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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요절한 천재 예술가들의 교훈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인류 역사에는 안타깝게 요절한 천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돋보인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신비감이 더해지고, 신화·전설이 극적으로 부풀려지기도 한다. ‘늙은 모차르트’란 상상하기 어렵다.
 
모차르트 35세, 쇼팽 39세, 슈베르트 31세
 
고흐 37세, 로트레크 36세, 모딜리아니 35세
 
윤동주 27세, 이상 26세, 나도향 24세, 김소월 32세.
 
요절한 천재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안타깝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굉장한 천재들이 오래 살아서 활동했더라면 역사가 얼마나 더 풍성하고 멋있어졌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고, 나는 이만큼이나 살았는데 도대체 이룬 것이 뭔가 되돌아보면 염치없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로 역사에 빛나는 성취는 나이에 관계없이 이루어졌다. 특히 문화 예술에서는 더 그렇다. 물론 원로들의 농익은 예술세계도 소중하지만, 싱그럽고 젊은 예술가들도 별처럼 빛나며, 신화 전설은 연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방정환 32세, 이효석 35세, 심훈 35세, 기형도 29세, 이육사 39세, 김유정 29세, 일본 작가 아쿠다카와류노스케 35세, 푸시킨 38세….
 
화가 이중섭 39세, 오윤 40세, 이인성 38세, 손상기 38세, 미술사학자 고유섭 39세, 에곤 실레 28세, 바스키아 27세, 키스 해링 31세….
 
가수 김광석 31세, 김현식 32세, 차중락 26세, 배호 29세, 윤심덕 29세, 빅토르 초이 28세, 지미핸드릭스 27세….
 
영화감독 나운규 34세, 하길종 37세, 배우 제임스 딘 24세, 마릴린 먼로 36세, 최진실 39세, 이소룡 32세, 역도산 39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이 이룬 업적은 참으로 크고 아름답고 의미 깊다. 보통 사람이 평생 한 일을 훌쩍 뛰어넘는다.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창조적 예술가는 내부에 있는 생명의 시계가 멈추는 것을 투시력을 통해 아는 것 같다. …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는 넘쳐흐르는 생산력, 그리고 미친 듯이 가속을 붙여 창작해나간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시간이 많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재는 아니지만, 나라와 사회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사, 열사 중에도 젊은이들이 많다. 유관순 17세, 논개 18세, 잔 다르크 19세, 안중근 30세, 윤봉길 24세, 전태일 22세, 강경대 19세, 이한열 20세 등….
 
그런가 하면, 권력의 꼭대기에 앉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온갖 좋은 것만 골라 먹으면서 살았을 텐데도 장수를 누리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네로 황제 31세, 양귀비 37세, 마리 앙투아네트 38세, 클레오파트라 39세, 안평대군 35세, 에바 페론 33세….
 
종교를 위해 순교한 성인 중에도 많은 이들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대건 신부 25세, 최제우 39세…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예수님이 33세에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
 
요절하지는 않았지만, 젊은 나이에 역사를 바꿔놓는 엄청난 업적을 이룬 경우도 하나하나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분들을 보면, 요새 젊은이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낮잡아 대하는 꼰대 짓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무턱대고 나이만 많이 먹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도 생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이상으로 꼰대의 푸념 끝!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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