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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슬픔과 고통 속에 빛나는 태양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어떤 것에 몹시 놀란 사람은 비슷한 사물만 보아도 겁을 낸다. 내가 끔찍이 싫어하는 건 지렁이 뱀 등 땅에 기어다니는 환형동물이다. 마른 나무가지나 꾸부정한 실 꽁지만 봐도 기겁하고 놀란다.   현풍 할매 곰탕으로 소문난 읍내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초갓집이 버섯처럼 옹기종기 붙은 삼거리동네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좁은 논두렁 따라 갈매기처럼 줄지어 갈 때는 등에 매달린 보자기 속에서 양은 도시락이 달그락 소리를 냈다.   다들 냅다 잘 내빼고 달리기도 잘 하는데 난 왜 항상 꼴찌였을까. 한 여름을 달군 땡볕이 뺨을 빨갛게 달구던 오후, 촐랑촐랑 딴 생각하며 집으로 오는 길에 뭔가 미끄덩하는 순간 나자빠졌는데 논두렁에 똬리 튼 뱀을 밟은 것.   엄마 등에 업혀 집에 왔는데 밤새 “뱀 잡자” 헛소리를 하고 앓았다. 기억은 몽롱 하지만 스르르 몸을 풀며 논으로 들어가는 뱀을 본 것 같다. 지금도 뱀 그림만 봐도 소름이 끼치고 지렁이나 땅에 기는 것들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공포증(Phobia)은 불안장애의 한 요인으로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공포증을 느껴 오한 발열 경련 어지러움 두근거림 구역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타나토포비아(Thanatophobia)는 죽음에 대한 공포증, 자신 또는 주변 인물의 죽음과 존재의 상실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죽음만큼 더 고통스러운 기억은 없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멈춰선 나는 죽을 것만 같은 피로감으로 난간에 기댔다. 그리고 핏빛 하늘에 걸친 불타는 듯한 구름과 암청색 도시가 있었다. 그때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 소리를 들었다.’ 뭉크가 1892년 1월에 남긴 ‘절규’에 관한 글이다. ‘절규’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정신병원 근처 바닷가 길로 정신질환으로 입원해 있던 뭉크의 누이동생 로라 카트린느를 만나기 위해 드나들었던 정신병원으로 가는 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명성에 비해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는 오슬로 시 소재 뭉크 미술관에서 핏빛 하늘과 불타는 구름, ‘절규’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본다. 얼마나 더 큰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절규하며 공포에 시달려야 생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를 근심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국민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생과 죽음의 근원에 존재하는 고독, 질투, 불안 등을 담은 표현주의 화가의 선구자로 꼽힌다. ‘나는 날마다 죽음과 함께 살았다’고 고백할 만큼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을 안고 산다. 5살 때 결핵으로 어머니와 사별하고 9년 후 사랑하는 누이 소피가 죽고 뭉크도 결핵에 걸려 죽음의 공포와 망상에 시달린다.   정신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는 동안 뭉크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고 큰 충격과 위로를 받고 노르웨이의 자부심이 된 ‘태양(1911년, 캔버스에 오일, 455x780cm, 오슬로대학교 소장) 시리즈을 제작한다. 오슬로대학 창립 100주년을 맞아 그린 대형 벽화 ‘태양’은 노르웨이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뭉크의 얼굴이 그려진 노르웨이 화폐 1000 크로네의 뒷면을 장식한다.   불안과 우울함이라는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도 생명과 희망의 빛을 포기하지 않았던 뭉크는 절망보다는 희망을 노래한다. 슬픔과 고통 대신 눈부신 희망을 담아낸 뭉크의 태양처럼 내일은 내일의 찬란한 태양이 또 다시 떠오른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고통 태양 공포증 자신 에드바르 뭉크 오슬로대학교 소장

2024-09-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빛의 속도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찰나를 살던 우리 인간은 감히 빛의 속도를 체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빛은 속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가 올 때 번쩍거리고 나서 천둥소리를 듣던 우리는 소리에 속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일 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도는 빛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생각을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였다. 17세기 중엽에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실험을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빛의 속도를 알려는 인류 최초의 시도였다.     갈릴레이는 서로 마주 보이는 두 개의 산봉우리 꼭대기에 등불을 설치하고 빛이 왕복하는 시간을 측정해서 빛의 속도를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너무 과소평가한 까닭이었다. 갈릴레이의 장난 같은 실험 후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식 현상을 이용하여 26%라는 오차가 있었지만, 인류 최초로 빛의 속도를 그나마 정밀하게 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빛은 전자기파 중에서 우리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부분이다. 그래서 전자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았다. 이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왜 빛의 속도가 우주 속도의 한계인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빛에 근접할 속도를 내려면 물체의 길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현대 과학 기술 수준으로 빛의 속도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면 화살의 속도는 말이 달리는 속도와 화살의 속도를 합한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말 위에서 플래시 불빛을 비추면 말의 속도와 상관없이 플래시 불빛은 항상 빛의 속도와 같다. 다시 말해서 빛의 속도는 빛을 내는 물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항상 초속 30만km로 일정하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초속 0.34km인데 반해 빛은 일 초에 30만km를 간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19초가 걸리고, 지구를 떠난 빛이 달까지는 1.3초 걸려 도달한다. 47년 전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태양계 끝자락인데 빛이 그곳까지 가는 데 22시간 걸린다. 보이저호는 지금 초속 20km 정도 되는 속도로 날고 있는데 이는 총알보다 약 20배나 빠른 어마어마한 속도다. 로켓이 반세기 걸리는 곳인데도 빛은 만 하루 만에 주파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태양을 떠난 빛이 태양계를 완전히 떠나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그 빛이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는데 4년 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은하에는 그런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우주의 외곽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니 거기서 출발한 빛은 절대로 우리 눈에 도달할 수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우리를 중심에 놓고 모든 방향으로 약 460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한다. 조금 전에 얘기한 대로 로켓이 50년을 가는 거리를 단 하루에 주파하는 빛의 속도로 460억 년이 걸린다니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에서 빛은 속도의 한계이고,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속도 우주 속도 플래시 불빛 태양 표면

2024-08-09

[문장으로 읽는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돈이 떨어지자, 배고픔이 그들의 삶에 어둠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마리암은 배고픔이 순식간에 삶의 핵심이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굶어서 죽는 것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으려 했다. 마리암은 어떤 집 과부가 마른 빵을 갈아서 쥐약을 묻혀 일곱 명의 자식에게 먹이고, 자신이 가장 많이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 라일라가 말했다. “눈앞에서 제 자식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내 아기만이라도 살려 주세요.”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사진이 잊히질 않는다. 엄마들이 갓난아기들을 철조망 너머로 던졌다. 어떤 아기는 낯선 외국 군인 품에 안겼고, 어떤 아기는 철조망 위로 떨어졌다. 목숨을 건 생이별의 현장. 탈레반은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 21세기라고 믿기지 않는 야만의 지옥도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이다. 영화로도 유명한 전작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또 한 번 아프간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계속되는 전쟁과 혼란, 궁핍, 폭압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얘기다. 스무살도 더 나이 많은 남자와 강제혼인하는 마리암은 결혼하며 처음 부르카를 입는다. “망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게 낯설었다. …주변을 볼 수 없게 되니 힘이 빠졌다. 그녀는 주름진 천이 입을 질식시킬 것처럼 압박하는 게 싫었다.”   아름답고 역설적인 제목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17세기 시 ‘카불’에서 따왔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찬란 태양 아프가니스탄 출신 철조망 위로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2024-05-2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2024년은 윤년

갑진년 올해 2월은 29일까지 있다. 2024년은 윤년이기 때문이다. 보통 2월은 28일까지지만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의 2월은 하루가 더 있어서 29일이 있다. 만약 윤년 2월 29일에 태어나면 생일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게 된다.   우주에는 조 단위가 넘는 은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은하에는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반짝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와 은하수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가 바로 은하수인데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은하 중심에 가까인 있는 별처럼 은하 활동의 영향을 덜 받아서 지금까지 별 일 없었다고 추측한다.     게다가 태양은 크기가 비교적 작은 별이어서 그 수명이 길었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 생명체가 발현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질 만큼 진화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태양이란 이름의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사는 우리 인간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인간은 모든 것을 자연 현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 천체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았다.   지구는 스스로 자전하면서 여느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우리 선조는 지구가 한 바퀴 완전히 자전하는 기간을 하루라고 정했다. 그렇게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 태양 주위를 정확하게 한 바퀴 공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것을 하루라고 정했고,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딱 365일이 아니라 정확하게 따지면 365.2422일 걸렸다. 그래서 0.2422라는 자투리를 4번 모았더니 대충 하루가 되는 것에 착안하여 4년마다 하루씩 억지로 넣어서 맞게 했는데 그것이 율리우스력이라고 불리는 달력 체계다.     하지만 자투리를 모아서 억지로 맞춘 율리우스력도 128년마다 하루씩 오차가 생기자 1582년에 조금 더 수정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을 만들었다. 그레고리력이란 1592년 당시 교황이던 그레고리오 13세가 그때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을 조금 더 손봐서 만든 태양력이다. 여기서 말한 율리우스력이란 기원전 4세기경에 로마 제국 일대를 평정하고 제왕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 표현으로는 줄리어스 시저가 제정한 달력 체계다.     흔히 윤년이 되면 윤달에 윤일을 추가하여 365일이던 1년이 366일이 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윤년과 윤일은 양력의 개념이지만, 윤달은 음력을 따질 때 쓰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니 절대로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 2024년은 윤년이어서 2월이 28일로 끝나지 않고 윤일을 넣어 29일까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2월이 윤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매일 변하는 달은 같은 모양이 되는데, 그러니까 음력의 한 달은 29.53일이므로 음력의 1년은 354일이고 양력은 365일이어서 1년에 약 11일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음력에서 양력과의 날짜가 한 달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19년에 7번 끼워 넣는 달을 윤달이라고 한다. 작년 2023년은 윤달의 해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윤년 태양 주위 태양계 천체 우리 태양

2024-05-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거리 단위

이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돈다. 그런 빛이 우주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가는데 약 930억 년 걸린다고 한다. 우주는 지금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어서 관측 가능한 경계 바깥에서 떠난 빛은 우리에게 도착할 수 없다. 계산 결과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약 930억 광년이라고 한다. 오히려 영원이라든가 무한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지구상에서 거리를 계산할 경우 km라는 단위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320km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까지는 약 38만 5천km 정도 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는 약 1억 5천만km인데 엄청나게 멀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큰 숫자라 쉽게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지구에서 태양까지를 1AU(astronomical unit 천문단위)라고 정해서 태양계 안에서 행성까지의 거리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참고로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는 약 30AU인데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의 30배나 멀리 떨어진 곳에 해왕성이 있다는 말이다. 태양계의 최외곽에 존재한다는 카이퍼 벨트까지는 30~50AU이고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언저리에 있는 오르트 구름까지는 2천~5만AU라고 추측한다.   태양은 별이며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가 은하수 은하다.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태양과 같은 별이 바글거리는데 태양과 가장 가깝게 이웃한 별이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다. 우리 태양은 홑별, 즉 별 하나가 여러 행성을 가지고 태양계를 이루고 있지만, 센타우루스는 별 셋이 모여서 하나의 항성계를 이룬다. 거기서는 하늘에 태양이 세 개다.     우리 은하에는 홑별이 가장 많지만, 별 둘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흔하다. 센타우루스자리의 3중성은 우리와 너무 멀어서 지구에는 그저 하나의 별로 보인다. 빛이 태양을 떠나 제일 가까운 이웃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가는데 4년 3개월이 걸리므로 간단히 4.25광년 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먼 경우 km나 천문단위를 사용하지 않고 광년, 즉 빛이 일 년 동안 여행하는 거리를 쓰면 편하다. 빛은 1초에 30만km를 가니까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는 30만km x 60초 x 60분 x 24시간 x 365일 x 4.25년을 하면 km로 답이 나온다. 태양에서 거문고자리의 직녀성까지 26광년이고, 태양에서 북극성까지는 약 430광년쯤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직녀성까지 가는 데 26년 걸리고 북극성까지 도달하는 데는 약 430년 걸린다는 말이다. 설사 빛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으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먼 거리다. 그런데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구는 태양을 1년에 한 번 공전하기 때문에 6개월 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정확히 반대 방향에 위치하게 되므로 하지와 동지 사이에 변한 그 별까지의 각도를 알면 삼각형의 원리를 이용해서 태양으로부터 그 별까지의 거리가 나온다.     이때 그 사잇각이 1도의 1,800분의 1일 때 구해지는 거리를 1파섹이라고 잡는다. 그렇게 하면 빛이 약 3년 3개월 정도 가는 거리가 1파섹이 된다. 별이나 은하끼리의 거리를 말할 때 우리 일반인들은 대체로 광년을 사용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오히려 파섹이란 거리 단위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거리 거리 단위 태양 표면 우리 태양

2024-04-19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태양의 정열을 삼킨 나라

스페인은 여행 가이드마다 찬양하고 다녀온 사람들도 최고의 여행지였다고 극찬하는 매력적인 나라다.   일단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가 큰 몫을 한다. 여행자의 즐거운 하루를 보장하는 데 화사한 햇살과 눈부신 하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스페인을 이루는 문화도 참 다채롭다. 피카소와 가우디, 축구와 플라멩코를 비롯해 투우의 강렬함과 시에스타(낮잠)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태양빛에 물든 이 낭만의 나라는 독특한 건축양식과 개성 넘치는 문화와 특유의 정열적인 분위기, 강렬한 플라멩코 선율이 흐르는 가장 이색적인 유럽을 보여준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로 시작해 가우디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남긴 천재적인 창의력이 도시 곳곳에 번뜩인다. 그의 대표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바르셀로나 여행의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1881년 공사를 시작해 140년 넘게 공사 중인 미완성 대작은 아름다움을 넘어 성스럽기까지 하다. 높이 솟은 나선형의 돔과 포물선 지붕은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는 듯, 혹은 부드러운 흙으로 빚어낸 하나의 조형물 같은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레이알 광장, 카탈라나 음악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엔스, 산 파우 병원, 기암괴석 속에 세워진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등 도시 전체가 '가우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의 쌍두마차 격인 마드리드는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 박물관, 유적들이 매력을 발산한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이자 왕실의 상징인 마드리드 왕궁, 활기찬 분위기의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시민들의 휴식처인 레티로 공원 알깔라문 등이 대표 명소다.   톨레도는 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던 이색적인 도시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인근한 라만차 지방에서는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하얀 밀가루 풍차를 볼 수 있는 콘수에그라도 위치한다.   또 그라나다는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항복할 때까지 아랍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성'을 뜻하는 이름이 붙어졌다. 알카사바 요새,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스르 궁,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산타 마리아 성당,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모두 일컫는다.     카르멘과 돈주앙의 고향,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가 된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밤에도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 중심은 세비야 대성당인데 이 성당은 이슬람 사원 위에 지어진 이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태양 정열 지중해 태양빛 바르셀로나 여행 미술관 박물관

2023-09-2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

별이라고 하면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작은 별이 떠오른다. 그런데 매일 아침 동쪽 하늘에서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도 그런 수많은 별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친숙한 별이 맞다. 사실 태양은 가만히 있는데 그 주위를 공전하는 우리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이 보일 뿐이다.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으로 잡으면 태양은 46억 살이다. 여느 별처럼 태양의 주성분도 수소인데 수소가 핵융합하여 헬륨이 되면서 생긴 질량의 차이로 빛과 열을 낸다. 여기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공식 E=mc²이 등장한다.   따지고 보면 미미한 질량(m) 차이지만 여기에 빛(c)의 속도의 제곱(²)이 곱해지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E)가 나온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과 열이란 에너지로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지구에 생명체가 발현하여 문명을 이뤘다. 그러므로 우리 생명의 원천은 바로 태양이다.   태양이란 별이 자리 잡은 곳은 운 좋게 우리 은하의 변두리였다. 은하수의 외곽에 자리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은하 활동의 영향을 적게 받아서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행성인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하여 진화할 수 있었다.     태양의 8개의 행성을 포함하여 태양 주변의 모든 것을 통틀어 태양계라고 부른다. 하지만 중심성인 태양이 워낙 크고 밝아서 태양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태양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태양계의 총 질량 중 태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99.9%라니 덩치 큰 목성을 포함하여 여덟 행성과 위성, 그리고 소행성, 혜성, 유성, 심지어는 행성 간 먼지를 모두 더해도 0.1%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은 비교적 덩치가 큰 별에 속하는데 우주에 산재한 별들의 평균 질량은 대체로 태양의 15% 정도다. 태양의 지름은 지구 지름의 약 109배 정도이고 질량은 지구의 약 33만 배 정도 된다. 표면 온도는 섭씨 5,500도쯤 되며 중심부 온도는 1,500만 도에 이른다. 예상 수명이 124억 년이니 앞으로 78억 년 후면 그 수명이 다한다. 태양의 질량으로 미루어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는 109억 살이 되면 적색거성이 된다. 그때 태양은 지구 궤도까지 부풀어 오른 후 다시 수축하여 결국 지구만 한 크기의 백색왜성의 단계에 이르고 최후에는 흑색 왜성이 되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태양은 그 큰 덩치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중력으로 주변 물체를 끌어당겨 태양계를 이루고 있다. 편의상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1AU(천문단위)라고 정했는데 태양계의 최외곽 행성인 해왕성까지는 30AU,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모임인 카이퍼벨트까지는 50AU, 지금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110AU, 그리고 장주기 혜성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오르트구름까지는 약 5만 AU인데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근 1년 걸려 도착하는 이곳까지 태양의 중력이 미친다고 한다.   이왕 가는 김에 더 멀리 가보도록 하자. 태양 표면을 떠나 빛의 속도로 4년 반을 가면 비로소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 별이 나온다. 그런 별들이 4천억 개나 모여 비로소 우리 은하인 은하수를 이룬다. 그리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우주가 된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 태양 표면 태양 주위 편의상 태양

2023-09-01

[글마당] 땡볕 아래 텅 빈 거리에서

요즈음처럼 무척 더운 여름날이었다. 내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친구가 볼보 차를 운전해서 나를 이태원 초입 삼거리 콜트 동상이 있던 언저리에 내려놨다. 늘 저녁까지 함께 놀던 그가 대낮에 왜 나와 헤어지자고 했는지? 나는 아쉬움에 손을 흔들며 그와 눈 맞춤을 하려고 했다. 그는 내 시선을 무시한 채 싸늘한 표정으로 유턴해서 사라졌다.     학창 시절 그는 5번 나는 6번, 우리는 단짝이었다. 늘 붙어 다녔다. 배가 고프면 중국집으로 달려가 친구가 짜장면 하면 나는 짬뽕을 번갈아 가며 시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도 그가 사는 동작동에서 짬뽕과 짜장면을 나눠 먹고 헤어진 것이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이야. 그의 싸늘한 모습이 너무도 섬뜩해 이유를 묻지 않았다.   살면서 또 다른 두 만남도 태양 빛이 쏟아지던 대낮이었다. 지글거리는 태양을 쳐다보던 그가 “그만 집에 가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와 헤어져 뜨거운 내리막길을 쓰러질 듯 천천히 내려갔다.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만남도 땡볕이 내리쬐는 3시경이었다. 나는 돌아서 가는 그를 서너 번 뒤돌아봤다. 그도 두 번 뒤돌아 나를 봤다. 내가 마지막 돌아봤을 때 그는 짜증스럽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퉁이를 돌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또 ‘마지막 만남’이라는 슬픔에 가슴이 아렸다. 세 사람 모두 다시는 만난 적이 없다. 땡볕 아래에서의 가슴앓이가 너무 생생해서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마지막으로 마무리해서인가 보다.     그래서일까 지글거리는 땡볕 아래에 서면 누군가와 헤어짐이 시작되고 있는 듯 내 뼈를 두드리는 아픔이 들려온다. 슬픔이 서서히 온몸을 파고든다. 그럴 때 나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선탠을 한다.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내가 아닌 타인종이 되어 그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헤어짐을 잊고 싶어서인가 보다. 지난 4월에 적도에서 한 선탠 이후로 올여름에는 하지 않았다. 어린애들이 때가 되면 하던 짓을 멈추듯 선탠 중독도 멈췄다. 자연스럽게 나를 덮칠 때까지는 계속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올여름부터 더는 하고 싶지 않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헤어진 친구들도 안개 속으로 사라진 듯 잊히고 선탠도 멈추고, 시간이 해결해 줬다     카뮈의 이방인 소설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인 이유가 ‘뜨거운 태양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관계에 잘 적응하기 위해 꾸미고 거짓을 하다가 땡볕 아래에서는 마음속에 웅크리고 숨어 있는 분노를 더는 감출 수 없어서 분출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뜨거운 여름날에는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유 없는 화가 솟구쳐 마음속을 송두리째 상대에게 쏟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리우면 차라리 동네 바에 앉아 바 안의 손님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것이 낫다. 기네스 맥주를 시켰다. 쭉 들이켰다. 쓰다. 후련하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땡볕 거리 땡볕 아래 선탠 중독도 태양 아래

2023-08-11

[이 아침에] 궂은 날이 지나면 맑은 날이 온다

낯설었다. 남가주에 한바탕 내린 폭우도 낯설었고, 쏟아붓듯 떨어지는 빗줄기 사이로 운전하는 것도 생소했다. 야트막한 동네 뒷산까지 내린 눈이 그려놓은 산마루가 생경했고,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건물도 설면하기만 했다.     세차게 몰아치던 겨울 폭풍이 잦아들고, 비구름이 물러가면서 맑은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낯섦은 곧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파란 하늘 아래 떠 있는 뭉게구름을 벗 삼은 야자수는 여느 때처럼 하늘거리고, 눈 부신 태양은 남가주에 봄이 다가옴을 알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빗속에서 운전하느라 땅만 보고 달렸는데, 이제는 제법 멀리 보며 운전할 여유도 생겼다. 앞차의 뒤꽁무니에만 머물던 눈에는 어느새 도로 표지판은 물론 머리에 하얗게 눈 모자를 쓴 산등성이도 들어왔다.     ‘맑은 날과 궂은 날에는 이런 차이가 있겠구나.’ 먼 곳을 바라보며 운전하다가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 차이는 궂은 날은 가까이밖에 볼 수 없고, 맑은 날은 멀리까지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센 비가 내리치는 궂은 날에는 아무리 멀리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 운전이라도 할라치면 차선이 잘 보이지 않으니 땅만 보고 조심스럽게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앞에 차라도 있으면 그 차를 쫓는 게 안전하기에 그 차만 바라보며 달려야 한다. 도로 위에 패인 구멍이나 떨어진 나뭇가지를 피하느라 고개를 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와는 달리 맑은 날은 멀리 볼 여유를 갖는 날이다. 한참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은 물론, 주변에 있는 건물이며, 멀리 보이는 풍경과도 눈을 마주칠 수 있는 날이다. 땅만 바라보고 달릴 때 보이지 않던 행인들과 각종 간판, 손을 흔들며 반기는 꽃과 나무들, 구름 사이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비행기까지 볼 수 있는 여유는 맑은 날이 주는 선물이다.     맑은 날에는 멀리까지 볼 수 있고, 궂은 날에는 가까운 곳만 볼 수 있다는 말은 우리 인생길에도 해당한다. 인생에도 궂은 날이 있다.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질병과 사고를 만날 때,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압도할 때, 걱정 근심에 밤잠을 설칠 때, 원하지 않는 문제에 휘말릴 때, 몸담은 공동체가 갈등에 휩싸일 때,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등 수많은 형편이 먹구름이 되어 우리의 인생을 궂은 날로 만든다.     인생에 궂은 날이 찾아오면 눈앞만 보기에도 급해진다. 멀리 볼 생각은커녕 그저 주어진 일, 눈앞에 닥친 일을 넘어서느라 경황이 없다. 분명한 것은 세상에는 궂은 날만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궂은 날을 만드는 짙은 구름 위에는 맑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궂은 날이 지나면 반드시 맑은 날이 온다. 남가주에 불어닥친 꽃샘추위만큼이나 시린 인생의 궂은 날을 지나고 있다면, 조금만 참아보자. 먹구름이 걷히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맑은 날이 곧 올 것이다.     궂은 날이라고 꼭 고개를 숙이고 살라는 법은 없다. 맑은 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궂은 날에도 멀리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세상에서는 봄이 와야 꽃이 피지만, 인생에서는 꽃을 피우면 언제든 봄이 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궂은 날일지라도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는 이들의 인생에는 먹구름이 걷히고 금세 맑은 날이 찾아올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우리 인생길 하늘 아래 부신 태양

2023-03-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속도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말이 있다. 도대체 세월이 얼마나 빨리 느껴졌으면 시위를 떠난 화살만큼 빠르다는 것일까? 화살의 속도는 대체로 시속 240km쯤 된다고 한다. 인간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면 엄청 빠른 속력이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그렇게 지구가 도는 속도를 계산해 보니 지구는 태양 주위를 시속 107,000km로 돌아야 1년에 한 바퀴를 완주할 수 있다. 총알보다 30배나 빠른 속도라고 한다. 게다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스스로 자전을 하는데 자전 속도도 만만치 않다. 적도 부근의 자전 속도는 시속 1,700km나 된다. 그래서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어지러운 것일까? 우리는 그렇게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지구에 딱 붙어서 살고 있다.     우리가 그런 속도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마치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속도를 못 느끼는 것과 같다. 자동차 속의 모든 것은 자동차와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걸음은 시속 약 5km 정도 된다고 하며 뛴다면 시속 30km 정도다. 동물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소문난 치타는 시속 80km까지 낼 수 있다. 그것이 동물의 한계다.     그런데 소리는 공기 중에서 시속 1,234km나 된다. 그래서 빠른 비행기의 속력을 표시할 때 얼른 이해하기 쉽도록 음속을 기준으로 한다. 소리의 속도를 마하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전투기가 마하 2의 속력을 낸다거나 유도탄이 마하 3의 속력으로 난다고 말한다. 지구상에서는 비교적 빠르다는 것도 소리의 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그렇게 간단히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다르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약 8분 걸린다. 빛은 1초에 지구를 7번 반 돈다. 약 30만km를 여행한다. 그런 속도로도 태양계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까지 가는데 5시간 30분 걸린다. 이쯤 되면 사람의 속력이나 소리의 속도는 고사하고 빛의 속도를 써야 한다.     그런 빛의 속도로도 우리 별인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데 4년 반이 걸린다. 이제는 빛의 속도로도 그 빠르기를 표현하기에 버거워진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를 특별히 은하수 은하라고 부른다. 은하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약 4천억 개나 있는데 빛이 은하수를 가로질러 가는데 약 10만 년이 걸린다. 그리고 은하수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와는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다시 말해서 두 은하를 건너가려면 빛의 속도로도 250만 년 걸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빛의 속도도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서 단 한 가지 절대적인 것이 있다면 빛의 속도다.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사실이다.     관측 가능한 우리 우주의 지름이 약 930억 광년이라고 하니 빛이 930억 년을 가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영원이란 말로 귀결된다. 지구에 백 년 정도 사는 우리에게는 결국, 무한일 뿐이다.   참고로 속력은 영어로 speed라고 하며 그저 물체의 빠르기를 나타낼 때 사용하며 단위시간 당 움직인 거리를 말한다. 반면에 속도는 velocity라고 하며 물체의 빠르기 뿐만 아니라 그 방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의 직선거리와 방향을 뜻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속도 자전 속도 은하수 은하 태양 주위

2023-02-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광합성

태양계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모든 생명의 근원은 햇빛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반이 식물의 광합성이다. 광합성이 있으므로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원인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지구상의 생태계가 유지된다.   식물의 뿌리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하여 땅에서 물을 빨아들인다. 식물의 잎을 이루는 세포에는 엽록체라고 불리는 것이 있는데 다른 색은 흡수하고 녹색만 반사하기 때문에 식물의 잎은 녹색으로 보인다.     엽록체는 햇빛의 도움으로 뿌리에서 올라온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여 산소는 자기가 쓸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기공을 통해서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지구상의 산소 대부분은 식물에서 만들어진다. 그렇게 생긴 수소는 외부 대기로부터 들어온 탄소와 결합하여 탄소와 수소 화합물, 즉 탄수화물이 된다.     이렇게 엽록체는 빛을 이용하여 유기물인 포도당을 만들고, 포도당은 잠시 잎에 저장되었다가 녹말로 변해서 열매나 뿌리에 저장된다. 동물은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녹말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게 동물은 식물을 먹고 생명을 유지하지만, 죽은 후에는 92가지 우주의 기본 원소로 분해된 후 다시 식물에 흡수당하는 그런 순환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 대자연의 생태계다.   오래 전 초등학교에서 광합성은 물, 공기, 햇빛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배웠다. '햇빛'의 도움으로 '물'이 분해되어 생긴 수소와 '공기' 중 동물의 호흡작용으로 생긴 이산화탄소가 합쳐지면 탄소 수소 유기화합물이 된다. 이것이 바로 탄수화물이며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의 재료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취해 생존한다. 그러나 동물은 직접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할 수 없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수화물로 만들면 동물은 식물을 먹고 그 안에 저장된 에너지를 섭취한다. 동물이 숨 쉴 때 필요한 산소 또한 식물 광합성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조차 우리 자연계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이다.   그렇다면 엽록체 안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을 인공적으로는 할 수 없을까 생각해 본다. 공장에서 물과 공기와 햇빛을 가지고 우리의 에너지원인 녹말을 만들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없애고 그 대신 산소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가능한 이야기이고 그런 기술이 벌써 개발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효율이다. 식물의 광합성은 고효율인 데 비해 인공적인 광합성은 그 효율이 아주 낮아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고 한다. 마치 지금 핵융합을 이용한 발전이 이론상 가능하기는 하지만 100원어치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형편이다.   가끔 숲이 무성한 산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잎을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지천으로 널린 나뭇잎을 시금치나 상치처럼 식용으로 바꿀 수 있다면 식량문제 해결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핵융합 발전도 그렇고 인공지능도 인공심장처럼 언젠가는 상용화가 될 날이 올 것이다.     160년 전에 프랑스의 쥘 베른은 대포알을 타고 달나라에 간다는 말도 안 되는 공상 과학 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딱 한 세기 후 인류는 그와 같은 작동원리로 나는 로켓을 이용하여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광합성 식물 광합성 에너지원인 태양 에너지원인 녹말

2022-11-18

[글마당] 바다가 또 불렀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작아진다. 파도가 멀리서 거친 소리로 다가오면 나는 옛 생각에 잠긴다. 파도가 흰 거품을 물고 와 남기고 가버리면 나도 파도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올여름은 더웠다. 나는 더위를 모르고 지냈다. 더우면 바닷물에 들어가 있다가 나왔다. 젖은 몸을 태양 아래 서서 말렸다. 주위 사람의 다양한 행동들을 둘러보다가 더워지면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물에서 나와 몸에 맞게 모래를 비벼서 편하게 몸을 뉘었다. 사방이 훤히 트인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누워 있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다. 파도 소리를 두세 번 들으면 달콤한 깊은 잠에 빠진다.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라거나 아이들 노는 소리에 깨어난다. 먼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물에 목만 내놓고 다시 잠긴다.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 노화가 빨리 온다지만, 나는 선탠을 포기할 수 없다. 비키니를 입고 자고, 걷고, 해수욕을 반복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라도 된 느낌의 반복이 나만의 공간 속에 있는 듯 자유롭다.     이러한 행위는 실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내 꼴리는 대로 옷을 입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비난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 끌리는 대로 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 그들의 입으로 하고 싶은 말 하고 그들의 손가락으로 쓰고 싶은 댓글 쓰는데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변명하기도 귀찮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는 그저 바닷물이 나갔다가 파도를 끊임없이 쉬지 않고 물고 오듯 내 일하며 삶을 즐긴다.     남들에게 들은 비난들이 기억나지도 않지만, 듣는다고 한들, 내가 받으면 내 비난이 되지만 내가 받지 않으면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나 자신을 훈련하고 습관화한다. 오랜 세월 별 볼 일 없는 몸을 드러내고 선탠하고 바닷가를 거닌 것이 누군가의 시선과 비난에 무관심해지게 훈련할 수 있는 한 방법이었다. 쉽게 말하면 뻔뻔해지면 남의 시선과 말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나에게 삶은 꽤 흥미로운 열린 무대다. 내 할 일에 빠져 일하다가 즐기는 방법을 찾아 바다, 산, 들 그리고 낯선 길을 찾아 헤매다 보면 나는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있다. 자연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고 종교다.     내가 두고 온, 파도 소리 들어줄 인적이 끊긴 쓸쓸한 바닷가가 떠오르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바다 파도 소리 피부 노화 태양 아래

2022-09-23

[살며 생각하며] 달 이야기

지난 10일 추석날 저녁, 날씨가 흐려 보름달을 못 보나 했는데 저녁 7시경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린다. 손주를 맡기고 잠깐 외출한 며느리다. 흥분된 목소리로 지금 집채만 한 보름달이 솟아오르고 있으니 빨리 밖으로 나오란다. 미국 며느리지만 2주 전 필자가 쓴 추석 칼럼을 구글링하는 등 한국문화라면 귀찮을 정도로 묻고 파고드는 등 피로 낳은 아들, 딸보다 훨씬 지한파에 속한다.   아내와 함께 손주 손을 나눠 잡고 현관을 나서니 동쪽 하늘이 온통 장관이다. 반나절 전고국 산하를 비추었던 엄청난 크기의 밝은 보름달이 계수나무를 한끗 머금은 채 우리 집을 문안이나 하듯 키 큰 두 나무 사이로 고개를 디밀고 있지 않은가?   보름달은 해와 지구, 달이 일직선일 때 볼 수 있다. 그런데 달이 지구를 정방형이 아닌 타원 궤도로 공전키 때문에 보통의 경우 완벽한 원을 구성치 못한다. 그런데 2022년 올 추석에 뜬 보름달은 백 년 만에 보는 완벽한 풀문(Full Moon)으로 이날을 놓치면 38년 후인 2060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   어릴 때 고향에서 본 달 색깔은 붉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노란색 또는 푸른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대기 중에 먼지나 오염물질이 많이 쌓였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빛이 지구를 향하면서 대부분의 색상은 대기권에 도달하기 전 흩어지고 노란색만 지구에 도달하므로 생기는 현상임도 이번에 확인하였다.   한국은 지난 6월 21일 ‘누리호’를 세계 6번째로 우주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어 8월 6일 미국의 팰컨 9 라는 로켓을 통해 우리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우주로 보냈고 현재 달을 향해 항해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올 12월 16일 달궤도 진입, 12월 31일 달 상공 100km 도달, 그리고 1년간 매일 달 주위를 12번씩 돌며 5개의 탐사체(NASA의 셰도캠 포함)로달 표면을 정밀 탐색하게 된다.   달까지 직선거리는 38만4399km다.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는 4일이 채 안 걸려 7월 20일 도착했다. 그런데 ‘다누리’는 4개월 이상? 이는 적은 연료로 더 많은 장비를 싣고가기 위한 고육지책을 택했기 때문이다. 즉 달을 향해 직선 비행하는 대신 오히려 태양 쪽으로 멀리 날아간 뒤 기수를 돌리므로 총 59만5600km를 가는 완행비행로를 택했다.   이유는 기대기 전법! 즉 태양, 지구, 달 등 행성의 중력에 기대어 비행하므로 연료소모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다누리의 1차 목표는 ‘요정의 탑, 정체, 자기장 형성의 미스터리, 영구음영지역의 물 존재’ 등 달의 3대 비밀에 대한 해답을 갖고 오는 것이란다.   천문학자들이 가정하는 달의 생성설 가운데 가장 유력한 학설이 충돌설이다. 태초에 지구가 화성만 한 크기의 천체와 충돌하면서 그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기체와 먼지 구름을 만들면서 달이 생성되었다는 이론이다. 그때 충돌로 인해 튀어져 나온 여러 철과 중금속 조각들이 지구에 있던 액체상태의 철과 합쳐져 더 큰 금속의 핵을 만들었고 그것이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므로 대기권을 유지하고 또 태양의 인력을 차단해 지구가 인간의 생존환경을 보존케 되었다 뭐 이런 추론이다. 바라기는 ‘다누리’의 이번 여정을 통해 이런 추론을 증명하고 또 달의 비밀 중 일부라도 밝혀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 누리호와 함께 다누리의 성공담이 소개되었으면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이야기 태양 지구 추석날 저녁 중금속 조각들

2022-09-16

주택 태양열 전지판, 광고만 믿고 설치했다가 낭패

주택 태양열 전지판, 광고만 믿고 설치했다가 낭패     연방 정부 혜택 있지만 규정 꼼꼼히 살펴야       최근 온라인, 전화, 우편 등에서 주택 지붕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해보라는 광고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양열 전지판 설치의 장점은 최초 설치비용에 투자만 한다면 전지판이 낮 동안 저장한 태양 에너지를 사용해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고, 환경 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방정부는 최근 가정에서의 태양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더 높은 세금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주택용 태양열 전지판 업계는 아직 시작단계로, 많은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29일 폭스5뉴스는 이중 과대 혹은 허위 광고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열 전지판 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업체의 영업사원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전기요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해당된다.     폭스5뉴스가잠입취재한 결과, '핑크 에너지'라는 태양열 전지판 업체의 영업사원은 7만 달러에 달하는 설치비용만 지불하면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했다.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전지판을 설치했다고 해서 전기요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고객이 태양광 전지판 설치 후 시스템 작동을 위해 더 많은 전력이 사용돼 예상보다 높은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설치비용도 천차만별이다. 폭스5뉴스가 인터뷰한 샘 콜리어(66)씨는 일반적인 설치비용보다 저렴한 약 2만 8000달러만을 내고 전지판을 설치했다. 그의 비결은 다양한 할인과 리베이트 찾아서 받는 것이었다.     이달 초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으로 태양열 전지판 사용자는 시스템 총비용의 최대 30%까지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이전 26%에서 올라간 수치이며, 최소 10년 동안 유지될 예정이다.     조지아 법무부는 태양열 전지판 회사들을 조사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곳의 가격 정보를 비교해보고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는 등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윤지아 기자태양광 전지판 태양열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태양 에너지 허위 광고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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