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끝없는 지평선, 만발한 생명들
카리조 평원 내셔널 모뉴먼트
LA서 북쪽으로 100마일 거리
평원 관통하는 소금호수 장관
동서산맥 관통 수퍼블룸 물결
피크닉ㆍ캠핑 제격 '무릉도원'
가는길 아몬드 농장도 볼거리
24만6000 에이커 넓이의 카리조 대평원은 LA에서 북쪽으로 100마일 거리인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San Luis Obispo County)에 있다. 위도는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와 비슷하며 50마일(80km)의 길이에 폭은 약 15마일(24km)에 달한다.
세계적 농산물 산지인 중부 캘리포니아와 가까운 이곳은 강우량에 따라 산과 구릉의 모습이 달라진다. 어떤 해에는 메마르고 황량해 보이지만 강우량이 충분한 해는 각양각색의 야생화로 물결친다.
2001년 내셔널 모뉴먼트로 지정된 카리조 대평원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평원을 관통하는 소다 레이크 로드(Soda Lake Road)를 따라 듬성듬성 보이는 각종 야생화 군락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금 호수인 소다 레이크는 연중 대부분 메마른 땅에 하얀 가루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봄철에는 근처의 모든 물줄기가 이곳으로 흘러들면서 드넓은 지역에 물이 가득 찬다. 그리고 덩달아 호수 주변으로 각종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오른다.
소다 레이크를 자세히 즐기려면 직접 호수 주변을 걸어 볼 수도 있고 룩오버 힐(Lookover Hill)에 올라 위에서 호수 전체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이 지역은 기원전 2000년부터 추매시(Chumash) 원주민들의 거주지였다. 예약으로만 입장 가능한 페인티드 록(Painted Rock)에 그려진 바위문양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 대평원 가운데로 샌 안드레아 지진대가 지나간다. 직접 눈으로 깊이 패인 골을 확인 가능하고 항공 사진으로 보면 그 자국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카리조 대평원은 동쪽으로 텀블러 산맥(Temblor Range)이 서쪽으로 칼리엔테 산(Caliente Mountain)이 있다. 텀블러 산맥을 지나는 엘크혼 로드 주변은 산등성이가 총천연색의 수퍼블룸 물결을 이룬다. 단지 부분적으로 깊이 패인 비포장 도로여서 바닥이 높은 SUV나 트럭이 필요하다.
소다 레이크 남쪽에 있는 트레버 랜치(Traver Ranch)에는 목축업자들이 쓰던 농기구를 전시해 놓았다.
랜치 뒤편으로 비포장 산길을 들어서면 칼리엔테 산등성이로 오르게 되는데 온갖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오른 풍경이 나타난다.
꽃이 만발하고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지는 무릉도원과 같은 곳에서 피크닉을 즐기거나 자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남북으로 도로가 관통하는 카리조 대평원은 166번 국도를 통해 남쪽에서, 58번 국도를 따라 북쪽에서 들어가는 길이 있으며 LA에서 출발한다면 총 여행 시간은 8 ~ 9시간 정도 소요된다.
카리조 대평원을 방문하면서 58번과 166번 국도 주위로 넓은 아몬드(Almonds), 피스타치오(Pistachio), 포도, 오렌지 농장을 볼 수 있다. 피스타치오의 경우 미국의 생산량 90%가 이곳에서 난다고 한다.
또한 33번 국도를 따라 끝없는 오일필드가 나타난다. 1시간을 달려도 이런 장면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캘리포니아의 풍성한 자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겉으로 황량하고 메말라 보이는 카리조 평원은 이방인에게 생소한 땅이다. 하지만 생명이 가득한 초장과 푸근한 지평선을 보면서 무엇인가에 이끌려 옛날을 그리워하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2023년에는 카리조 평원과 58번 국도를 따라 화사한 야생화 수퍼 블룸 물결이 일어났다. 긴 운전이긴 하지만 LA에서는 당일 여행으로 좋은 장소이다.
김인호씨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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