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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보이저호

박종진

박종진

지난 연말 보이저 2호와 교신이 끊어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보이저 1호는 태양으로부터 약 240억km, 2호는 약 200억km 떨어진 곳을 날고 있다고 하는데 이 두 쌍둥이 탐사선은 1977년에 태양계 바깥쪽 행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발사되어 지금까지 47년을 쉬지 않고 나는 중이다.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멀리 간 물체다.
 
최근에 갑자기 생긴 이상을 바로잡느라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교체했다는 소식이 있고 나서 연락이 끊겼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빛의 속도로도 보이저호의 현재 위치까지 가는 데 22시간이나 걸린다는데 만약 보이저호에 사람이 타고 있다면 지구에 있는 친구와 카톡이 오가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이미 태양권 덮개를 지나 성간에 진입한 상태다.  
 
성간이란 말 그대로 별과 별의 사이를 말한다. 지구가 속한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은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인데 보이저호는 그런 성간을 통과해서 약 2만 년 후에야 그 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보이저호의 속도는 시속 6만km라고 한다. 우리 별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센타우루스자리의 세 별을 포함해서 약 4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있다. 게다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에는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펴도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규모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총수는 지구를 덮고 있는 흙 알갱이보다 많다.
 
보이저호는 1977년 늦여름에 2호가 먼저, 그리고 보름 후에 1호가 발사되었다. 원래 목표는 4년 동안 목성과 토성을 관측하는 것이었으나 지금까지 47년을 날면서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 태양계 바깥쪽 행성은 물론 이제는 태양을 떠나 은하 공간에 진입했다. 태양과 멀어지면서 태양열 이용이 점점 힘들어지자 동력을 아끼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수명을 늘리다 연락이 끊겼다. 우주 탐사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대체로 두 대의 탐사선을 거의 동시에 쏘아 올린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첫 번째 실패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는 지구를 출발하여 약 61억km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촬영을 했다. 수성과 화성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렇게 지구를 포함하여 태양계의 여섯 행성을 한꺼번에 촬영할 수 있었다.  
 
아직은 태양계를 빠져나가지 않은 곳이지만, 지구는 보일 듯 말 듯 불과 한 점에 불과했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저마다 다른 공전 경사각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행성이 일직선 위에 정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매 170년에 한 번씩 대충이라도 그런 정렬을 함으로 보이저호는 그때 맞춰 발사되었고 운 좋게 태양계의 가족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1977년 당시 보이저호에 내장된 컴퓨터 메모리의 용량은 지금 우리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의 용량에 비해도 턱없이 적다. 그래서 영상을 아주 작게 조각 내서 조금씩 지구로 전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보이저호에는 골든 레코드라는 지구 소개를 담은 LP 레코드가 실려있는데 우리 말 '안녕하세요?'를 비롯해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다. 외계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고등 생명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호와 그림을 사용해서 지구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았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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