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관측 가능한 우주
우리는 오랫동안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우주의 중심에서 살았다. 그래서 우주의 중심에는 항상 지구가 있었다. 관측 가능한 우주 역시 그 중심에는 지구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어서가 아니라 관측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안드로메다은하에 사는 외계인이 관측 가능한 우주를 그린다면 안드로메다은하가 우주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디서 관측하느냐에 따라서 관측 가능한 우주의 영역이 달라진다.
빅뱅우주론에 의하면 지금부터 138억 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고, 그 후 우주는 계속 팽창했다. 그러므로 빛이 여행할 수 있는 최장 거리는 빅뱅의 시작부터인 138억 광년이다. 그런데 빅뱅 직후 우주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급팽창을 했기 때문에 계산보다 훨씬 더 커진 우주에서 실제로 빛이 여행한 거리는 138억 광년이 아니라 465억 광년이라고 한다. 그것이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이므로 전체 관측 가능한 우주의 규모는 그 지름인 930억 광년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 바깥에도 무엇인가 있겠지만 빛이 우리에게까지 올 수 없어서 볼 수 없으니 우리와 상관없다. 그런 경계인 우주 지평선은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방향으로 빛이 465억 년 걸려서 도착할 수 있는 지점을 잇는 큰 공처럼 그릴 수 있다. 그러므로 관측 가능한 우주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930억 년 걸리는 상상 속 공의 안쪽이다.
그러나 빛의 속도를 내려면 우주선의 길이가 없고 무게도 없어야 하는데 설령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그런 비행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930억 년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세월이 아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해도 그 정도면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다시 정리해 본다. 달은 지구를 돌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과 같은 별이 수천억 개가 모여서 은하가 되고, 그런 은하가 다시 수천억 개가 모여서 우주를 이룬다. 그런데 가속 팽창하는 우주의 어떤 지점부터는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를 능가하게 되고 그곳을 우주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관찰점인 지구에서 사방팔방으로 우주 지평선을 연결하면 둥근 공 모양이 되는데, 이 거대한 공의 안쪽을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르며 이것이 우리의 실제 우주다. 설령 그 바깥에 무엇이 있다고 해도 우리와는 상관없으니 알 필요가 없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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