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버노 '성폭행 미수' 정치 공방
연방대법관 지명자 브렛 캐버노를 둘러싼 성폭력 의혹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캐버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크리스틴 포드가 청문회 증언에 앞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요구했다고 18일 보도했다. 포드의 변호인 측은 그가 폭로 이후 며칠간 살해 위협을 받는 등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캘리포니아 팔로알토대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포드는 최근, 1980년대 초 캐버노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의회에서 증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24일 공개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변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자 FBI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포드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도 24일 청문회와 26일 인준 표결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래 20일로 예정돼있었던 표결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공개적으로 "캐버노에 대한 FBI 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히는 등 그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FBI가 조사를 해야 함은 물론이고, 포드와 그 주변인들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언론들은 캐버노의 지명 여부가 11월 중간선거의 판도까지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간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한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성폭력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것은 1991년 이후 27년 만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클래런스 토머스를 지명하자 그의 부하직원으로 일했던 애니타 힐이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을 폭로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고, 토머스와 힐 모두 흑인이란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은 '권력을 지닌 남성의 상습적 성폭력'이란 본질을 비켜나 '흑인' 대법관 지명자를 향한 음해로 변질하는 양상을 보였고, 토머스는 가까스로 대법관에 지명됐다. 언론들은 현재 캐버노를 둘러싼 상황이 그 때와는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미투 운동'으로 여성들이 관련 문제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