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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조용한 천재

‘채식주의자’를 내가 처음 읽은 것은 2016년 한강이 맨부커상을 받은 직후였다. 이 책은 한마디로 나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작품의 소재, 아이디어 착상과 매듭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 색다른 구성의 3부작 연작소설, 이 모두가 나를 흥분과 설렘의 장으로 몰고 갔었다. 이 책 내용을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기에 당장에라도 독후감을 쓸 수 있을 정도다. 그 후 ‘희랍어 시간’, ‘흰’, ‘소년이 온다’ 등 한강 작가의 책을 거의 구입해 읽었지만 역시 나의 관심사는 정치나 이념이 아닌 ‘인간’이기에 이 책은 나를 많이 흔든 작품이다.     문학이 예술의 한 장르이면서도 ‘문학과 예술’이라고 사람들은 둘을 구분해서 말한다. 왜 그럴까. 보통 예술 즉 음악, 미술, 무용은 시공간 예술로 누구나 직접 보고 들으면서 가슴으로 느낀다. 그러나 문학은 다르다. 작가가 쓴 작품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번역되어야만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을 꼭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있다. 한림원은 한강의 수상 선정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호사다마라 하였던가. 항간에서는(한국 사람들이) 이 책을 너무 외설스럽고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불량 책으로 받아들여 한림원 앞에서 이 상을 취하해 달라고 시위했다 한다. 통탄할 일이다.     천재는 보통 동시대인에게 외면당한다. 천재는 범인이 보지 못하는 그 이상을 본다. 창조는 자유로운 영혼에서 나온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정독했다. 작가의 천재성을 알아보는 독자로서, 또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 선배 작가의 재능을 열린 눈과 마음으로 행과 연을 정성 들여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영혜이지만 영혜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관찰될 뿐이다. 1부에서는 남편, 2부에서는 형부, 그리고 3부에서는 언니가 화자이다. 1부에서 평소 조용하고 평범한 영혜는 어느 날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 이유는 “꿈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꿈은 추상적이면서도 점차 구체적인 트라우마의 실체를 드러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잔인함과 가부장적인 폭력은 그녀의 명치 끝에 걸려 그녀에게 평생 고통을 준다. 결국 그녀는 채식을 선언한다. 2부에서 형부는 현대 예술을 하는 비디오 작가이다. 성실하고 생활력이 강한 아내를 둔 그는 최근 2년 동안 별다른 작품을 창작하지 못해 매일매일 방황하던 중에 우연히 아내로부터 처제에게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이 사실은 그에게 큰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를 알고 싶다는 욕망과 자신의 열정이 창조해 낼 작품만을 위해 파멸의 길을 재촉한다.     채식주의자이며 식물 세계를 갈망하던 영혜는 자신이 스스로 식물 세계의 정점인 꽃이 된다는 환영에 들떠 몸과 마음을 슬며시 열기 시작한다. 밝은 연둣빛으로 남아있는 몽고반점을 중심으로 번져나간 가지들, 잎새들, 그리고 화려한 꽃잎들로 보디 페인팅을 한 후 형부에게도 꽃이 되어주기를 주문하며 그 후 꽃들은 교합을 이룬다. 이 둘의 파괴적인 열정에 부딪혀 태어난 예술작품의 결실로 영혜는 정신병원에 갇히고 형부는 폐인이 된다. 3부에서는 풍광 좋은 숲속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영혜는 날마다 먹기를 거부하며 마른나무가 되어간다.     비 오는 어느 날 그녀는 숲속에서 실종된다. 오랜 수색 작업 후 그녀는 땅에 물구나무서기로 머리를 박고 양 손바닥을 땅에 심은 뒤 가랑이를 벌리고 자연과 교감하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된다. 포식 동물과 달리 햇빛만 받으면 살아갈 수 있는 나무가 부러웠던 영혜는 서서히 나무로 변해가고 있었다.     연작소설의 의미가 암시하듯 1부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선언하고 2부에서는 식물 세계의 정점인 꽃이 되었다가 3부에서는 결국 순한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한 영혜를 이야기한다. 다른 한편 작가는 언니인 인혜가 지켜보고 겪어가는 삶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고 또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인간의 멍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천재 식물 세계 보통 예술 시공간 예술

2024-12-0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무엇을 남길 것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빈 말이다.     옛날 조상들은 호랑이는 죽은 후에도 가죽을 남겨 물질적 가치가 있다는 말인데 요즘 호랑이 가죽을 귀중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름을 남긴다는 건 죽은 후 명예나 업적을 칭송 받는다는 뜻이다. 속담의 본 뜻은 삶의 가치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명예와 업적,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남긴 행위와 업적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추억으로 남는다. 세월이 흐르고 생의 굴레를 벗어나도 기억의 문턱을 너머 서면 작은 파도의 진동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꽃이 피는 날에는 찬란한 빛깔의 호랑나비로 동그라미 그리며 코발트 빛 하늘을 맴돌고 꽃잎 지는 때에는 고추잠자리 되어 억새풀에 지친 몸을 기댄다.     만나고 나눠지는 것이 생명과 소멸의 법칙을 따른다 해도 가슴 속 이끼처럼 남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구는 얼마나 많은 공전을 지속해야 하나.     공룡은 2억 5천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등장해 6천 6백만년 전 멸종했지만 거대한 뼈의 흔적으로 남아 죽음의 위용을 자랑한다. 알타미라 동굴 유적에는 구석기 시대의 거대한 들소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동굴을 뛰쳐나올 것만 같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역사의 등불을 밝힌다.   인간은 위대한 업적으로 이름을 남긴다. 부서진 뼈 조각이나 화석, 부패되지 않는 미라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 속에 번영과 발전을 위한 노력과 공적으로 칭송받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이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이름을 남긴다. 시공을 초월한 역사 속에 중요한 획을 긋는다.   바르셀로나를 빛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는 스페인 건축학의 아버지로 꼽힌다. 가우디는 건조한 기하학식 고전주의 건축에서 벗어나 나무, 하늘, 구름, 바람, 식물, 곤충 등 자연 속 사물들을 건축에 투영해 자연이 주는 곡선과 아름다운 빛이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건축물을 창조한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최고의 걸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미완성으로 현재진행중이다. 다채로운 빛깔의 바다를 헤엄치듯 아름답고 성스러운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 가우디가 그의 남은 생애를 바친 대표작이다.     1926년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다 전차에 치여 치명상을 당했는데 노숙자로 여겨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여러날 방치된다. 뒤늦게 알게 된 가족들이 치료 받기를  닦달한지만 가우디는 “옷차림만 보고 이 거지 같은 가우디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걸 보여주게 해라. 그리고 난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다가 죽는 게 낫다”며 치료를 거부한 후 73세를 일기로 생을 마친다.   가우디가 건축학교를 졸업할 당시 학장은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바보에게 주는 것인지 누가 알겠는가?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라진다.     예술가는 죽지 않는다. 죽어도 살아 숨쉬며 작품 속을 걸어나와 시대를 앞서 간다. 살아있는 것들의 축복을 작품 속에 담고 미래의 안식처로 우리를 인도한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한송이 선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있기를. (Q7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천재 건축가 나무 하늘 건축가 안토니

2024-11-26

한인 체스 천재, 대회 퇴출

체스 천재로 불리던 그랜드마스터 한인 크리스토퍼 유(17·사진)군이 폭행 혐의로 2024년 US 체스 챔피언십에서 퇴출됐다. 또, 세인트루이스 체스 클럽에서도 출입 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16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US 체스 챔피언십 5라운드에서 유군이 파비아노 카루아나 선수에게 패배한 후 발생했다.   이날 유군은 체스 경기 후 점수 기록지를 구기고, 경기장을 뛰쳐나가며 비디오그래퍼를 뒤에서 주먹으로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세인트루이스 체스 클럽은 성명을 통해 유군이 행동 강령과 안전한 경기 규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유군은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2024년 US 체스 챔피언십에서 남은 시합 일정과 관계없이 퇴출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스 클럽 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선수의 행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규정 위반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해 모든 참가자가 존중받고 안전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어 “세인트루이스 체스 클럽은 유군의 퇴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에게 클럽 출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대회 관계자들은 유군이 대회의 첫 다섯 라운드에서 기록한 결과가 무효 처리되며, 이에 따라 대회 순위도 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체스 닷컴(Chess.com)에 따르면 유군은 가주 출신이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어린 그랜드마스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미국 주니어 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번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US 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게 됐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크리스토퍼 한인 대회 퇴출 체스 천재 한인 체스

2024-10-21

[문화산책] 요절한 천재 예술가들의 교훈

인류 역사에는 안타깝게 요절한 천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돋보인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신비감이 더해지고, 신화·전설이 극적으로 부풀려지기도 한다. ‘늙은 모차르트’란 상상하기 어렵다.   모차르트 35세, 쇼팽 39세, 슈베르트 31세   고흐 37세, 로트레크 36세, 모딜리아니 35세   윤동주 27세, 이상 26세, 나도향 24세, 김소월 32세.   요절한 천재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안타깝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굉장한 천재들이 오래 살아서 활동했더라면 역사가 얼마나 더 풍성하고 멋있어졌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고, 나는 이만큼이나 살았는데 도대체 이룬 것이 뭔가 되돌아보면 염치없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로 역사에 빛나는 성취는 나이에 관계없이 이루어졌다. 특히 문화 예술에서는 더 그렇다. 물론 원로들의 농익은 예술세계도 소중하지만, 싱그럽고 젊은 예술가들도 별처럼 빛나며, 신화 전설은 연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방정환 32세, 이효석 35세, 심훈 35세, 기형도 29세, 이육사 39세, 김유정 29세, 일본 작가 아쿠다카와류노스케 35세, 푸시킨 38세….   화가 이중섭 39세, 오윤 40세, 이인성 38세, 손상기 38세, 미술사학자 고유섭 39세, 에곤 실레 28세, 바스키아 27세, 키스 해링 31세….   가수 김광석 31세, 김현식 32세, 차중락 26세, 배호 29세, 윤심덕 29세, 빅토르 초이 28세, 지미핸드릭스 27세….   영화감독 나운규 34세, 하길종 37세, 배우 제임스 딘 24세, 마릴린 먼로 36세, 최진실 39세, 이소룡 32세, 역도산 39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이 이룬 업적은 참으로 크고 아름답고 의미 깊다. 보통 사람이 평생 한 일을 훌쩍 뛰어넘는다.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창조적 예술가는 내부에 있는 생명의 시계가 멈추는 것을 투시력을 통해 아는 것 같다. …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는 넘쳐흐르는 생산력, 그리고 미친 듯이 가속을 붙여 창작해나간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시간이 많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재는 아니지만, 나라와 사회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사, 열사 중에도 젊은이들이 많다. 유관순 17세, 논개 18세, 잔 다르크 19세, 안중근 30세, 윤봉길 24세, 전태일 22세, 강경대 19세, 이한열 20세 등….   그런가 하면, 권력의 꼭대기에 앉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온갖 좋은 것만 골라 먹으면서 살았을 텐데도 장수를 누리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네로 황제 31세, 양귀비 37세, 마리 앙투아네트 38세, 클레오파트라 39세, 안평대군 35세, 에바 페론 33세….   종교를 위해 순교한 성인 중에도 많은 이들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대건 신부 25세, 최제우 39세…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예수님이 33세에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   요절하지는 않았지만, 젊은 나이에 역사를 바꿔놓는 엄청난 업적을 이룬 경우도 하나하나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분들을 보면, 요새 젊은이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낮잡아 대하는 꼰대 짓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무턱대고 나이만 많이 먹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도 생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이상으로 꼰대의 푸념 끝!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예술가 요절 천재 예술가들 창조적 예술가 인류 역사

2024-09-26

[독자 마당] 베토벤 흉내

천재 음악가로 알려진 베토벤은 노년에 눈이 멀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달라 노년에도 창작 활동을 그치지 않았다. 전해 들은 일설에 의하면 베토벤은 다른 천재 음악가들과는 달리 어릴 때는 음악을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베토벤의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피아노 한 대와 함께 베토벤을 창고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가 버렸다고 한다. 베토벤은 이 창고 안에서 많은 음악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내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55세 되던 해였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LA시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닐 때였다. 당시 토요일에는 일하지 않아 낮에도 학교에 가곤 했었다.   어느 토요일에도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어느 구석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한 강의실에서 나는 기타 소리였다. 강의실을 들여다보니 젊은 학생들이 기타를 배우고 있었고 기타 선생님에게 나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기타 배우기가 시작됐다.   지금 내 나이가 86세이니 기타를 치기 시작한 것도 어언 31년이 되었다. 내가 가장 자신있는 기타 연주곡은 베사메무초다. 최근엔 ‘인생은 네 박자’라는 한국 대중가요를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도 부른다. 매일 이 두 곡은 빠짐없이 연주하고, 다른 여러 가지 음악을  최소한 3곡 정도 더 연주하면서 노래한다. 하루에 최소 5곡 이상은 연주를 하고 노래도 하는 셈이다.   나도 나이가 있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증상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불완전한 귀와 눈으로 기타를 연주한다.  서효원·LA 거주독자 마당 베토벤 흉내 천재 음악가들 베토벤 흉내 음악 소리

2024-09-10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수고하고 일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보수는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말이다. 재주는 어떤 일을 남달리 잘하는 타고난 소질이다. 곰은 훈련만 잘 시키면 재주를 부린다. 왕서방은 재주는 없지만 돈 버는 기술은 안다. 곰 쪽에서 보면 부당하기 그지없다.     타고난 소질과 천부적 재능에 열정과 노력이 합쳐질 경우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능력이 빛을 발한다. 재능은 땅에 묻힌 보석이다. 옥의 원석은 돌조각이다. 장인의 손에 갈고 닦아서 세공을 거쳐 투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     인류 역사를 바꾼 세계 10대 천재 1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2위는 극작가 세익스피어, 3위는 대문호 괴테, 5위는 미켈란젤로로 꼽힌다. 다빈치는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음악가, 공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지질학자, 천문학자, 식물학자, 역사가,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집필가, 기술자, 요리사, 수학자, 의사 등 다방면에서 완벽하게 활약한 다중천재(Polymath)다.     1452년 이탈리아의 빈치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다빈치는 부친의 친구인 베로키오 공방에 견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베르키오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소장, 1515년)의 아래 귀퉁이에 천사들을 그렸는데 스승은 깜짝 놀란다. 어린 제자가 자신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사실에 붓을 꺾고 조각에만 전념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두 아기천사의 볼은 둥글고 질감이 살아있는데 예수와 요한의 얼굴은 평면적이고 침침하다.     ‘우리는 이따금씩 자연이 하늘의 기운을 퍼붓듯, 한 사람에게 엄청난 재능이 내리는 것을 본다. 이처럼 감당 못 할 초자연적인 은총이 한 사람에게 집중 되어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예술적 재능을 고루 갖게 되는 일이 없지 않다. (중략)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이며 미술사가인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극찬한 사람은 다빈치다.     다빈치는 37세부터 시작해 약 30년간 중단 없이 5천 쪽 분량의 육필 원고를 남겼다. 내용의 방대함과 깊이로 인해 해설 없이는 읽기 어렵지만 다빈치의 필사본은 불꽃 같은 창의력과 모든 분야에 대한 예술가의 열정을 담고 있다.     1994년 빌 게이츠는 36장짜리 코텍스 해머(Codex Hammer)라 불리는 필사본 노트 한 권을 340억 달러에 구입한다. 다빈치는 자신이 몰두한 개념을 간단한 스케치로 표현하고 깊이 사색하며 창의력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다빈치의 열렬한 팬인 빌 게이츠는 유명화가의 노트 한 권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16세기 낡은 노트에 담긴 다빈치 생각의 틀을 산 것이다.     빌 게이츠도 ‘노트광’으로 유명하다. 착상은 날파리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버린다. 인스프레이션(Inspiration)이 도망가기 전 재빠르게 필기하는 것이 영감을 붙잡는 최선의 방법이다.     재주와 능력이 성공한 삶,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지 않는다. 창의력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 만나는 새벽별로 반짝인다.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나 꽃잎 송별도 기록으로 남기면 남은 자의 기억 속에 작은 흔적으로 남는다.     생의 파노라마를 영혼의 무늬로 새길 수 없다 해도 별이 지는 밤, 은하수를 건너 그대 가슴에 사랑은 민들레 홀씨로 퍼져나간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천재 천재 1위 다빈치 생각 천부적 재능

2024-07-23

[카일리 프랜시스 김] 열두 살 '천재 피아니스트' 카일리 김 리사이틀

'천재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카일리 프랜시스 김(Kylie Frances Kim)이 오는 29일(토) 저녁 7시, 마운트 샌안토니오 칼리지 페더슨 리사이틀 홀에서 연주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열두 살이 된 카일리 양은 타고난 음악적 재능에 더해 갈고닦은 화려한 테크닉을 마음껏 펼치며 최근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이번 리사이틀은 J.S.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제21번(Prelude & Fugue in B flat No.21)으로 시작해 영국모음곡 3번 G단조(English Suite No.3 in G minor), 음악사에서 중요한 작품 모음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1번(Piano Sonata No. 11 in Bb major, Op.22)으로 1부를 마무리한다.     2부에서는 슈베르트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인 즉흥곡집 작품 90의 제2번과 4번(Impromptu Op. 90, No.2, in E flat major, No.4, in A flat major), 슈만의 아베그 변주곡(Abegg Variations, Op. 1), 베네치아와 나폴리 중 제3번 타란텔라(Venezia e Napoli. S.162: III. Tarantella)을 연주하며 막을 내린다.   카일리 양은 6살 때부터 이은정 선생님의 지도로 피아노를 시작했다. 이은정 씨는 한국에서 강사 생활을 하다가 USC 대학원을 거친 뒤 후학 양성에 힘써 지금까지 수많은 한인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해왔다.     카일리 양은 일찍부터 여러 콩쿨에서 입상하며 천재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2023 아메리칸 프로테지 1위를 수상하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고 그 외 국제 피아노 및 현악기 대회 1등, 2023 골든 클래식 뮤직 어워드 국제 콩쿨 1위, 2023년 킹스 피크 국제 음악 콩쿨 1등, 2023년 찰스턴 국제 음악 콩쿨 3등, 2023년 남부 캘리포니아 바흐 페스티벌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한 2023년 봄 골든 클래식 음악상 우승자로 카네기홀의 웨일 홀에 초청되어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는 혜성처럼 나타난 카일리 프랜시스 김의 깊고 넓은 음악세계와 어린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예술성, 기교, 열정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88개의 건반으로 사람들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연결하고 무한한 세상을 연주하는 카일리 양이 진한 여운과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사이틀 관련 문의는 전화로 할 수 있다.     ▶문의: (626)664-8341카일리 프랜시스 김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천재 피아니스트 카일리 프랜시스 한인 피아니스트들

2024-06-13

[문장으로 읽는 책] 아르헤리치의 말

모든 것이 내가 피아노를 못 칠 거라 도발했던 어린이집 남자아이에게서 시작됐다. 사람은 도전에 몸을 던지면서까지 세상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 원한다. 그런 게 재능이다. 어릴 때는 몰랐다. 나중에 책 『영재의 비극:진정한 자기를 찾아서』를 읽으면서 사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 싶어 한다. 바흐가 신의 마음에 들고자 했던 것도 결국 다르지 않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아르헤리치의 말』   “우리는 재능이 과연 무엇인지 썩 잘 알지 못해요. 재능이 신의 산물인지 노력의 결과인 것인지, 그 둘 다인지 그것조차 확실히 모르죠. 나는 재능이란 노력이 따라줬을 때 원활하게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80대에도 현역인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인터뷰와 단문 모음집이다. 윗 구절을 종합하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 싶은 것에 노력을 다하는 것’이 재능이라는 게 천재 피아니스트의 말이다.   피아노를 잘 치려면 “피아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프리드리히 굴다를 인용하며 아르헤리치는 악기 안으로 깊게 들어가면 “반죽을 손으로 주물러가면서 놀 때처럼 기분이 좋다”고 표현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악기 안으로 들어가기 힘든데, 그 컨디션도 연습에 달렸다. 피아니스트가 꾸는 악몽은 무대에 올라 들어본 적 없는 작품을 연주하는 꿈이고, 한때는 오케스트라의 여자 첼리스트들이 첼로를 허벅지 사이에 끼우지 않고 두 다리를 모은 채 연주했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피아노 여제 천재 피아니스트 어린이집 남자아이

2024-04-17

“상대 전략 읽는 게 재미있죠” 체스 천재 크리스토퍼 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체스 클럽을 운영하는 ‘매카닉스 인스티튜트’가 주관하는 연례 ‘팰코너 어워드(Falconer Award)’ 대회에 한인 청소년이 우승했다.   매카닉스 인스티튜트는 지난달 4일 한인 크리스토퍼 우진 유(17·프리몬트)군이 2024 팰코너 어워드 대회에서 북가주 18세 미만 부문 1등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유군은 지난 2023년에도 이 대회 같은 부문에서 1등해 2년 연속 우승자가 됐다. 하지만 2020년 우승까지 더하면 세 번째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체스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상대방의 전략을 읽는 것이다. 그 부분이 체스에 대해 더욱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유군은 2019년 미국 최연소 ‘인터내셔널 마스터(IM)’로 이름을 널리 알린 체스 천재다. 당시 16살이던 유군은 그해 열린 주요 국내 및 국제대회에 출전, 우수한 점수를 받아 IM 타이틀을 획득했다.     앞서 2016년에는 연방체스연합의 최연소 마스터로 등극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에는 세계 체스연맹(FIDE) 등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상위 1% 내에 속하는 성적을 기록해야 주어지는 ‘그랜드마스터(GM)’ 자격을 한인으로는 최초로 얻었다.   체스에 대한 유군의 애정은 6세 때부터 시작됐다.     “엄마의 권유로 1학년 때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체스를 접했다”는 유군은 체스에 집중하기 위해 2학년부터 홈스쿨을 하며 전 세계에서 열리는 체스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독일에서 진행한 세계 체스 대회에 출전했으며 이달에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리는 ‘2024 스프링 체스 클래식’, 7월에는 ‘US 주니어 챔피언십’에 도전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체스를 두는 게 재밌다”는 그의 목표는 US 챔피언십 우승이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올림피아드 2회 금메달리스트이자 2018년 미국 챔피언인 샘 생클랜드(32)의 코치를 받으면서 하루 6~7시간 정도 체스 연습을 한다.   유군은 “US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US 챔피언십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꼭 이겨서 챔피언십에 나가고 싶다”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크리스토퍼 상대 체스 천재 세계 체스연맹 체스 대회

2024-04-02

[리차드 호프만 변호사] "끝까지 책임"…교통사고 상해 전문 '천재' 변호사 명성

남가주 한인사회에는 친숙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있다. '1250만 달러 승소를 이끈 변호사' '천재 변호사' 등 화려한 수식어로 널리 알려진 리차드 호프만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한인들은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다친 상황에서 가해자 측 보험사를 상대하려면 잘못이 없음에도 주눅들 때가 많다. 업 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는 다친 몸을 치료하는 것조차 막막하다.   사무장 트리샤 호프만 씨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호프만 변호사가 교통사고 상해 전문 변호사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남편이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이민법, 가정 소송 등을 다 체험해 봤어요. 하지만 그런 일들은 승소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대요."   호프만 변호사는 이왕이면 남도 좋고 자신도 좋은 분야를 생각했다. "남편은 가해자 잘못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이들을 변호하면서 고객을 도울 수 있고 자신도 보람을 얻을 수 있어 현재 일에 자부심을 느껴요."   리차드 호프만 변호사는 지난 1988년, 한인타운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한인 부인의 권고에 따라 1994년부터 윌셔가에 있는 베벌리힐스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사무장 트리샤 호프만 씨는 "현재 한인 의뢰인이 전체 의뢰인 중 절반을 넘게 차지합니다. 그동안 한인사회가 저희 부부를 믿고 성원해 준 덕분이죠"라고 말했다. 현재 리차드 호프만 변호사 사무실에는 10명의 한인 직원이 소송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상해를 당해 움직이지 못할 경우 직접 병원에 찾아간다.   리차드 호프만 변호사는 교통사고 상해 전문 변호사답게 보험 업계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보험 업계에서도 리차드하면 '상해 소송을 끝까지 해결 보려고 하는 변호사'라는 평을 얻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소송 중 합의를 하더라도 좋은 조건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상해를 당하면 교통사고 보상, 일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계산 등 복잡한 경우가 많죠. 리차드는 복잡할수록 승소 가능성이 보이는 소송은 확실히 해결하는 뚝심이 있습니다." 또한 리차드 호프만 변호사는 "한인 의뢰인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드리고자 노력합니다. 호프만을 기억하며 찾아주는 한인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앞으로도 한인과 주류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샤 호프만 오피스 매니저 등 한인 직원들이 친절하게 도와주며 보상금이 없을 경우 변호사비는 받지 않는다. 무료 상담은 주 7일 24시간 이중언어로 가능하다.   ▶문의: (323)782-8600   ▶주소: 8383 Wilshire Bl, #830,            Beverly Hills리차드 호프만 변호사 교통사고 변호사 전문 변호사 변호사 천재 변호사 사무실

2023-12-07

[수필]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지난 8월 한국서 압도적 흥행 1위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책을 바탕으로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를 다룬 전기 영화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물리학 지식이 없어 3시간 내내 긴장을 하며 봤다.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누가 누구인지 스토리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스크린에 터지는 폭탄과 같은 영상과 음향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얼마 후 오펜하이머 신드롬으로 관련 내용이 쏟아져  “아! 그게 그런 것이었구나” 했다.  또한 가까운 친구 남편에게 핵분열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친구의 남편은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려대 교수로 있다가 퇴임 후 현재는 학술원 회원이다. 그 후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보니 이해하기 쉬워서 즐기면서 봤다.     오펜하이머는 하버드 대학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며 화학을 전공했으나 물리학이 자신에게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험 물리학의 성지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실험 물리학에 서툴러 지도교수에게 낙제생 취급을 받고 자존심이 상한다. 사과에 독성 물질을 넣어 그를 죽이려는 시도까지 한다. 지독한 향수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정신질환으로 인정받아 정학처분만 받는다.     운이 좋았는지 이때 케임브리지 대학을 방문한 독일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를 만나 이론 물리학의 본산인 독일의 괴팅겐 대학에 편입한다. 그곳에서 박사 하위를 받고 젊은 엘리트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미국으로 귀국한다. 패서디나에 있는 캘텍과 UC버클리 교수로 임명되고 그것이 훗날 맨해튼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독일보다 먼저 핵폭탄을 개발하려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승인한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핵실험의 성공을 3개월 앞두고 갑자기 서거하고 트루먼 부통령이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다.) 오펜하이머는 그 프로젝트의 과학총괄책임자가 된다. 그는 뉴멕시코주의 사막 로스앨러모스에 거대한 연구단지를 건설하고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을 영입한다.  그곳에 모여든 대부분의 과학자는 자신의 임무가 원자탄 제조의 일부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이런 불확실성과 혼돈의 현장을 통합으로 이끈 사람이 바로 오펜하이머다. 프로젝트의 총괄 사령관인 레슬리 그로보스 장군은 자신이 가장 잘한 결정이 오펜하이머를 로스앨러모스의 연구소장으로 발탁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1945년 7월 16일,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다. 작전명은 ‘트리니티 테스트’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재현한 이 테스트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원자폭탄의 위력이 입증된 후 오펜하이머는 힌두교의 경전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말을 떠올린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그는 6개국어에 능통했던 언어의 천재였으며 취미로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독일을 목표로 핵폭탄을 개발했으나 히틀러가 자살하고 독일이 항복했기 때문에 끝까지 저항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린다. 미국인들은 그의 애칭 ‘오피’를 연호하며 열광한다. 하지만 그 엄청난 영광과 환희는 오래가지 못한다.   트루먼 대통령은 오피를 백악관에 초청하여 축하한다. 오피는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고 말한다. 트루먼은 손수건을 내주며 핵폭탄을 개발한 건 당신이지만 사용을 명령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보인다.  2차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된다.  트루먼은 수소폭탄 개발을 원한다. 그러나 오피는 수소폭탄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그로 인해 군부와 정치인들에게 미움과 의심을 사게 된다.   미국의 예상과 달리 소련이 얼마 후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개발하자 오피는 소련의 간첩이라는 혐의를 받고 AEC(원자력 위원회) 청문회가 열린다. 오피가 한때 공산당 단체에 기부한 사실과 그의 친동생, 아내, 애인이 공산주의 사상에 빠졌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초반에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이 잠깐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AEC 의장이었던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과 자기를 이간시킨다는 오해를 한다. 그 원한으로 스트로스가 그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운다.     게다가 청문회에서 애인과의 불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그는 배신자가 된다. 1954년에 오피는 비밀취급 인가를 박탈당하며 정부의 핵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가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선사하고도 공산주의자로 몰린 건 1950년대 미국의 거대한 매카시즘 광풍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명예 실추와 함께 공직에서 쫓겨난 오펜하이머에게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3년, AEC 최고 상인 엔리코 페르미상을 수여한다. 그의 명예가 회복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인 면에서 약화된 상태다.     AEC가 1954년의 결정을 완전히 취소한 건 그의 사망 55년 후인 2022년 바이든 정부에 의해서다. 그는 68년 만에 소련의 간첩이라는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스트로스가 오해했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실제 대화 내용이 나온다.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 완료 후 아인슈타인에게 원자폭탄으로 인한 내적 갈등과 딜레마를 논의한다. 다른 국가들이 더 위험한 폭탄을 만들까 봐 두려워한다.     오펜하이머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의미심장한 말도 나온다. “자네가 버클리에서 나를 위해 리셉션을 열고 상을 준 일이 있지. 그런데 그건 날 위한 게 아니라 자네들 모두를 위한 것이었지. 이제 자네 차례야. 자네가 넉넉히 유명해지고, 벌을 받고 난 후에 세상은 자네에게 연어와 감자 샐러드를 대접하고 메달도 줄 거야. 모든 걸 용서했다고 말할 테지. 하지만 그건 자네를 위한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한 거야.”   영화는 수없이 많은 핵무기가 온 세상을 뒤덮는 환영을 보고 오펜하이머가 두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에서는 주로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오펜하이머의 천재적이며 정치적인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에 그가 미술관에 가서 본 피카소의 그림이 스크린 가득히 나온다.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들으며 T.S. 엘리엇의 황무지를 읽고 힌두교와 인도 문학에도 심취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도 보여준다. 그가 다방면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말해 준다.   세계 2차 대전 중에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여러 나라가 노력했다. 실제로 독일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미국보다 몇 년 앞섰다. 그런데 유독 미국만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펜하이머라는 걸출한 인물의 리더십과 그가 막힘없이 일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오펜하이머 원자폭탄 오펜하이머 신드롬 원자폭탄 개발 천재 물리학자

2023-10-05

아인슈타인도 어려워 했다는 ‘세법’

    워싱턴지역 한인들이 알아야 할 세금상식에 관한 한.미 세무설명회가 지난 5일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KCC)에서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이지호 참사관은 인사말을 통해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 조차도 세법은 어려워 했다”며 “오늘 설명회에 참석한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한국 국세청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섰으며, 이후에는 개개인 세무상담도 함께 이뤄졌다.     신중현 조사관은 ‘한국세법 거주자 판정기준’ 강연에서 거주자 및 비거주자 정의를 비롯해 판정 기준과 거주 기간 계산법, 그에 따른 과세소득 범위에 대해 설명했다. 신 조사관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하는 날부터 출국하는 날까지 ‘한국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자산상태에 비추어 183일 이상 한국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거주자로 분류된다.    정준기 사무관은 한국의 양도소득세 과세제도를 설명했다. 정 사무관은 “한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세법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유튜브나 지인들에게 정보를 얻는 경우 분들을 많이 본다”며 “계약, 등기 이전에 반드시 국세청에 질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연자로 나선 장수환 조사관은 한국의 양도소득세, 상속ㆍ증여세를 강의했으며, 주미대사관 정상수 국세관이 한국의 주택임대소득세,  박규리 변호사(뉴욕)가 미국 세법을 각각 설명했다.     설명회 이후에는 개별 세무상담 시간이 마련됐다. 50여명 참석자들은 '알면 알수록 까다로운 세법'에 대해 질문하며 전문가들의 답변에 귀 기울였다.  이날 참석한 김 모 씨(페어팩스 거주)는 "세무사보다 훨씬 명쾌한 대답을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면서 "이런 설명회가 자주 마련되고 널리 홍보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에게 2023년판 「재미 납세자가 알아야 할 한.미 세금상식」 책자가 무료 배포됐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아인슈타인 세법 한국세법 거주자 천재 아인슈타인 한국 국세청

2023-09-06

[문장으로 읽는 책] 아르헤리치의 말

모든 것이 내가 피아노를 못 칠 거라 도발했던 어린이집 남자아이에게서 시작됐다. 사람은 도전에 몸을 던지면서까지 세상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 원한다. 그런 게 재능이다. 어릴 때는 몰랐다. 나중에 책 『영재의 비극:진정한 자기를 찾아서』를 읽으면서 사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 싶어 한다. 바흐가 신의 마음에 들고자 했던 것도 결국 다르지 않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아르헤리치의 말』   “우리는 재능이 과연 무엇인지 썩 잘 알지 못해요. 재능이 신의 산물인지 노력의 결과인 것인지, 그 둘 다인지 그것조차 확실히 모르죠. 나는 재능이란 노력이 따라줬을 때 원활하게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80대에도 현역인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인터뷰와 단문 모음집이다. 윗 구절을 종합하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 싶은 것에 노력을 다하는 것’이 재능이라는 게 천재 피아니스트의 말이다.   피아노를 잘 치려면 “피아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프리드리히 굴다를 인용하며 아르헤리치는 악기 안으로 깊게 들어가면 “반죽을 손으로 주물러가면서 놀 때처럼 기분이 좋다”고 표현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악기 안으로 들어가기 힘든데, 그 컨디션도 연습에 달렸다. 피아니스트가 꾸는 악몽은 무대에 올라 들어본 적 없는 작품을 연주하는 꿈이고, 한때는 오케스트라의 여자 첼리스트들이 첼로를 허벅지 사이에 끼우지 않고 두 다리를 모은 채 연주했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피아노 여제 천재 피아니스트 어린이집 남자아이

2023-08-23

[열린광장] 천재 작가 레베카 쾅의 소설 ‘바벨’

언어의 마술적인 힘, 그 힘을 저장하여 물리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을까?  레베카 쾅(Rebecca F. Kuang)의 신작 소설,  ‘바벨, 혹은 폭력의 필요성 (Babel, or the Necessity of Violence)’을 읽어 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쾅?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일 것이다. 미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5년 이내에 꼭 알게 될 소설가, 미래의 노벨상감이다.     ‘바벨’은 쾅의 네 번째 출간 소설. 작가는 세 권짜리 시리즈 소설 ‘아편 전쟁 (the Poppy War’을 2018, 2019, 2020년에 각각 출판하면서 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23에는 ‘황인종의 얼굴 (Yellow Face)’이 출간될 예정이다.     쾅, 그녀는 이제 26살, 예일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중국인. 조지타운 대학을 나와서 영국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에 각각 다른 석사학위를 했다. 그 사이에 네 권의 소설을 출간, 판타지 부문의 최고상을 수상 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천재 작가다.     ‘바벨’의 시대 배경은 1830년대. 당시 옥스퍼드 대학에서 최고의 명문 학부는 왕립통역원 (Royal Institute of Translation),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 바벨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바벨은 빌딩 이름일 뿐만 아니라 학부의 이름이기도 했다.     바벨의 재정적 기반은 바로 언어의 마술적인 힘을 저장 이용하는 것이었다.  ‘번역은 반역(betrayal)’ 이란 말이 있듯이 통역은 원어의 뜻에 100% 정확할 수가 없다.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벨의 자산이었다.     바벨의 언어학자들은 은으로 만든 막대에 특정한 영어 단어와 그에 해당하는 외국어 번역어를 새겨 넣는다. 그리고 영어와 그 대상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주술을 행하면 그 은 막대가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힘을 에너지로 저장한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운용하면 그 단어가 뜻하는 바가 산업 현장 또는 일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스피드(speed)’와 그에 해당하는 중국어 글자를 새긴 은봉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차를 실제로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이 대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언어의 힘을 저장한 은봉 덕택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와 훈련하게 된다.     이때 데려온 중국 소년 로빈, 인도에서 온 래미, 하이티에서 온 빅트와르, 그리고 영국 출신 레티, 그 네 명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지원해온 바벨에서 대영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아편을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바벨이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선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이 영국 제국주의 앞잡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는 무력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9년에 발생한 제1차 아편전쟁이다. 2000명이 안 되는 영국군이 청나라를 굴복시켜 청이 망국의 길로 이끈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사건이다. 김지영 / 변호사열린광장 레베카 천재 빌딩 바벨 소설가 미래 신작 소설

2023-03-01

[열린광장] 천재 작가 레베카 쾅의 소설 ‘바벨’

언어의 마술적인 힘, 그 힘을 저장하여 물리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을까?  레베카 쾅(Rebecca F. Kuang)의 신작 소설,  ‘바벨, 혹은 폭력의 필요성 (Babel, or the Necessity of Violence)’을 읽어 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쾅?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일 것이다. 미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5년 이내에 꼭 알게 될 소설가, 미래의 노벨상 감이다.     ‘바벨’은 쾅의 네 번째 출간 소설. 작가는 세 권짜리 시리즈 소설 ‘아편 전쟁 (the Poppy War’을 2018, 2019, 2020년에 각각 출판하면서 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23에는 ‘황인종의 얼굴 (Yellow Face)’이 출간될 예정이다.     쾅, 그녀는 이제 26살, 예일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조지타운 대학을 나와서 영국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에 각각 다른 석사학위를 했다. 그 사이에 네 권의 소설을 출간, 판타지 부문의 최고 상을 수상 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천재 작가다.     ‘바벨’의 시대 배경은 1830년 대. 당시 옥스포드 대학에서 최고의 명문 학부는 왕립통역원 (Royal Institute of Translation),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 바벨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바벨은 빌딩이름일 뿐만 아니라 학부의 이름이기도 했다.     바벨의 재정적 기반은 바로 언어의 마술적인 힘을 저장 이용하는 것이었다.  ‘번역은 반역(betrayal)’ 이란 말이 있듯이 통역은 원어의 뜻에 100% 정확할 수가 없다.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벨의 자산이었다.     바벨의 언어학자들은 은으로 만든 막대에 특정한 영어 단어와 그에 해당하는 외국어 번역어를 새겨 넣는다. 그리고 영어와 그 대상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주술을 행하면 그 은 막대가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힘을 에너지로 저장한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운용하면 그 단어가 뜻하는 바가 산업 현장 또는 일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스피드(speed)’와 그에 해당하는 중국어 글자를 새긴 은봉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차를 실제로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이 대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언어의 힘을 저장한 은봉 덕택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옥스포드 대학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와 훈련시키게 된다.     이 때 데려온 중국 소년 로빈, 인도에서 온 래미, 하이티에서 온 빅트와르, 그리고 영국 출신 레티, 그 네 명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지원해온 바벨에서 대영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아편을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바벨이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선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이 영국 제국주의 앞잡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는 무력의 사용이 불가피 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9년에 발생한 제1차 아편전쟁이다. 2000명이 안되는 영국군이 청나라를 굴복시켜 청이 망국의 길로 이끈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사건이다. 김지영 / 변호사열린광장 레베카 천재 빌딩 바벨 소설가 미래 신작 소설

2023-02-27

[음식과 약] 가스레인지 왜 문제인가

마리 앙투안 카렘은 현대 최초의 스타 요리사이다. 그는 프랑스 요리를 중세에서 현대로 끌어낸 인물이다. 불행히도 천재 요리사 카렘의 삶은 너무 짧았다. 그는 1834년 겨우 4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주방에서 너무 오래 일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주방에서는 요리에 석탄불을 사용했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들이마셔서 폐병에 걸리거나 단명하는 요리사가 많았다.   1940년대가 되어서야 가스레인지가 식당 조리실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카렘의 뒤를 잇는 전설적 요리사 중 한 사람인 알렉시스 소여는 1941년 런던 리폼 클럽 주방에 가스레인지 조리시설을 도입하여 화제에 올랐다. 소여는 가스불의 안전성을 칭송했다. 석탄불과 동일한 화력에 유해물질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리는 과학이다. 과학은 진보한다. 1940년대 기준에는 안전하게만 보였던 가스레인지의 위험성이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2022년 12월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아 천식의 12.7%가 집에서 요리에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도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 악화를 경험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영향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요리할 때는 환기를 충분히 하는 게 좋다. 추운 겨울이라고 창문을 모두 닫고 요리하면 집안 유해물질 농도가 높아진다. 불을 켤 때는 반드시 후드도 함께 켜는 게 안전하다. 가스레인지는 꼭 써야 할 때만 쓰자. 물은 전기주전자로 끓여도 된다는 얘기다. 부득이 가스레인지로 물을 끓일 때는 역시 환기가 필요하다. 튀기거나 구울 때 음식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가스 자체가 연소하면서 만들어지는 유해물질에도 노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의 리처드 트럼카 주니어 위원이 가스레인지 사용도 규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용 중인 가스레인지를 버릴 수는 없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가스레인지에 대한 우려는 건강에 더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가스불은 깨끗하다는 알렉시스 소여의 생각과 달리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다양한 공해물질이 생겨난다.   2022년 스탠포드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가스레인지에서 새어나가는 메탄가스는 1년에 50만 대의 자동차에서 내뿜는 가스배출량과 맞먹는다. 가스불을 쓸 때도 자동차 엔진에서 휘발유, 경유가 탈 때처럼 질소산화물이 발생한다. 환기를 시키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줄일 수 있겠지만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면, 노후한 가스레인지를 교체할 때 전열 조리기구 같은 대안을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가스레인지 문제 가스레인지 사용 가스레인지 조리시설 천재 요리사

2023-01-20

[뉴스 포커스] ‘젋은 천재 기업인’에 대한 환상

IT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나타난 현상이 ‘젊은 천재 기업인’들의 등장이다. 지금은 6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도 ‘젊은 천재 기업인’ 소리를 들었다. 이어 아마존의 제프 베이저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메타(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의 계보로 이어진다. 워낙 괴짜 이미지가 강해 이미지 손상은 있지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이 그룹에 포함시킬만 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감한 승부수다. 대부분이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젊은 나이에 과감하게 창업을 택했다.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물론 실패가 성공 사례보다 훨씬 많지만 ‘젊은 천재 기업인’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인류의 진보가 이뤄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천재’라는 수식어에 무한한 신뢰감을 보인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특출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열광한다. 특히 IT 등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 그러다 보니 종종 부작용도 생긴다.  ‘실리콘밸리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테라노스 사태도 그중 하나다.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혈액 몇 방울로 암을 포함해 250여 가지 질병 진단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홍보했다. 2003년 테라노스 창업 당시 홈스의 나이는 19세에 불과했다.  홈스는 천재라는 수식어와 함께 ‘여자 스티브 잡스’라는 찬사를 들었고 테라노스에는 엄청난 투자금이 몰렸다. 당연히 홈스는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애초에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고, 홈스는 신데렐라에서  하루아침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했다.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요즘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맨-프리드의 몰락이다. 올해 30세인 그는 2년 전인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00대 부자에 올랐던 인물이다. 당시 20대로는 유일했으며 포브스가 평가한 그의 재산은 87억 달러나 됐다. 놀라운 것은 그의 이런 성공 스토리가 5년 만에 쓰인 것이라는 점이다. 2014년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그는 주식,채권,외환 거래 등을 하는 트레이딩 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2017년 퇴사 후 알라메다 리서치라는 트레이딩 업체를, 그리고 2019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를 창업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타고 FTX는 급성장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FTX는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수사 기관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라고 발표했다. 뱅크맨-프리드에게는 역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억500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고, 대출사기, 자금세탁, 선거자금법 위반 등 무려 8가지나 되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다.     투자자들은 왜 뱅크맨-프리드에게 몰렸을까?  또 한 번 ‘젊은 천재’의 환상에 빠진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FTX의 파산 과정을 관리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FTX의 경영 방식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자산 수백억 달러의 기업에서 회계 업무가 중소기업용 퀵북 프로그램으로 처리됐고, 서류 결재가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회사의 주요 결정 논의가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채팅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바람에 주요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수익을 좇는 것은 자본주의의 특성 가운데 하나다. 그것도 가능하면 쉽고 빠른 방법으로. 이런 조급함에 투자자 스스로가 ‘젊은 천재 기업인’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뱅크맨-프리드가 잘나가던 시절 사람들은 그를 JP모건 창업자인 존 피어몬트 모건, 투자의 전설인 워런 버핏에 비교했다. 뱅크맨-프리드는 항변한다. “회사 경영에 좀 더 집중하지 못하고 잘못 운영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기업인 천재 천재 기업인 창업자 엘리자베스 암호화폐 거래소

2023-01-05

[삶의 뜨락에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인데 영어로나 한국어로는 적절한 표현이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정도로 이해된다. 니체는 ‘사람을 무는 뱀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크게 기뻐한다. 아무리 저급한 동물도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기쁨을 상상하면서 크게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동물에게만 주어진 최고의 특권이다’라고 했다.     타인의 행운을 그저 축하하는데 끝내지 않고 그들의 기쁨을 함께한다는 것은 일종의 공감이다. 니체가 말하는 미트프로이데(Mitfreude)가 바로 ‘함께 기뻐하기’이고 이는 샤덴프로이데의 정반대 개념이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10장에서는 시기심을 다룬다. 시기심은 인간 본성의 하나로 분노, 나르시시즘과 함께 인간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인간이라면 살아가면서 시기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원래 욕구의 동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욕구를 지니고 태어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더 나은 사람,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많은 재물을 갖고 싶고 채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옆집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인다. 자신보다 잘 나가거나 뛰어난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이미 가진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시기심이다. 시기심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동반되기에 큰 고통이 따른다. 이 시기심은 인간관계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사람 중에는 특히 시샘을 많이 내는 유형이 있다. 시기하는 사람의 공격을 일찍 알아채서 피해 가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시기심 많은 친구 하나로 오랫동안 당신의 영혼이 병들고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도 자신보다 어리고 재능있는 라파엘로를 시기해서 그의 명성을 더럽히고 그가 의뢰받는 것을 막으려고 동분서주했다면 믿겠는가. 나도 30대였을 때 시기심이 발동해서 끙끙 앓았던 기억이 하나 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딸의 친구네는 남편 혼자 돈을 벌고 애 엄마는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벤츠에 집을 화려하게 꾸미고 여유가 있게 살고 있었다. 나는 평생 일을 하면서도 남편한테 절약 또 절약해야 애들 대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저지했다. 알고 보니 그 애 엄마는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 나는 더욱더 화가 났었다.     우리는 누구나 남들과 비교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뛰어난 사람을 보면 긴장하고 시기심을 느낀다. 이 감정은 작게는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고 자폐증까지 유발하며 크게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해를 가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비교하고 시샘하는 인간의 성향을 서서히 뭔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이고 친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몇 가지 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당신이 시샘하는 것에 가까이 가서 그들이 보여주는 반짝거리는 앞면 말고 뒷면을 보도록 하여라. 분명 자신이 위안받을 무엇인가를 찾게 될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의 태도는 시기심을 없애는 가장 좋은 약이다. 감사하는 태도는 운동이 필요한 근육과 같아서 자주 써주지 않으면 위축이 된다. 마음을 열어 상대를 시기심이 아닌 본보기의 대상으로 삼으면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또한 인간의 위대함에 경탄하라고 한다. 누군가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은 호모사피엔스만이 이룩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이다.     행운을 가진 자를 시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이나 성취와 무관하게 살면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schadenfreude 분노 나르시시즘 천재 조각가 로버트 그린

2022-12-26

[삶의 뜨락에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이 단어는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인데 영어로나 한국어로는 적절한 표현이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정도로 이해된다. 니체는 ‘사람을 무는 뱀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크게 기뻐한다. 아무리 저급한 동물도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기쁨을 상상하면서 크게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동물에게만 주어진 최고의 특권이다’라고 했다.     타인의 행운을 그저 축하하는데 끝내지 않고 그들의 기쁨을 함께한다는 것은 일종의 공감이다. 니체가 말하는 미트프로이데(Mitfreude)가 바로 ‘함께 기뻐하기’이고 이는 샤덴프로이데의 정반대 개념이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10장에서는 시기심을 다룬다. 시기심은 인간 본성의 하나로 분노, 나르시시즘과 함께 인간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인간이라면 살아가면서 시기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원래 욕구의 동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욕구를 지니고 태어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더 나은 사람,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많은 재물을 갖고 싶고 채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옆집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인다. 자신보다 잘 나가거나 뛰어난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이미 가진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시기심이다. 시기심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동반되기에 큰 고통이 따른다. 이 시기심은 인간관계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사람 중에는 특히 시샘을 많이 내는 유형이 있다. 시기하는 사람의 공격을 일찍 알아채서 피해 가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시기심 많은 친구 하나로 오랫동안 당신의 영혼이 병들고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도 자신보다 어리고 재능있는 라파엘로를 시기해서 그의 명성을 더럽히고 그가 의뢰받는 것을 막으려고 동분서주했다면 믿겠는가. 나도 30대였을 때 시기심이 발동해서 끙끙 앓았던 기억이 하나 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딸의 친구네는 남편 혼자 돈을 벌고 애 엄마는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벤츠에 집을 화려하게 꾸미고 여유가 있게 살고 있었다. 나는 평생 일을 하면서도 남편한테 절약 또 절약해야 애들 대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저지했다. 알고 보니 그 애 엄마는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 나는 더욱더 화가 났었다.     우리는 누구나 남들과 비교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뛰어난 사람을 보면 긴장하고 시기심을 느낀다. 이 감정은 작게는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고 자폐증까지 유발하며 크게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해를 가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비교하고 시샘하는 인간의 성향을 서서히 뭔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이고 친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몇 가지 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당신이 시샘하는 것에 가까이 가서 그들이 보여주는 반짝거리는 앞면 말고 뒷면을 보도록 하여라. 분명 자신이 위안받을 무엇인가를 찾게 될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의 태도는 시기심을 없애는 가장 좋은 약이다. 감사하는 태도는 운동이 필요한 근육과 같아서 자주 써주지 않으면 위축이 된다. 마음을 열어 상대를 시기심이 아닌 본보기의 대상으로 삼으면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또한 인간의 위대함에 경탄하라고 한다. 누군가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은 호모사피엔스만이 이룩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이다.     행운을 가진 자를 시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이나 성취와 무관하게 살면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schadenfreude 분노 나르시시즘 천재 조각가 로버트 그린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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