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창백한 푸른 점
그동안은 태양계 내부 여행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별과 별 사이의 여행에 접어든 것이다. 우주선을 실은 로켓을 발사할 때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통 두 대를 연이어 발사하는데 보이저 계획도 2호가 먼저 발사되고 보름 후에 1호가 발사되었는데 다행히 두 대 모두 현재 성간을 날고 있다.
우리 지구가 속한 별은 태양이다. 그리고 우리의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이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연료 고갈로 연락이 끊어진 상태의 보이저호가 공기 저항이 없는 별 사이를 계속 날아서 1만 6700년 후에는 드디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영향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 순간을 위해 아껴두었던 연료가 있어서 잘 도착했다고 소식을 보낸다면, 무전은 빛의 속도와 같으니까 다시 4년 반이 걸려서 우리의 후손에게 도착할 것이다. 우리의 별인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가 4.5광년이니까 빛의 속도로 4년 반이 걸린다는 말이다.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태양이나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같은 별이 수천억 개나 널려 있다. 그런 천문학적인 숫자의 별들이 모인 은하가 또 수천억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그러므로 우주에 산재한 별의 총수는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으로 지구상의 모래 알갱이보다 많다. 지구는 그런 별 중 하나인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으며, 그 위에 77억 인생이 저마다 길흉화복을 절절히 느끼며 바글거리고 산다.
항해를 계속하던 보이저 1호는 1990년 해왕성을 지날 무렵 지구를 향해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지구에서 약 61억km 떨어진 곳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마치 암흑 속의 한 점에 불과했다. 우리의 별인 태양계조차 벗어나지 못한 곳에서 본 지구는 보이저 항해를 기획한 칼 세이건의 표현에 따르면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 콘택트의 원작자인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하지만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중략)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잠깐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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