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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서훈, 후손들도 몰랐다

쿠바 일대 활동 안순필 선생
정부, 작년에야 건국포장 추서
포상 뒤 1년이나 지났는데도
표창 전수 없고 서훈도 몰라

오는 9월 100세를 맞는 안수명 씨(오른쪽)와 손자 가족들.

오는 9월 100세를 맞는 안수명 씨(오른쪽)와 손자 가족들.

사망 76년이 지나서야 국가로부터 2023년 독립유공자로 공적을 인정받은 안순필(페드로 안) 선생의 후손들이 표창 전수는커녕, 서훈 사실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의 아들은 흥사단 동남부지회 등에서 공로패를 받을 정도로 잘 알려진 지역 인사였다는 점에서 보훈처와 관할 공관인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대한 소극적·면피적 행정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바나의 흥민한국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안수명씨의 누님 안정희. 안옥희, 안홍희.

아바나의 흥민한국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안수명씨의 누님 안정희. 안옥희, 안홍희.

멕시코와 쿠바 일대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로 꼽히는 안순필 선생의 손자 로렌조 주니어 안은 지난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제104주년 3.1절을 맞아 안순필 선생에 건국포장을 수여한 바에 대해 “가족 누구도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안 선생의 아들이자 쿠바 아바나의 통합 한인회 격인 재쿠한족단 부단장 등을 역임하며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한 안수명(영어명 로렌조)씨  역시 추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국인 멕시코 이민사(저자 이자경·1998)’와 김재기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안순필 선생은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해 에네켄(선박용 밧줄의 원료로 쓰이던 다육식물 용설란의 일종) 공장과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독립운동에 보탰다. 아바나에서 대한인국민회와 국어학교도 설립했다. 1918~1941년 여러 차례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다고 보훈처는 밝히고 있다.
 
이후 1924년 쿠바에서 태어난 안 선생의 아들 안수명씨는 부친에 이어 아바나 한인청년단 고문 등을 맡으며 현지 한인사회의 부흥과 독립운동을 위해 힘썼다. 흥사단 동남부 지회와 민주평통 애틀랜타 협의회가 2015년 안순필 선생의 공적에 대해 수여한 공로패와 감사패를 아들인 그가 대신 받았다.
 


안순필 선생의 부인 김원정씨 역시 한국학교에서 교육상담을 운영하고 대한여자애국단 아바나 지부를 설립해 초대 단장으로 일한 독립운동가다. 모두 독립 유공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잊혀졌다.  
 
이후 2017년 이자경 연구가가 당시 재외한인학회 회장인 김재기 교수에게 국가유공자 신청을 문의했지만, 수년째 서훈이 답보상태였다가 지난해야 포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 연구가는 “쿠바 독립기념일이나 미국 국경일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나와 독립을 부르짖으며 시가행진을 펼친 게 이분들”이라며 “안순필 가계는 대한민국 해외항일운동사에 길이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훈을 받지 못한 재외한인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아야 할 기관은 정작 손을 놓고 있다. 안 씨 가족은 모두 쿠바 공산당을 피해 1961년 플로리다주로 망명해 살고 있지만, 관할 공관인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최종희 보훈 담당 영사는 “(후손이)국가보훈부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며 “공관에서는 후손 중 생존자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최 영사는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2022년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의 업무 협조를 위해 파견됐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 종료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보훈 영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업무 지정은 공관장의 영역”이라며 “보훈 영사는 주로 묘지 관리 등을 맡아한다”고 말했다.
 
안 선생의 손자 로렌조 주니어 안은 “올해 9월 아버지께서 100세 생신을 맞는다”며 “이미 돌아가신 애국지사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아버지께서 꼭 희생과 공헌에 대한 명예 훈장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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