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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서훈, 후손들도 몰랐다

사망 76년이 지나서야 국가로부터 2023년 독립유공자로 공적을 인정받은 안순필(페드로 안) 선생의 후손들이 표창 전수는커녕, 서훈 사실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의 아들은 흥사단 동남부지회 등에서 공로패를 받을 정도로 잘 알려진 지역 인사였다는 점에서 보훈처와 관할 공관인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대한 소극적·면피적 행정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멕시코와 쿠바 일대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로 꼽히는 안순필 선생의 손자 로렌조 주니어 안은 지난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제104주년 3.1절을 맞아 안순필 선생에 건국포장을 수여한 바에 대해 “가족 누구도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안 선생의 아들이자 쿠바 아바나의 통합 한인회 격인 재쿠한족단 부단장 등을 역임하며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한 안수명(영어명 로렌조)씨  역시 추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국인 멕시코 이민사(저자 이자경·1998)’와 김재기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안순필 선생은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해 에네켄(선박용 밧줄의 원료로 쓰이던 다육식물 용설란의 일종) 공장과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독립운동에 보탰다. 아바나에서 대한인국민회와 국어학교도 설립했다. 1918~1941년 여러 차례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다고 보훈처는 밝히고 있다.   이후 1924년 쿠바에서 태어난 안 선생의 아들 안수명씨는 부친에 이어 아바나 한인청년단 고문 등을 맡으며 현지 한인사회의 부흥과 독립운동을 위해 힘썼다. 흥사단 동남부 지회와 민주평통 애틀랜타 협의회가 2015년 안순필 선생의 공적에 대해 수여한 공로패와 감사패를 아들인 그가 대신 받았다.   안순필 선생의 부인 김원정씨 역시 한국학교에서 교육상담을 운영하고 대한여자애국단 아바나 지부를 설립해 초대 단장으로 일한 독립운동가다. 모두 독립 유공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잊혀졌다.     이후 2017년 이자경 연구가가 당시 재외한인학회 회장인 김재기 교수에게 국가유공자 신청을 문의했지만, 수년째 서훈이 답보상태였다가 지난해야 포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 연구가는 “쿠바 독립기념일이나 미국 국경일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나와 독립을 부르짖으며 시가행진을 펼친 게 이분들”이라며 “안순필 가계는 대한민국 해외항일운동사에 길이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훈을 받지 못한 재외한인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아야 할 기관은 정작 손을 놓고 있다. 안 씨 가족은 모두 쿠바 공산당을 피해 1961년 플로리다주로 망명해 살고 있지만, 관할 공관인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최종희 보훈 담당 영사는 “(후손이)국가보훈부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며 “공관에서는 후손 중 생존자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최 영사는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2022년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의 업무 협조를 위해 파견됐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 종료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보훈 영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업무 지정은 공관장의 영역”이라며 “보훈 영사는 주로 묘지 관리 등을 맡아한다”고 말했다.   안 선생의 손자 로렌조 주니어 안은 “올해 9월 아버지께서 100세 생신을 맞는다”며 “이미 돌아가신 애국지사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아버지께서 꼭 희생과 공헌에 대한 명예 훈장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채원 기자독립유공자 서훈 애틀랜타 총영사관 대표적 독립운동가 쿠바 아바나

2024-03-25

쿠바에 한민족의 사랑 전하는 서남부연합회

 지난달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맺으면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나비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주한인사회 또한 쿠바와의 수교를 반기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미주한인회 서남부연합회 (회장 이성일) 가 지난 2월 22일부터 27일까지 5박6일간 쿠바를 방문하여 쿠바 한인후손 및 한글학교에 후원금과 각종 생필품을 지원하면서, 공식적인 우호관계를 시사했다. 서남부연합회 쿠바방문단은 이성일 회장을 중심으로 한 24명이 참가했으며,  22일에는 하바나 한글학교를 방문하여 40여명의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에게 현금 700 달러와 생필품과 약품 등을 전달했다. 이어 서남부연합회는 하바나 한인회를 방문하여 쿠바 상황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한 후 현금 500달러와 생필품, 약품등을 별도로 전달했다. 지난달 23일에는 Academy of language Institute (교장 미셀 로드리게)와 한글학교 (교장 정호연) 를 방문헤 1,500 달러와 학용품, 약품, 랩탑 컴퓨터 2대, 프린터등 5,000 달러 상당의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뜨겁게 환영을 하며 장구로 공연을 하고  "인연"이라는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 감동의 시간을 만들었다. 또, 서남부연합회 쿠바방문단은 한인들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시엔푸에그로를 방문해, 한인 후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장로교회에 2,340 달러와 옷, 생필품, 약품을 전달하면서  한민족의 끈끈한 정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성일 회장은 "한국과 쿠바간 역사적인 수교가 체결 된 후 첫번째  쿠바를 방문한 팀으로서 말로만 듣던 열악한 한인 후손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고 전했다.       그간 북한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온 쿠바의 경제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한달 평균 월급은   400-500페소 (20-25 달러) 정도이며, 식량 부족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어린이용 우유 지원도  요청한 상태이다. 또, 식량 및 전력난으로 경제상황이 날로 악화되자 쿠바 정부는 연료비 인상으로 재정적자를 메운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쿠바 국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주한인회 서남부연합회의 방문과 후원은 한민족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주는 감동의 드라마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단들은 "감동의 드라마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남부연합회의 통큰 후원 여정에 전 콜로라도 한인회장인 박헌일씨도 동참했다. 6대 서남부연합회 회장이자 현재 미주총연 상임고문인 박 전 회장은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것은 대단히 축하할 일이다. 이번 방문단에 합류하면서 쿠바에 살고있는 우리 한민족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서 “이민 100년이 넘는 쿠바 한인 후손들은  한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을 잊지 않고 살고 있었다. 이 분들을 위해 앞으로도 미주 한인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콜로라도의 한인사회도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서남부연합회 한민족 서남부연합회 쿠바방문단 미주한인회 서남부연합회 쿠바 한인후손

2024-03-08

“쿠바 방문 후 미국 무비자방문 거부될 수도”

한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관광 목적의 쿠바 방문과 체류는 신중해야 한다. 쿠바 방문 후 비자 없이 미국에 입국하려면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4일 한국 외교당국에 따르면 2021년 1월 이후 쿠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미국 입국시 거부당할 수 있다.   ESTA 배제 조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쿠바 복수 국적을 보유한 국민이 별도 비자 없이 ESTA로 미국에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발급받은 ESTA가 유효해도 하위와 같은 조건 보유시 취소당할 수 있다.   ESTA는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따라 최대 90일간 관광·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무비자 방문할 때 적용되는 제도다.   주멕시코대사관은 “2021년 1월 이후 쿠바 방문 이력이 있거나 ESTA 신청 시점에 대한민국과 쿠바 복수국적을 보유한 국민은 미국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고 지난해 7월 밝힌 바 있다.   쿠바가 2021년 1월 트럼프 행정부 당시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미국 정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강화법(2015)에 따라 지난해 7월 초부터 이 조치를 적용했다.   실제 업무나 여행 등의 이유로 쿠바를 찾았던 교민과 주재원이 거의 예외없이 ESTA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날 오전 8시께 뉴욕에서 공한을 교환하며 이뤄진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미국에도 12시간 전에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수교 발표 후 24시간이 지난 시점까지도 공한 교환 사진을 배포하지 않았다.   양국은 향후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 조치를 적극 협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지난 2016년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이 최초로 쿠바를 공식 방문하면서 수교 의사를 전달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미국 무비자방문 쿠바 복수국적 쿠바 방문 이후 쿠바

2024-02-15

한국, ‘북한 형제국’ 쿠바와 65년만의 수교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는 쿠바와 65년만에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14일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은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양국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로써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가 유일하다.   한국 정부가 쿠바와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다.   논의 진전 상황은 극비리였다. 쿠바 측이 한국과의 수교 협의가 공개되는 데 민감했기 때문이다.   쿠바는 1949년 한국을 정식 국가로 인정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혁명 이후 교류는 끊겼다.   이후 쿠바는 북한의 ‘사회주의 형제국’이라 불리며 한국과는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았다.   이는 1999년 한국이 유엔 총회의 대(對)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쿠바에는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한인 약 1만 4000명이 방문했다.   1921년 일제강점기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주한 한인 후손 1100여명도 거주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은 문화, 인적교류, 개발협력 등 비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늘렸다는 후문이다.   한국 외교부는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조치를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양국 수교에 대해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앞서 트럼프 행정부서 미국인의 쿠바 방문을 금지하고, 쿠바를 2021년 1월 12일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관광 목적 쿠바 방문, 체류는 신중해야 한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북한 형제국 한국 외교부 한국 정부 쿠바 금수

2024-02-14

[디아스포라 시선] 홍범도와 헤로니모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의 과거 공산당 입당 경력과 이로 인한 흉상 이전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논란 가운데 재외동포 역사의 특수성에 대한 담론은 없다는 사실이다.       작년 12월, 필자는 젊은 고려인들 행사에 초청을 받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모인 수십명의 한인들은 각자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했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려인들의 특수한 서사와 역사가 어떻게 창조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   참석자들은 러시아의 전설적 가수인 빅토르 최와 몇 년 전 안타깝게 피살된 카자흐스탄 스케이트 영웅이자 독립운동가 후손인 데니스 텐의 동상을 찾았다. 이어 방문한 고려극장의 전시실에 들어서자 홍범도 장군의 초상화가 우리를 맞았다. 홍 장군이 수위장으로 말년을 보낸 역사적 공간이다. 고려극장은 몇 년 전부터 카자흐스탄 국립극장으로 지정되어 국가 보조를 받기 시작했지만 오직 고려인들의 노력으로 90년간 그 명맥을 유지했다.       홍범도 장군은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신분적 억압과 착취를 경험했다. 홍범도 연구 권위자인 반병률 교수는 이런 배경이 그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이 그에게는 다분히 이상적 대안으로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비록 지금은 그것이 실패한 사회적 실험으로 밝혀졌지만….   만약 공산당 가입 사실로 인해 홍범도 장군의 삶과 업적이 부정되어야 한다면 과거 소련에 살았던 수많은 고려인과 그들의 후손,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 그리고 쿠바 한인들의 복잡한 이주사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그들도 ‘공산주의자’ 혹은 ‘공산주의 동조자’ 로 분류되어야 할까.   지난 2015년 12월 쿠바를 여행했던 필자는 우연히 한인 3세 택시 기사인 패트리샤를 만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쿠바 혁명에 참가했으며 나중에 차관보까지 지낸 임은조(헤로니모 임) 선생이었고, 할아버지는 쿠바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로 보냈던 독립운동가 임천택 선생이다. 임천택 선생은 3살 때인 1905년 제물포에서 홀어머니의 손을 잡고 멕시코행 선박에 올랐다. 하지만 1000여명의 조선인이 도착한 멕시코는 지상낙원이 아니었다. 그중 일부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쿠바로 이주했다.   쿠바의 한인들은 1959년 쿠바 혁명 전까지 온갖 차별을 받는 3등 시민이었다. 나라를 잃은 무국적자 신분으로 대부분 가난했다. 하지만 혁명 이후 한인들도 동등한 시민으로 대접받았고 실제 삶의 질도 나아졌다. 적어도 카스트로의 독재와 소련의 붕괴로 인해 큰 시련을 맞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헤로니모 선생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 초청으로 조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부친이 일생 간절히 염원했던 쿠바 한인 공동체 복원이라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이후 헤로니모 선생은 10여년 간 쿠바 전역에 흩어졌던 한인들을 찾아 한인회 설립을 추진하고 선조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는 등 한인 정체성 부활에 힘쓴다.   홍범도 장군과 헤로니모 선생의 삶은 격동의 한반도 근대사는 물론 자신이 뿌리를 내렸던 국가의 정치적 운명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신을 보호해 줄 조국이 없는 상황에서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소련과 쿠바의 소수민족으로, 한인 사회의 리더로, 디아스포라의 여러 정체성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과 조국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향은 한두 개의 수식어로 평가할 수 없는 깊고 복잡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재외동포들의 다양한 서사는 분단 이념을 초월하는 한반도사의 풍부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들을 공산주의자와 자유민주주의자로 나누려는 퇴행적 발상을 지적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카자흐스탄에 모였던 젊은 고려인들은 전쟁으로 인해 출신국의 편이 갈릴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선조들의 역사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며 화합과 연대를 선택했다. 디아스포라적 사유를 실천하는 그들의 존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전후석 / 다큐멘터리 감독디아스포라 시선 홍범도 독립운동가인 홍범 쿠바 한인들 독립운동가 임천택

2023-09-18

에네켄 후손 매년 찾아간다

LA한인타운에서 동남쪽으로 2600여 마일 떨어진 쿠바에는 1000여 명의 한인 후손들이 살고 있다.   1905년 한국에서 멕시코의 에네켄(henequen·용설란) 농장으로 농업이민을 떠났다가 더 나은 삶을 찾아 1921년 다시 쿠바로 이주한 300여 한인들이 이들의 이민 선조다.   미국과의 교류 단절과 현지인들과의 결혼 등으로 한인사회에서도 조금씩 잊혀 가고 있는 이들 쿠바 한인 후손들을 위해 남가주사진작가협회(회장 김상동)가 정기 방문을 추진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어서 뜻깊다.   남가주사진작가협회는 그 첫 활동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쿠바를 방문해 에네켄 4·5세 후손들을 만나 생필품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김상동 회장은 “오랫동안 출사 장소로 쿠바를 계획했는데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회원들과 논의했다”며 “이민 120주년을 맞은 만큼 우리 기억에서 잊혀 가는 에네켄 후손들을 찾아 필요한 도움을 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을 비롯해 헬렌 신, 토마스 김, 이혜정, 임희빈, 김진선, 조앤 김, 폴 김, 미아 김, 원명건씨 등 총 10명의 회원은 출발 전 현지 코디네이터를 통해 한인 후손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을 준비해 약 20여 한인 후손 가정에 전달했다. 또 한인 이민사 기록을 위해 방문 기간에 쿠바 후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촬영도 진행했다.   김 회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쿠바인이지만 자신들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에네켄 후손들을 보면서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우리만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엔푸에고, 트리니단, 산타클라라, 바라베로, 비날레스 등 회원들이 방문해 촬영한 쿠바 도시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은 전시회를 통해 한인사회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쿠바 한인사회에 관심이 있는 한인들을 모아 팀을 꾸리려 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매년 1~2차례 방문해 이민사 기록차원에서 에네켄 후손들의 가족사진 등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바 한인들은 일제 시절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후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앞장섰다. 이들의 정신과 이야기가 미주 한인사회에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의:(213)253-8999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쿠바 쿠바 한인 일주일간 쿠바 남가주사진작가협회 회원들

2023-06-05

“황홀한 낭만의 섬, 쿠바로 떠나요”

아름다운 수도 하바나, 에메랄드 빛 해변, 정열적인 살사 음악, 시가와 체 게바라.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산이 너무 많아 과거 미국인들에게 신혼여행지로 단연 1위였던 쿠바를 뱃길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등장했다. 탑 여행사(대표 신승철)는 오는 4월30일(월)~5월4일(금) 4박5일간 마이애미를 출발, 바하마를 거쳐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서 이틀간 관광할 수 있는 크루즈 상품을 선보였다. 이를 기획한 전권수 실장은 “2014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합의에 따라 한 때 미국에서 쿠바로 가는 하늘길이 자유롭게 열린 듯 했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직항으로 쿠바에 들어가기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며 “하지만 독특한 문화와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쿠바를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고 아직까지는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 모습을 즐길 수 있게 해 드리고자 이 같은 상품을 마련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크루즈 여행을 통해 쿠바 민중의 아버지로 통하는 ‘체 게바라’ 얼굴이 새겨진 내무성 건물과 쿠바의 영웅이었던 독립투사 호세 마르티 기념탑이 자리잡은 혁명광장을 비롯 20세기 대문호인 헤밍웨이가 28년간 쿠바에 살면서 사랑해 마지않았던 어촌이자 『노인과 바다』의 배경지로 삼은 코히마르, 장기투숙하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장을 집필한 암보스문도스 호텔 511호, 그가 즐겨 찾았던 시내 술집 등 ‘헤밍웨이의 풍류’가 서린 곳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시내에는 최고로 인정받는 시가 제조 가게들과 세계적 수준의 럼주인 하바나 클럽을 저렴하게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쿠바 관광은 무더운 날씨와 정돈되지 않은 도로 탓에 도보 관광만으로는 풍성하게 보고 즐기기 힘든 점도 따른다. 이러한 상황을 배려해 쿠바의 속살을 보다 깊숙이 관광하고자 할 경우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옵션 투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옵션 투어는 모두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 15세기 이후 남겨진 거대한 건축물과 사적 등을 통해 식민지 시대부터 쿠바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하바나의 진수 Old&New’(89달러)와 포드·캐틸락·폰티악 등 박물관에서나 볼 것 같은 빈티지 카를 타고 하바나 시내를 둘러보는 ‘로맨틱 하바나’(299달러), 브로드웨이 공연에 빗대도 손색없는 쿠바의 에너지와 열정·살사의 정통성이 살아있는 ‘트로피카나 쇼’(199달러)와 “나는 쿠바를 사랑하기 때문에 쿠바에서 산다”라고 말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쿠바에 매료돼 살아갔던 흔적을 재조명하는 ‘하바나 속 헤밍웨이의 삶’(159달러)에서 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크루즈 여행은 오고 가는 길목에서 풍경만으로 의지하기 힘든 여정을 고려해 한국 유명 개그맨으로 뭉친 ‘쇼그맨’ 멤버가 동행, 메인홀에서 유쾌한 개그 공연을 이어가며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채워줄 예정이다. 크루즈 여행의 금액은 인사이드 1590달러, 오션뷰 1690달러, 발코니 2790달러며 탑 여행사 애난데일(703-256-0606), 센터빌(703-543-2322), 엘리컷시티(410-480-0100)에서 문의·신청할 수 있다. 한편 탑 여행사는 크루즈 상품으로 쿠바 관광 시 입국비자는 크루즈에서 발급, 인터넷은 크루즈 내에서 요금 지불 후 사용 가능, 식사는 외국인 전용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 가능, 현지 쇼핑 시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하며 달러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민재 기자 chin.minjai@koreadaily.com

2018-02-16

베저스 '드리머' 장학금 3300만불…"부친도 16세때 쿠바서 이민"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54·사진)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온 불법체류청년, 이른바 '드리머'를 위한 장학금으로 3300만 달러를 쾌척하기로 했다. 베저스가 부인 맥켄지와 함께 거금을 쾌척할 장학재단은 전 워싱턴포스트(WP) 발행인 도널드 그레이엄이 2014년에 설립한 '더드림 닷 유에스'(TheDream.US)다. 이 같은 기부는 재단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재단 측은 "베저스의 장학금으로 1000 명의 드리머 대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베저스는 성명을 통해 "부친도 16세 때 쿠바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면서 "장학금 기부를 통해 '현재의 드리머'를 돕기 원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의회에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DACA와 멕시코 국경장벽건설 예산을 패키지 법안으로 처리할 것을 의회에 제안했다. 베저스는 아마존 주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만년 1위 갑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아마존 지분 16%를 보유하고 있는 베저스의 재산은 지난 9일 기준 1051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8-01-12

"쿠바 한인 다큐 찍으려 직장도 관뒀죠"

미주 출신으로 변호사로 일하다가 쿠바에서 만난 이민선조 후손들의 삶과 기록을 다큐로 남기겠다고 나선 30대 남성이 화제다. 영화 제작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았고, 스패니시로 사연을 털어놓은 35인의 인터뷰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은 SNS로 처음 알게 된 오스트리아 출신의 번역전문가가 했다. 제작과 감독을 맡은 이는 바로 6개월 전까지만 해도 KOTRA 뉴욕 무역관에서 일해온 전후석(33)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쿠바 한인들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헤로니모' 얘기다. 2015년 12월 배낭을 메고 쿠바 바라데로 공항에 내릴 때까지 그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지난 2년간 일어났다. 그는 "이게 다 그 운명적인 만남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잘 못 하면서도 자랑스럽게 '아이 앰 코리안'이라고 말하던 쿠바에서 만난 한인들의 이야기를 "그냥 스쳐 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한우성)이 주최하는 2017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석한 그는 "내년 중순쯤 영화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출발은 2015년 쿠바 여행 때 한인 4세인 택시기사 파트리샤 임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는 "파트리샤를 통해 그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쿠바 한인이 걸어온 역사를 더듬어가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파트리샤의 할아버지 임천택(1903~1985) 선생은 '쿠바의 도산 안창호' 같은 애국지사였다. 일제 강점기 때 쿠바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상해임시정부에 보내고, 쿠바의 한인들에게 한글과 민족문화를 가르쳤다. 1997년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파트리샤의 아버지 임은조(1926~2006, 헤로니모 임) 선생은 한인 최초로 아바나 법대에 입학하고(피델 카스트로와 대학동기다), 쿠바 혁명 이후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고 한글학교를 운영했다. 전씨는 "이 가문의 역사가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근대사와 얽혀 있다"며 "이틀째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날 가슴이 벅찰 정도로 뛰었다"고 했다. 그가 쿠바를 다시 찾은 것은 2016년 7월. 이번엔 카메라를 들고서였다. '헤로니모'의 시작이었다.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 '퀵스타터'에 사연을 올리자 1만2000달러가 모였다. 지금까지 모금액은 8만 달러. 20%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러나 완성까지는 두 배 정도의 자금이 필요해 영화제작비 지원 사업 등에 응모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삶은 기본적으로 '고통'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새로 삶의 닻을 내린 곳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해간 그들이야말로 '코리안'의 범주를 확장한 주인공이다. 바로 이들이 한국을 세계로 연결해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아닐까." 전씨는 지난 5월 직장을 그만뒀다. 제작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란 그는 UC샌디에이고(영화학)와 시라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저를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에 가장 감동을 받은 이 순간, 아직 싱글인 이때 영화에 전념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은주 기자

2017-11-09

괴소리 공격에 쓰러진 외교관들…미, 쿠바 주재 대사관 폐쇄 검토

원인을 알 수 없는 끔찍한 소리를 들은 뒤 누군가는 청력을 잃고, 누군가는 균형 감각을 잃었다. 뇌 손상까지 일어났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파견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이같은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 확인된 사례만 21건이다. 이를 쿠바 정부의 '비밀스러운 공격'이라고 짐작한 미국은 아바나 대사관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사진) 국무장관은 17일 CBS 뉴스 인터뷰에서 아바나 대사관 폐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개인들이 고통을 받는 피해와 관련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우리는 그들 일부를 미국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지난 2월 쿠바 정부에 이에 대해 공식 항의하고, 5월 2명의 워싱턴 주재 쿠바 외교관에 송환 조치를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지난달에도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에서는 이미 아바나 대사관을 폐쇄하라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 의원 5명은 틸러슨 장관에서 서한을 보내 쿠바가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쿠바 대사를 미국에서 추방하고, 아바나의 미국 공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틸러슨 장관의 CBS 인터뷰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미국이 아바나 대사관을 폐쇄할 경우 국교 단절 이후 50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한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된다. 냉전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쿠바 정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심지어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아바나에 보내 조사하라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 쿠바 정부 역시 이 사건으로 당혹스럽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2017-09-18

쿠바 '음파공격' 청력 손상 최소 16명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갑작스러운 청력 손상을 호소하며 귀국해 치료를 받은 것과 관련, 국무부가 처음으로 쿠바에 있던 미국인 16명이 음파 공격으로 인한 청력 손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CBS뉴스는 24일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바 주재 미 외교관에 대한 음파공격으로 최소 16명이 청력과 경미한 뇌 손상 증세를 겪었다며 현재는 음파공격이 중지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16명에 외교관의 가족이포함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노어트 대변인은 또 연방수사국(FBI)이 아직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쿠바 주재 미 대사관에서 음파공격과 관련한 장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쿠바 정부를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쿠바 정부가 '미국을 대표해 공무를 수행하는 미 정부 인력들'을 위험에 노출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미스터리 같은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국무부가 워싱턴DC에 주재하던 쿠바 외교관 2명을 추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밝혀졌다. 지난해 가을부터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미국대사관 직원과 배우자들이 잇따라 설명할 수 없는 청력 손상을 겪기 시작했다. 일부는 증상이 너무 심해 근무를 취소하고 미국에 돌아왔으며 최소 한 명은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을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몇 개월에 걸친 조사를 통해 대사관 직원들이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가 나오는 고도의 비밀 음파장치에 노출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 장치가 고의적인 공격을 위한 일종의 무기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설치한 것인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캐나다 외교부도 아바나 주재 캐나다 대사관 직원도 청력 손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며 미국, 쿠바 당국과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첨단 음파 무기는 청력손실 증상과 더불어 두통과 구토,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쿠바 정부에 배후가 누구인지 파악할 것을 요청했지만 쿠바 정부는 "우리 영토 안에서 공인받은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한 번도 용납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관련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7-08-24

'아바나 미스터리' 쿠바 주재 외교관 잇단 청력 손상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잇따라 갑작스러운 청력 손상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수사에 착수하고 쿠바 외교관들을 쫓아내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50여년 만에 복원된 양국 외교 관계가 2년여 만에 다시 위기에 빠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스터리 같은 사건이 처음 공개된 것은 9일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의 브리핑 자리에서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노어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쿠바 주재 미국 관료들이 알 수 없는 신체 증상을 겪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워싱턴DC 쿠바대사관에서 근무하던 2명의 쿠바 외교관을 지난 5월23일자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 사건을 작년 말 처음 알게 됐다"며 "쿠바 수도 아바나의 우리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몇몇 인사들에게 다양한 신체 증상을 유발한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연방수사국(FBI)과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이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피해자들이 생명이 위험한 정도의 중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AP통신은 지난해 가을 아바나 미국대사관 직원과 배우자들이 설명할 수 없는 청력 손상을 겪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최소 한 명의 직원이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일부는 증상이 너무 심해 여행을 취소하고 미국에 돌아왔으며, 현재 다수의 외교관이 아바나를 떠났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몇 개월에 걸친 조사를 통해 대사관 직원들이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가 나오는 고도의 비밀 음파장치에 노출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수사당국은 쿠바 정부기관이 미국대사관 직원 5명의 주거지 내부 또는 외부에 그들의 귀를 멀게 할 의도로 이 장치를 설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쿠바는 정부 보안기구를 통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을 상시 감시하고 있는데, 미국 외교관은 최우선 감시 대상이다. 아울러 쿠바 정부의 지휘계통을 벗어난 외부 인사에 의해 '음파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원인과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쿠바 외무부는 성명을 내 "쿠바는 우리 영토 안에서 공인받은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한 번도 용납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의 자국 외교관 추방을 "부당하고 근거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2017-08-10

트럼프, 트랜스젠더 군복무 전면 금지…또 오바마 지우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복무 전면 금지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장성 및 군사전문가들과 협의 결과 미국 정부는 트랜스젠더가 미군의 어떤 자리에서도 복무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군대는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 군대 내 트랜스젠더가 야기할 엄청난 의학적 비용과 혼란의 짐을 떠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제임스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깜짝 트위터 발표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백악관에 물어보라"는 답변만 내놨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다만 이후 짧은 성명을 내고 "국방부는 조만간 개정된 지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전면 금지 방침은 '오바마 지우기'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의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1일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전격적으로 허용했으며, 이에 따라 이미 군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편하게 드러내는 것은 물론 의료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국방부는 트랜스젠더 군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전체 군인 130만 명 가운데 트랜스젠더는 현역의 경우 2500~7000명, 예비군은 1500~4000명에 각각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AP통신은 또 현재 250명의 현역 군인이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성전환 허가를 받았거나 현재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포함한 성소수자와 진보 진영은 강력히 반발했지만, 보수진영에선 환영했다. 물론 존 매케인(애리조나),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리처드 셸비(앨라배마), 오린 해치(유타) 상원의원을 필두로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서 "69년 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미군 내 인종차별을 철폐했다. 오늘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반 트랜스 편견을 정책으로 전환했다"면서 "트랜스젠더 미국인의 군 복무를 막는 트럼프의 결정은 우리나라를 지키려는 용감한 개인들에 대한 비열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또 "LGBTQ(성 소수자) 공동체가 혐오스러운 정치적 어젠다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것을 보는 게 역겹다"면서 "트랜스젠더 미국인들은 자랑스럽게, 잠자코, 몇 년간 우리 군대에서 복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애국심을 존중하는 대신 그들의 위엄과 복무의 가치를 공격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중진인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번 일은 중대한 정책 발표가 왜 트위터를 통해 나오면 안 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좋은 사례"라면서 "현행 군 의료 및 준비태세 기준만 충족한다면 누구라도 군 복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싸우고, 훈련받고, 배치될 능력이 있는 군인이라면 내쫓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터 킹(공화·아이오와) 하원의원은 "우리는 군대를 갖고 시험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트랜스젠더 지원에 필요한) 그런 별도의 재정부담을 떠안을 필요도 없다"며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이런 가운데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조치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이미 커밍아웃을 한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해 지금처럼 계속 의료혜택을 지원할지, 또 이들을 강제로 군대에서 퇴출해야 할지 등을 놓고 큰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은 전했다.

2017-07-26

이방카 부부, 대통령 '두통거리 가족' 합류

지난해 미국 대선 당일인 11월 8일 일부 주의 출구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밀리는 발표가 나오자 캠프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에게 직보할 사람이 필요했다. 최측근이 누구인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재러드 쿠슈너가 나섰다. 장인인 도널드 트럼프와 처남들에게 아직 투표가 진행 중인 주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라고 종용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타임지에 따르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라고 조언한 이도 쿠슈너다. 쿠슈너의 아내 이방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예뻐하는 딸이다. 지난 13일 위스콘신주의 한 대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이방카가 옆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 딸 이방카도 함께 왔다"며 소개하자 딸은 아버지를 대신해 "이 프로그램은 정부 정책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주류 언론의 시선에선 예쁜 딸과 듬직한 사위는 트럼프 대통령을 옥죌 짐이 되고 있다. 이들 역시 역대 미국 대통령을 힘들게 했던 '골칫덩어리 가족'의 최신 명단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있다면 미국엔 대통령의 두통거리 가족이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남동생 닐 부시는 성매매 추문으로 현직 대통령이던 형을 피곤하게 했다. 2003년 이혼했을 때 부인 샤런 측은 남편이 대만·홍콩을 여행하며 성매매를 했다고 폭로했다. 닐의 변호사는 "잠은 잤지만 돈을 주지는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 변호사는 "샤런이 부두교 저주에 쓰려고 남편의 머리카락을 몰래 뽑았다"고 역공했다. 샤런 측은 "남편이 약물을 했는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이자 가수였던 로저 클린턴은 남북 관계사에 이름을 남겼다. 로저 클린턴은 1996년, 97년 잇따라 한국을 찾아 '미국 대통령 동생의 공연'으로 관심을 모으더니 99년엔 한국 가수들과 함께 평양에 들어가 공연을 했다. 당시 김용순 아태위원장을 만나고 내려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남북 전령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그의 개인사는 험하다. 그는 85년 코카인 소지로 1년간 복역했던 전과자다. 형 클린턴은 비난을 무릅쓰고 퇴임 직전인 2001년 1월 동생의 코카인 처벌 기록을 말소하는 사면을 해줬다. 하지만 동생은 그해 난폭운전으로 체포돼 2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2016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체포됐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동생 빌리 카터는 '빌리 게이트'라는 국정 농단 의혹으로 의회 조사를 받았다. 1980년 리비아 정부를 위한 대리인으로 법적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로비에 나서 리비아 측으로부터 22만 달러를 받은 게 드러나면서다. 그전엔 자신의 이름을 딴 '빌리 맥주'를 팔며 화제를 뿌렸고, 78년 남성 나체 사진을 싣는 외설 잡지 '플레이걸'과 인터뷰해 "형에게 열등감이 있다"고 했다. 기자들 앞에서 소변을 보는 기행으로도 유명했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소련 해체에 성공했지만 '반항아 딸' 패티 데이비스를 붙잡지 못했다. 10대 시절에 마약 중독으로 고생했던 패티는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반핵운동에 참여하며 반대로 갔다. 동성 연애도 지지했다. 2001년엔 아버지 재임 시절 백악관의 비품을 몰래 훔쳤다는 자백성 글을 WP에 보내더니 아버지가 퇴임한 이후인 92년엔 어머니 낸시 레이건이 백악관 시절 상습적으로 약물을 복용했다고 주장하는 자서전을 펴냈다. 이들 대통령 가족은 모두 통제 불능의 행동으로 대통령을 피곤하게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쿠슈너와 이방카 부부는 다르다. 두 사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는 막강하다. 과거의 말썽쟁이들과는 달리 두 사람은 각각 쿠슈너 선임고문, 이방카 고문으로 백악관내 공식 직함까지 갖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 쿠슈너·이방카 부부는 이미 '공직 장사' 논란을 불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월 쿠슈너·이방카 부부는 공식 직함을 갖고 있어 '이해의 충돌'에 해당되는 자산을 소유해 이익을 취하는 게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쿠슈너는 부동산 사업 등 200여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운영하거나 관여해 온 업체에서 재산상 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달엔 쿠슈너 일가가 운영하는 '쿠슈너 컴패니즈'가 중국에서 투자자를 유치하며 쿠슈너를 사업 홍보에 활용했던 사례가 불거졌다. 이 신문은 쿠슈너 컴패니즈의 부동산 사업 등이 "전세계의 구린 돈을 끌어 모으는 자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방카는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던 플로리다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에 앉더니 10여 일 만에 중국 정부로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48건에 대한 상표권을 승인 받았다. 해외 기업에 까다로운 중국 당국이 대통령의 딸을 의식해 전격 승인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쿠슈너는 러시아 게이트의 몸통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러시아대사를 만나 비밀 채널을 만들려 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쿠슈너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러시아와 금융 거래나 사업을 하면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연계된 게 있는지 조사 중이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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