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미주한인문학 50년과 ‘지평선’
올해는 미주 한인문학계가 기념해야 할 뜻깊은 해이다. 1973년 미주 최초의 시동인지 ‘지평선’이 발간된 지 5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이 ‘지평선’을 미주한인문학의 출발점으로 잡는데 대부분의 연구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미주한인문학이 어느덧 반세기의 연륜을 기록한 것이다. 축하할 만한 일이다. 지난 50년 동안의 문학 활동을 객관적으로 되살펴 보고 정리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50년의 역사를 꼼꼼하고 균형감 있게 정리한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문학평론가 이형권 교수의 역작 ‘미주 한인 시문학사’가 있어서 든든하지만, 이 책은 1905년부터 1999년 사이의 시문학 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어서 아쉽다. ‘지평선’은 매우 소박한 시집이다. (아직 사진식자기가 없던 때라) 한글 타자기로 쳐서 수공업적으로 만든 순박한 시 모음집이다. 순박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그 존재의 의미를 확대 과장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작고 순박한 동인시집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 미주 한인문학도 거기서 출발했다. 정효구 교수(충북대학교)는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평선’은 1940년대 초 만주 망명 문단이 엮은 ‘재만조선인시집(在滿朝鮮人詩集)’ 이후 두 번째로 해외동포 문단에서 발간된 동인지다. 이런 점에서 ‘지평선’은 출간 시기상으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82년 창간한 ‘미주문학’의 모태가 된 것으로도 그 의의를 갖는다.” ‘지평선’은 모두 4집까지 발간되었는데, 3집은 ‘여류 3인 시집’, 4집은 ‘재미시인선집’으로 꾸며졌다. 창간호부터 4호까지 참여한 문인은 강옥구, 고원, 김병현, 김송희, 김숙자, 김시면, 김진춘, 마종기, 박신애, 박영숙, 석진영, 염천석, 이동익, 이창윤, 임서경, 정용진, 최선량, 최선영, 최연홍, 황갑주, 현묵 등 미주 한 인문학의 기초를 닦은 분들이다. 이미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났다. 산파 역할을 맡아 주도적으로 활약한 황갑주 시인이 지난해 10월에 별세했고, 당시 미주동아일보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지평선’ 발간을 도왔던 이선주 목사도 오래전에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다. 작품으로 참여했던 시인 중에도 살아계신 분이 몇 분 안 된다. 그래서 우리 후학들은 이런저런 기록을 통해 당시의 순박한 열정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황갑주 시인, 최연홍 시인 등이 부지런히 많은 기록을 남겼고, 관심을 가진 한국 학자들의 논문이 여러 편 있고, 무엇보다도 책이 남아 있어서, 역사를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마침 ‘미주한국문인협회(회장 오연희, 이사장 이용우)’가 한국문화원과 함께 ‘지평선’ 50주년을 축하하는 문학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당시의 일을 아는 강사를 모셔서 ‘지평선’ 출간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고, 생존한 참여 시인 1~2분을 초청하여 미주 문단 초창기의 회고담을 들으며, '지평선'에 수록된 시를 낭송하는 행사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반갑고 고맙다. 아무쪼록 이 행사가 지난 50년의 문단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 올 50년의 미주 문학을 설계하고, 그를 위해 지금 당면한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귀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미주 한인 문단은 지난 50년 동안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여러 가지 해결하기 힘든 근본적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역사를 기록하고 갈무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시간이 되기를 빈다. 50년 후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살펴볼 수 있으면 더 좋은 일이고….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한인문학 지평선 우리 미주한인문학 미주 한인문학계 시문학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