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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우주 급팽창 이론

박종진

박종진

137억 년 전에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빅뱅 이론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전문적인 용어여서 우리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우주 지평선 문제, 우주 평탄성 문제, 그리고 자기 홀극 문제가 그것이다.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리 우주에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다. 이 세상에 어느 것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빅뱅으로 생긴 그 어떤 것이라도 아무리 빨라야 결국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그런데 빅뱅의 결정적인 증거인 우주배경복사를 관찰하면 전 우주는 거의 같은 온도 분포를 보인다. 우주 전체가 지금처럼 열적평형 상태가 되려면 빛보다 빠른 속도의 온도 이동이 있어야 한다는 모순이 생겼다. 이것이 우주 지평선 문제다.
 
우주의 미래는 현재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밀도와 맞물려 있다. 밀도가 임계치보다 낮으면 우주는 수축하여 깨져버릴 것이고, 높으면 찢겨서 끝날 텐데 지금 우리 우주는 일부러 미세 조정된 것처럼 정확히 임계치를 유지하며 팽창하고 있다. 이것을 우주 평탄성 문제라고 한다. 아주 전문적인 내용이므로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맞다.


 
전기에는 음극과 양극이 존재하며, 음의 전하를 띤 전기 입자를 전자라고 한다. 그런데 자기는 아무리 작게 잘라내도 한쪽은 N극, 반대쪽은 S극이 된다. 1980년 엘런 구스는 자기도 전기처럼 한쪽 극만 갖는 입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이론상이긴 하지만 빅뱅 때 흔했던 자기 홀극, 다시 말해서 N극이나 S극 하나만 가진 입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실망한 그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예를 들어 물고기 반, 물 반이던 어떤 작은 호수가 있다고 하자.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호수가 바다처럼 커지자 그 많던 물고기 보기가 힘들어졌다. 물고기의 총수는 그대로인 데 반해 호수가 엄청나게 커지니까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서,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자기 홀극 입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우주 전체가 엄청나게 커져서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해도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말입니다, 빅뱅 후 우주가 갑자기 엄청나게 팽창해버렸다고 가정하자 자기 홀극 문제뿐만 아니라 지평선 문제, 편평도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무엇이 실제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커져 버렸다는 엘런 구스의 뚱딴지 같은 인플레이션 이론으로 궁지에 몰린 빅뱅 이론은 다시 우뚝 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엘런 구스의 우주 급팽창 이론은 빅뱅 이론과 함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137억 년 전에 빅뱅이 있었다. 그 직후 우주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팽창을 했다. 그렇게 부푼 우주는 다행히 우리 우주의 물질 밀도가 딱 임계치여서 우주는 별 탈 없이 운행되고 있다. 우주 시간으로 찰나를 사는 인간은 우주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숙주를 떠나서 고작 몇 시간 사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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