “갈래야 갈 수 없는 곳” “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 등의 표현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역시 ‘-ㄹ래야’가 아니라 ‘-려야’가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 “가려야 갈 수 없는 곳” “보려야 볼 수 없는 사람”으로 고쳐야 한다.   ‘-려야’는 ‘-려고 하여야’가 줄어든 말이다. 위의 예문을 모두 풀어 써 보면 ‘떼려(고 하여)야’ ‘끊으려(고 하여)야’ ‘보려(고 하여)야’ ‘가려(고 하여)야’가 된다. 풀어 쓴 형태를 보면 ‘뗄래야’ ‘끊을래야’ ‘볼래야’ ‘갈래야’ 모두 ‘ㄹ’이 불필요하게 덧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말 바루기 소주 햄버거 맥주 삼겹살 표현 자체

2023-10-24

[우리말 바루기] ‘마다 안 해’는 잘못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 어떤 도전이든 마다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그 분야에서 인정받게 된다. 이와 반대로 조금이라도 힘들 것 같은 일은 마다하는 사람, 도전을 마다하고 안주하는 사람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기 쉬운 게 사실이다.     앞에서 쓰인 ‘마다하지, 마다하는, 마다하고’의 기본형은 ‘마다하다’이다. ‘마다하다’는 ‘거절하거나 싫다고 하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로, “그는 술자리를 마다하고 집에 일찍 들어갔다”와 같이 사용된다. ‘마다하다’를 활용한 부정 표현은 ‘마다하지 않다’로, “돈이라면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처럼 쓸 수 있다.   그런데 언론 기사에 등장하는 제목을 보면 ‘돈이라면 불법도 마다 안 해’  등과 같이 ‘마다 안 해’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마다하지 않다’를 줄여서 ‘마다 안 해’라고 표현해도 될까?   ‘마다 안 해’는 ‘마다하다’의 어근 ‘마다-’만 따로 떼어내 사용한 표현이다. ‘마다-’는 홀로 쓰이지 않는 비자립적 어근이므로 ‘마다 안 해’와 같이 ‘마다-’만 떼어내 쓸 수 없다. 따라서 ‘마다하지 않아’로 고쳐 써야 바르다. 기사의 제목으로 ‘마다 안 해’를 사용하는 이유는 지면상 실을 수 있는 글자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공간의 제약 때문에 틀리게 쓰이는 표현이므로, 바른 표현이 ‘마다하지 않아’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부정 표현 언론 기사 사람 도전

2023-10-11

[중앙칼럼] ‘마음 표현’이 중요한 이유

‘극단적 선택’, 천부인권을 쥐고 태어났다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독한 결단’을 실행하기도 한다. 동물 가운데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집단자살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의지 발현에 따른 사회적 자살은 인간이 유일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 자유의지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찬사 이면에는 독사과를 품은 사유라는 존재가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르네 데카르트의 말은 인간의 이중성도 보여준다. 성찰은 우리네 인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지혜의 힘을 주지만, 동시에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져 무의미라는 자각에 허우적거리게 하기도 한다.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져본 이는 알겠지만,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인간은 의미를 찾기 위해 사는 존재라는 말로 삶의 연속을 긍정할까.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질문을 파고들수록 인식의 확장이란 지적 희열을 주지만, 수틀리면 냉소와 허무 앞에 무릎 꿇게 만든다.   극단적 선택은 자유의지가 품은 독사과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인간에게 발현하는 생각하는 힘의 무서움이다. 내가 듣고 보고 느끼는 현실을 스스로 중단하는 행위, 삶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냉혹한 판단이자 실행력이다. 자살을 함부로 재단하기엔 한 존재의 사유와 고통이 너무 깊다. 삶의 힘겨움을 아는 시기가 되면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연민과 공감마저 든다. 내 삶이 소중한 만큼 남의 삶도 소중하다는 간단한 세상 이치를 알아서일까. 어느 순간 자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자살하면 왜 안 되는가’라는 질문도 있다. 이런 되물음은 충동적 호소일수도, 우문현답일 수도 있다. 당장 삶의 희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흔한 객관식 답변이 호소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정신건강 전문가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각’에 잠식당해서라고 한다.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자살이라는 선택지만 보인다고 한다. 지금까지 버틴 삶의 노력, 삶의 이야기 속에 꿈꾸던 미래,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한 관계 등이 한순간 붕괴하면 극심한 고독과 고통을 반복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이란 선택지만 몰두하다 후자에 관심을 두게 된다.   다만 극심한 고독의 상황에서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 표현’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 지인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솔직함을 주저할 필요도 없다.  공허의 소용돌이 속에 꼭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죽음은 두려움의 영역이다. 그 두려움 만큼 ‘삶에 대한 미련’도 강렬하다. 전문가는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질 때 타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라고 당부한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다른 선택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자각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주변인은 자세다. 고민을 털어놓은 당사자에게 ‘그런 생각 말아라. 다들 힘들어도 산다’는 단편적 반응은 당사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살고 싶다’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자.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공감은 삶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은 때론 충동적일 수 있다. 평소 본인의 심리상태와 정신건강을 돌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의학적 기준에서의 우울증 항목은 ▶슬프고 울고 싶은 감정 ▶평소 흥미를 느꼈던 활동에 대한 관심 저하 ▶체중 및 식욕 변화 ▶과한 수면 또는 불면증 ▶무기력증 ▶자존감 저하 및 잦은 죄책감 ▶사고력 및 집중력 감퇴 ▶자살 등 죽음에 대한 관심  ▶삶의 의욕 상실 등이다. 위 항목 중 5가지 이상 해당하고,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난다면 당장 주변에 속마음을 표현해보자.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마음 표현 마음 표현 선택지 인생 극단적 선택

2023-09-25

[아름다운 우리말] 얕보지 말고 속을 깊이 보라

사람을 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우리말에는 사람을 보는 방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사랑스레 보고, 그윽하게 보는 것 역시 보는 방법이겠으나 주로는 강하게 보는 느낌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노려보는 게 있습니다. 겁을 주기 위해서 화가 났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옆으로 보면 주로 째려본다고 합니다. 눈을 옆으로 째고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을 치뜨고 보기도 합니다. 주로 작은 사람이나 힘없는 사람이 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올려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려본다는 말에는 부러움이나 존경이 담기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는 것에 추상적인 의미를 더한 것입니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에는 반대의 의미가 담깁니다. 주로는 천시(賤視)의 느낌이 됩니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바로 ‘얕보다’입니다. 얕보다는 말은 얕게 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깊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여 얕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예 밑바닥까지 내려놓고 보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깔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깔보는 것은 내가 눈을 아래로 깔고 보는 겁니다. 상대를 저 아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쁜 일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낮보다가 있습니다. 이는 낮추보다의 줄임말입니다. 상대를 낮추어 보는 것입니다. 이때 주로 하는 행위가 바로 ‘깎아내리다’ 입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깎아서 더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로 본다는 표현도 이때 쓰는 말입니다. 눈을 내리깔고 상대를 보는 것이니 어른이나 윗사람의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 앞에서 아랫사람은 눈을 치뜨게 되는 겁니다. 반항의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올려다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겁니다.   남을 깊게 보지 않고 얕보는 행위를 한자에서는 ‘멸시(蔑視)’라고 합니다. 업신여기는 행위라고 해석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업신여기다는 어원을 ‘없이 여기다’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없이 여긴다는 말은 있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요즘 표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따돌림의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악한 행동입니다. 가장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립니다. 멸시의 다른 말은 그래서 무시(無視)입니다. 무시라는 말 역시 보지 않는 것이니 못 본 체하는 것입니다. 보이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무시하는 겁니다.   저는 보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보는 게 중요한데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렇게나 보면 안 됩니다. 보고도 없는 사람 취급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깊이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럼 저절로 존경심이 생겨납니다. 누구나 사람은 그 속에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것은 영어에서는 인터뷰(interview)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면 모든 이에게 존경심이 생기게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단점도 발견하지만 장점도 보게 됩니다. 가벼운 겉모습도 보게 되지만 깊은 어둠도 보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깊은 속을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 인터뷰하는 삶이었으면 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표현을 부정적인 장면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의 장면에서 쓰기 바랍니다.   한편 우리말에는 보는 것에 묘한 표현을 덧붙여 놓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기다’입니다. 여기는 것은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보는 것에 생각을 담은 겁니다. 생각하면서 보면 달리 보입니다. 그것을 우리말에서는 ‘눈여겨보다’라고 합니다. 사람도 자연도 눈여겨보면 달리 보입니다. 새롭게 보입니다. 귀하게 보입니다. 서로 눈여겨보고, 얕보지 말고 깊이 보는 삶이 되기 바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사람이 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요즘 표현 사람 취급

2023-09-24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