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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공상과학 드라마 우리 태양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리 태양계 사실 태양계 원자핵 주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2024년은 윤년

갑진년 올해 2월은 29일까지 있다. 2024년은 윤년이기 때문이다. 보통 2월은 28일까지지만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의 2월은 하루가 더 있어서 29일이 있다. 만약 윤년 2월 29일에 태어나면 생일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게 된다.   우주에는 조 단위가 넘는 은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은하에는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반짝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와 은하수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가 바로 은하수인데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은하 중심에 가까인 있는 별처럼 은하 활동의 영향을 덜 받아서 지금까지 별 일 없었다고 추측한다.     게다가 태양은 크기가 비교적 작은 별이어서 그 수명이 길었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 생명체가 발현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질 만큼 진화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태양이란 이름의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사는 우리 인간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인간은 모든 것을 자연 현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 천체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았다.   지구는 스스로 자전하면서 여느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우리 선조는 지구가 한 바퀴 완전히 자전하는 기간을 하루라고 정했다. 그렇게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 태양 주위를 정확하게 한 바퀴 공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것을 하루라고 정했고,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딱 365일이 아니라 정확하게 따지면 365.2422일 걸렸다. 그래서 0.2422라는 자투리를 4번 모았더니 대충 하루가 되는 것에 착안하여 4년마다 하루씩 억지로 넣어서 맞게 했는데 그것이 율리우스력이라고 불리는 달력 체계다.     하지만 자투리를 모아서 억지로 맞춘 율리우스력도 128년마다 하루씩 오차가 생기자 1582년에 조금 더 수정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을 만들었다. 그레고리력이란 1592년 당시 교황이던 그레고리오 13세가 그때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을 조금 더 손봐서 만든 태양력이다. 여기서 말한 율리우스력이란 기원전 4세기경에 로마 제국 일대를 평정하고 제왕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 표현으로는 줄리어스 시저가 제정한 달력 체계다.     흔히 윤년이 되면 윤달에 윤일을 추가하여 365일이던 1년이 366일이 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윤년과 윤일은 양력의 개념이지만, 윤달은 음력을 따질 때 쓰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니 절대로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 2024년은 윤년이어서 2월이 28일로 끝나지 않고 윤일을 넣어 29일까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2월이 윤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매일 변하는 달은 같은 모양이 되는데, 그러니까 음력의 한 달은 29.53일이므로 음력의 1년은 354일이고 양력은 365일이어서 1년에 약 11일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음력에서 양력과의 날짜가 한 달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19년에 7번 끼워 넣는 달을 윤달이라고 한다. 작년 2023년은 윤달의 해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윤년 태양 주위 태양계 천체 우리 태양

2024-05-24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별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밤하늘의 별은 예술 활동의 배경이 되거나 농사의 지침이 되고, 뱃길의 방향을 알려주고, 심지어는 우리 운명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지난 글에서 누누이 밝힌 바 있듯이 별이란 핵융합 하여 빛과 열을 내는 천체로서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사실 별은 밤이 되면 떴다가 새벽이 밝을 무렵에 지는 것이 아니라 대낮 하늘에도 수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지만 햇빛이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지금 우리 눈에 비교적 크게 보이는 해와 달을 빼고, 또 몇 개 안 되는 지구의 형제 행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우리 은하에 산재한 별이거나 별처럼 보이는 외부 은하다. 우리 은하 말고도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별의 집단인 은하가 있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 맨눈에는 그저 한 개의 별처럼 반짝거린다.     태양도 별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와 너무 가까워서 크고 밝게 보이는 것뿐이지 은하수에 산재한 반짝이는 별 중 하나다. 태양이란 별에는 총 8개의 행성이 그 주위를 동심원을 그리며 공전하고 있는데 태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그 여덟 행성의 이름이다. 그리고 각각의 행성은 많게는 백 개가 훨씬 넘는 위성을 갖고 있는데 지구에는 달이라고 불리는 위성 하나뿐이다. 그러므로 태양이란 별 주위에는 자신의 위성을 가진 여덟 행성이 공전하고 있으며 이를 통틀어 태양계라고 부른다.     태양은 홑별이지만, 많은 별은 쌍으로 존재하거나 세 개나 그 이상인 경우도 많다. 그런 별(중심성)에서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은 보이지 않는다. 중심성이 상대적으로 워낙 크고 밝기 때문이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삼중성계에 속하는 별 중 하나인데, 따라서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말이다. 태양 빛이 약 4년 3개월 정도 걸려야 도착하는 먼 곳이다. 우리와 가장 가깝다는 별까지 가는데 빛의 속도로도 4년이 넘게 걸린다니 참 대단하다.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의 한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약 10만 년 걸린다고 하니 아무리 우수한 비행술을 발명한다고 해도 인간이 극복하기에 절대로 불가능한 거리다.     얼마 전에 지구와 교신이 끊어진 보이저호는 1977년에 발사되어 올해로 47년째 총알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날고 있다. 지금 어디쯤 가고 있냐면, 겨우 태양계 끝부분을 벗어났다고 하는데 그렇게 별 하나를 벗어나서 다른 별로 가는 것을 성간 여행이라고 한다. 자신이 속한 별을 빠져나가는데 반백 년이 걸리고,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는데 앞으로 수만 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가 속한 은하의 규모이고 과학 기술을 현주소다.     미래 어느 날 획기적인 기술이 발명되어 은하 끝까지 갔다고 치자, 우리 은하와 바로 이웃한 은하가 바로 안드로메다은하인데 두 은하 사이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250만 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우리 우주에 그런 은하가 수조 개나 된다니 상상의 범위를 넘는 공간이다. 물론 이론상이기는 하지만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가 수조 개가 모여서 우주가 되는데 어떤 이들은 그런 우주도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측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은하가 수조 은하수 은하 태양계 끝부분

2024-05-0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보이저호

지난 연말 보이저 2호와 교신이 끊어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보이저 1호는 태양으로부터 약 240억km, 2호는 약 200억km 떨어진 곳을 날고 있다고 하는데 이 두 쌍둥이 탐사선은 1977년에 태양계 바깥쪽 행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발사되어 지금까지 47년을 쉬지 않고 나는 중이다.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멀리 간 물체다.   최근에 갑자기 생긴 이상을 바로잡느라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교체했다는 소식이 있고 나서 연락이 끊겼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빛의 속도로도 보이저호의 현재 위치까지 가는 데 22시간이나 걸린다는데 만약 보이저호에 사람이 타고 있다면 지구에 있는 친구와 카톡이 오가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이미 태양권 덮개를 지나 성간에 진입한 상태다.     성간이란 말 그대로 별과 별의 사이를 말한다. 지구가 속한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은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인데 보이저호는 그런 성간을 통과해서 약 2만 년 후에야 그 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보이저호의 속도는 시속 6만km라고 한다. 우리 별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센타우루스자리의 세 별을 포함해서 약 4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있다. 게다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에는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펴도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규모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총수는 지구를 덮고 있는 흙 알갱이보다 많다.   보이저호는 1977년 늦여름에 2호가 먼저, 그리고 보름 후에 1호가 발사되었다. 원래 목표는 4년 동안 목성과 토성을 관측하는 것이었으나 지금까지 47년을 날면서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 태양계 바깥쪽 행성은 물론 이제는 태양을 떠나 은하 공간에 진입했다. 태양과 멀어지면서 태양열 이용이 점점 힘들어지자 동력을 아끼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수명을 늘리다 연락이 끊겼다. 우주 탐사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대체로 두 대의 탐사선을 거의 동시에 쏘아 올린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첫 번째 실패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는 지구를 출발하여 약 61억km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촬영을 했다. 수성과 화성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렇게 지구를 포함하여 태양계의 여섯 행성을 한꺼번에 촬영할 수 있었다.     아직은 태양계를 빠져나가지 않은 곳이지만, 지구는 보일 듯 말 듯 불과 한 점에 불과했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저마다 다른 공전 경사각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행성이 일직선 위에 정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매 170년에 한 번씩 대충이라도 그런 정렬을 함으로 보이저호는 그때 맞춰 발사되었고 운 좋게 태양계의 가족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1977년 당시 보이저호에 내장된 컴퓨터 메모리의 용량은 지금 우리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의 용량에 비해도 턱없이 적다. 그래서 영상을 아주 작게 조각 내서 조금씩 지구로 전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보이저호에는 골든 레코드라는 지구 소개를 담은 LP 레코드가 실려있는데 우리 말 '안녕하세요?'를 비롯해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다. 외계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고등 생명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호와 그림을 사용해서 지구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았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보이저호 현재 보이저호 당시 보이저호 태양계 바깥쪽

2024-03-1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골든 레코드

골든 레코드에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실려있다. 1977년 NASA는 보이저 1호와 2호를 발사했는데 골든 레코드를 함께 실어 보냈다. 음악의 아버지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라면, 우주 개발의 아버지는 칼 세이건이다.     그는 우선 '창백한 푸른 점'이라 유명한 말을 했고, 태양계 외행성 탐사선에 우리 인류 문명과 지구를 소개하는 골든 디스크를 실어 보낸 사람이며, Cosmos라는 교육용 TV 시리즈로 과학의 대중화 선구자였고, 나중에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로 나온 공상과학 소설 '콘택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칼 세이건은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유명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도움을 받아 우리 정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이해 가능한 방법으로 지구를 소개하는 레코드판을 만들어 보이저호에 실어 보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우리 은하에 외계 생명체의 존재 확률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NASA에서는 태양계 바깥쪽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그때는 명왕성도 행성이었다)을 탐사하기 위해서 보이저 계획을 세웠는데 칼 세이건이 지구의 과학, 음악, 풍경 사진, 언어 등을 범 우주적 기호를 사용하여 함께 실어 보내자고 제안하여 만든 것이 바로 골든 레코드다. 거기에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말도 함께 들어있다.   아직 CD가 나오기 전이어서 구리로 만든 12인치 LP 디스크를 금으로 도금하여 알루미늄으로 만든 케이스에 담았다. 대충 우리 정도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외계 생명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의 정체를 너무 낱낱이 알려주었다가 혹시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보이저호는 태양계의 끝자락을 지나 성간(별과 별 사이의 공간)에 진입했다. 우리 별 태양의 끝에 도착하는 데만 무려 35년이 걸렸다. 지구를 떠난 지 13년 되던 해인 1990년 보이저 1호는 해왕성을 지나 명왕성으로 향하던 길에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에서 약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향해 사진을 찍었다. 지구의 모습은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다.     그 작업을 주도한 칼 세이건은 이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4만 년을 더 날아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한다. 우리가 속한 은하인 은하수에는 그런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다.   그 사이 우리의 과학 기술은 엄청나게 발달하여 이제 우주의 시작과 끝을 넘볼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우주 탐사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그 결과도 바로 알 수 없다. 외계 지적 생명 탐사(SETI)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우주의 크기다.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여 캘리포니아 서해안에서 한국 쪽을 향해 목이 터지라 고함을 친다고 강원도에 사는 사람에게 들릴 리 없다. 고성능 마이크로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지른다 한들 태평양을 가로질러 한국까지 들리겠는가. 우리가 지구에서 전파를 보내고 우주선에 온갖 정보를 실어 보낸다 해도 태평양을 향해 소리치는 격이다. 설령 외계 생명체가 곳곳에 바글바글 살고 있다고 해도 서로 연락하기에는 턱없이 넓은 우주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레코드 외계 생명체 골든 레코드 태양계 외행성

2023-04-2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소행성대

태양계의 행성 궤도 중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작은 천체가 무리를 지어 공전하고 있는데, 이를 소행성대라고 한다. 18세기 후반에 접어들 무렵 그때까지 알려진 태양계의 행성은 우리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등 6개뿐이었다.     그런데 독일의 수학자 티티우스가 그 여섯 개 행성의 위치에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서 n으로 잡은 항에 0부터 1, 2, 3 순서대로 숫자를 넣었더니 수성, 금성, 지구, 화성까지의 천문단위가 나왔다. 천문단위(AU)란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하여 1로 잡은 것이다. 그러므로 태양에서 지구까지가 1AU면 태양에서 해왕성까지의 거리는 30AU가 되는 식으로 태양계 내에서 거리의 단위로 편리하게 사용한다.     화성 다음 궤도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4를 건너뛰고 5를 넣어 계산했더니 목성까지의 천문단위가 나왔다. 몇 년 후 독일의 천문학자 보데가 이 공식을 세상에 소개했지만, 처음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십여 년 후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했다. 목성까지는 우리 맨눈에 보이지만 천왕성은 망원경을 이용해서 발견한 최초의 행성이었다.     그렇게 발견된 천왕성은 공교롭게도 티티우스의 공식에 6을 대입한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정식으로 티티우스-보데의 공식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자신이 붙자 이번에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아무 것도 없는 궤도, 즉 건너뛴 4를 넣은 곳을 뒤졌다. 티티우스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그 자리를 비워 두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레카! 결국, 거기서도 행성을 발견하고 세레스라고 이름 지었다. 그곳에는 세레스 말고도 덩치가 아주 작은 조각들이 무리 지어서 궤도를 돌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을 통틀어서 소행성대라고 한다. 세레스는 비록 덩치가 작기는 했지만 향후 반세기 동안 태양에서 다섯 번째에 있는 행성 노릇을 하다가 나중에 왜행성으로 분류되었다. 천왕성에 이어 세레스까지 발견한 과학자들은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을 의심 없이 믿었다. 그러나 그 후 발견된 해왕성과 명왕성이 그 공식에 맞지 않자 공식은 자연스럽게 사장되었다.   처음에는 행성이 깨지면서 그 잔해가 소행성대를 이루었다고 생각했으나, 조사 결과 바로 이웃의 덩치가 큰 목성의 중력이 원시 행성을 이룰 미행성(행성 재료)을 방해하여 계속 조각 상태로 떠다닌다는 것이다. 지구나 화성은 태양계가 생겼을 때 강착이란 과정을 겪으며 하나의 큰 행성으로 뭉쳐졌지만, 소행성대는 그런 과정이 없어서 아직도 작은 조각이 넓게 퍼져 그 궤도를 함께 공전 중인데 소행성대라고 부른다.     태양계는 안쪽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있고 다음에 소행성대가 공전하고 있으며, 그 외곽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돌고 있고 그 바깥이 카이퍼벨트이며 태양에서 거의 1광년 떨어진 곳에 오르트 구름대가 있는데 태양의 중력이 거기까지 미친다고 한다. 우리 태양도 그런 별 중 하나이고 이것이 밤하늘에서 보일락 말락 반짝거리는 별의 속 모습이다. 우리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과 행성이 되지 못하고 떠도는 소행성대가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소행성대 우리 태양계 행성 궤도 화성 목성

2023-04-1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똥별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란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여기에 별똥별이 나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긴 꼬리를 달고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빈 적이 있다. 하지만 고작 1~2초 사이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소원을 다 빌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빌던 소원이 중간에서 끊어졌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모른다. 대체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별이 떨어지면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했다. 별똥별의 한자어는 유성이다.     우리 우주는 거의 비어 있다. 그러나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은하가 널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천억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은하가 이 우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은하는 엄청난 수의 행성, 즉 별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각각의 별은 자신을 공전하는 행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안드로메다은하에는 1조 개에 가까운 별이 있지만, 우리가 속한 은하인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태양이다.     그 태양 주위를 모두 8개의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데 태양에서 세 번째로 가깝게 도는 행성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다. 그리고 지구 주위를 달이라는 위성이 돌고 있다. 수성과 금성에는 위성이 없고 지구에는 달이란 위성 딱 하나뿐이지만, 우리의 형제 행성인 목성의 위성은 80개나 되고 토성에는 83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아주 긴 타원궤도를 그리며 도는 혜성이란 것도 있다. 그리고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보다 좀 더 작은 천체를 특별히 왜소행성이라고 부르는데 얼마 전 태양계 행성에서 탈락한 명왕성이 바로 왜소행성에 속한다.     중심성 태양에서 거의 일정한 규칙을 따라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돌고, 그 다음에는 한 궤도를 건너뛰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우리 태양계를 이루고 있다. 건너뛴 그곳에는 행성은 없고 작은 천체 조각이 무리를 지어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그 작은 무리를 일컬어 소행성대라고 한다.     그런 소행성대의 아주 작은 파편이나,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 그리고 태양계를 떠돌던 먼지가 우연히 지구 공전 궤도 상에 놓이게 되면 지구가 그곳을 지날 때 지구 중력에 끌려와서 지구 대기권과의 마찰로 타게 된다. 그렇게 타면서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이 유성, 즉 별똥별이다. 대부분 추락 중에 모두 연소해버리지만, 때에 따라서 타다 만 작은 조각이 땅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운석이다.     대체로 유성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해서 유성우라고도 하는데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가 널려있는 곳과 지구 공전 궤도와 겹칠 때 별똥별이 무더기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유성은 행성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가 아니라 지구 대기권을 통과할 때의 마찰로 타기 때문에 마치 빛을 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 별똥별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서 우리에게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유성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파고들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유성우가 쏟아진다고 하지 말고 우리가 유성 속으로 돌진한다고 표현해야 옳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똥별 태양계 행성 인도인 별똥별 지구 공전

2023-03-0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계의 구조

태양계 모형을 보면 가운데 태양이 있고 그 주위를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옹기종기 자기 궤도를 따라 돌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모형 때문에 태양계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양계를 쉽게 묘사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었을 뿐 상당히 잘못된 축척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제대로 된 태양계 모형을 만들어 본다. 우선 공터 한 가운데 지름이 1cm 되는 구슬을 준비하고 그것을 지구라고 가정하면 태양부터 해왕성까지의 크기는 지름이 약 11km나 돼야 하므로 공터를 포기하고 아주 넓은 평야로 나가야 한다.     우선 지름이 11km인 큰 원을 그리고 그 중앙에 태양을 놓는다. 지구가 구슬 크기라면 우리가 만들 모형에서의 태양은 초등학교 운동회 때 박 터트리기에 쓰는 공보다 조금 커야 한다. 정확한 축척을 따지면 지름이 1m9cm이다.     그런 태양을 가운데 놓으면 지구를 상징하는 작은 구슬은 약 176m 떨어진 곳에 두어야 한다.     이제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는 내행성인 수성과 금성의 자리를 잡을 차례다. 지구의 크기가 1cm라면 수성은 지름이 0.4cm 정도 되는 작은 콩을 사용해서 중심에서 68m 떨어진 곳에 놓는다.     금성은 지구보다 살짝 작은 0.9cm 정도 되는 구슬을 사용하면 되는데 중심에서 136m 떨어트려 놓으면 된다. 다음은 화성인데 중심에서 267m 떨어진 곳에 지구 크기의 딱 절반인 0.5cm 크기의 콩을 사용하면 된다.   이제 외행성 차례다. 태양계에서 덩치가 가장 큰 행성이 바로 목성인데 지구가 1cm 되는 구슬이라면 목성은 그 열한 배가 조금 넘는 11.2cm로 자몽 정도의 크기인데 중심에서 910m 떨어진 곳이 자기 자리다. 토성은 9.4cm 되는 제법 큰 신고 배 정도로 1.8km 떨어진 곳에 놓으면 된다. 천왕성은 4cm 되는 탁구공 크기이고 3.4km 떨어져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보다 약간 작은 해왕성은 크기가 3.9cm로 중심에서 5.6km 떨어진 곳에 두면 된다.   해왕성의 바깥쪽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 집단을 카이퍼 벨트라고 부르며 얼마 전 태양계 행성에서 빠진 명왕성도 여기에 속한다. 중심을 잡은 곳에서 약 9km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곳이 태양계의 끝이 아니다. 태양 빛이 표면을 떠나서 약 1년 정도 걸려서 도착하는 곳이 오르트 구름인데 꼬리를 가진 혜성이 발원하는 곳이다. 태양의 인력이 대체로 여기까지 미친다고 한다.     우리가 만든 모형에서조차 중심에서 약 5,000km나 되는 먼 곳이다. 그런 모형에서도 5,000km라니 입이 쩍 벌어진다. 참고로 미국 서부해안의 LA에서 동부해안의 뉴욕까지 4,000km다. 지구를 1cm의 크기로 줄여도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그 끝은 미국을 횡단해도 모자란다.     약 반세기 전에 지구를 출발했던 보이저호는 지금 카이퍼벨트를 통과하는 중이다. 보이저호는 앞으로 1만6700년 후 우리 별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지날 예정이다.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다. 은하수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에는 1조 개가 넘는 별이 있다. 그런 은하들이 수천억 개가 모여서 우주를 이룬다. 아무리 상상을 하려고 해도 그 이상이다. 그래서 우주는 무한하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계 구조 태양계 모형 태양계 행성 지구 크기

2023-01-13

[이 아침에] 살별의 노래

운명을 믿지 않는다. 맞장 뜰 생각도 없고 피해 갈 이유도 없다. 운명은 수천만개의 천체와 별들의 운행 속에 캄캄한 밤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지는 살별의 흔적이다.  혜성(彗星, 살별)은 꼬리별이다. 태양계에 속하는 행성들은 작은 점이나 원형으로 빛을 내지만 살별은 긴 꼬리를 끌고 움직인다. 초기 태양계 외곽에서 존재하던 살별은 태양의 중력으로 태양계로 진입하는데 큰 질량을 가진 혜성을 만나면 궤도를 바꾸거나 다른 행성에 부딪혀서 부서지고 태양 밖으로 사라진다. 운명은 혜성처럼 진로가 없다. 살별의 빛나는 긴 꼬리도 먼지나 티끌일 뿐이다.       싱글러브 전 유엔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이 지난달 19일 100세로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반대하다가 35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강제로 퇴역당했다. 한국의 군사원조를 중단하고 5년 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그 뒤 백지화된다.   운명의 물꼬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터진다. 총장님 추천으로 미공보원장댁의 한국어교사 채용 인터뷰를 했는데 다른 대학에서 온 쟁쟁한 영문과 수재들을 제치고 내가 발탁된 것은 영어를 잘 못 하는 국어국문학과 학생이기 때문이다. “미국말 잘하는 사람 필요 없어요. 한국말 잘하면 됩니다.” 라우리 여사가 나를 선택한 이유다. 운명이라는 것은 고삐 풀인 말처럼 때로는 광야를 달린다. 미국공보원(USIS)은 미국문화원(American Cultural Center)으로 이름이 바뀐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학생활은 캄캄하고 지루했다. 친구들과 잔디밭에 뒹굴며 육영수여사께 ‘개교기념일 날 놀러오세요’라고 편지를 보냈는데 청와대에서 답신이 왔다.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영부인 초청 대학생과의 대담’에서 사회를 맡았다.     운명이 달력에 동그라미를 친다면 그 날이다. 7월4일 미국독립 200주년 기념 파티에 양국정부의 귀빈들만 참석하는 잔치에 초대받는다. 라우리씨가 칠레 대사로 영전돼 ‘작별 인사를 한국말로 하고 싶다’고 해서 선생 자격으로 참석했다. 살별의 꼬리는 어디쯤에서 궤도를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그 파티에서 제임스를 만난다. 그 해 8월15일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하고 마지막 가까이 수행한 여대생이라서 정보부 보호(감시)로 애도방송에 출연, 대규모 집회에 연사로 등장한다,     싱글러브 장군을 처음 만난 것은 유신헌법 반대 운동 데모로 서슬이 시퍼렇던 때다. 학교는 등교하는 날보다 닫는 날이 더 많았고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항시 따라다녔다. 한국 사정은 미국이 더 잘 간파하고 있었다. 제임스가 긴급시 미8군 부대에 급히 숨을 수 있도록 출입증을 발급해 주었다. 바늘에 실도 꿰어보지 못한 내 ID카드의 직책은 재봉사, 언제든지 피신이 가능했다.   싱글러브 장군에게 한국요리를 대접한 것은 그해 가을이다. 눈이 어질고 깊었다. 제임스가 한국 여성상 빛내느라 내가 요리를 잘한다고 큰소리친 덕분에 전기밥솥 스위치도 안 눌러 본 솜씨로 관사에서 ‘장군을 환영하는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 솜씨 좋으신 어머니가 만드신 요리를 접시에 담기만 했다. 장군은 김을 좋아했다.     몇 년 후 미국에 오고 방송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장군의 목소리를 들었다. 영웅은 죽지 않는다. 잠시 태양 밖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빛에 빳빳하게 잘 다려진 군복의 어깨에서 별이 반짝거렸다. 그의 별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영원한 별이 되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작가이 아침에 살별 노래 혜성 살별 초기 태양계 싱글러브 장군

2022-09-1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창백한 푸른 점

1977년 미국은 태양계의 외행성 탐사를 목적으로 보이저호를 발사했다. 그동안 보이저 1호는 45년을 날아서 태양계를 막 빠져나가 성간 여행에 진입했다. 반백 년이나 걸려서야 겨우 태양계 끝에 도달한 보이저호는 지금은 지구가 속한 태양이라는 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을 향해 계속 날고 있다.     그동안은 태양계 내부 여행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별과 별 사이의 여행에 접어든 것이다. 우주선을 실은 로켓을 발사할 때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통 두 대를 연이어 발사하는데 보이저 계획도 2호가 먼저 발사되고 보름 후에 1호가 발사되었는데 다행히 두 대 모두 현재 성간을 날고 있다.   우리 지구가 속한 별은 태양이다. 그리고 우리의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이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연료 고갈로 연락이 끊어진 상태의 보이저호가 공기 저항이 없는 별 사이를 계속 날아서 1만 6700년 후에는 드디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영향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 순간을 위해 아껴두었던 연료가 있어서 잘 도착했다고 소식을 보낸다면, 무전은 빛의 속도와 같으니까 다시 4년 반이 걸려서 우리의 후손에게 도착할 것이다. 우리의 별인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가 4.5광년이니까 빛의 속도로 4년 반이 걸린다는 말이다.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태양이나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같은 별이 수천억 개나 널려 있다. 그런 천문학적인 숫자의 별들이 모인 은하가 또 수천억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그러므로 우주에 산재한 별의 총수는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으로 지구상의 모래 알갱이보다 많다. 지구는 그런 별 중 하나인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으며, 그 위에 77억 인생이 저마다 길흉화복을 절절히 느끼며 바글거리고 산다.   항해를 계속하던 보이저 1호는 1990년 해왕성을 지날 무렵 지구를 향해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지구에서 약 61억km 떨어진 곳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마치 암흑 속의 한 점에 불과했다. 우리의 별인 태양계조차 벗어나지 못한 곳에서 본 지구는 보이저 항해를 기획한 칼 세이건의 표현에 따르면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 콘택트의 원작자인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하지만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중략)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잠깐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창백 태양계 내부 보이저호가 공기 프록시마 센타우리

2022-07-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계

태양은 지구를 포함하여 모두 8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 전체를 통틀어서 태양계라고 부른다. 태양은 크기가 지구의 100배가 넘으며 질량은 무려 30만 배나 되고, 약 46억 년 전에 태어나서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내며 그 수명이 123억 년이다.     태양 빛이 지구까지 도착하는데 약 8분이 걸리는데 그 빛과 열에 의해서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되었다.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약 99%를 차지한다. 그러니 태양을 농구공에 비교하면 나머지 행성들은 콩이나 좁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8개의 행성은 지구형과 목성형으로 분류되는데, 지구형 행성이란 지구처럼 표면이 단단한 행성을 말하며 태양계 안쪽에 있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이 여기에 속한다.     목성형 행성은 기체로 이루어진 행성으로 태양계 바깥쪽의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일컫는다.   수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으로 태양을 가장 가깝게 돌고 있다.   금성은 표면 온도가 가장 뜨거운 행성이다. 지구보다 조금 작지만 가장 밝은 행성으로 흔히 샛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전 속도가 느려서 금성의 하루는 그 1년보다 길 뿐 아니라 자전의 방향도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반대여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   화성은 지구의 하루와 거의 같은 길이의 밤낮이 있고, 지축도 지구만큼 기울어 있어 사계절도 있다. 몇 번에 걸쳐 탐사선이 착륙하여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주 희박한 대기와 자기장도 없어서 방사선 피폭도 막을 수 없어 생명체가 살기 불가능해 보인다. 최신형 우주선으로도 편도당 약 7개월이 걸린다.     목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크며 거대한 가스 덩어리다. 목성 주위에는 총 79개나 되는 위성이 존재한다.   토성은 적도 위에 여러 개의 고리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큰 행성이지만 밀도가 엄청나게 낮은 가스행성으로 82개나 되는 위성이 그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천왕성은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마지막 행성이다. 원래는 해왕성이 천왕성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두 행성의 공전 주기의 차이로 때문에 두 행성의 궤도 순서가 바뀌어 지금은 천왕성이 안쪽에 그리고 그 바깥에 해왕성이 공전하고 있다.   해왕성은 태양계 가장 바깥쪽 행성이다. 반세기 전인 1781년에 발견된 천왕성의 불규칙한 움직임에 착안하여 그 이유가 혹시 바깥쪽에 있을지 모르는 또 하나의 행성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그 근처를 망원경으로 뒤져서 찾아낸 행성이다. 천체역학적 계산에 의한 천체의 발견은 그 당시 엄청난 일이었다고 한다.     행성의 기준은, 첫째 항성(별) 주위를 공전해야 하며, 둘째로 어느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구형에 가까운 형태여야 하고, 셋째 자신의 공전 궤도 상에 있는 작은 천체를 흡수하여 독자적 궤도를 가져야 하는데 명왕성은 그 기준이 미흡하여 2006년에 퇴출되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계 태양계 바깥쪽 태양계 안쪽 태양계 전체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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