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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뚝배기’

‘뚝배기’는 [뚝빼기]로 소리 난다. 그렇지만 소리 나는 대로인 ‘뚝빼기’로 적지 않고 ‘뚝배기’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곱빼기, 악착빼기, 얼룩빼기, 이마빼기, 코빼기’처럼 ‘빼기’가 붙은 말도 많다. 이 말들은 소리 나는 대로 [빼기]라고 적는다.   한편으로는 ‘배기’가 붙은 말들도 있다. 나이배기, 대짜배기, 생짜배기, 알짜배기, 육자배기…. 이 말들도 소리 나는 그대로다. ‘늑대’도 [늑때]로 소리 나지만 ‘늑대’라고 적는다. ‘낙지’는 [낙찌], ‘접시’는 [접씨], ‘갑자기’는 [갑짜기]로 된소리가 난다. 그렇지만 적을 때는 ‘뚝배기’처럼 된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된소리가 나는데 그대로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ㄱ’과 ‘ㅂ’ 받침 뒤여서다. 우리말에서는 ‘ㄱ’ ‘ㅂ’ 받침 다음에 반드시 된소리가 난다. 이때는 된소리 표기를 하지 않는 게 한글맞춤법의 원칙이다. 그리고 한 가지가 추가된다.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인 형태소 한 개로 이뤄진 말이어야 한다. ‘뚝배기’는 ‘뚝’과 ‘배기’로 나눌 수 없다. ‘늑대, 낙지, 접시’처럼 한 개의 형태소로 이뤄져 있다. ‘ㄱ’ 받침 뒤, 한 형태소 안이어서 ‘뚝배기’로 적는다.   그런데 ‘얼룩빼기’도, ‘곱빼기’도 ‘ㄱ’과 ‘ㅂ’ 받침 뒤이지만 된소리로 적는다. 짐작하듯이 이 말들은 각각 ‘얼룩’과 ‘곱’에 ‘빼기’가 붙어 만들어졌다.  우리말 바루기 뚝배기 된소리 표기 곱빼기 악착빼기 이마빼기 코빼기

2024-11-12

40년 '맛' 집중…'지도표 성경김' 미주 공략

“지도표 성경김에게 독도는 당연한 것입니다.”   한국 김전문 기업 성경식품(대표 육현진·사진)이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해 재래식탁김 ‘독도 에디션’을 출시하며 내건 문구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지도표 성경김의 브랜드 로고에 독도 표기로 인해 일본 수출을 고사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성경식품은 애국 기업으로 회자됐다.       성경식품은 40년 전 대전의 한 작은 시장에서 소규모 김 가게로 출발했다. 지도표 성경김으로 성장을 거듭한 성경식품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며 성장 동력을 키웠다.     치열한 한국시장에서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일등공신은 총괄본부장(CSO)에서 2022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육현진 대표다.     지난해 성경식품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은 매년 20%씩 성장 중이다. 미국 수출액은 올해 2600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지도표 성경김은 미주시장에서 한인마켓을 비롯해 아마존, 홀푸드, 트레이더조 등 주류 마켓에 입점해 있다.     육 대표는 “변함없이 추구한 것은 단 한 가지, ‘맛’이다”며 “한결같은 ‘맛’을 위해 하나하나 고집 있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성장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육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업체와 향후 계획에 대해 알아봤다.     - 김 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지도표 성경김의 차별화는.   “‘차별화’ 포인트는 ‘맛’이다. 최고급 원초 사용에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으로 일관된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원초와 맛을 다양화한 제품도 출시했다. 지난해 선보인 ‘명란 돌자반’은 일반 돌자반에 명란 시즈닝과 분말을 넣어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출시 한 달 만에 8만봉이 판매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원초를 차별화한 ‘매생이김’, ‘녹차곱창돌김’ 등 새로운 맛도 선보였다.”   - 한반도 모양 지도 브랜드 로고가 인상 깊다.     “지도표 성경김과 성경식품의 ‘성경’은 김으로 수도를 이루겠다, 한국의 대표 김이 되겠다는 의미다. 브랜드 로고에도 같은 의미를 담았다. 한국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한반도 지도에 담아냈다. 또 지도를 내걸면서 한국을 대표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책임감도 담았다. 한국을 대표하기 위해 한반도 지도를 내걸었는데, 한반도 지도에 대한민국의 땅인 독도가 표시되는 것은 당연하다.”   - 일본 수출 포장지에 독도 표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 앞선 수익보다는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우선 비중을 뒀다. 일본이 김시장에서 큰 수출국이지만 ‘지도표 성경김’의 정체성과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전 세계에서 성경김을 찾아 오히려 수출 비중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 한국에서 김 시장과 성경김 점유율은.   “성경김은 한국 김 시장에서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퍼마켓 점유는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재래식탁김 ‘독도 에디션’은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한 한정판이다. 2만 박스 한정 수량만 판매할 계획이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독도사랑운동본부에 독도수호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 미국서 김은 스낵으로 인기다. 제품 다변화와 마케팅은.   “미국 소비자들이 밥반찬이 아닌 스낵으로 김을 사고 있어 다양한 맛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데리야키, 칠리 라임, 화이트 체다, 코리안 BBQ 등 스낵으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플레이버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독도김 출시에 이어 해외 전문 브랜드 론칭도 준비 중이다.”   - 향후 미국시장에서 김시장 전망은.   “미국은 한국 김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국가다. 매년 15% 이상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해마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김 형태에서 벗어나 파스타, 샐러드 등 현지 음식과 어울리는 김 토핑 등으로 제품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미국 지도표 지도표 성경김은 지도표 성경김의 독도 표기

2024-10-24

[우리말 바루기] ‘컨셉’은 바른 표기일까?

다음 중 바른 표기를 고르시오.   ㄱ.컨셉 ㄴ.컨셉트 ㄷ.콘셉 ㄹ.콘셉트   아마도 대부분 사람이 맞는 표기로 ‘ㄱ.컨셉’을 골랐으리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컨셉’이라 얘기하기 때문에 가장 익숙하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알다시피 해당하는 영어는   ‘concept’인데 [t] 발음이 문제다. 사전적으로 분명하게 [t] 음가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강하게 발음하지 않아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들리는 그대로 ‘컨셉’이라 적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에서는 원래 음가가 있는 것은 그대로 살려 적는다. 따라서 ‘컨셉’이 아니라 ‘컨셉트’가 된다. 그렇다면 ‘ㄴ.컨셉트’가 바른 표기일까?   그렇지 않다. ‘concept’에서 ‘con’의 발음이 다시 문제다. 영어로는 ‘칸’이나 ‘컨’에 가깝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 외래어 표기에서는 일반적으로 ‘콘’으로 통일해 적는다. ‘concert’를 ‘콘서트’로, ‘contents’를 ‘콘텐츠’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 역시 ‘con’이 ‘칸’ 또는 ‘컨’에 가깝지만 모두 ‘콘’으로 적는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콘셉트(concept)’라는 표제어를 올려 놓았다. 따라서 ‘ㄱ.컨셉’ ‘ㄴ.컨셉트’ ‘ㄷ.콘셉’이 아니라 ‘ㄹ.콘셉트’로 적는 것이 사전에 맞는 표기다.    ‘콘셉트’는 내키지 않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콘셉트’ 대신 ‘개념’ ‘관념’ 등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면 된다. 우리말 바루기 컨셉 표기 외래어 표기

2024-09-26

[우리말 바루기] 사이시옷 규정

“선배, ‘재룟값’ ‘원자잿값’이라고 ‘사이시옷’을 붙여야 해? 너무 이상해 보여. 또 ‘우윳값’ ‘구릿값’은 어떻고. 이거 규정을 따라야 할까?”   한글맞춤법 30항은 ‘사잇소리’가 날 때 ‘ㅅ’을 받쳐 적도록 하고 있다.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나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에서 ‘냇가’[내까]처럼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 ‘아랫니’[아랜니]나 ‘냇물’[낸물]처럼 ‘ㄴ’ 소리가 덧나거나 ‘나뭇잎’[나문닙]처럼 ‘ㄴㄴ’ 소리가 날 때 ‘ㅅ’을 적으라고 한다. 한자어 단어는 예외(곳간·셋방·숫자·찻간·툇간·횟수)를 빼곤 안 적는다. 이 규정 때문에 끝없이 ‘ㅅ’을 받쳐 적는다. ‘최댓값, 채솟값, 등굣길, 막냇손자….’ 그런데 ‘갯수’나 ‘마굿간’은 한자어로만 돼 있어 ‘개수’ ‘마구간’으로 적어야 된다.   도처에서 아우성이다. 어렵고 까다롭다. 현실과 거리가 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사이시옷 적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한글맞춤법에서 사이시옷 규정을 빼버리는 거다. 그렇다고 ‘냇가’나 ‘아랫니’ 등에서도 사이시옷을 뺄 건 아니다. 사이시옷이 굳어진 단어들은 그대로 두면 된다. ‘최댓값’ 같은 말들에선 빼는 게 낫다. 사이시옷 표기 여부는 국어사전에서 확인하면 된다. 지금도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우리말 바루기 사이시옷 규정 사이시옷 규정 사이시옷 표기 사이시옷 적기

2024-07-15

[우리말 바루기] ‘컨셉’은 바른 표기일까?

다음 중 바른 표기를 고르시오.   ㄱ.컨셉 ㄴ.컨셉트 ㄷ.콘셉 ㄹ.콘셉트   아마도 대부분 맞는 표기로 ‘ㄱ.컨셉’을 골랐으리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컨셉’이라 얘기하기 때문에 가장 익숙하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알다시피 해당하는 영어는 ‘concept’인데 [t] 발음이 문제다. 사전적으로 분명하게 [t] 음가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강하게 발음하지 않아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들리는 그대로 ‘컨셉’이라 적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에서는 원래 음가가 있는 것은 그대로 살려 적는다. 따라서 ‘컨셉’이 아니라 ‘컨셉트’가 된다. 그렇다면 ‘ㄴ.컨셉트’가 바른 표기일까?   그렇지 않다. ‘concept’에서 ‘con’의 발음이 다시 문제다. 영어로는 ‘칸’이나 ‘컨’에 가깝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 외래어 표기에서는 일반적으로 ‘콘’으로 통일해 적는다. ‘concert’를 ‘콘서트’로, ‘contents’를 ‘콘텐츠’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 역시 ‘con’이 ‘칸’ 또는 ‘컨’에 가깝지만 모두 ‘콘’으로 적는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콘셉트(concept)’라는 표제어를 올려 놓았다. 따라서 ‘ㄱ.컨셉’ ‘ㄴ.컨셉트’ ‘ㄷ.콘셉’이 아니라 ‘ㄹ.콘셉트’로 적는 것이 사전에 맞는 표기다.    ‘콘셉트’가 내키지 않는다면 대신 ‘개념’ ‘관념’ 등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면 된다. 문맥에 따라선 ‘구상’ ‘의도’ ‘생각’ 등으로 바꿔도 된다.우리말 바루기 컨셉 표기 외래어 표기

2024-05-29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다음 중 올바른 표기로 이루어진 것은?   ㉠ 물럿거라-게 섯거라   ㉡ 물럿거라-게 섰거라   ㉢ 물렀거라-게 섯거라   ㉣ 물렀거라-게 섰거라   사극을 보다 보면 벼슬아치가 행차할 때 맨 앞에서 길을 내는 길잡이가 행차를 알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그가 “물렀거라(물럿거라)” “게 섰거라(게 섯거라)”라고 외치면 백성들은 옆으로 비키면서 머리를 조아린다. 이때의 “물렀거라(물럿거라)” “게 섰거라(게 섯거라)”를 어떻게 적어야 할까? 소리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답은 ‘㉣ 물렀거라-게 섰거라’이다. 무엇이 줄어든 말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물렀거라”는 “물러 있거라”, “게 섰거라”는 “게 서 있거라”의 준말이다.   받침을 ‘ㅅ’으로 적지 않고 ‘ㅆ’으로 적는 것은 ‘물러 있거라’에서 준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본딧말의 ‘있’에 쓰인 받침 표기가 줄어든 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요즘은 “추위야 물렀거라” “치매 물렀거라”, “물가 게 섰거라” “챗GPT, 게 섰거라” 등처럼  비유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이 말이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 말에는 ‘옜다’ ‘옜소’ ‘옜습니다’도 있다. 우리말 바루기 받침 표기

2024-05-12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다음 중 올바른 표기로 이루어진 것은?   ㉠ 물럿거라-게 섯거라   ㉡ 물럿거라-게 섰거라   ㉢ 물렀거라-게 섯거라   ㉣ 물렀거라-게 섰거라   사극을 보다 보면 벼슬아치가 행차할 때 맨 앞에서 길을 내는 길잡이가 행차를 알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그가 “물렀거라(물럿거라)” “게 섰거라(게 섯거라)”라고 외치면 백성들은 옆으로 비키면서 머리를 조아린다.   이때의 “물렀거라(물럿거라)” “게 섰거라(게 섯거라)”를 어떻게 적어야 할까? 소리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답은 ‘㉣ 물렀거라-게 섰거라’이다. 무엇이 줄어든 말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물렀거라”는 “물러 있거라”, “게 섰거라”는 “게 서 있거라”의 준말이다.   받침을 ‘ㅅ’으로 적지 않고 ‘ㅆ’으로 적는 것은 ‘물러 있거라’에서 준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본딧말의 ‘있’에 쓰인 받침 표기가 줄어든 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요즘은 “추위야 물렀거라” “치매 물렀거라”, “물가 게 섰거라” “챗GPT, 게 섰거라” 등처럼  비유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이 말이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 말에는 ‘옜다’ ‘옜소’ ‘옜습니다’도 있다.  우리말 바루기 받침 표기

2024-02-05

한식 외국어 표기 통일 갈 길 멀다

“한식 메뉴가 계속 달라져 표기 통일하는 게 힘들다.” (정부 관계자)     오랜 시간 숙제였던 한식 외국어 표기 통일과 관련해 한국정부 유관부처들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지만, 뉴욕일원 한식당에는 전혀 홍보가 되지 않는 등 표기 통일은 요원하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립국어원,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식진흥원 등 유관 기관들이 한식 외국어 표기 통일과 관련해 각기 머리를 맞댔으나 통일 및 홍보 작업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국물떡볶이 ‘Gungmultteokbokki’ (농림축산식품부·한식진흥원) ‘Tteokbokki in Sauce’ (한국관광공사) ▶라면 ‘Ramen Noodles’ (농림축산식품부·한식진흥원) ‘Instant Noodles’ (한국관광공사) ▶족발 ‘Pig’s feet‘ (농림축산식품부·한식진흥원)’Braised Pigs‘ Feet’ (한국관광공사) ▶백숙 ‘Baeksuk’ (농림축산식품부·한식진흥원) ‘Chicken Soup’  (한국관광공사) 등 권장하는 표현도 제각각이다. 이는 극히 일부다.   특히 앞서 8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한식의 외국어 표기 문제를 종결시키겠다며 내놓은 ‘한식 외국어 표기 800선’은 지난해 수집·번역된 자료를 기반으로 해 뉴욕일원에 적용하려면 수정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데이트된 메뉴 현황 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달에도 표기 통일을 권장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뉴욕일원에는 전혀 홍보하지 않았다.   8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해외한식협의체를 통해 한식 외국어 표기 등을 통일하겠다고 밝혔지만, 뉴욕일원의 경우 그러지 못했다.     한국 외 한식당에 배포하겠다고도 했지만, 제대로 적용된 곳은 전무한 수준이다. 특히 뉴욕일원협의체로 지정된 곳의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관리하는 식당 중 중국 등 타민족이 주인인 곳도 있어 메뉴 표기를 정부의 권장에 따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사진을 통해서만 공유된 내년 상반기 계획에 따르면, 3~4월중 뉴욕일원 한식당을 대상으로 표기를 홍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8월 발표된 표기는 미완성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최종 발표한 표기 권장에 따라 수정될 예정이다.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다.     정부는 한식당마다의 정체성과 대표 메뉴가 다른 상황에서 특정 표기를 강제하는 것처럼 보여 표현도 ‘편람’에서 ‘가이드’로 낮추는 등 적용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외국어 표기 편람(한국관광공사)과 한식메뉴 외국어 표기법 길라잡이(농림축산식품부·한식진흥원)가 각기 달리 존재해 재통일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강민혜 기자 kang.mihye@koreadailyny.com외국어 통일 한국관광공사 한식진흥원 한식메뉴 외국어 외국어 표기

2023-12-21

[우리말 바루기] ‘컨셉’은 바른 표기일까?

다음 중 바른 표기를 고르시오.   ㄱ.컨셉 ㄴ.컨셉트 ㄷ.콘셉 ㄹ.콘셉트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여서 표기와 관련해 질문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또 불만이 많은 단어이기도 하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이 맞는 표기로 ‘ㄱ.컨셉’을 골랐으리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컨셉’이라 얘기하기 때문에 가장 익숙하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알다시피 해당하는 영어는 ‘concept’인데 [t] 발음이 문제다. 사전적으로 분명하게 [t] 음가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강하게 발음하지 않아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들리는 그대로 ‘컨셉’이라 적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에서는 원래 음가가 있는 것은 그대로 살려 적는다. 따라서 ‘컨셉’이 아니라 ‘컨셉트’가 된다. 그렇다면 ‘ㄴ.컨셉트’가 바른 표기일까?   그렇지 않다. ‘concept’에서 ‘con’의 발음이 다시 문제다. 영어로는 ‘칸’이나 ‘컨’에 가깝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 외래어 표기에서는 일반적으로 ‘콘’으로 통일해 적는다. ‘concert’를 ‘콘서트’로, ‘contents’를 ‘콘텐츠’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 역시 ‘con’이 ‘칸’ 또는 ‘컨’에 가깝지만 모두 ‘콘’으로 적는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콘셉트(concept)’라는 표제어를 올려 놓았다. 우리말 바루기 컨셉 표기 외래어 표기

2023-11-27

[우리말 바루기] ‘아울렛’, ‘아웃렛’

다음 중 영어 ‘outlet’의 바른 한글 표기는 어느 것일까?   ㉠ 아울렛  ㉡ 아웃렛   아마도 ‘㉠ 아울렛’을 고른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울렛’이 ‘아웃렛’보다 발음하기 편리한 듯해 이것이 옳은 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웃렛’을 빨리 발음하다 보면 ‘아울렛’이 되는 듯도 하기 때문이다. 딱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라’가 [할라]가 되듯이 일종의 역행적 유음화 현상이 발생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답은 ‘아울렛’이 아니라 ‘㉡아웃렛’이다. ‘outlet’의 영어 발음을 따라 그대로 ‘아웃렛’으로 표기하는 것이 국립국어원이 정한 표기원칙이다.   그렇다면 ‘아울렛’이나 ‘아웃렛’이나 표기원칙은 원칙이고 이미 ‘아울렛’이라고 써 왔는데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면 기사에서 “아웃렛 가운데 ○○아울렛, △△아울렛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처럼 한 문장에서도 ‘아웃렛’ ‘아울렛’ 표기가 함께 나와 보는 사람이 불편하게 느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국립국어원은 ‘아웃렛’이란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렸으며, ‘재고품이나 이월 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곳’이란 설명을 달았다.우리말 바루기 아울렛 아웃렛 아웃렛 가운데 영어 발음 한글 표기

2023-11-19

식료품 유통기한 표기 '소비자 중심' 으로…가주, 최상의 사용기한 법안

캔푸드 유통기한을 명확히 표기해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9일 샌프란시스코 일간 크로니클은 가주 재키 어윈 하원의원(42지구)이 캔푸드(Canned food) 등 식료품 유통기한을 명확하게 표기하는 법안(AB 660)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현행 캔푸드에 표기된 ‘판매기한(sell by)’ 표기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신 식료품 제조사는 ‘최상의 사용기한(best if used by)’ 또는 ‘사용기한(use by)’ 중 하나를 유통기한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지사 서명을 받으면 2025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법안을 발의한 어윈 의원은 현행 식료품 유통기한이 소비자 중심이 아닌 생산자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캔푸드 등을 구매한 소비자는 해당 제품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어윈 의원은 “현행 판매기한은 식료품점이 해당 제품을 언제까지 취급해야는지를 알려줄 뿐 소비자에게는 무의미한 표기”라며 “식료품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유통기한 표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019년 5월 연방 식품의약국(FDA)는 소비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유통기한을 가장 명확하게 표기하는 방법으로 최상의 사용기한(best if used by)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FDA는 “유통기한에 표기된 날짜의 핵심은 품질에 관한 것이지 안전에 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로 보관만 한다면 날짜가 지나도 버릴 필요가 없지만, 표시법 혼란 탓에 먹어도 안전한 식품까지 마구잡이로 버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FDA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통기한 표기 혼란으로 식품의 약 20%가 버려지고 있다.   김형재 기자유통기한 식료품 유통기한 표기 식료품 유통기한 캔푸드 유통기한

2023-05-09

[인공지능개척시대] ‘AI-메이드’ 표기 시대 오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다. 배움에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책을 훔쳤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이 희소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도서관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쌓여 있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배움을 장려하고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책 도둑은 다른 도둑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그러면 글 도둑은 도둑인가. 책 도둑과 글 도둑은 말은 비슷해도 뜻이 전혀 다르다. 글 도둑은 남이 쓴 글을 가져와 마치 자신이 쓴 것인 양 행세하는 경우다. 배움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의 글을 이용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돈을 벌고자 하는 심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글 도둑은 도둑이 맞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는 무서우리만큼 멋진 글을 써낸다.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달리2’와 같이 전문 화가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도 있다. 이러한 생성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작품을 학습해서 이와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기존 인간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작품을 도둑질해 간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작품을 학습하더니 이제 원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렇게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그저 기존 작품을 배워 창작해 내는 기술일 뿐이라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창작 활동의 기쁨을 누리고 창작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는 사회적 혜택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생성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소송이 제기될 기세다. 현행법상 많은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생성 인공지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쩌면 생성 인공지능은 18세기 이후 제조업에 진행된 산업혁명과 비슷한 변화를 창작 산업에 가져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옷을 예로 들어보자. 산업혁명 전까지 모든 이들이 사람이 직접 짠 옷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는 공장 기계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생산된 옷을 입는다. 그 덕분에 질 좋은 옷을 훨씬 더 싼 가격에 풍족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든 옷도 남아 있다. 명품일수록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의 창작 산업의 광경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사람 대부분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적으로 생성된 작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값싸고 질 좋은 창작물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예술가가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만들어 낸 작품도 남아 있을 것이다. 명품 옷에 붙어 있는 ‘핸드-메이드’ 표시처럼 ‘휴먼-메이드’라는 말이 작품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하는 동안에는 생성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간 창작물과 구별해서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제도를 고려해 봄 직하다. 미래에 창작물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 굳이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공장에서 만든 옷에 굳이 공장제라 표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창작물을 보면 인간이 만들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누군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타인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고서는 마치 직접 만든 것인 양 표시해서 이득을 얻고자 꾀할 수 있다. 이런 행태가 허용된다면 원작품을 만든 저작자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빼앗기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동기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도둑질이 만연한다면 가파르게 성장해온 K문화산업을 이끌어 온 재능들이 산업을 떠나고, 성공적인 K문화의 입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창작 산업에 있어 근본적 변혁의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창작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 산업이 한층 더 도약하고 모두가 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릴 길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인공지능개척시대 메이드 표기 창작 산업혁명 생성 인공지능 인공지능 덕분

2023-02-26

국적기, 울릉도 옆 '죽도' 표기…독도 일본식 표기 아니냐 혼란

한국 국적기에서 항로를 보여주는 화면 가운데 울릉도 옆 ‘죽도(Jukdo)’ 표기 때문에 일부 승객들이 혼선을 빚었다.   LA에 사는 유모씨는 지난 1월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를 이용해 한국에 다녀왔다.   유씨는 “한국 도착을 앞두고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는지 알아보려고 스크린을 통해 항로를 보는데 울릉도 옆에 있는 섬이 ‘죽도’로 표기돼 있었다”며 “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이 ‘다케시마’ 인데 그게 바로 죽도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씨는 일부 항공편의 문제라 생각하고, LA로 돌아오는 에어프레미아 항공기에서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여전히 울릉도 옆의 섬은 ‘죽도’로 표기돼 있었다.   유씨와 일부 승객들은 한국 국적기에서 ‘죽도’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황당해했다. 이는 일본이 실제 죽도 대신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는 것 때문에 혼선을 빚는 것이다. ‘다케시마’의 한자가 ‘竹島(죽도)’이기 때문이다.   실제 죽도는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하는 작은 섬이다. 울릉도와의 거리는 약 1.8마일(약 3km)이다. 독도 역시 울릉군에 속해 있지만, 울릉도와의 거리는 약 54마일(약 87km) 정도다.   유씨가 본지에 제공한 에어프레미아 항로 사진을 살펴보면 화면에 표시된 ‘죽도’는 울릉도와 가까운 곳에 있어, 이는 독도가 아닌 실제 죽도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본지는 에어프레미아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현재(23일 오후 4시)까지 입장을 듣지 못했다.   한편, 죽도는 둘레가 약 4마일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산책로와 해안도로, 역사 유적인 낙산성, 벽화 마을 등 다양한 관광지도 있어서 울릉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일본 표기 죽도 표기 국적기 울릉도 표기 때문

2023-02-24

[기고] ‘AI-메이드’ 표기 시대 오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다. 배움에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책을 훔쳤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이 희소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도서관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쌓여 있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배움을 장려하고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책 도둑은 다른 도둑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그러면 글 도둑은 도둑인가. 책 도둑과 글 도둑은 말은 비슷해도 뜻이 전혀 다르다. 글 도둑은 남이 쓴 글을 가져와 마치 자신이 쓴 것인 양 행세하는 경우다. 배움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의 글을 이용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돈을 벌고자 하는 심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글 도둑은 도둑이 맞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는 무서우리만큼 멋진 글을 써낸다.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달리2’와 같이 전문 화가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도 있다. 이러한 생성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작품을 학습해서 이와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기존 인간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작품을 도둑질해 간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작품을 학습하더니 이제 원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렇게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그저 기존 작품을 배워 창작해 내는 기술일 뿐이라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창작 활동의 기쁨을 누리고 창작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는 사회적 혜택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생성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소송이 제기될 기세다. 현행법상 많은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생성 인공지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쩌면 생성 인공지능은 18세기 이후 제조업에 진행된 산업혁명과 비슷한 변화를 창작 산업에 가져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옷을 예로 들어보자. 산업혁명 전까지 모든 이들이 사람이 직접 짠 옷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는 공장 기계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생산된 옷을 입는다. 그 덕분에 질 좋은 옷을 훨씬 더 싼 가격에 풍족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든 옷도 남아 있다. 명품일수록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의 창작 산업의 광경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사람 대부분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적으로 생성된 작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값싸고 질 좋은 창작물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예술가가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만들어 낸 작품도 남아 있을 것이다. 명품 옷에 붙어 있는 ‘핸드-메이드’ 표시처럼 ‘휴먼-메이드’라는 말이 작품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하는 동안에는 생성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간 창작물과 구별해서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제도를 고려해 봄 직하다. 미래에 창작물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 굳이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공장에서 만든 옷에 굳이 공장제라 표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창작물을 보면 인간이 만들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누군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타인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고서는 마치 직접 만든 것인 양 표시해서 이득을 얻고자 꾀할 수 있다. 이런 행태가 허용된다면 원작품을 만든 저작자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빼앗기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동기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도둑질이 만연한다면 가파르게 성장해온 K문화산업을 이끌어 온 재능들이 산업을 떠나고, 성공적인 K문화의 입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창작 산업에 있어 근본적 변혁의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창작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 산업이 한층 더 도약하고 모두가 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릴 길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기고 메이드 표기 창작 산업혁명 생성 인공지능 인공지능 덕분

2023-02-24

[우리말 바루기] “섰거라”, “물렀거라”

“기침, 게 섰거라” “감기야, 물렀거라”처럼 ‘섰거라’ ‘물렀거라’가 올바른 표기법인 것이 놀랍다는 이가 많다. “기침, 게 섯거라” “감기야, 물럿거라”로 써야 맞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발음으로는 구분되지 않아 표기법이 헷갈릴 때는 어디서 온 말인지 생각해 보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섰거라’를 ‘섯거라’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섰거라’는 ‘서 있거라’가 줄어든 말이다. 받침을 ‘ㅅ’이 아닌 ‘ㅆ’으로 표기하는 것은 ‘서 있거라’에서 온 말임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이다. 본딧말의 ‘있-’에 사용된 받침 표기가 줄어든 말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말이 줄어들더라도 하나의 개념을 하나의 형태로 일관되게 적는 게 한글맞춤법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면 본딧말과 준말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   ‘물렀거라’를 ‘물럿거라’로 적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다. ‘물러 있거라’가 줄어든 말이므로 ‘있-’의 받침을 살려 ‘물렀거라’로 표기한다.     ‘여기 있소’ ‘여기 있다’ ‘여기 있습니다’를 줄일 때도 주의해야 한다. ‘옛소’ ‘옛다’ ‘옛습니다’는 바른 표기법이 아니다. ‘옜소’ ‘옜다’ ‘옜습니다’로 적는다. ‘옜소’는 ‘여기 있소’가 ‘예 있소’로 줄어들고 다시 ‘옜소’로 줄어든 말이다. ‘옜다’ ‘옜습니다’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우리말 바루기 받침 표기

2023-02-08

[우리말 바루기] ‘컨셉’은 바른 표기일까?

다음 중 바른 표기를 고르시오.   ㄱ.컨셉 ㄴ.컨셉트 ㄷ.콘셉 ㄹ.콘셉트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여서 표기와 관련해 질문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또 불만이 많은 단어이기도 하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이 맞는 표기로 ‘ㄱ.컨셉’을 골랐으리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컨셉’이라 얘기하기 때문에 가장 익숙하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알다시피 해당하는 영어는 ‘concept’인데 [t] 발음이 문제다. 사전적으로 분명하게 [t] 음가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강하게 발음하지 않아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들리는 그대로 ‘컨셉’이라 적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에서는 원래 음가가 있는 것은 그대로 살려 적는다. 따라서 ‘컨셉’이 아니라 ‘컨셉트’가 된다. 그렇다면 ‘ㄴ.컨셉트’가 바른 표기일까?   그렇지 않다. ‘concept’에서 ‘con’의 발음이 다시 문제다. 영어로는 ‘칸’이나 ‘컨’에 가깝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 외래어 표기에서는 일반적으로 ‘콘’으로 통일해 적는다. ‘concert’를 ‘콘서트’로, ‘contents’를 ‘콘텐츠’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 역시 ‘con’이 ‘칸’ 또는 ‘컨’에 가깝지만 모두 ‘콘’으로 적는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콘셉트(concept)’라는 표제어를 올려 놓았다. 따라서 ‘ㄱ.컨셉’ ‘ㄴ.컨셉트’ ‘ㄷ.콘셉’이 아니라 ‘ㄹ.콘셉트’로 적는 것이 사전에 맞는 표기다.   이러한 설명을 해도 ‘콘셉트’는 내키지 않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콘셉트’ 대신 ‘개념’ ‘관념’ 등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면 된다. 문맥에 따라선 ‘구상’ ‘의도’ ‘생각’ 등으로 바꿔도 된다.우리말 바루기 컨셉 표기 외래어 표기

2022-12-08

[우리말 바루기] 숫자 표기

다음 숫자 표기 중 바른 것을 고르시오.   ㉠152000 ㉡152,000 ㉢십오만이천 ㉣15만2천 ㉤15만2000   아라비아숫자는 수를 나타내는 보편적 방식이지만 표기하고 읽는 방법은 동서양이 좀 다르다. 서양의 경우 1000단위(세 자리)마다 쉼표(콤마)를 찍으며 1000단위로 읽는다. 사우전드(thousand), 밀리언(million), 빌리언(billion)… 하는 식이다. 반면 동양에서는 네 자리인 10000단위로 끊어 읽는다. 즉 네 자리마다 만(萬), 억(億), 조(兆), 경(京)… 등으로 읽어 나간다. 우리 맞춤법은 이를 따라 10000단위마다 ‘만’ ‘억’ ‘조’ 등의 글자를 넣어 표기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152000’은 서양식도 우리식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다. ‘㉡152,000’은 서양식 표기법이다. ‘㉢십오만이천’은 숫자 모두를 우리말로 적은 것이다. 이런 표기 방식은 없다. ‘㉣15만2천’은 네 자리, 즉 ‘만’ ‘억’ ‘조’ 등에만 한글을 넣는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나온 표기다. ‘㉤15만2000’은 맞춤법이 규정하고 있는 우리식 숫자 표기법으로 문제의 정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론 국제 기준에 따라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어 표기하는 경우(㉡152,000)도 많다. 복잡한 수를 표기할 때는 대부분 이 방식을 쓴다.  우리말 바루기 숫자 표기 숫자 표기 표기 방식 우리식 숫자

2022-10-24

[독자 마당] ‘구운 김’ 제품 표기 유감

20여 년 전에만 해도 한국에 다녀온 지인들은 굽지 않은 김 한 톳을 선물로 주곤 했다. 당시 김 가격도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가볍고 부피도 작아 한국에서 선물용으로 가져오기도 좋았다. 김 선물을 받으며 김밥을 만들 때 쓰기도 하고 때로는 기름을 발라 구워 먹기도 했다. 장기 보관도 가능했다. 냉동실에 마른 김을 넣어두면 오래되어도 변질이 되지 않아 냉동실 한 쪽에 마른김 한두톳은 늘 있었다.     요즘은 한인 마켓에 가면 다양한 김 제품들이 있다. 특히 기름 바르고 굽는 번거로움 때문에 구운 김을 주로 사 온다. 그런데 항상 구운 김을 구입하면서  ‘몇장이나 들었을까?’ 살피지만 장수 표기가 된 제품은 많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유통 기간만 확인하고 구매를 하게 된다. 장수 표기가 되어 있는 구운 김 제품은 딱 한 번 본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산 구운 김 제품도 바람을 빵빵하게 넣은 부피 큰 포장지 한쪽에 20g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이게 상술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을 무게로 생각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전장이 몇장 들어 있다거나, 6분의 1장 크기의 김이 몇장 들어 있다고 표기를 하는 게 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뚜막 한 쪽에서 솔가지로 들기름 바르고 고운 소금 뿌려 만든 구운 김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처럼 반듯한 모양은 아니지만 사위어가는 장작불 숯에 구웠던 그 바삭함과 맛은 최고였다. 그래서 지금도 마켓에 가면 구운 김은 빠트리지 않고 구입하는 품목이다. 다만 내가 거주하는 곳은 한인 마켓이 멀어 자주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      구운 김 생산업체들은 포장지에 포장된 김의 장수를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에게는 김의 무게보다 장수 표기가 훨씬 유용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박영혜·리버사이드독자 마당 제품 표기 제품 표기 장수 표기 포장지 한쪽

202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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