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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대통령의 국정 과제 우선순위

지난해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한 달도 안 됐던 때다. 델라웨어 자택에서 돌아오던 그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진행 중인 탄핵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는 바이든을 ‘슬리피 조(따분한 바이든)’라고 부르며 인신공격성 조롱을 퍼부었다. 선거 뒤엔 결과에 불복하고 극렬 지지자들을 워싱턴으로 불러모아 초유의 의회 폭동 사태까지 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대가 컸을 자신의 취임식을 철책으로 꽁꽁 둘러싸인 채 비정상적으로 치러야 했다.
 
이쯤 되면 전임자에 감정이 쌓였을 법한데도, 바이든의 대답은 “상원이 해결하게 놔두자”는 짧은 한마디였다. 이참에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하게 짓밟아야 한다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과도 선을 그었다. 당시 미국은 하루 확진자수·사망자수 모두 전 세계 1등이었다. 코로나19를 진정시키고, 경제를 되살리며, 무너진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 모두 새 대통령의 시급한 과제였다. 그는 이런 ‘바이든표’ 아젠다를 트럼프 탄핵이란 남의 이슈로 덮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탄핵에 매달리는 것 역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식 약속과 어울리지 않았다.
 
한국에선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대선 직후 미국과 썩 다르지 않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최대 규모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회복은 점점 멀어졌다. 선거를 거치며 이젠 지역 갈등도 모자라 세대간·젠더간 갈등의 골까지 깊어졌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새 대통령 당선인을 놓고 떠오르는 가장 큰 이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정도다. 과거와 차별화해 방역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경제는 어떻게 살리고 부동산값은 어떻게 잡을 건지, 자신을 부각할 수 있는 이슈들은 용산 이야기에 다 덮여버렸다. 지난 권력과 갈등 상황을 만들면서 자신을 뽑지 않은 국민 절반의 마음을 살 기회도 놓쳤다.
 
사실 자기 이슈에 집중했던 바이든 대통령조차 아프가니스탄 철수, 오미크론 확산 같은 돌발상황에 부딪히며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다. 확실한 다수당이 못된 탓에 야심 차게 내민 법안은 상원에서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정말 시급한 과제들에 대한 ‘윤석열표’ 해법을 제시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갈등에 기대 국정을 시작한다면 내년 이맘때쯤, 지금 바이든 정부보다 더 힘든 2년 차를 맞을 수 있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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