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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중력

그 쌀쌀한 하늘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지구가 사과라면 하늘은 사과껍질 정도라고. 지구 지름에 비한다면 대기의 두께라고 해봐야 백 분의 일도 안 되니까. 그토록 얇은 껍질 속에서 유성이 타오르며 떨어진다. … 그리고 내가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투명한 껍질을 올려다보면서 깊고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끝없이 아득한 우주가 있어서다. 겨울 티끌만 한 크기로 매일 숨 가쁘게 살아가더라도 언제든 고개만 들어보면 무한을 볼 수 있다니.
 
권기태 『중력』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얼어붙은 채소밭 옆에서 마냥 흐뭇해한다. 저 연약한 공기는 어쩌자고 이토록 숭고한 모습으로 내 위에 펼쳐졌다는 말인가.”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우리는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가끔은, 그리고 누군가는 중력을 거스른다. 중력을 거스르는 그때가 평범한 존재가 비범해지는 순간이다. 우주를 꿈꾸던 평범한 샐러리맨이 국내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과정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모스크바 훈련기지에서 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의 세계는 일순 광활하고 상쾌해졌다. 나는 상반신만 내민 채로 투명하고 크나큰 하늘의 돔을 올려다보았다. 무궁무진한 우주가 공기의 얇은 막 너머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텅 비지 않고 생기와 숨결로 가득한 하늘. 지금까지 사투를 한 것은 이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중력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느껴진다. 신문기자 출신 작가가 구상, 취재에서 집필까지 13년 걸려 완성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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