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 도움
우리는 지구 중심에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지 않고 땅바닥에 붙어서 산다. 반대로 지구에서 우주 공간으로 나가려면 그런 중력을 이겨야 한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탈출속도가 필요한데 최소한 초속 약 11km 정도 돼야 하고 이는 소리보다 30배 이상 빠른 속도다.
그런 엄청난 속력을 내자면 당연히 연료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로켓을 보면 연료를 싣고 탈출속도에 도달하기 위한 발사체가 거의 몸통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로 달리면 약 4시간 반 걸리는데 교통 혼잡이 심한 서울을 벗어 나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것과 비슷한 형편이다.
마찬가지로 명왕성 탐사선이 지구를 벗어나는 데 연료를 거의 다 써 버린다고 하면 지구를 떠난 후에는 무슨 힘으로 멀리 있는 명왕성까지 도달할 것이며 그 후 임무 수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산 정상에서 아래까지 내려가는데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휘발유를 낭비하면서 가속하기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비록 속력은 못 내더라도 차가 스스로 산 아래로 내려가게 가만히 나둬도 된다. 산의 경사를 이용해서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말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지구와 화성은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가까워진다. 이때가 화성을 향해 출발할 적기다. 그런데 우리는 화성 쪽으로 로켓을 쏘지 않고 영 반대 방향으로 발사한다. 참 이상하다. 화성은 지구보다 더 먼 곳에서 태양을 돌고 있어서 처음부터 화성을 향하게 되면 결국 태양의 중력에 거슬리게 되고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지구보다 더 가깝게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금성 쪽으로 항해를 시작하여 금성의 인력권에 도달하면 엔진을 끄고 금성에 빨려 가다가 갑자기 궤도를 바꿔서 화성 쪽으로 방향을 트는 원리다. 그렇게 되면 금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공짜로 속도를 얻다가 어느 순간 화성을 향해 방향을 바꾸면 관성에 의해 연료를 적게 쓰면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우주선을 토성까지 도달시키기도 역부족이다. 탈출 속도를 내기 위한 연료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중력도움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우주선의 추진을 자체 연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큰 천체의 중력을 훔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천체의 중력과 공전 궤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멀리 돌아가느라 시간은 좀 더 걸리기는 해도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지금 태양계 밖을 막 빠져나간 보이저 1호와 2호, 그리고 뉴호라이즌스호도 중력도움으로 그 멀리까지 날아가고 있다. 가까운 달에 가는 경우도 그렇게 멀리 돌아가서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연료를 아껴 다른 작업에 사용하려는 것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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