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닻을 올리나, 돛을 올리나?
“희망의 닻을 올렸다” “재도약의 닻을 올렸다”처럼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닻을 올리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희망의 돛을 올렸다”와 같이 ‘닻’ 대신 ‘돛’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닻’과 ‘돛’은 표기가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단어다. ‘닻’은 배를 한 곳에 멈춰 있게 하는 기구다. 닻을 내리면 배가 멈춰 서고 반대로 닻을 올리면 배가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 ‘닻을 올린다’가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게 됐다.
‘돛’은 배 바닥에 세운 기둥에 매어 펴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게 만든 넓은 천이다. 배가 출항하려면 일반적으로 접혀 있는 돛을 잡아 올려 편다. 그래야 바람을 받아 배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돛을 올린다’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돛은 출항할 때만 펴는 것이 아니라 운항 중에도 올렸다 내렸다 한다. 그래서 ‘돛을 올리다’가 ‘시작하다’는 의미의 관용구로 지정되진 않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닻을 올리다’만 관용구로 올려 놓고 있다.
따라서 “순풍에 돛을 올렸다”에서와 같이 돛을 올린다는 사실 자체를 언급할 때엔 ‘돛을 올리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희망의 닻을 올렸다”처럼 ‘어떤 일을 시작하다’는 비유적 의미로 사용할 때엔 ‘닻을 올리다’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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