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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시니어의 인지 능력

눈 감으면 코 베어 갈 세상이다. 피트니스 센터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돌아섰는데 벽에 걸어두었던 가방이 없어졌다. 청소원이 치웠나, 아니면 누가 훔쳐갔나. 아무튼 큰일 났다. 가방에는 지갑, 전화기, 자동차 열쇠 등 모든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두리번거리며 찾다 보니 건너편 사우나 벽에 내 가방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가방이 열려있다. 지갑부터 열어보았다. 신용카드는 물론 현금도 그대로 있었다. 전화기와 자동차 열쇠도 그대로였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가 이 장난을 했을까. 장난이 너무 심했다. 고개를 꺄우뚱거리며 가방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수수께끼가 풀렸다. 벤치에 앉아 있던 한 시니어가 “그 가방이 당신 것이었소?”라고 묻는 게 아닌가. 그는 가방이 본인 것인 줄 알고 건드렸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69세인데 정신이 맑지 않고 판단력이 흐려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항상 자동차 열쇠와 전화기를 어디 놓아두었는지 몰라서 에어 택(air tag)이라는 추적 장치를 가지고 다닌다며 보여주었다.     얼마 전 내게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늘 다니는 약국 앞에 차를 주차하고 문을 닫고 나왔는데, 차가 뒤로 굴러가는 게 아닌가. 이곳 주차장은 약간 경사가 있다. 얼른 달려가 차 문을 열고 보니 기어가 후진(R)에 있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주차(P)로 바꿨다. 주차 중에 통화하다가 기어 바꾸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이는 인지 능력의 문제다. 만약 그때 지나가는 자동차나 사람이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시니어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끔 말실수도 한다. 종종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때와 열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 두 달 전쯤 폭염 속 농장 노동자를 위한 직업 안전 규정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구글을 통해 검색했더니 ‘농사는 힘들다’는 내 글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내 글이 나온 경위를 따졌다. 구글 검색으로도 내 글을 볼 수 있으면 좋아할 일이건만  오히려 불평을 한 셈이다.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될 것을 입을 열어 무식이 탄로 난 꼴이 됐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명언 가운데 ‘It is better to remain silent and be thought a fool than speak out and remove all doubt.(입을 열어 무식을 확인하느니, 차라리 입을 다물고 무식을 의심받아라)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직 남의 가방을 내 가방이라고 인지할 정도로 정신이 몽롱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인지 능력 유지를 위해 매일 한 시간 운동, 한 시간 독서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벽 대신 가방을 보며 샤워를 해야겠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시니어 인지 인지 능력 자동차 열쇠 지갑 전화기

2024-09-08

[수필] 중독의 늪

사람도 세상도 참 많이도 변했다.  스마트폰, 16년의 짧은 역사에 비하면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추앙을 받아 마땅할 만큼 미래의 나침반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후세계에 가 있는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발명품이 효율성 최고의 자리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우주를 지배해 보고 싶은 꿈을 이뤘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가 손바닥만 하게 축소한 컴퓨터는 성공했고 진화의 극치로 AI(인공지능)를 완성하는 단계에 있다.   텍사스 어느 지역 마사지샾 앞에서 동네 주민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뉴스로 본 적이 있다.  30분에 60달러라나, 뭐 그런 곳이었는데, AI 걸들의 성매매를 보다 못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었다. 인류 역사의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서의 이름값을 결국 AI에게까지 씌운 인간의 욕정은 수렁 속의 끝판을 예고하는 것 같다.   AI가 완성되기까지는 인간이 일등공신이다. 네트워크를 깔아 놓고 인간의 육성을 수집하여 만든 데이터 없이는 AI가 인간의 행세를 흉내 내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안으로 걸어 들어간 덕분에 AI는 시간이 갈수록 천재성의 빛을 발하고 있다. 이렇듯 기계문명은 진화의 길을 가고 있는데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대에 맞지 않는 물음일지도 모르겠다. 시대착오적인 전화기를 쓴다는 게 수치스럽지 않으냐고,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을 화나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변방으로 쫓겨나듯, 외톨이 신세가 되곤 했기 때문이다. 석기시대 전화기 때문에 겪은 수모지만, 강산이 두 번 변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작정한 고집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이유도 그렇다.   애플의 팀 쿡이 신년 카드에 잊지 않고 쓰는 스마트폰 구매 권유에 워런 버핏 노인장 왈 “아직은 99% 포화상태가 아니야, 마지막 1%가 내 몫이 되겠구먼, 그때 가서 보세!” 미국인 모두가 사용하기 전까지는 그대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무심의 선견지명은 그 울림이 컸다.   불면 없이 네다섯 시간을 내리 잠자기 위해, 수면 시간까지 바꾸는 것은 가장 자신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떨어져서는 안 될 1순위이기 때문에 20마일 출근길도 마다치 않고 다시 돌아가 하루에 80마일도 불사하는 집착은 더더욱 용납하기가 힘들 것 같다.   전화기와 떨어지면 왜 불안감으로 쩔쩔매야 하는 건지?  신비스러운 세계가 거기에 있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중독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날카로운 이빨이 안으로 굽어져 있는 뱀에게 물린 먹잇감은 빠져나올 수도 그렇다고 뱉어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중독이 심할 때 먹혔다는 과장된 표현을 쓴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려 해도 안구 수난이야말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눈 건강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안타까운 마음에 석기시대 전화기를 권해 보지만, “지금도 그런 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요?”라며 난색을 보인다. 답이 보이지 않는 시대다.   어찌 됐든 중독은 속박이다. 마력에 가까운 힘에서 벗어나려면, 중독성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전화기 때문에 장애를 받고 있는가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불안감 때문에 또는 20마일을 네 번씩이나 오고 갈 촌극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한다면 정상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악화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진작부터 감지한 사실이 이제서야 발표됐으니, 늦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부모 세대의 생활 양식을 보고 배워온 이들의 정신건강이 중독의 악순환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억압은 외부에서 눌리는 힘이라 쉽게 감지가 되지만, 속박은 오랜 시간 자아에 들러붙어 마치 자신의 한 부분처럼 취향이나 성격상으로 믿어버린다.  자기 자신을 확신할 수 없을 만큼 혼돈스러운 상황을 경험하거나 자유의 결핍이 느껴진다면 자신을 돌아볼 좋은 기회라고 본다.   우울과 나태함은 이 시대의 고질병이다. 많은 사람이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모호한 회색지대를 살아간다. 행여나 구원의 밧줄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 SNS가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인간의 심령에 해악을 끼친 그것은 스승도 친구도 미래의 나침반도 아니다. 그것은 구도의 길이 될 수가 없다. 진정한 구도자는 자신이어야 한다.   억압과 속박에서 해방된 자유의 길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들의 몫이다. 최경애 / 소설가수필 중독 석기시대 전화기 전화기 때문 정신건강 악화

2023-11-30

UBC 한인학생 죽음 - 응급전화 체제에 문제점 시사

 UBC의 한 한인학생이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어 911에 응급전화를 걸었지만, 제대로 응급전화에 응답하지 못하면서 결국 한인학생이 숨지고 말아 가족들이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UBC 2학년 학생으로 기숙사에 있던 손 카일(Kyle Sohn)은 작년 11월 4일 신체에 이상을 느끼고 911로 전화를 걸었다.   오전 7시 33분에 첫 통화를 시도했고 또 약 30분 뒤에 다시 전화했지만, 911 응급전화를 받고 경찰이나 응급요원을 배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ECOMM의 직원은 제 때 전화를 받지 못하고 그냥 나중에 걸려 온 전화번호로 회신 전화를 보냈다. 직원은 이때 전화기를 통해 응답을 받지 못하고 그냥 보이스메일로 넘어가 버렸다.   이후 기숙사 친구들이 손이 토하는 소리를 듣고 오전 8시 30분과 9시에 그의 방문을 열려고 시도했고, 실패하자 UBC기숙사관리실에 손의 방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관리실에서 개인 방문을 열 수 없다는 대답을 해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손이 처음 구조 전화를 걸었던 때로부터 약 2시간 반이 흐른 오전 10시에 친구들이 911로 다시 전화를 걸고, UBC RCMP가 도착해 기숙사 프론트 데스크로 가서 열쇠를 갖고 와 마침내 손의 방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지만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고 11월 22일 사망했다.   손의 어머니인 미셀 조는 아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규명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CityNews가 이와 관련한 손의 가족들 관련 보도를 했고 다른 언론들도 이 내용을 재보도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표영태 기자한인학생 응급전화 응급전화 체제 문제점 시사 이때 전화기

2023-03-03

[열린광장] 아내의 아이폰14

아내는 아이폰의 충성 고객 중 한명이다. 지난 9월, 신형 아이폰 14가 소개되자마자 집 근처 T모빌 매장에 가 주문을 했다. 그리고 2주 후 제품을 받은 아내는 매우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인지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아내의 아이폰10을 무려 400달러에 트레이드해 줘 700달러만 내고 산 셈이다. 카메라 렌즈가 세 개나 부착돼 화질이 좋아졌고 배터리 수명 시간도 길어졌다고 한다. 아내는 전화기 표면에 나오는 초록색 시간 표시가 편리하다고 한다.     몇 년 전 시리아 내전이 한창때였다. 우리 부부는 시리아 난민과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말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사방을 돌아보니 아내의 아이폰이 말한 것이었다. 언어 인식기능 ‘시리(Siri)’에 ‘아’를 붙여 정답게 불렀는데, ‘시리아’라는 국가명을 말한 것을 자기를 부르는 줄로  안 모양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빨리 사라져달라고 한국말로 “꺼져” 라고 외쳤다. 그러자  아이폰이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하고 대답을 했다. 우리 부부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미안하고 불쌍했다.  아무리 전화기이긴 해도 너무 심하게 무안을 준 게 마음에 걸렸다. 아직은 언어 인식 기능이 제대로 안 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날씨나 영화 프로그램을 물으면 곧잘 대답을 한다.     우리가 사용 중인 스마트폰은 언제 나왔는가?  아마도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당시 그의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가 60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아직 인기가 높다. 그가 소개한 아이폰은 모바일 전화기와 이메일, 인터넷과 사진기 기능이 합쳐진 혁신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디자인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내 전자제품 시장에서 소니 워크맨이나 파나소닉 등 일제 상품들을 내몰고 미국의 위신을 세워줬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2022년 1분기 미국에서의 아이폰 점유율은 50%였다. 삼성이 24%, 레노보(Lenovo)가 11%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테슬라폰은 수많은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고산지대나 밀림에서도 통화가 가능할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1000달러 미만의 체크를 입금도 하고 송금도 한다. GPS 기능으로 여행 시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소셜네트워크로 수많은 친구의 소식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클라우드 사용으로 대용량 빅데이터에 연결되어 수많은 사진과 비디오와 영화들을 저장하고 꺼내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은 스마트 폰과 온종일 지내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없이는 못사는 시대가 되었다. 윤덕환 / 수필가열린광장 아이폰 아내 스마트폰 시장 언어 인식기능 모바일 전화기

2022-12-26

[열린광장] 아내의 아이폰14

아내는 아이폰의 충성 고객 중 한명이다. 지난 9월, 신형 아이폰 14가 소개되자마자 집 근처 T모빌 매장에 가 주문을 했다. 그리고 2주 후 제품을 받은 아내는 매우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인지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아내의 아이폰10을 무려 400달러에 트레이드해 줘 700달러만 내고 산 셈이다. 카메라 렌즈가 세 개나 부착돼 화질이 좋아졌고 배터리 수명 시간도 길어졌다고 한다. 아내는 전화기 표면에 나오는 초록색 시간 표시가 편리하다고 한다.     몇 년 전 시리아 내전이 한창때였다. 우리 부부는 시리아 난민과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말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사방을 돌아보니 아내의 아이폰이 말한 것이었다. 언어 인식기능 ‘시리(Siri)’에 ‘아’를 붙여 정답게 불렀는데, ‘시리아’라는 국가명을 말한 것을 자기를 부르는 줄로  안 모양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빨리 사라져달라고 한국말로 “꺼져” 라고 외쳤다. 그러자  아이폰이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하고 대답을 했다. 우리 부부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미안하고 불쌍했다.  아무리 전화기이긴 해도 너무 심하게 무안을 준 게 마음에 걸렸다. 아직은 언어 인식 기능이 제대로 안 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날씨나 영화 프로그램을 물으면 곧잘 대답을 한다.     우리가 사용 중인 스마트폰은 언제 나왔는가?  아마도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당시 그의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가 60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아직 인기가 높다. 그가 소개한 아이폰은 모바일 전화기와 이메일, 인터넷과 사진기 기능이 합쳐진 혁신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디자인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내 전자제품 시장에서 소니 워크맨이나 파나소닉 등 일제 상품들을 내몰고 미국의 위신을 세워줬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2022년 1분기 미국에서의 아이폰 점유율은 50%였다. 삼성이 24%, 레노보(Lenovo)가 11%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테슬라폰은 수많은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고산지대나 밀림에서도 통화가 가능할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1000달러 미만의 체크를 입금도 하고 송금도 한다. GPS 기능으로 여행 시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소셜네트워크로 수많은 친구의 소식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클라우드 사용으로 대용량 빅데이터에 연결되어 수많은 사진과 비디오와 영화들을 저장하고 꺼내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은 스마트 폰과 온종일 지내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없이는 못사는 시대가 되었다.  윤덕환 / 수필가아이폰 열린광장 스마트폰 시장 언어 인식기능 모바일 전화기

2022-12-21

[이 아침에]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시작되어 충청북도와 경기도를 거쳐 서해로 흐르는 물줄기를 한강(漢江)이라고 부른다. 한강을 따라 말없이 흐르는 강물은 누군가에게는 넘실대는 추억이기도 하고,어떤 이에게는 흘려보내고 싶은 눈물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슬픔을 이 강물에 씻어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강을 따라 때로는 낭만을 품은 채, 때로는 아픔을 머금은 채 흐르는 강물이 서울을 가로지를 때면 수십 개의 다리를 지난다. 풍경이 멋진 다리도 있고, 출퇴근 때 막히기로 소문난 다리도 있다. 오래전 사고의 아픔을 간직한 채 서 있는 다리도 있다.     한강 다리는 서울의 남과 북을 잇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지난 4년 반 동안 한강 교량 20개에서 발생한 투신사고는 총 2590건에 달하고 투신으로 인한 사망자도 61명이나 된다. 홀로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길래 그 높은 곳에서 그 아득한 물속으로 뛰어들 모진 생각을 했을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한강 다리 위에 선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의 감정이 공존한다. ‘정말 죽고 싶다’라는 마음과 ‘정말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말 살고 싶다’라는 마음을 일깨워 주기 위해 한강 교량에 ‘SOS 생명의 전화’라는 이름의 상담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20개 교량에 설치된 총 75대의 초록색 ‘SOS 생명의 전화’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365일 24시간 전화 상담을 운영하며 긴급상황이 감지되면 119구조대 및 경찰과 연계해 생명 구조 작업을 한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SOS 생명의 전화’ 부스에 적힌 글귀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갈 문구지만,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이에게는 마지막 순간에 붙잡을 수 있는 생명의 끈이다. 그 끈의 다른 한쪽을 붙잡고 있는 이들은 자원봉사상담원들이다. 낯선 이의 내일을 밝히기 위해 때로는 밤을 새워 전화를 기다리는 이들의 수고가 없다면 생명의 전화는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일을 하는 생명의 전화가 미국에도 있다. 미국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988’만 누르면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는 ‘전국 자살예방 라이프 라인’에 연결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영어에 서툰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 중에는 낯선 문화와 언어의 경계에 가로막힌 채 삭막한 자리로 내몰린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한인 이민자들의 고민과 애환을 듣기 위해 지난 24년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LA 생명의 전화’의 자원봉사 상담원들이다.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866)365-0691혹은 (213)480-0691로 전화하자.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이야기 상담 전화기 한강 다리 sos 생명

2022-11-09

[살며 생각하며] 삶의 짐으로 찾아오는 건망증

지지난 금요일 오후 병원 시간이 잡혔다. 퇴근시간과 겹치면서 교통흐름이 좋지않고 날씨조차 무더워 가는내내 온통 짜증투성이었다.   담당의사를 만나 진찰을 하던 중 호주머니속 휴대폰이 불편하였고 이를 눈치챈 의사가 건네 받아 머리맡 테이블에 둔 것까지는 좋았다. 생각보다 일찍 진찰을 끝낸 뒤 사무실에서 다음 방문 일정을 확인받고 돌아오는 길은 더 혼잡했다. 이제 다왔다고 안도하는순간 아차!, 병원 탁자 위에 두고온 전화기 생각이 이제야 난다. 차를 세운 채 행여나 하며 주머니를 다 뒤져보지만 있을리 없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어렵사리 병원에 다시 갔지만 웬걸, 이미 병원은 불이 꺼진 채 무심한 창 너머로 검붉은 태양만 꼬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주말을 전화없이 보냈고 월요일 전화기와 반가운 해후를 했다.   비슷한 사건은 몇 주 전 골프장에서도 생겼다. 게임을 끝낸뒤 주자창으로 카트를 끌고와 차 키를 찾는 데 키가 없다. 분명 골프백을 차에서 내려 키로 차문을 닫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후는 깜깜하다. 옷이며 가방이며 주머니라는 주머니는 다 뒤졌고 차에서 내린 뒤 백을 메고 카트가 줄지어 서있던 곳까지 동선을 따라 몇 번을 확인해 보지만 키의 행방은 묘연타.   결국 일행의 권고대로 집에 가서 비상키를 찾아 다시 오기로 하고 짐을 옮기는데 이상한 일이 나타났다. 30분도 넘게 뒤지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키의 ‘파란색 끈’ 작은 매듭이 손에 들고 있던 사각형 작은 쿨러 옆, 지퍼를 비집고 나와 있는것이 보이지 않는가? 설마 손에 들고있던 쿨러 안팎을 점검해보지 않았겠는가? 그때는 분명 마시다 남은 음료병 외는 없었다. 문제라면 차키를 쿨러박스에 넣었을 수 없다는 선입견이 작동하여 대충 찾았다면 뭐 할말은 없다. 그래도 키가 왜 그 지퍼 안으로 들어갔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망증 (Amnesia)이란 의학적으로 단기 기억장애 또는 일시적인 뇌의 검색능력 장애라고 한단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현상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기억력 전체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판단력, 언어능력 ,작업능력들이 현저히 떨어진 치매와는 차이가 있고 치유도 가능하다고 한다.   건망증의 원인은 크게 나이, 심리적 요인, 환경 등과 유관하다. 인간의 뇌세포는 30세까지는 자라지만 그후부터는 감퇴하기 시작하는데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복원되거나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생의 3분의 2는 죽은 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건망증과 씨름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와 긴장, 피로, 수면부족들은 피해갈 수 없다지만 어떤 일에 너무 집착, 또는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 지나친 알콜 섭취 등은 뇌세포의 죽음을 촉발시킨다고 하니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보인다.   인간의 수명은 한계가 있고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건망증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짐이다. 이제라도 손 놓고 살았던 영어단어를 외우고 젊어서 연습했던 쉬운 한문조차 쓰면서 기억력을 되살리는 노력과 함께 인스턴트 음식, 짜고 매운 음식, 음주, 과한 스트레스를 피한 뒤 충분한 수면과 가벼운 운동 등을 통해 찾아오는 ‘연세의 짐’을 덜어봄이 어떨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건망증 호주머니속 휴대폰 전화기 생각 월요일 전화기

2022-07-26

[살며 생각하며] 삶의 짐으로 찾아오는 건망증

지지난 금요일 오후 병원 시간이 잡혔다. 퇴근시간과 겹치면서 중요도로의 교통흐름이 좋지않고 날씨조차 무더워 가는내내 온통 짜증투성이었다.   담당의사를 만나 진찰을 하던 중 호주머니속 휴대전화가 불편하였고 이를 눈치챈 의사가 건네 받아 머리맡 테이블에 둔 것까지는 좋았다. 생각보다 일찍 진찰을 끝낸 뒤 사무실에서 다음 방문 일정을 확인받고 돌아오는 길은 더 혼잡했다. 유명 피자집이 보이길래 들러 저녁이라도 해결하나 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뿌리치고 달려 다왔다고 안도하는순간 아차!, 병원 탁자 위에 두고온 전화기 생각이 이제야 난다. 차를 세운 채 행여나 하며 주머니를 다 뒤져보지만 있을리 없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어렵사리 병원에 다시 갔지만 웬걸, 이미 병원은 불이 꺼진 채 무심한 창 너머로 검붉은 태양만 꼬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주말을 전화없이 보냈고 월요일 전화기와 반가운 해후를 했다.   비슷한 사건은 몇 주 전 골프장에서도 생겼다.. 게임을 끝낸뒤 주자창으로 카트를 끌고와 차 키를 찾는 데 키가 없다. 분명 골프백을 차에서 내려 키로 차문을 닫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후는 깜깜하다. 옷이며 가방이며 주머니라는 주머니는 다 뒤졌고 차에서 내린 뒤 백을 메고 카트가 줄지어 서있던 곳까지 동선을 따라 몇 번을 확인해 보지만 키의 행방은 묘연타.   사무실에 들러 혹시 습득물 가운데 ‘파란색 긴 끈 달린 차키’가 없는냐고 여러번 채근도 하였다.   결국 일행의 권고대로 집에 가서 비상키를 찾아 다시 오기로 하고 짐을 옮기는데 이상한 일이 나타났다. 30분도 넘게 뒤지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키의 ‘파란색 끈’ 작은 매듭이 손에 들고 있던 사각형 작은 쿨러 옆, 지퍼를 비집고 나와 있는것이 보이지 않는가? 설마 손에 들고있던 쿨러 안팎을 점검해보지 않았겠는가? 그때는 분명 마시다 남은 음료병 외는 없었다. 문제라면 차키를 쿨러박스에 넣었을 수 없다는 선입견이 작동하여 대충 찾았다면 뭐 할말은 없다. 그래도 키가 왜 그 지퍼 안으로 들어갔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망증 (Amnesia)이란 의학적으로 단기 기억장애 또는 일시적인 뇌의 검색능력 장애라고 한단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현상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기억력 전체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판단력, 언어능력 ,작업능력들이 현저히 떨어진 치매와는 차이가 있고 치유도 가능하다고 한다.   건망증의 원인은 크게 나이, 심리적 요인, 환경 등과 유관하다.   인간의 뇌세포는 30세까지는 자라지만 그후부터는 감퇴하기 시작하는데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복원되거나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생의 3분의 2는 죽은 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건망증과 씨름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와 긴장, 피로, 수면부족들은 피해갈 수 없다지만 어떤 일에 너무 집착, 또는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 지나친 알콜 섭취 등은 뇌세포의 죽음을 촉발시킨다고 하니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보인다.   인간의 수명은 한계가 있고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건망증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짐이다. 이제라도 손 놓고 살았던 영어단어를 외우고 젊어서 연습했던 쉬운 한문조차 쓰면서 기억력을 되살리는 노력과 함께 인스턴트 음식, 짜고 매운 음식, 음주, 과한 스트레스를 피한 뒤 충분한 수면과 가벼운 운동 등을 통해 찾아오는 ‘연세의 짐’을 덜어봄이 어떨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건망증 호주머니속 휴대전화 전화기 생각 월요일 전화기

2022-07-22

[이 아침에] 열쇠와 부지깽이

3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가보니 그 사이 또 변했네. 미국으로 돌아 온 지 일주일 그 사이 또 무언가 바뀌고 있을 터.   한국에서 동선이 분주한 방문객에게 자동차는 이제 필수품이다. 특히 지방에 근거를 두고 이곳 저곳 다니려면 자동차 없이는 하루 한 건 약속 지키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국에 갈 때마다 차를 빌린다. 전국을 상대로 영업하는 렌터카 회사가 편리하지만 하루 이틀 빌리고 반납을 했다가 또 빌려야 하는 경우 지방 렌터카가 유리하다.     공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회사에서 차를 빌린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을 내면 자동차를 보여 준다. 자동차 점검을 마치면 마지막 순서로 자동차 열쇠를 준다. 이런 것이 익숙한 차 빌리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열쇠를 안 준다. “키는 문자로 보냅니다.” 렌터카 주인이 말한다.     “웽?” 약간 뜨악한 기분.     “전화기에서 문자를 확인하시고 링크를 누르시면 자동차를 열고 닫는 기능이 나옵니다. 문자를 저장하시고 필요할 때 그 기능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주인이 시범을 한 번 보여 준다.     3개월 전만 해도 자동차에 넣고 돌리는 키는 아니지만 버튼이 달린 키를 주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없어졌네. 2년 전 아파트 출입문을 전자식으로 바꾸어서 집 열쇠도 없어졌고, 이제는 자동차를 빌려도 손에 쥐어 주는 게 없다.     문광 스님의 말씀대로 ‘중중무진(重重無盡)’ 화엄 세상 연결고리의 창문이 요즈음 휴대폰이다. 쇳덩이 자동차와 생각 망태 내가 전화기로 연결되다니. ‘열쇠’라는 말도 곧  ‘부지깽이’ 신세가 되겠구나. 부지깽이가 뭔지 모른다고요? 부지깽이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손에 쥐고 불 ‘쑤시개’로 쓰다가 짧아지면 불쏘시개로 써먹는 막대기. 우리들 손자 대가 되면 열쇠라는 말도 지금의 부지깽이처럼 사전을 찾아야 그 뜻을 알까말까하는 상황이 올 터이다.     미국에서처럼 집, 사무실, 자동차 열쇠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일상은 부지깽이 세대의 삶이다.  한국은 저만치 앞서간다.     그런데 휴대폰 없는 사람은? 묻고 보니 부질없는 질문. 한국에서 차를 빌리는 사람이 휴대폰이 없을 확률은 로토에 당첨될 확률보다 적다.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 한인들도 가끔은 당황할 듯.  짧은 체류 기간 동안 한국 전화기가 없어서 당연한 일상에 지장을 받는 일이 있을 터이다.   한국은 변하고 있다. 지금 모든 일상 생활의 최소 공약수는 인터넷이 연결되는 전화기, 크레딧 카드, 그리고 글을 읽고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도 불편 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적어도 대다수의 사람이 그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못 미치는 사람에게는 이런 변화가 야속하기만 할 터이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또 무엇이 변해 있을지? 우리가 떠났던 그때 그 한국은 이제 없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이런 고향은 꿈 속에서나 있다. 한국은 이제 전화기가 모든 문제를 푸는 ‘풀쇠’가 되는 발 빠른 변화의 세상이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부지깽이 열쇠 자동차 열쇠 부지깽이 세대 한국 전화기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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