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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중독의 늪

사람도 세상도 참 많이도 변했다.  스마트폰, 16년의 짧은 역사에 비하면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추앙을 받아 마땅할 만큼 미래의 나침반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후세계에 가 있는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발명품이 효율성 최고의 자리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우주를 지배해 보고 싶은 꿈을 이뤘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가 손바닥만 하게 축소한 컴퓨터는 성공했고 진화의 극치로 AI(인공지능)를 완성하는 단계에 있다.
 
텍사스 어느 지역 마사지샾 앞에서 동네 주민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뉴스로 본 적이 있다.  30분에 60달러라나, 뭐 그런 곳이었는데, AI 걸들의 성매매를 보다 못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었다. 인류 역사의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서의 이름값을 결국 AI에게까지 씌운 인간의 욕정은 수렁 속의 끝판을 예고하는 것 같다.
 
AI가 완성되기까지는 인간이 일등공신이다. 네트워크를 깔아 놓고 인간의 육성을 수집하여 만든 데이터 없이는 AI가 인간의 행세를 흉내 내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안으로 걸어 들어간 덕분에 AI는 시간이 갈수록 천재성의 빛을 발하고 있다. 이렇듯 기계문명은 진화의 길을 가고 있는데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대에 맞지 않는 물음일지도 모르겠다. 시대착오적인 전화기를 쓴다는 게 수치스럽지 않으냐고,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을 화나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변방으로 쫓겨나듯, 외톨이 신세가 되곤 했기 때문이다. 석기시대 전화기 때문에 겪은 수모지만, 강산이 두 번 변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작정한 고집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이유도 그렇다.
 


애플의 팀 쿡이 신년 카드에 잊지 않고 쓰는 스마트폰 구매 권유에 워런 버핏 노인장 왈 “아직은 99% 포화상태가 아니야, 마지막 1%가 내 몫이 되겠구먼, 그때 가서 보세!” 미국인 모두가 사용하기 전까지는 그대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무심의 선견지명은 그 울림이 컸다.
 
불면 없이 네다섯 시간을 내리 잠자기 위해, 수면 시간까지 바꾸는 것은 가장 자신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떨어져서는 안 될 1순위이기 때문에 20마일 출근길도 마다치 않고 다시 돌아가 하루에 80마일도 불사하는 집착은 더더욱 용납하기가 힘들 것 같다.
 
전화기와 떨어지면 왜 불안감으로 쩔쩔매야 하는 건지?  신비스러운 세계가 거기에 있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중독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날카로운 이빨이 안으로 굽어져 있는 뱀에게 물린 먹잇감은 빠져나올 수도 그렇다고 뱉어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중독이 심할 때 먹혔다는 과장된 표현을 쓴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려 해도 안구 수난이야말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눈 건강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안타까운 마음에 석기시대 전화기를 권해 보지만, “지금도 그런 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요?”라며 난색을 보인다. 답이 보이지 않는 시대다.
 
어찌 됐든 중독은 속박이다. 마력에 가까운 힘에서 벗어나려면, 중독성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전화기 때문에 장애를 받고 있는가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불안감 때문에 또는 20마일을 네 번씩이나 오고 갈 촌극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한다면 정상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악화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진작부터 감지한 사실이 이제서야 발표됐으니, 늦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부모 세대의 생활 양식을 보고 배워온 이들의 정신건강이 중독의 악순환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억압은 외부에서 눌리는 힘이라 쉽게 감지가 되지만, 속박은 오랜 시간 자아에 들러붙어 마치 자신의 한 부분처럼 취향이나 성격상으로 믿어버린다.  자기 자신을 확신할 수 없을 만큼 혼돈스러운 상황을 경험하거나 자유의 결핍이 느껴진다면 자신을 돌아볼 좋은 기회라고 본다.
 
우울과 나태함은 이 시대의 고질병이다. 많은 사람이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모호한 회색지대를 살아간다. 행여나 구원의 밧줄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 SNS가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인간의 심령에 해악을 끼친 그것은 스승도 친구도 미래의 나침반도 아니다. 그것은 구도의 길이 될 수가 없다. 진정한 구도자는 자신이어야 한다.
 
억압과 속박에서 해방된 자유의 길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들의 몫이다.

최경애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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