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탈출 속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4가지 힘 가운데 중력이 가장 약해서 그런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중력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산다. 사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구 중력에 맞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만약 갑자기 중력이 없어진다면 그 즉시 지상의 모든 것은 하늘로 날아갈 것이고, 달도 지구를 떠날 것이며, 지구도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사라질 것이다.   나무에 달린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 중심부에서 잡아당기는 힘, 즉 중력 때문이다. 밀물과 썰물은 달의 중력이 지구상의 바닷물을 잡아당기는 증거다. 물론 달도 지구가 붙들고 있어서 항상 그 자리에서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그렇다면 태양의 중력은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아보자.     태양이란 별에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포함해서 총 8개의 행성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 모두 태양의 강한 중력에 붙들려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중력은 그 주위의 행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카이퍼 벨트라고 불리는 해왕성 바깥의 소행성 집단에도 작용한다. 더 나아가서는 태양 빛이 1년 정도 가야 나오는 오르트 구름까지 미친다. 어쩌다 그 중 작은 덩어리 하나가 태양의 중력에 끌려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런 천체를 혜성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엇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 나게 표현할 때 '쏜살같다'라고 한다. 쏘아놓은 화살 같다는 말인데 시위를 떠난 화살은 1초에 약 60m쯤 난다. 거기 비해 총알은 그 열 배나 빨라서 초속 약 600m 정도 된다. 참고로 소리는 공기 속을 1초에 약 340m 진행한다.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 속력을 탈출 속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하늘을 향해서 사과를 던졌을 때 그 사과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우주까지 가려면 적어도 탈출 속도만큼 속력을 높여 솟구쳐야 한다는 뜻이다. 지구를 떠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속력은 초속 11.2km인데 이는 총알보다 약 20배나 빠른 속력으로 이것이 탈출 속도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냈는데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인공위성은 1992년에 연습 차원에서 띄운 우리별 1호였다. 그리고 3년 후 방송과 통신 목적으로 무궁화 1호를 궤도에 올렸고, 1999년에는 지상과 해양 관측을 위한 아리랑 1호, 그 후 2010년에는 통신과 기상 관측을 하기 위해서 천리안 위성을 띄웠다. 하지만 그런 위성을 지구 궤도까지 운반하기 위해서는 미국,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의 발사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는 잘 돌아가는데 사지가 약해서 기동할 수 없는 꼴이었다. 우리가 약하다고 우습게 봤던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가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1993년 한국 최초의 발사체를 시작으로 2012년 러시아와 협력하여 제작한 발사체 나로호가 첫 시도에서 실패했다. 땅바닥에 떨어진 못 위에 자석을 대면 바로 튀어 올라붙는다.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훨씬 세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렇게 허약한 중력 때문에 우리의 나로호가 애를 먹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 두 번째 발사에 성공했고 결국, 2022년 6월 이번에는 순 우리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성공했다. 그리고 2023년에 누리호는 우리 손으로 만든 인공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제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놓았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제7대 우주 강국의 대열에 끼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탈출 속도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탈출 속도 지구 중력

2023-09-2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범지구 위성 항법 시스템

일반적으로 GPS라고 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을 말한다. 얼마 전까지는 따로 자동차에 부착했지만 지금은 휴대전화에 내장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쓰고 있다. 원래 GPS는 미국 국방성에서 개발한 군사용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일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다시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상대적이라고 했다. 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속도,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중력에 관한 이론이다. 혹자는 내비게이션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는지 궁금할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대보름날 쥐불놀이할 때 돌리는 통의 속력을 줄이면 통이 땅에 떨어지려고 한다. 지구 중력이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을 더 빨리 돌리면 원심력이 생겨서 떨어지지 않는다.     인공위성도 마치 지구에 팽팽히 매달린 것처럼 행동하는데 이때 지구 중력이 통을 묶은 끈 역할을 한다. 속도가 늦어지면 지구로 추락하기 때문에 지구 주위를 12시간 정도 걸려 공전시킨다. 너무 빠른 속도를 내면 아까 말한 원심력이 커져서 지구를 영원히 떠날 수 있으니 적정한 속도, 즉 시속 1만 4천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게 한다. 그런 인공위성을 24대에서 30대 정도 지구 궤도에 띄우고 삼각측량법으로 위치와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 GPS 시스템이다.   우리는 상대성이론이란 말을 들으면 우리 실생활과는 상관없는 어려운 과학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GPS에 응용되었다니 참 신기하다.   인공위성이 지구에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속도가 필요한데 그 속도가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조금 빠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서 그 속도의 차이가 시차를 발생시킨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는 지구의 시계에 비해 하루에 백만 분의 7초 늦어진다.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는데 별 것도 아니다.   또 인공위성은 지구 상공 약 2만km에 떠 있어서 지구 표면보다 중력이 약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의 강약에 따라서 시간의 흐름도 달라진다. 그래서 인공위성에 실린 시계는 지구의 시계보다 하루에 백만 분의 45초씩 빨라진다. 그 정도 역시 무시해도 되는 티도 안 나는 차이다.   이제 산수 계산을 할 차례다. 특수상대성이론으로 늦어진 시간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빨라진 시간을 빼고 더하면 하루에 백만 분의 38초란 미세한 시차가 생긴다. 거리는 속도에 시간을 곱하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빛의 속도에 방금 구한 시간 차이를 곱했더니 상대성이론 효과 때문에 하루 사이에 발생하는 거리의 차이가 11.4km나 된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인공위성에 내장된 컴퓨터는 이런 차이를 자동으로 바로잡아 주는 기능이 있다.   목적지의 주소를 입력하고 운전을 시작한다. 처음 가는 곳이지만 내비게이션에는 예상 도착 시각까지 나온다. 이제는 길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없었더라면 약속 장소에서 11.4km나 떨어진 영 엉뚱한 곳을 헤맬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범지구 시스템 범지구 위성 지구 중력 지구 주위

2023-03-3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H₂O

아무리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물의 화학식이 H₂O라는 것 정도는 안다.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해서 생긴 물의 분자식이다. 지구 표면의 70%는 물이고 우리 몸의 70%도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은 우리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의 근본이다. 그렇다면 너무 흔해서 우리가 무심코 다루는 물은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인간은 공기 없이는 3분, 물이 없으면 3일 정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기나 물은 너무 흔해서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그 시작이 있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라고 하는데 태양은 지금부터 약 46억 년 전에 태어났으며 그때 지구도 함께 태동했다. 갓 태어난 지구는 마그마가 펄펄 끓는 너무 뜨거운 곳이어서 처음에는 물이 존재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지표가 식고 암석층이 형성되었을 즈음 지구 주위를 떠돌던 소행성들이 지구 중력에 끌려 지구를 강타한 적이 있었다.     이 때를 소행성 대폭격 시대라고 부르는데 소행성에 섞여 있던 물이 지구에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학설이 있다. 학자에 따라서 소행성이 아니라 얼음을 품은 혜성에서 왔다는 학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또 애당초 수분을 포함하고 있던 마그마가 식으며 증발한 수증기가 비가 되어 내려 지표면에 물로 존재했을 것이라는 이론도 있지만, 아직 우리 곁에 흔하디 흔한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실하게 결론 나지 않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닷물인데 전체 물의 총량의 97.5%쯤 된다. 하지만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식수로 쓸 수도 없고 공업이나 농업용수로 이용하기도 부적절하다. 결국, 나머지 2.5%밖에 되지 않는 담수 중 우리가 쉽게 쓸 수 없는 빙하나 만년설, 지하수를 빼면 사용 가능한 물은 정말로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형편이다.     지구상에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발현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바로 물이다. 그래서 외계 문명을 찾는 조건으로 그 행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가를 밝히는 것이 첫 관문이다. 하지만 우리 지구가 속한 태양계 밖 다른 항성계에 존재할 지 모르는 생명체는 우리와 전혀 다른 물리학 법칙을 따를 것이고 어쩌면 물과 그들의 생명 현상과는 무관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물의 존재와 생명체와의 관계는 태양계 내에서만 따질 조건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우리 태양계에서 지구 말고 물이 있을 만한 대표적인 곳으로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얼음 표면 아래에 큰 바다가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대다수 화학 물질은 물에 녹기 때문에 화학 물질이 결합하여 생명체로 진화하는데 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이 없으면 각각의 화학 물질이 상호 작용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물은 열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서 생명 유지를 쉽게 해준다. 그렇게 대기 온도 조절의 완충작용을 하므로 해가 났다고 갑자기 더워지는 것을 막아주고 해가 없다고 기온이 뚝 떨어지게 놔두지 않는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 밤낮의 온도 차가 큰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 표면 그때 지구도 지구 중력

2023-02-10

[문장으로 읽는 책] 중력

그 쌀쌀한 하늘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지구가 사과라면 하늘은 사과껍질 정도라고. 지구 지름에 비한다면 대기의 두께라고 해봐야 백 분의 일도 안 되니까. 그토록 얇은 껍질 속에서 유성이 타오르며 떨어진다. … 그리고 내가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투명한 껍질을 올려다보면서 깊고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끝없이 아득한 우주가 있어서다. 겨울 티끌만 한 크기로 매일 숨 가쁘게 살아가더라도 언제든 고개만 들어보면 무한을 볼 수 있다니.   권기태 『중력』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얼어붙은 채소밭 옆에서 마냥 흐뭇해한다. 저 연약한 공기는 어쩌자고 이토록 숭고한 모습으로 내 위에 펼쳐졌다는 말인가.”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우리는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가끔은, 그리고 누군가는 중력을 거스른다. 중력을 거스르는 그때가 평범한 존재가 비범해지는 순간이다. 우주를 꿈꾸던 평범한 샐러리맨이 국내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과정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모스크바 훈련기지에서 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의 세계는 일순 광활하고 상쾌해졌다. 나는 상반신만 내민 채로 투명하고 크나큰 하늘의 돔을 올려다보았다. 무궁무진한 우주가 공기의 얇은 막 너머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텅 비지 않고 생기와 숨결로 가득한 하늘. 지금까지 사투를 한 것은 이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중력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느껴진다. 신문기자 출신 작가가 구상, 취재에서 집필까지 13년 걸려 완성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중력 우주인 선발 모스크바 훈련기지 지구 지름

2023-02-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중력    기본적인 힘 중 우리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중력과 전자기력이다.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이 잡아당겨서 그렇다. 자석은 쇠붙이를 끌어당긴다. 바로 전자기력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력과 전자기력 중 어느 것이 더 셀까? 땅바닥의 못에 자석을 가까이 대면 바로 올라붙는다. 중력에 의해서 지구에 붙어있는 못을 작은 자석이 끌어당기는 것으로 봐서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약한 중력을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초속 11km를 넘는, 좀 더 실감 나게 표현하자면 소리보다 34배나 빠른 어마어마한 탈출속도가 필요하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인간은 지구 환경에 맞게 진화했다. 그래서 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지구의 중력이 없다면 이 땅의 모든 물체는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다. 심지어는 하늘에 떠 있는 달도 지구 인력에 붙잡혀서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다.     빅뱅 후 처음으로 나타난 물질인 수소 원자가 중력에 의해 모이고 압축되어 생긴 것이 바로 별이다. 그러므로 별의 탄생도 바로 중력의 소산이다. 그렇게 생긴 별들이 또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서 은하를 이루고 그런 은하가 모여서 우주가 되었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1년 걸려서 도달하는 곳을 오르트 구름대라고 한다. 태양의 중력이 거기까지 미친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처음으로 중력의 존재를 밝힌 사람이 뉴턴이고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서 중력이 어떻게 일 하는지 알아냈다.   지금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살고 있지만, 조만간 지구 바깥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 다른 천체로의 이사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다. 오늘날 지구는 기후 변화, 식량, 물, 자원 부족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반세기 전에 유럽에 살던 몇몇 선구자가 신대륙으로 목숨을 걸고 이주를 해서 닦은 나라가 바로 지금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다.     지금 우리는 비슷한 형편에 처해있다. 현재 이주 제 1순위의 천체는 화성인데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어서 이사하려는 것이다. 화성은 태양에서 지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대기가 없어서 너무 춥다. 우선 화성 표면의 온도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숨 쉴 공기를 만들어야 한다. 태양에서 내리쬐는 우주선에 피폭되지 않으려면 인공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야 한다.     그런 정도는 과학의 힘을 빌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화성의 중력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작으므로 지구 중력과 비교하면 약 1/3밖에 되지 않는다. 내 몸무게는 180Lbs니까 내가 화성에 가면 70Lbs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강한 근육이 필요 없게 된다.     우주에 오래 머물던 우주인들이 지구에 귀환하면 들것에 실려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우주의 약한 중력 때문에 다리 근육이 약해져서 스스로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 어느 날 화성 이주에 성공한 우리 후손들이 겪을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중력이다. 세대를 거치면서 그들은 화성의 약한 중력에 적응하고 거기에 맞춰서 진화할 것이다. 무겁던 몸을 지탱할 다리 근육이 약해질 것이고 몸 전체가 약한 중력에 맞춰 변할 것이다.     그렇게 몇 세대가 바뀌면 지구 형제들과 많이 달라진 모습을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지구 중력과 중력과 전자기력 중력 때문

2023-01-27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 도움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무사히 발사되었다. 올해 말에 달 궤도에 안착하여 2031년으로 계획된 달 착륙을 위한 여러 가지 사전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다. 반세기 전에 아폴로 11호도 4일 걸려 갔던 달을 지금은 3일이면 갈 수 있는데, 왜 넉 달 반이나 걸려서 간다는 것일까?   우리는 지구 중심에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지 않고 땅바닥에 붙어서 산다. 반대로 지구에서 우주 공간으로 나가려면 그런 중력을 이겨야 한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탈출속도가 필요한데 최소한 초속 약 11km 정도 돼야 하고 이는 소리보다 30배 이상 빠른 속도다.     그런 엄청난 속력을 내자면 당연히 연료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로켓을 보면 연료를 싣고 탈출속도에 도달하기 위한 발사체가 거의 몸통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로 달리면 약 4시간 반 걸리는데 교통 혼잡이 심한 서울을 벗어 나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것과 비슷한 형편이다.     마찬가지로 명왕성 탐사선이 지구를 벗어나는 데 연료를 거의 다 써 버린다고 하면 지구를 떠난 후에는 무슨 힘으로 멀리 있는 명왕성까지 도달할 것이며 그 후 임무 수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산 정상에서 아래까지 내려가는데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휘발유를 낭비하면서 가속하기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비록 속력은 못 내더라도 차가 스스로 산 아래로 내려가게 가만히 나둬도 된다. 산의 경사를 이용해서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말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지구와 화성은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가까워진다. 이때가 화성을 향해 출발할 적기다. 그런데 우리는 화성 쪽으로 로켓을 쏘지 않고 영 반대 방향으로 발사한다. 참 이상하다. 화성은 지구보다 더 먼 곳에서 태양을 돌고 있어서 처음부터 화성을 향하게 되면 결국 태양의 중력에 거슬리게 되고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지구보다 더 가깝게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금성 쪽으로 항해를 시작하여 금성의 인력권에 도달하면 엔진을 끄고 금성에 빨려 가다가 갑자기 궤도를 바꿔서 화성 쪽으로 방향을 트는 원리다. 그렇게 되면 금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공짜로 속도를 얻다가 어느 순간 화성을 향해 방향을 바꾸면 관성에 의해 연료를 적게 쓰면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우주선을 토성까지 도달시키기도 역부족이다. 탈출 속도를 내기 위한 연료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중력도움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우주선의 추진을 자체 연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큰 천체의 중력을 훔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천체의 중력과 공전 궤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멀리 돌아가느라 시간은 좀 더 걸리기는 해도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지금 태양계 밖을 막 빠져나간 보이저 1호와 2호, 그리고 뉴호라이즌스호도 중력도움으로 그 멀리까지 날아가고 있다. 가까운 달에 가는 경우도 그렇게 멀리 돌아가서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연료를 아껴 다른 작업에 사용하려는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 도움 중력 도움 중력과 공전 금성 중력

2022-12-0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렌즈 현상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속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0년 후 공간이 중력에 의해서 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휜 공간을 만드는 엄청난 중력 덩어리의 존재를 추측했고 길고 복잡한 수학 계산 끝에 보이지도 않는 블랙홀의 존재를 상상했다. 그는 빛이 파동이면서도 입자라는 이중성 때문에 입자라면 당연히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렇다면 큰 중력을 가진 물체 옆을 지날 때는 휠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우리 주변에서 그 정도 중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천체는 당연히 태양이었지만, 멀리서 오는 별빛이 태양의 영향을 받아 휘어지는 현상은 관찰할 수가 없었다. 낮에는 태양 빛이 워낙 밝아서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밤에는 별은 총총한데 태양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 개기일식이 다가온 것을 알고 손뼉을 쳤다. 일식 때는 달이 태양을 가려 대낮에도 잠깐 어두워져서 별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의 아서 에딩턴이란 천체물리학자에게 편지를 보내 자기 이론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어서 영국은 적국인 독일인 과학자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뉴턴에게 대드는 자는 이미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사람 취급을 하던 때였다. 그래서 뉴턴주의자들이 골치를 앓던 수성의 근일점 문제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쉽게 해결해 버린 아인슈타인을 정신 나간 과학자라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독실한 퀘이커 교도였던 에딩턴은 종교적 이유로 징집을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가는 노동수용소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부 아프리카의 프린시페섬에서 일식을 관찰하고 싶다는 청원을 했고 영국 왕립천문학회에서는 에딩턴의 능력이 아까워서 그가 수용소에 가는 대신 일식 관측으로 때울 것을 수락했다.   태양 뒤에 있는 별빛은 태양에 가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태양 주변을 스쳐 지나는 별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까닭에 우리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에딩턴은 정밀한 사진기로 그 별의 정확한 위치를 촬영해 두었고, 개기일식 순간에 태양 주변의 사진을 찍어 두 사진을 비교해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그 별이 사진에 찍혔지만 사실 그 별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태양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빛이 휘어서 볼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빛이 휜다는 사실은 빛의 속성인 직진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물리학 원리에 모순되어 보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빛이 휜 것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을 직진했던 것이고 태양의 중력이 공간을 휘게 했다. 실로 엄청난 발견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삼일운동이 있던 해, 아인슈타인은 에딩턴과 함께 근대 물리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에딩턴의 사진은 전 세계 신문에 실렸고, 아인슈타인은 괴짜 과학자에서 첨단물리학자로 떠올랐다. 드디어 아인슈타인의 세상이 온 것이다.   에딩턴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나밖에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렌즈 중력 렌즈 중력 덩어리 정도 중력

2022-07-1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모든 것의 이론

우주에는 4가지의 힘이 작용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그리고 약력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이고, 강력과 약력은 원자의 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힘의 크기로 늘어놓으면 강력이 가장 세고 전자기력, 약력, 중력의 순이 된다.   중력은 태양 주위를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모든 천체가 서로 붙잡혀서 운행되고, 심지어는 우리도 지구 표면에 붙어살고 있는 힘이다.     쉽게 말해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바로 중력이며, 만유인력이 바로 중력이다. 큰 우주를 관장하는 힘이 중력이지만 원자의 세계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춘다.     전자기력은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중력 때문에 못은 허공에 떠 있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다. 그런데 땅바닥에 있는 못에 자석을 대면 바로 튀어 오르며 붙는다.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세다는 것은 이렇게 간단히 알 수 있다.   강력과 약력은 아원자 세계에 작용하는 힘이다. 강력은 원자핵 속의 양성자끼리, 아니면 양성자 속에 있는 쿼크끼리 묶는 힘이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가 하나지만, 헬륨은 양성자가 둘이고, 산소는 여덟 개, 철은 스물여섯 개의 양성자를 원자핵 속에 가지고 있다. 단지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서 원소의 성질이 달라진다.     우주에는 총 92개의 기본 원소가 있는데, 양성자가 1개인 수소에서 시작하여 우라늄은 92개의 양성자를 갖는다. 그런데 양성자는 양의 전하를 갖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양성자끼리는 서로 밀치게 되므로 그런 양성자들을 꽉 묶어 둘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을 강한 핵력, 줄여서 강력이라고 한다. 약력은 방사성 붕괴 때 발생하는 힘인데 이상 4가지 힘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원래 힘은 하나였는데 빅뱅 때 4가지로 분리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그 4가지 힘 중 중력과 전자기력을 합쳐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 후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약력과 전자기력을 합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강력까지 합치는 것을 '대통일 이론'이라고 하고, 중력까지 합쳐서 모든 힘의 통일을 이룰 경우가 '모든 것의 이론'이다.     전자기력과 강력과 약력 등 세 힘을 합치는 대통일 이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가 있는데 지금 그 기계가 낼 수 있는 최대 에너지의 천억 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4가지 힘을 몽땅 합치는 모든 것의 이론에 필요한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현재 그 입자가속기의 길이가 27km인데, 이것을 빛이 1,000년 동안 움직일 길이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쯤 되면 고에너지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애당초 틀렸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의 이론은 물리학의 끝이다. 작지만 그래도 질량을 가진 전자의 움직임이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르지 않았을 때, 순진한 과학자들은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멋진 이론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에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좀 낭만적인 이름까지 만들어 붙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상상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이론 중력 전자기력 약력과 전자기력 전자기력 약력

2022-06-1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