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
타고난 소질과 천부적 재능에 열정과 노력이 합쳐질 경우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능력이 빛을 발한다. 재능은 땅에 묻힌 보석이다. 옥의 원석은 돌조각이다. 장인의 손에 갈고 닦아서 세공을 거쳐 투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
인류 역사를 바꾼 세계 10대 천재 1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2위는 극작가 세익스피어, 3위는 대문호 괴테, 5위는 미켈란젤로로 꼽힌다. 다빈치는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음악가, 공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지질학자, 천문학자, 식물학자, 역사가,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집필가, 기술자, 요리사, 수학자, 의사 등 다방면에서 완벽하게 활약한 다중천재(Polymath)다.
1452년 이탈리아의 빈치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다빈치는 부친의 친구인 베로키오 공방에 견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베르키오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소장, 1515년)의 아래 귀퉁이에 천사들을 그렸는데 스승은 깜짝 놀란다. 어린 제자가 자신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사실에 붓을 꺾고 조각에만 전념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두 아기천사의 볼은 둥글고 질감이 살아있는데 예수와 요한의 얼굴은 평면적이고 침침하다.
‘우리는 이따금씩 자연이 하늘의 기운을 퍼붓듯, 한 사람에게 엄청난 재능이 내리는 것을 본다. 이처럼 감당 못 할 초자연적인 은총이 한 사람에게 집중 되어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예술적 재능을 고루 갖게 되는 일이 없지 않다. (중략)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이며 미술사가인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극찬한 사람은 다빈치다.
다빈치는 37세부터 시작해 약 30년간 중단 없이 5천 쪽 분량의 육필 원고를 남겼다. 내용의 방대함과 깊이로 인해 해설 없이는 읽기 어렵지만 다빈치의 필사본은 불꽃 같은 창의력과 모든 분야에 대한 예술가의 열정을 담고 있다.
1994년 빌 게이츠는 36장짜리 코텍스 해머(Codex Hammer)라 불리는 필사본 노트 한 권을 340억 달러에 구입한다. 다빈치는 자신이 몰두한 개념을 간단한 스케치로 표현하고 깊이 사색하며 창의력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다빈치의 열렬한 팬인 빌 게이츠는 유명화가의 노트 한 권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16세기 낡은 노트에 담긴 다빈치 생각의 틀을 산 것이다.
빌 게이츠도 ‘노트광’으로 유명하다. 착상은 날파리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버린다. 인스프레이션(Inspiration)이 도망가기 전 재빠르게 필기하는 것이 영감을 붙잡는 최선의 방법이다.
재주와 능력이 성공한 삶,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지 않는다. 창의력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 만나는 새벽별로 반짝인다.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나 꽃잎 송별도 기록으로 남기면 남은 자의 기억 속에 작은 흔적으로 남는다.
생의 파노라마를 영혼의 무늬로 새길 수 없다 해도 별이 지는 밤, 은하수를 건너 그대 가슴에 사랑은 민들레 홀씨로 퍼져나간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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