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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골든 레코드

박종진

박종진

골든 레코드에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실려있다. 1977년 NASA는 보이저 1호와 2호를 발사했는데 골든 레코드를 함께 실어 보냈다. 음악의 아버지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라면, 우주 개발의 아버지는 칼 세이건이다.  
 
그는 우선 '창백한 푸른 점'이라 유명한 말을 했고, 태양계 외행성 탐사선에 우리 인류 문명과 지구를 소개하는 골든 디스크를 실어 보낸 사람이며, Cosmos라는 교육용 TV 시리즈로 과학의 대중화 선구자였고, 나중에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로 나온 공상과학 소설 '콘택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칼 세이건은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유명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도움을 받아 우리 정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이해 가능한 방법으로 지구를 소개하는 레코드판을 만들어 보이저호에 실어 보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우리 은하에 외계 생명체의 존재 확률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NASA에서는 태양계 바깥쪽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그때는 명왕성도 행성이었다)을 탐사하기 위해서 보이저 계획을 세웠는데 칼 세이건이 지구의 과학, 음악, 풍경 사진, 언어 등을 범 우주적 기호를 사용하여 함께 실어 보내자고 제안하여 만든 것이 바로 골든 레코드다. 거기에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말도 함께 들어있다.
 
아직 CD가 나오기 전이어서 구리로 만든 12인치 LP 디스크를 금으로 도금하여 알루미늄으로 만든 케이스에 담았다. 대충 우리 정도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외계 생명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의 정체를 너무 낱낱이 알려주었다가 혹시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보이저호는 태양계의 끝자락을 지나 성간(별과 별 사이의 공간)에 진입했다. 우리 별 태양의 끝에 도착하는 데만 무려 35년이 걸렸다. 지구를 떠난 지 13년 되던 해인 1990년 보이저 1호는 해왕성을 지나 명왕성으로 향하던 길에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에서 약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향해 사진을 찍었다. 지구의 모습은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다.  
 
그 작업을 주도한 칼 세이건은 이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4만 년을 더 날아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한다. 우리가 속한 은하인 은하수에는 그런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다.
 
그 사이 우리의 과학 기술은 엄청나게 발달하여 이제 우주의 시작과 끝을 넘볼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우주 탐사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그 결과도 바로 알 수 없다. 외계 지적 생명 탐사(SETI)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우주의 크기다.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여 캘리포니아 서해안에서 한국 쪽을 향해 목이 터지라 고함을 친다고 강원도에 사는 사람에게 들릴 리 없다. 고성능 마이크로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지른다 한들 태평양을 가로질러 한국까지 들리겠는가. 우리가 지구에서 전파를 보내고 우주선에 온갖 정보를 실어 보낸다 해도 태평양을 향해 소리치는 격이다. 설령 외계 생명체가 곳곳에 바글바글 살고 있다고 해도 서로 연락하기에는 턱없이 넓은 우주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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