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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대통령 집무실 이름

조선왕조의 각종 현판에선 건물의 용도와 건립 의미, 나아가 정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덕수궁이 경운궁이던 시절 남쪽 정문에는 ‘인화문(仁化門)’ 현판이 걸렸다. ‘어진 마음으로 백성을 교화한다’는 의미다. 광화문(光化門), 돈화문(敦化門), 홍화문(弘化門) 등 궁궐 바깥 정문 이름에는 ‘화(化)’자가 들어간다. 백성을 유교적 가치로 널리 교화하려는 의미가 담겼다.   왕의 글씨인 어필을 새긴 현판은 더 귀하게 여겼다. 철종이 쓴 ‘염자보민(念玆保民)’은 ‘백성을 보호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는 의미다. 창덕궁 정자 취운정엔 ‘진실로 중도를 지키라’는 뜻의 ‘윤집궐중(允執厥中)’이란 어필 현판이 걸렸다. 경희궁 경현당 북쪽엔 ‘양덕당(養德堂)’이란 어필 현판이 있었다. 성군이 되려면 덕을 길러야 한다고 왕이 왕세자를 가르친 것이다.   제아무리 왕이라도 맘대로 정치를 하지는 못했다. 신하에게 권한을 나눠주고 의견을 모아 합의해 결정했다.     조선 최고 행정기관인 의정부의 삼정승(영의정·좌의정·우의정)이 근무하던 곳의 이름은 ‘정본당(政本堂)’이었다. 신하의 역할이 곧 ‘정치의 근본’임을 상징한다. 홍문관에는 ‘옥당(玉堂)’ 현판이 걸렸다.     왕과 학문을 논하고 자문을 맡았던 이들이 근무하는 곳을 ‘옥과 같이 귀중한 집’이라 부른 것이다.     앞서 거론한 현판은 모두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이상을 걸다-궁중현판’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름 후보작이 5개로 추려졌다.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등이다. ‘국민의집’은 국민이 대통령실의 주인, ‘국민청사’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聽), 생각한다(思)는 의미다. ‘민음청사’는 국민의 소리를 듣는 관청, ‘바른누리’는 공정한 세상이란 뜻이다. 집무실 도로명에서 딴 ‘이태원로22’엔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통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고 노태우 대통령은 “나는 보통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이전 대통령까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소통을 강조하는 이름이 더 권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은 왕조시대도, 군부독재 끝물도 아니다. 집무실 이름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겠다. 이경희 / 한국 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장J네트워크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집무실 집무실 이름 노태우 대통령

2022-06-07

[尹정부 출범] 74년 '영욕의 세월' 뒤로 하고…靑, 역사 속으로

[尹정부 출범] 74년 '영욕의 세월' 뒤로 하고…靑, 역사 속으로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0일 00시 00분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사의 제작 편의를 위해 미리 송고하는 것으로, 그 이전에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엠바고 파기시 전적으로 귀사에 책임이 있습니다.> 김신조 사건에서 10·26까지…'권력의 심장' 정권명멸 지켜봐 문화재 등 볼거리…북악산 등산객 몰려 '시민공원' 기대감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10일 오전 0시를 기해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그동안 70년 넘게 이어진 '권부의 심장'으로서 청와대의 역할도 그 수명을 다하게 됐다. 새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제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이 아닌 시민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권력의 명멸 바로 곁에서 지켜봐 현재의 청와대 자리(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는 조선 태조 4년(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며 궁궐의 후원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는 경복궁을 청사 건물로 사용하면서 지금의 청와대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83년 전인 1939년에는 조선총독부는 이 곳에 건물을 짓고 총독관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을 짓고 관저 및 대통령 집무실로 이 건물을 사용하게 된 것이 지금 청와대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푸른 기와 집'을 뜻하는 청와대(靑瓦臺)의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당시 4·19 혁명 분위기 속에 경무대가 지닌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이름을 바꿨다. 이후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62년의 세월 동안 청와대는 곧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통했다. 특히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청와대는 주요 무대로 활용됐다. 우선 1968년 1월 12일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무장대원 31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부요인 살해를 목표로 청와대 뒷산으로 침투한 이른바 '1·21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무장대원들이 침투한 이른바 '김신조 루트'는 최근 북악산 개방 결정을 통해 일반 시민들도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됐다. 1979년 10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부지 내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지는 '10·26 사태'가 벌어졌다. 다만 이처럼 최고권력의 바로 곁에 위치하다보니 국민들에게 청와대는 무언가 내밀하고 위압감있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여기에 국가원수에 대한 철저한 경호 등이 겹치며 대통령과 시민들의 접점은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정권이 반복될 때마다 청와대는 '구중궁궐 논란'에 휩싸여야만 했다.       ◇ 문화재 등 볼거리 풍성…등산객 몰리는 '시민공원' 될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구중궁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으로 옮기는 '대공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청와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공원이 될 전망이다. 시민들이 청와대에 입장하면 그동안 대통령과 참모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동안 경호와 보안 문제로 잠겨 있었던 청와대 뒤편 대통문이 개방되면서 한양도성 성곽까지 연결되는 북악산 등산로도 새롭게 열리게 된다. 춘추관 뒷길에서 출발하는 청와대 동편 코스와 칠궁 뒷길로 시작하는 서편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되며, 봄을 맞아 다수의 관광객들이 새로 열리는 이 코스를 찾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내의 다양한 문화유적도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77호로 지정된 석불좌상이 있다. 지정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이 이를 서울 남산 총독관저가 있던 왜성대로 옮겨왔다. 특히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이 불상을 일본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당시 언론이 비판여론을 일으켜 보물을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근에는 청와대 내 정자인 오운정도 자리하고 있다. 오운정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당시에 함께 건립한 정자로, 이 현판 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청와대 내부 서남쪽에는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의 위패를 모신 '칠궁'이 있다. 수궁(守宮)터는 과거 일제가 세웠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허물면서 옛 경복궁 후원의 모습을 재현해 조성한 곳이다. 이같은 유적을 중심으로 한 '역사탐방'이 북악산 등산코스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청와대가 역사와 자연이 함께하는 시민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게 윤석열 정부의 기대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尹정부 출범 영욕 세월 대통령 집무실 시민공원 기대감 청와대 부지

2022-05-09

[J네트워크] 대통령의 국정 과제 우선순위

지난해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한 달도 안 됐던 때다. 델라웨어 자택에서 돌아오던 그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진행 중인 탄핵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는 바이든을 ‘슬리피 조(따분한 바이든)’라고 부르며 인신공격성 조롱을 퍼부었다. 선거 뒤엔 결과에 불복하고 극렬 지지자들을 워싱턴으로 불러모아 초유의 의회 폭동 사태까지 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대가 컸을 자신의 취임식을 철책으로 꽁꽁 둘러싸인 채 비정상적으로 치러야 했다.   이쯤 되면 전임자에 감정이 쌓였을 법한데도, 바이든의 대답은 “상원이 해결하게 놔두자”는 짧은 한마디였다. 이참에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하게 짓밟아야 한다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과도 선을 그었다. 당시 미국은 하루 확진자수·사망자수 모두 전 세계 1등이었다. 코로나19를 진정시키고, 경제를 되살리며, 무너진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 모두 새 대통령의 시급한 과제였다. 그는 이런 ‘바이든표’ 아젠다를 트럼프 탄핵이란 남의 이슈로 덮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탄핵에 매달리는 것 역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식 약속과 어울리지 않았다.   한국에선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대선 직후 미국과 썩 다르지 않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최대 규모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회복은 점점 멀어졌다. 선거를 거치며 이젠 지역 갈등도 모자라 세대간·젠더간 갈등의 골까지 깊어졌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새 대통령 당선인을 놓고 떠오르는 가장 큰 이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정도다. 과거와 차별화해 방역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경제는 어떻게 살리고 부동산값은 어떻게 잡을 건지, 자신을 부각할 수 있는 이슈들은 용산 이야기에 다 덮여버렸다. 지난 권력과 갈등 상황을 만들면서 자신을 뽑지 않은 국민 절반의 마음을 살 기회도 놓쳤다.   사실 자기 이슈에 집중했던 바이든 대통령조차 아프가니스탄 철수, 오미크론 확산 같은 돌발상황에 부딪히며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다. 확실한 다수당이 못된 탓에 야심 차게 내민 법안은 상원에서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정말 시급한 과제들에 대한 ‘윤석열표’ 해법을 제시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갈등에 기대 국정을 시작한다면 내년 이맘때쯤, 지금 바이든 정부보다 더 힘든 2년 차를 맞을 수 있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대통령 국정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 집무실 인의 대통령

2022-04-12

독대는 없었다…尹 "靑시대 꼭 마감" 文 "면밀히 살펴 협조"(종합2보)

독대는 없었다…尹 "靑시대 꼭 마감" 文 "면밀히 살펴 협조"(종합2보) 청와대 만찬 회동…文 "집무실 이전 지역 판단 차기 정부 몫" "文 '인사·추경도 尹측과 협의'…MB사면·조국은 거론 안돼" 尹 "국정, 축적의 산물…잘된 정책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정수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찬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예산 등에 대한 협조 의사를 보였다고 윤 당선인 측이 밝혔다.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임기 말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양측은 실무협의하기로 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회동은 역대 가장 늦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이지만, 제일 긴 시간 동안 이뤄졌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두 사람 간의 즉석 담판은 이뤄지지 않고 핵심 쟁점 사안은 대부분 '추후 협의'로 넘겨졌다. 독대도 없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만찬 후 통의동 브리핑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가 판단할 문제이고 지금 정부는 정확하게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당선인께서 옮기는 취지와 '전 정권, 전전 정권 또 문민정권 때부터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그런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전을 못 하지 않았나. 이번만큼은 좀 본인이 꼭 이걸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누가 이걸 먼저 꺼냈다고 하기보다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 문제 언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집무실 이전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상정할지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절차적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느끼기엔 아주 실무적으로 시기라든지, 이전 내용이라든지 이런 것을 서로 공유해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29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 안건 상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장 실장은 "면밀히 검토하시겠다고 했으니까 내일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액적인 측면이나 타당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시겠다고 하니 조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 이전에 집무실 이전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두 분께서 시기까지 가능하다, 하지 않다는 말은 없었다"며 "어쨌든 문 대통령이 협조하고 실질적인 그런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면밀히 따져 보신다고 하니 실무자 간에 이전 내용, 이전 계획, 시기를 따져 면밀하게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담당 부서에서 (처리) 한다고 한다면 협조하시겠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당선인은 현재 청와대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 실장은 2차 추경 편성 문제에 대해선 "시기나 규모는 구체적으로 얘기 안 했고 추경의 필요성은 두 분이 공감했다"면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그 라인에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사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문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에 해야 할 인사 문제에 대해 이철희 수석, 장제원 비서실장께서 국민 걱정을 덜 수 있게 잘 의논해 달라'고 했고 당선인도 '이 수석과 장 실장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과 당선인은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 치의 누수가 없게 서로 최선을 다해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께서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마지막 남은 임기 코로나를 잘 관리해서 정권 이양하는 게 가장 큰 숙제로 안다. 최선을 다해 잘 관리해 정권을 인수인계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사면 문제에 대해선 "윤 당선인은 오늘 사면 문제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 문제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언급 등도 없었다고 한다. 장 실장은 "현재 정치권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차후 만날 계획을 따로 잡지 않았고 문 대통령께선 '자신이 우리 당선인께서 협조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에 따르면 만찬을 시작하면서 문 대통령은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의례적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정당 간에 경쟁할 순 있어도 대통령 간의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축하를 건넸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며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 나가겠다. 초대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눴다고 장 실장이 전했다. 만찬 회동을 마치면서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길 빈다. 제가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하시길 빈다"고 인사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이날 오후 5시 59분에 녹지원에서 만나 청와대 상춘재로 향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오후 8시 50분까지 총 2시간 51분간 회동했다. 이 가운데 만찬은 2시간 36분간 진행됐다고 장 실장이 전했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중 가장 오랜 시간 대화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에 성사된 것으로,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중 가장 늦게 이뤄졌다. geein@yna.co.kr [https://youtu.be/stvbXS3sE9I]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청시대 독대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사면 현직 대통령

2022-03-28

[시론]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자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놓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 공백을 거론하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공약대로 “5월 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있는 통의동에서 정부를 출범하며,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인이 처음 한 공약이 아니다. 이미 문 대통령이 5년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이다. 당시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의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안보는 북한과의 문제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10번 발사하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에 딱 한 번 참석했다.     그런데 북한이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발사했다고 갑자기 NSC를 소집하고 안보위기를 거론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을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럼 무엇이 안보위기인가.   현 정부는 김정은과 회담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뤘다며 한반도 평화구도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남북 평화공존의 완결판으로 종전선언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런데 안보위기를 조장하는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에도 현 정부는 도발이라고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올 들어 유엔의 대북 규탄 결의안엔 세 번이나 불참했다. 특이한 것은 현 정부는 북한이 안보를 위협하는 주체라고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 수백 발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방어할 수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추가해야 하는데, 중국에 막혀 있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데도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일으킨다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에 가입하지도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대책으로 한미동맹이 있지만 현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완전히 껍데기로 만들었다. 지난 5년간 국방부는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만 매달렸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있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사태를 보며 홀로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속히 서로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과 협력을 통해 국가의 대계를 세우기 바란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통합 협력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실 용산

2022-03-23

[시론]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자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놓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 공백을 거론하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공약대로 “5월 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있는 통의동에서 정부를 출범하며,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인이 처음 한 공약이 아니다. 이미 문 대통령이 5년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이다. 당시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의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안보는 북한과의 문제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10번 발사하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에 딱 한 번 참석했다.     그런데 북한이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발사했다고 갑자기 NSC를 소집하고 안보위기를 거론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을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럼 무엇이 안보위기인가.   현 정부는 김정은과 회담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뤘다며 한반도 평화구도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남북 평화공존의 완결판으로 종전선언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런데 안보위기를 조장하는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에도 현 정부는 도발이라고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올 들어 유엔의 대북 규탄 결의안엔 세 번이나 불참했다. 특이한 것은 현 정부는 북한이 안보를 위협하는 주체라고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 수백 발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방어할 수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추가해야 하는데, 중국에 막혀 있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데도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일으킨다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에 가입하지도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대책으로 한미동맹이 있지만 현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완전히 껍데기로 만들었다. 지난 5년간 국방부는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만 매달렸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있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사태를 보며 홀로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속히 서로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과 협력을 통해 국가의 대계를 세우기 바란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통합 협력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실 용산

2022-03-23

[J네트워크] 백악관 소통법을 배우고 싶으면

지난 9일 치른 제20대 한국 대통령 선거는 2020년 미국 대선과 닮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각 역대 최다 득표 낙선자로 기록됐다. 이 후보는 1614만 표를 얻어 문재인(1342만 표), 박근혜(1577만 표) 대통령 당선 때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윤석열(1639만 표) 당선인에게 패했다. 역대 대선 득표수 2위다.     트럼프는 7422만 표를 얻어 조 바이든 대통령(8128만 표)에게 졌지만, 미국 대선 역사상 바이든 다음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는 바이든과 윤 당선인에게 적극적으로 반대한 유권자가 국민의 절반가량 된다는 뜻이다. 노련한 바이든은 민심을 정확히 읽고 통합과 치유를 당선 첫 메시지로 내세웠다. ‘미국의 영혼’ 회복과 ‘중산층 재건’을 약속했다. 평범한 미국인의 욕구를 짚었다. 정권 인수 기간 70여일 동안은 취임 후 실시할 정책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문가들이 임기 첫날부터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신을 뽑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언행을 보였다.   윤 당선인 앞에 놓인 여건도 당시 미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득표율 차가 0.73%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두 동강 난 민심 통합이 급선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손 놓다시피 한 방역과 치료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시급하다. 제로 금리 시대의 종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커진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습이 더 많은 국민을 안심시키지 않을까.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백악관을 모델로 언급했다. 참모들, 기자들과 한 건물을 쓰고, 주변을 공원화해 국민과 물리적 거리를 좁히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소통 능력이 건물 배치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없앤 트럼프도 이 건물에서 지냈고, 취임 1년 차 인터뷰 횟수(22회)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적은 바이든도 여기 살고 있다.   바이든의 백악관은 전임 행정부보다 의견을 충분히 주고받는 과정을 중시한다. 공개·비공개 브리핑이 부처마다, 주요 사안마다 수시로 열린다. 공론화와 절차적 정당성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이 당선된 지 불과 11일째 되는 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은 충분한 소통이라고 보기 어렵다.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표어와도 어긋난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었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백악관 소통법 대통령 당선 역대 대통령 대통령 집무실

2022-03-22

[기고] 대통령 당선인의 소통법

 21일(한국시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후 첫 번째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관한 설명 및 대국민 설득을 위한 회견이었다. 가히 파격적이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장면이 계속 연출되었다.   우선, 이전에 대통령들은 이 같은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대국민 연설을 할 경우 대체로 참모들이나 관계자를 대거 대동했는데 이번 윤 당선인은 대변인 한 명과 2~3명의 실무인원이 전부였다. 권위주의적 행태를 탈피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국방부청사 조감도를 걸어 놓을 때도 당선인이 직접 거들기도 했다.   “왜 집무실을 청와대가 아니고, 국방부 건물로 정했나?”에 대한 설명은 자세하고 분명하며 설득력이 있었다. 나 자신도 이전에는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날 설명을 듣고는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가장 파격적인 장면은 국방부 조감도를 걸어 놓고, 자세한 설명과 브리핑을 할 때였다. 누구나 그것은 인수위원장이나 혹은 위원, 또는 관련 담당자가 나와서 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당선인 자신이 지시봉을 손에 잡고, 조감도를 가리키며 직접 하나 하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 나갔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직접 소통과 설득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 다음으로, 파격이라 할 것은 아니겠지만 특이한 것은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대체로 이전의 집권자들은 사전에 질문자와 질의내용을 조율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 누구나, 이름 없는 언론사의 기자라도 손만 들면 다 질의를 할 수 있었고, 당선인은 그에 대해 일일이 명확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다른 대통령처럼 빙빙 돌리거나 애매한 대답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윤 당선인의 이번 첫 번째 대국민 소통 기자회견은 성공적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리더십(leadership)’과 관련해 사람들의 면모나 자질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리더’형이고 다른 하나는 ‘참모’형이다. ‘리더’형 사람들의 특징은 어디서나 주위 사람들을 휘어 잡고 이끌어 나간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하다. 또 덕과 포용력이 있어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따른다. 반면 참모형의 사람은 리더에게 충성하며 모든 일을 자세하게 생각하고 치밀하게 해 나간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는 대표적인 리더형이다. 반면 제갈량 같은 사람은 대표적인 참모형이다. 만일 리더가 참모처럼 일을 하면 그의 리더십은 실패한다. 또 참모가 리더처럼 영향력이 크면 그 조직은 서로 충돌하거나 깨진다.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에 차기 국가수반으로서의 리더십을 국민에게 선보였다. 리더로서 강한 결단력, 빠른 추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리더이지 참모가 아니다. 그런데 참모가 해야 할 일을 그가 직접했다. 지시봉을 들고, 괘도를 짚어가며 자세하게 브리핑을 해 나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직접 관련 담당 참모를 시켜야 했었다. 아마도 그가 실무형 검사로 오래 생활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가 혼자 모든 것을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식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서는 안된다. 앞으로 국정 수행에서 그런 스타일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기고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 집무실 당선인 자신

2022-03-21

[J네트워크] 용산

 ‘한성부 용산방’(1896년). 서울특별시 용산구의 행정구역상 첫 이름이다.    1231년 고려를 침공한 몽고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병참 기지를 용산에 세웠다.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용산은 한강을 접해 수로를 통해 상륙한 후 남산·북한산을 넘어 고려의 수도인 개경(개성)을 공략하기 유리했다. 1882년 임오군란 진압을 위해 파병 온 청나라 군대와 1910년 시작된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군이 주둔한 곳도 용산이다. 1945년 해방 후 2017년까지 미군도 머물렀다.    군사요충지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1970년대 들어 부촌으로 주목받았다. 1961년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당시 육군본부가 있던 한남동 일대가 권력의 중심지로 부상하자 재력가들이 몰렸다. 풍수지리상 최고 명당으로 부르는 배산임수 입지도 이유다. 북한산에서 남산을 거쳐 내려온 땅의 기운이 물(한강)을 만나 흘러가지 못해 복이 넘친다는 것이다.    2007년 서울시가 ‘단군 이래 최대 개발’로 불리던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비 30조원)을 추진한 적도 있다. 66개 빌딩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는데 보상 문제로 반발하던 철거민이 불에 타 사망하는 참사도 있었다. 결국 개발은 무산됐다.    대통령 집무실이 74년 만에 종로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공약 이행이다. 그런데 이전 장소를 바꿔 잡음이 많다.    용산 주민은 곳곳에서 진행 중인 개발 규제 강화와 교통 체증, 잦은 시위로 인한 혼잡을 우려한다. 국방부 이전 과정에서 생길 국가 안보 위협, 집무실 이전 비용이 낭비라는 지적에 무속 논란까지 있다. 풍수지리 때문에 이전 장소를 바꿨다는 것이다. 후보시절 윤 당선인과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무속·역술에 의존한다며 도사·스님·법사·무당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탓이다.    고립된 구조의 청와대를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이다. 다만 임기 시작 전인 50일 안에 이전하겠다고 서두를 필요가 있나 싶다. 일반 가정집도 이사를 하려면 적어도 3개월 전엔 새집을 알아보고 이사 계획을 세운다. 하물며 국가지대사다. 논란과 우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대비가 우선이다. 그래야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기 위한 이전이 ‘밀어붙이기식’ 강행이라면 그 취지가 퇴색한다. 최현주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용산 집무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성부 용산방 용산 국방부

2022-03-21

[J네트워크] 청와대와 백악관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나눠진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다. 노 대통령이 1989년 청와대를 신축하면서 본관과 관저를 분리했다. 그전엔 2층짜리 구 본관 건물을 1층은 집무실, 2층은 생활공간인 관저로 사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 시절 살았던 청와대는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에 있었다.   1991년 지금의 청와대 본관이 준공되면서 관저(1990년 준공)와 집무실 간 ‘출퇴근’ 개념이 자리 잡았다. 새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2층에 마련됐다.     본관 로비만 들어서도 3m에 달하는 높은 층고와 정면에 보이는 중앙 계단이 주는 웅장함에 압도된다. 붉은색 카펫을 밟고 2층 계단을 올라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면서 긴장하지 않는 국무위원과 참모진은 드물 것이다.   본관 집무실은 다른 한편으론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과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민관(與民館)’으로 불리는 비서동 3개는 1관이 2004년, 2관은 1969년, 3관은 1972년 지어졌다. 비서동에서 본관까지 거리는 500m인데 차로는 5분, 걸어서는 15분이 걸린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여민1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크기는 168.59㎡(51평)인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인 87.27㎡(26.4평).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집무실 이전을 공약할 때마다 모범 사례로 앞세우는 게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윙(West Wing·서쪽 건물)과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다.     오벌 오피스 좌우로는 부통령과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대변인 등의 사무실이 같은 1층에 들어서 있다. 타원형에 4개의 문이 나 있는 오벌 오피스의 면적은 75.8m²(약 23평) 규모다. 곡면의 벽체는 직사각형 구조보다 서로를 품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니 대화도 잘될 것 같다. 3개의 남향 창문 너머로는 백악관 정원인 로즈가든도 내다보인다.   새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은 ‘구중궁궐’로 불렸던 청와대 밖을 나온다고 한다. 집무실 내부는 물론이고 참모진 사무실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예상된다. 집무실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대통령과 참모가 언제든 서로 방문을 밀고 들어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청와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본관 본관 집무실

2022-03-18

[분수대] 공약

 공약(公約)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약속이다. 대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장 등을 선출할 때 후보자가 당선된 후 임기 내에 실행할 일을 국민에게 내세우는 약속을 뜻한다. 한국에서 공약은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다. 말 그대로 빈 약속, 헛된 약속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공약부터 그렇다. 역대 대통령의 공약이행률은 평균 30% 선이다. 후보 시절 국민에게 내세웠던 약속 3개 중 2개는 어겼다는 의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 4년 차 공약이행률은 41%, 이명박 전 대통령은 39%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39%), 고 노무현 전 대통령(43%), 고 김대중 전 대통령(18%)도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아직 임기가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행률은 공개 전이지만, 현 정부의 대선공약 체크사이트인 ‘문재인미터’는 17%로 본다. 주요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 강화 등은 대표적인 파기 공약으로 꼽힌다. 대통령 집무실은 여전히 청와대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용 논란은 촛불 집회로 이어졌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 여부가 갈릴 만큼 치열했다. 치열한 만큼 표심을 모으기 위해 남발한 공약도 적지 않을 테다. 윤석열 대통령(사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30만 표를 위해 소상공인에게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여성가족부 폐지(양성평등가족부 신설), 250만 가구(수도권 150만) 공급 등도 있다. 모두 쉽지 않아 보이는 약속이다. 누군가에겐 당선을 위해 쏟아낸 공약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오매불망 기다리는 약속일 수 있다. 각 공약 실행 여부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윤 당선인의 공약집 제목인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약속 지키는 대통령’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최현주 / 한국 생활경제팀 기자분수대 공약 공약 실행 대통령 집무실 파기 공약

2022-03-16

[J네트워크] 대통령의 ‘공약’

공약(公約)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약속이다. 대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장 등을 선출할 때 후보자가 당선된 후 임기 내에 실행할 일을 국민에게 내세우는 약속을 뜻한다.     한국에서 공약은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다. 말 그대로 빈 약속, 헛된 약속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공약부터 그렇다. 역대 대통령의 공약이행률은 평균 30% 선이다. 후보 시절 국민에게 내세웠던 약속 3개 중 2개는 어겼다는 의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 4년 차 공약이행률은 41%, 이명박 전 대통령은 39%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39%), 고 노무현 전 대통령(43%), 고 김대중 전 대통령(18%)도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아직 임기가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행률은 공개 전이지만, 현 정부의 대선공약 체크사이트인 ‘문재인미터’는 17%로 본다.     주요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 강화 등은 대표적인 파기 공약으로 꼽힌다. 대통령 집무실은 여전히 청와대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용 논란은 촛불 집회로 이어졌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 여부가 갈릴 만큼 치열했다. 치열한 만큼 표심을 모으기 위해 남발한 공약도 적지 않을 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30만 표를 위해 소상공인에게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여성가족부 폐지(양성평등가족부 신설), 250만 가구(수도권 150만) 공급 등도 있다. 모두 쉽지 않아 보이는 약속이다.     누군가에겐 당선을 위해 쏟아낸 공약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오매불망 기다리는 약속일 수 있다. 각 공약 실행 여부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윤 당선인의 공약집 제목인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약속 지키는 대통령’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최현주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대통령 공약 대통령 집무실 국가원수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2022-03-15

광화문 대통령 시대 가시화…경호 확 바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대통령실 이전이 가시화되자 경찰이 경비와 집회·교통관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한 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등으로 집무실을 옮기고, 관저는 삼청동 총리공관 등에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 국민·내각과 가까워지겠다는 취지를 담은 구상이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이 시민들의 일상 공간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지면 경호·경비 업무 측면에서는 한층 긴장도가 커지고 해결해야 할 난관들도 생긴다.   청와대는 독립된 공간이라 측근 경비(1선), 건물 경비(2선), 외곽 경비(3선)를 경찰 내 전담조직인 청와대 101단과 202단이 분담하기에 원활했다.   반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고, 특히 민간 건물이 밀집한 대로변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집무실이 옮겨질 경우 당연히 경비 체제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은 고층 건물이 많아 저격 등 테러에 대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외관 방탄 시설 확보는 물론 전용 헬기 2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헬기장과 대피용 벙커도 필요하다.현 정부의 광화문 대통령 시대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유홍준 위원도 “주요 시설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일본대사관 등 주요국 대사관들이 있어 외교·안보와 관련된 기밀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수월하지 않은 난점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밖에도 경호 인력과 비서진의 근무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고, 관저와 집무실·영빈관 등이 흩어져 있으면 동선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집회·시위와 교통관리 측면에서 안전과 원활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일선의 한 경찰 관계자는 12일 “광화문광장도 넓힌 상황에서 경력을 대폭 배치하면 시민에게 위화감이나 불편을 줄 수도 있다”며 “청와대를 이전하게 된다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북측광장 조성 등으로 확장 공사 중인 광화문광장은 집회·시위의 중심지다.   현행 법으로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시위가 수시로 열려도 제한할 방법이 없어 법 개정 또는 기타 방안 마련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교통경찰은 “우리 입장에서는 매일 행사가 벌어지는 셈이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청와대 이전이) 안 될 이유가 수십만 가지라도 당선인 의지가 강하면 그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는 기류가 읽힌다.   특히 이번 기회에 경호 패러다임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968년 김신조 사태 이후 경호는 북한을 가장 큰 적으로 상정하고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저격 등 테러에 대비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업무였던 만큼 군과도 긴밀히 협업해왔다.   이 같은 경호 패러다임을 국가 원수에 대한 의전과 안전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경찰 내에서도 비중 있게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들과 해법을 조속히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11일 “청와대 경호팀은 청와대만 집중적으로 담당했기 때문에 동선과 근무방식이 최적으로 정착돼 있는데, 집무실을 이전하게 되면 공간배치나 동선, 인·물적 자원을 다 새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광화문 대통령 광화문 대통령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대통령 집무실

2022-03-11

MD-VA 공화당 주지사 협력 잘 될까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취임으로 메릴랜드 래리 호건 주지사와 함께 모두 공화당 주지사 시대를 열면서 새로운   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영킨 주지사는 지난주 호건 주지사 집무실을 방문하고 상호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버지니아 정가에서는 특히 북버지니아 지역과 관련된 랄프 노덤 전 주지사의 잔여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   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버지니아 접경인 495벨트웨이 아메리칸 리전 브릿지 확장 공사와 HOT 톨로드 사업을 임기 내에 착   공하길 원하고 있다.   이는 영킨 주지사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그레이트 폴스에 거주해왔던 영킨 주지사는 북버지니아를 비롯한 워싱턴 메트로 권역의 교통체증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후보 시절에도 노덤 주지사의 북버지니아 교통대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덤 주지사는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서는 알링턴 카운티와 알렉산드리아 시티 등을 중심으로 철도 연계 통근교통   망을 정비하고 포토맥강 철교 등 철도 인프라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영킨 주지사는 이 정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495벨트웨이 전구간에 걸쳐 HOT 레인 건설을 요구해 왔는데, 영킨 주지사도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버지니아의 495벨트웨이 HOT 프로젝트는 공화당 소속의 밥 맥도널 전 주지사 시절 시작됐으며 공화당의 의제이기   때문이다.   호건 주지사는 워싱턴 지역을 아우르는 코로나 방역과 백신여권 등 각종 규제 통일을 주장한 바 있는데, 공화당 강   경파에 가까운 영킨 주지사는 규제보다는 개인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선호하기 때문에 공동협력이 어렵다.   메릴랜드 정치권에서는 호건 주지사가 주로 민주당 성향에 가까운 온건파이기 때문에, 영킨 주지사와의 협력이 의   외로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호건 주지사가 차기 대권에 욕심을 낸다면 공화당 강경파에 어필하기 위해 영킨 주지사와의 협력으로 전국   적인 지명도 발판 마련을 위한 시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공화당 주지사 버지니아 주지사 노덤 주지사 주지사 집무실

2022-01-19

[김창준] 대통령의 단독면담 요구, 바뀐 위상 실감

    반대 부딪친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찬성 부탁 오랜 친구처럼 대하는 놀라운 친화력에 감동  1993년 11월 어느 날이었다. 의회 사무실에서 지역구로부터 올라온 여론조사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갑자기 비서가 내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라고 했다.     ‘누구길래 저렇게 호들갑인가.’ 속으로 생각했다. 백악관에서 온 전화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나와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오후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자는 초청이었다.   백악관에서 보낸 리무진을 타고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경호원들의 절도 있는 경례와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집무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어갔다. 머릿속에 그동안의 힘들었던 이민생활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30여 년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가난한 나라에서 단돈 500달러를 들고 혈혈단신 이역만리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 땅을 밟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일본 제국주의에 주권을 송두리째 빼앗긴 나라에서 태어나 동족상잔의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이민 와 겪은 온갖 고난을 뒤로하고 당당히 세계 최강국 미국의 연방 하원의원이 된 나를 돌아봤다.     내 인생이 미국에 와서 드라마틱하게 변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긴 이뤘구나.’ 새삼 자부심과 긍지도 느꼈다.   미국은 세계 제1의 정치, 경제, 군사 강국이다.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바쁜 인물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반갑게 맞이하며 내 손을 잡았다. 그 전에도 클린턴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독대는 처음이었다. 미국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이라 다소 긴장됐다. 클린턴은 그런 나를 배려한 듯, 자리에 앉아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골프와 내 가족 얘기부터 했다.     자신과 반대 정당 초선 의원인 나를 편안하게 해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또 이미 나에 대한 중요 정보는 다 파악한 모습이었다. 내 골프 핸디가 ‘20’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내 샷 비거리가 좀 짧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비거리를 낼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줬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아, 이게 빌 클린턴의 매력이구나. 괜히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 아니구나.’     내 아이들 이름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족 안부를 물었다. 대통령이 처음 마주 앉은 초선 하원의원 자녀들 이름까지 외워 언급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어젠다를 위해 내 표가 필요했다. 그러려면 내 마음부터 잡아야 했다. 하지만 경위야 어쨌든 그 성의와 기억력에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클린턴은 집무실에 장식해 놓은 각종 그림과 조각에 관해 설명해 나갔다. 중간중간 특유의 유머도 섞어가면서. 나를 보면서 “미국 역사상 유일한 한인 의원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연거푸 칭찬했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화술이 대단했다.   비로소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를 집무실까지 부른 이유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안 때문이었다.     취임 첫해를 맞은 클린턴에게 NAFTA는 그의 정치운명을 건 이슈였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조 편이다. 전국에 퍼져 있는 각종 노조 힘은 어마어마했다. 이들은 NAFTA가 통과되면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이 밀려들어와 미국인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로 협정에 강력히 반대했다. 노조 지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많은 민주당 의원이 줄줄이 NAFTA 반대 성명을 내던 때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소속의 클린턴 대통령이 앞장서 NAFTA 지지를 선언하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황했다. 클린턴은 급진 정치인이 결코 아니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이 적절하게 섞인 중도파 정치인이었다. 경제정책에서는 보수에 가까웠다. NAFTA를 보면 오히려 그는 표밭인 노조에 타격을 준 셈이었다.     물론 이러한 클린턴의 결정이 먼 훗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됐다. NAFTA로 직격탄을 맞은 러스트벨트와 다수의 노조가 훗날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 정치다.     당시에는 클린턴이 전통적 민주당 이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지금도 NAFTA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경제학자가 많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철저하게 민주당 이념에 충실하면서도, 경제와 국방에서는 공화당 이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용주의 정책을 추구한 클린턴 인기는 대단했다.     NAFTA는 민주당 지도자들과 의원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노조 등의 맹렬한 반대와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었음에도 클린턴의 결심은 요지부동이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만큼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NAFTA에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보니 클린턴이 속한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하고 거꾸로 야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보기 드문 정치풍경이 연출됐다.     사실 NAFTA에 필요한 모든 기초공사는 전임인 조지 H. 부시 대통령 때 마련됐다. 따지고 보면 클린턴은 부시 전 대통령이 다져 놓은 국가적 중대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NAFTA를 통과시킨 주인공은 클린턴 대통령이었기에 지금은 NAFTA 하면 클린턴 얼굴부터 떠오른다.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클린턴은 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기 전 NAFTA 비준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의원들 설득에 ‘올인’하고 있었다.   나는 NAFTA 비준 표결이 임박한 시점에 찬반 입장을 확실히 내놓지 않았다. 지역구가 멕시코 국경에서 멀지 않은 탓에 지역 구민 반응을 좀 더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만큼 굉장히 민감한 문제였다. 클린턴 대통령이 나를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내가 NAFTA 비준안에 관해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30명 정도에 달하는 미결정 의원들 선택이 비준안 통과에 결정적이라고 본 클린턴은 나를 초청해 단독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다.   결국 나는 찬성표를 던졌다. 클린턴과 전임인 부시가 모두 그토록 원했던 NAFTA는 통과됐고 수십 년 동안 협정이 유지됐다. NAFTA가 논란이 많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국민도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기업들은 큰 이익을 봤지만 우려했던 대로 미국 제조업과 러스트벨트 상권이 무너졌다. 트럼프는 대선 캠프 때 줄기차게 NAFTA를 비난하며 즉각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26년 만에 NAFTA는 트럼프 손에 의해 폐지됐다. 트럼프는 무역수지에 있어 미국에 여러모로 더 유리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내용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과시켰다. USMCA가 지난해 7월 1일 발효되면서 NAFTA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원용석 기자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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